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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생활하는 공룡의 하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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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매주 아기들을 만나서 안아 주고,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어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기들의 행동이 마음에 콕 박혔어요.

세상 모든 대상의 ‘귀여움’을 누구보다 잘 포착하는 경혜원 작가가 아기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기존의 공룡 캐릭터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번에는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공룡들의 하루를 따라가며 재미있게 숫자를 알려 주는 숫자 그림책 『1 2 3 공룡 유치원』이다. 이 책의 배경은 유치원!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고, 재미난 놀잇감이 가득한 곳! 아이들은 유치원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다양한 사물과 공룡들을 숫자와 연결 지어, 책 속 상황에 공감하며 수 개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실제 공룡들의 특징을 잘 살려 캐릭터로 만들어, 이미 공룡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어떤 공룡을 보고 그린 것인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즐겁게 책을 보며 공룡들과 친구가 된 아이들은 숫자를 완벽하게 익히게 될 것이다.

영유아를 위한 『1 2 3 공룡 유치원』(보드북)이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님 작품 중에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책은 처음인데요. 영유아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예전에 다니던 교회의 주일학교에서 10년 동안 영아부 교사로 봉사한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아기책을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당시 영아부는 12개월부터 36개월까지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했는데요. 이 아기들이 한두 달의 적응 기간을 거친 뒤 양육자와 떨어져서 선생님, 친구들과 독립적으로 예배를 드렸어요. 그때 저희 반 아기들을 돌보면서 아기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몇 해 전, (제 책을 대만에 많이 소개한) 대만 출판사로부터 같이 책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출판사에서 먼저 아기를 대상으로 한 숫자책과 알파벳책을 제안했고, 저도 아기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기쁘게 작업을 수락했답니다.

『1 2 3 공룡 유치원』 속 아기 공룡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맘때 아기들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기들의 다채로운 행동을 어떻게 포착하셨는지, 작업하실 때 특별히 염두에 둔 부분이나 고민한 부분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10년 동안 매주 아기들을 만나서 안아 주고,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어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기들의 행동이 마음에 콕 박혔어요. 비슷한 월령이라고 해도 또래보다 말이 빠르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 적극적인 아기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기들도 있거든요? 그래도 돌 즈음이 되고 옹알옹알 말을 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소통이 돼요. 그치만 딱 이 시기가 선생님과 아기들이 작별해야 하는 때예요. 아기들을 유아부로 올려 보내야 하거든요. 선생님들은 아기들을 유아부로 등반시키면서 무척 아쉬워해요. 아쉬운 마음에 울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기들은 오히려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아요. (웃음)  아기들은 유아부에서 함께한 시간 동안 선생님에게 크게 의지했으면서, 유아부를 졸업하면 가장 빨리 선생님을 잊어요. 너무 어릴 때 만났으니까요. 반대로 교사들은 육체를 써 가며 힘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았기 때문에 오래오래 기억에 남지요. 제 기억 속에도 오래 남아 있어서 자연스레 이맘때 아기들의 행동들을 잘 포착한 것 같아요.

그리고 『1 2 3 공룡 유치원』을 작업하면서는 가장 먼저 캐릭터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아기들이 그렇잖아요. 포동포동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요! 귀여운 공룡들이 이런저런 몸짓을 하며 그림책 속에서 움직일 때, 이 책을 보는 아기와 양육자들이 캐릭터를 실제 아기처럼 여기고, 캐릭터에 공감하는 것이 중요했죠.

그렇다면 작가님께 아기는 어떤 의미, 어떤 존재일까요?

유아부를 통해 아기를 가까이에서 만나기 전과 후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직접 아기들을 만나기 전에는 아기는 귀엽지만 조금은 무력하고, 아직 관계나 사건의 인과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아기들을 직접 대하면서는 오히려 더 사람다움을 발견할 때가 많았어요.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전 이런 것들이 우리를 자라게 하고 건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어려워하고, 그러면서 아프고 힘든 게 아닌가 싶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어린 아기라도 감정이 있고, 느끼는 바가 있어요. 이야기를 이해하는 거죠. 착한 사람이 상을 받으면 기뻐하고 나쁜 사람이 벌을 받으면 통쾌해해요. 저는 이런 아기들을 보며 제가 아기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기가 가지고 있는 사람다움을 지켜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우리나라의 공룡 그림책 작가 하면 작가님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공룡을 작품 소재로 선택하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혹시 생각하고 계신 새로운 작품 소재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공룡책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글과 그림을 함께한 첫 책 『특별한 친구들』은 주인공 아이가 하굣길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상상하는 이야기인데, 상상의 소재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며 이것저것 대입해 보다가 우연히 공룡으로 결정된 거예요. 속된 말로 공룡이 얻어걸린거죠. (웃음) 그렇게 첫 책이 탄생하고 첫 책에 담지 못한 아이디어를 확장한 책이 『엘리베이터』입니다. 그러다 공룡 지식 그림책을 만들어 달라는 출판사의 제안으로 『공룡 엑스레이』를 작업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 지경에 이르게 됐습니다.

공룡은 아이들의 판타지에 아주 좋은 소재예요. 아이들이 공룡에 열광하는 이유는 거대한 몸집, 매력적인 외모도 있지만 실제 존재했었다는 사실 때문이거든요. 실제로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아주 매력적인 동물들. 독자에게도 흥미롭지만 작가가 다루기에도 좋은 소재예요. 지금 없다는 것은 실제와 대조해서 틀에 갇힐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물론 공룡 박사 독자들을 위해 공룡의 과학적 근거들을 어느 정도 담아서 캐릭터화하지만(저는 이 점이 다른 공룡 문학 그림책과 제 책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뭉뚱그려 대충 비슷하게 그리고 공룡이라고 우기는 게 아니라 실제 공룡의 특징을 제가 캐릭터로 소화할 수 있는 내에서 구현하는 것), 그래도 실제 존재하는 동물을 소재로 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는 그림책작가로서 훨씬 자유롭답니다.

새로운 작품 소재도 있어요. 우선 당연히 공룡책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고요. 그 외에도 저는 우리나라의 대표 주거 공간인 아파트에 관심이 많아요. 앞선 제 책들도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판타지를 다루고 있고요. ‘아파트’ 하면 여러 생각이 들어요. 애증의 소재라고나 할까요. 아파트의 발전은 크게 보면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안에 사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또 다르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아마 아파트 이야기,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이야기는 계속 나올 것 같아요.

다시 이번 작품으로 돌아와서 『1 2 3 공룡 유치원』을 보면 단순히 숫자를 배우기만 하는 책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책이 어떻게 활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아기 독자들이 숫자 외에 어떤 걸 발견하면 좋을까요?

『1 2 3 공룡 유치원』은 숫자가 늘어나는 동시에 등장하는 공룡들도 늘어나고, 맺어지는 관계도 넓어집니다. 숫자가 하나 둘 셋 늘어나듯, 새로 등장하는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친구가 많아지겠죠? 그만큼 놀거리, 재밋거리가 많아진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 속 작가님의 베스트 장면은 어느 장면일까요? 가장 마음이 가는 최애 캐릭터도 궁금합니다.

뒤표지에도 실려 있는데요. 바로 공룡들이 합창하는 장면입니다. 영아부에서 교사로 봉사할 때 보면, 아기들은 울다가도 율동 시간이 되면 울면서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눈은 우는데 자기도 모르게 몸은 움직이는 거죠. 선생님들은 웃음 참느라 아주아주 힘들고,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왜 웃는지도 모른 채 어쨌든 음악이 나오니 노래는 해야겠고, 율동도 해야겠고요. (웃음) 보고 있으면 정말 재밌어요. 그리고 (이런 표현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미친 듯이 귀여워요! 『1 2 3 공룡 유치원』에서도 보면 바로 앞 장면에서 울던 미나가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제일 신나게 노래하는데요. 이런 모습이 딱 이맘때 아기들과 같아요.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제일 좋아요. 캐릭터 중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 ‘샌디’가 제일 좋고요.

마지막으로 『1 2 3 공룡 유치원』의 아기 공룡들이 등장하는 후속 작품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살짝 귀띔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기 공룡들이 등장하는 알파벳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빨리 독자들께 선보이고 싶은데 마음과 몸이 따로 놀아서 걱정입니다. 『1 2 3 공룡 유치원』을 많이 사랑해 주시면 으쌰! 하고 더 기운이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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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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