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라는 언어의 능통자, 그림책이라는 세계의 여행자
다비드 칼리 서면 인터뷰
나의 모국어라고 하면 사실, 코믹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4.07.29)
볼로냐 라가치상에 빛나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다비드 칼리. 그림책, 만화, 시나리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활동을 하는 그의 작품은 30개국이 넘는 곳에서 출판되었다. 내한한 다비드 칼리를 서면으로 만나 그동안의 작품 세계와 협업 등 작업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문학동네는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나는 기다립니다…』(2007)를 시작으로 『적』(2008),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2014), 『대단한 무엇』(2019), 그리고 『키키! 산책 갈 시간이야』(2022)까지 다섯 권의 한국어판을 펴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다른 언어로 번역, 출간되면 책의 장정이나 디자인, 세부들에서 원서와 다른 부분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런 부분들 중에 혹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번역은 전적으로 그 언어와 배경 지식, 문화적 맥락과 관련된 문제여서 저는 언제나 해당 출판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모든 제안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상당히 열려 있는 편입니다.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전까지만 나의 것입니다. 출판을 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보내는 순간부터 그것은 팀 작업의 일부가 됩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신성한 무언가는 아니에요. 그래서 가끔은 동의하지 않더라도 아주 중요한 게 아닐 때는 허락하는 편이지요.
세르주 블로크, 미겔 탕코 등 여러 나라의 화가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서로 어떤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기다립니다…』의 경우에는 완성본을 보기 전까지는 세르주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지 못했어요. 붉은 실에 대해서도요. 반면 『적』은 완전히 세르주 블로크의 그림을 고려하며 쓴 글입니다. 그의 스타일을 이미 알기 때문에 이미지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들었지요. 작업 과정에서 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어요. 딱 하나,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독자가 어떤 특정한 전쟁을 연상하지는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어떤 나라의 국기와도 매치되지 않는 견장을 만들기 위해 오히려 모든 나라의 국기를 공부해야 했어요. 그게 우리가 나눈 유일한 이야기였습니다.
『대단한 무엇』을 함께 만들었던 미겔 탕코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미겔 탕코와도 몇 권을 함께 만들었는데, 『대단한 무엇』에서 펼침 안에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 보자고 한 것은 미겔의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디어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섯 개의 이야기를 더 만들어야 했지요. (웃음)
『키키! 산책 갈 시간이야』는 이탈리아 화가 파올로 도메니코니의 클래식한 화풍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키키가 선생님은 왜 잡아먹은 거지요? 단지 별일 없냐고 물은 것뿐인데 좀 너무하지 않은가요?
거기까지 오면서 이미 키키는 이웃 아주머니, 공원의 아저씨도, 경찰관도 꿀꺽했어요. 선생님의 질문은 키키에게 대답하기가 아주 곤란한 질문이었지요. 그래서 꿀꺽!
『키키! 산책 갈 시간이야』는 단순하고 쉬운 웃긴 이야기입니다. 거창한 의미는 없어요. 저는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합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출판사들은 나를 주제가 강한 이야기를 주로 쓰는 작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거나 강요하고 싶지 않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200권이 넘는 책을 쓰셨고 100명 이상의 화가와 협업했어요. 우리나라에 출간된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은 60권이 넘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림책이라는 매체 자체가 당신의 언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림책이라는 언어의 능통자로서 그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나의 모국어라고 하면 사실, 코믹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만화가가 되기를 꿈꾸며 자랐습니다. 22살때 만화가로 데뷔해 14년간 잡지에 만화를 그렸어요. 그림책이라는 것을 처음 만났을 때, 이 둘이 같은 방식의 언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이야기가 떠오를 때는 언제나 영화와 같은 느낌으로 펼쳐져요. 인물들의 대화가 들리고 장면이 보입니다. 글자와 이미지를 함께 떠올리는 이런 방식은 아마도 만화에서 온 것 같습니다.
여러 나라를 무대로, 또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하려면 무엇보다 질 좋은 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편한 공간은 어디이며 가장 편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글쎄요, 별로 쉬어 본 적이 없어요. 저는 늘 여행 중인 것 같습니다. 여행은 두 차원 간의 평행한이동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그저 기다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 사이가 일종의 우주, 또 다른 차원으로 느껴져요.
언젠가 아주 나이가 들면, 집에 있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저는 매주 다른 도시, 다른 국가에 있네요. 오늘 내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도 정말 멋진 일입니다. 언젠가는 오늘의 경험이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나의 가장 편한 시공간은 ‘여행’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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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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