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과 글을 더욱 품격 있게,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 이수연 작가 서면 인터뷰
저는 문장이 자기 생각을 완결해서 전달하는 형식이기도 하고 문장 속에 구조, 단어, 태도가 모두 들어 있기 때문에 문장을 잘 쓰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24.03.22)
“언어는 살아 있는 유기체입니다. 방치하면 죽어 버리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쓰는 언어를 정성껏 돌봐 줘야 합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말과 글을 보살펴 준 적이 있는지 한번 돌아보세요. 사람들에게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그 대답에 걸맞은 태도와 행동은 무엇일까요?”
올 2월에 출간된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선생님의 문장 교실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는 머리말 첫 문장부터 큰 울림을 준다. 국립국어원의 온라인가나다는 ‘선생님의 선생님’ ‘의사의 의사’라고 할 정도로 국어의 고수들도 국어에 관한 궁금증이 있으면 문의를 남기는 곳이다. 이런 공신력 때문일까, 선생님의 첫 책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가 출간되자마자 종합 베스트에 오르는 기염氣焰을 토했다. 3월 중순, 유난히 햇살 좋은 날, 연희동 한 카페에서 그 주인공, 이수연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의 첫 책인데도, 책이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책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 것 같은가요? 그리고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는 어떤 책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먼저 뜨거운 반응을 보내 주신 독자분들께 꾸벅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독자분들이 제 책에 관심을 보이신 건 우리 말글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궁금하지만 딱히 물을 데가 없어서 덮어 두었던 걸 꺼낼 수 있도록 제가 살짝 도움을 드린 거겠지요. 우리가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내 건강 문제를 잘 파악해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낫는다고 말해 주면 답답함도 풀리고 마음이 참 편해지잖아요? 제 책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말글을 쓰면서 궁금했던 걸 모아 담아서 이렇게 저렇게 쓰면 좋다고 풀이해 주니까 마음에 들어 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문장이 자기 생각을 완결해서 전달하는 형식이기도 하고 문장 속에 구조, 단어, 태도가 모두 들어 있기 때문에 문장을 잘 쓰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는 문장 쓰기가 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지요. 문장구조는 괜찮은데 단어 하나 잘못 선택하면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품격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단어 선택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문장구조가 문법에서 벗어나면 신뢰감을 주기가 어렵지요. 제 책이 문법의 모든 내용을 다루지는 않지만, 적어도 단어 선택이나 문장구조에 신경 쓸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를 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잘 모르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는 어떤 곳인지, 아울러 작가님 소개도 잠깐 해 주신다면요? 그리고 온라인가나다에 문의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는 맞춤법이나 표준어 같은 어문 규범이나 어법,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국어사전 내용과 관련하여 온라인으로 묻고 답하는 곳이에요. 범위가 포괄적이다 보니 정말 ‘국어’에 관한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든 걸 물어 오시는 곳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난 국문과를 갈 거야!’ 하고 다짐했는데, 그 뜻을 이루어 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대학원에서 국어교육학을 공부했어요. 초등학생부터 성인에게까지 이런저런 모양으로 국어, 논술을 가르치다가 2007년부터 온라인가나다 담당자로 일해 오고 있습니다. 18년째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제게 질문해 오는 국민들을 만나면서 살아온 거지요. 처음에 이 일을 할 때는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질문으로 올라온 글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라서요. 첫 답변이 조금 이상한가 싶으면 새벽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졌어요.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늘 어떻게 하면 국어에 관심을 두고 전문가에게 물으러 오는 국민들에게 도움을 줄까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온라인가나다에 접수되는 질문은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하루에 80~100개 정도 돼요. 저 혼자 하는 건 아니고, 동료들이 있지만, 매일매일 국어에 싸여서 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요.
이 책의 내용들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들’, ‘및’, ‘것’, ‘문장부호’, ‘높임’ 등은 글을 늘 접하는 분이라면 꽤 고심하는 문제인데요, 이 책에서 그 고민들을 한 번에 해결해 주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요?
먼저, 그와 같이 말씀해 주시니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내가 고민하는 국어 문제는 사실 나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보통 남들도 다 고민하는 문제이지요. 그런 문제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건 온라인가나다 담당자로 일해 오면서, 국어문화학교 강사로 강의하면서예요. 반복적으로 질문해 오는 문제들이 있는데 그것에 주목한 것이지요. 제가 질문하고 답변한 내용들을 목록으로 쭉 만들고, 그중에서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한 걸 추리고 또 추려서 책에 담게 되었습니다. 또 공공기관이나 언론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 표현들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지녔던 내용들도 담겨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게시한 글이 좀 더 나은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해당 기관 누리집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신문을 읽다가 이건 아닌데 싶으면 기사 끝에 있는 기자분에게 전자우편을 보내기도 하지요. 그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들도 상당히 있습니다. 한 예로, 신문에서 어떤 범죄가 점점 더 늘어난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거기에 그 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표현했더군요. 그 부분을 읽다가 깜짝 놀라서 기자분에게 전자우편을 보낸 적이 있어요. ‘및’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물어보는데, ‘및’이 좀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및’을 잘못 쓰면 문장구조도 이상해지고 해석도 엉뚱하게 될 수 있다 보니 ‘및’을 못 쓸 단어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오해도 풀어 드리고, 제대로 잘 활용해서 써 보자 하는 마음으로 책에 담게 되었지요.
SNS 등이 발달해서인지, 요즘은 ‘글로 자기를 표현하는 시대’라고 할 정도로 글쓰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글을 쓸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문장 표현 3가지만 알려 주신다면요?
말씀하신 것처럼 글로 자기를 표현하는 시대가 맞지요. 글이 그 사람을 대변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되었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는 글이 예의와 격식을 갖추었다고 느끼게 쓰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심심찮게 질문받는 것 중에서 이런 내용이 있어요. 직장에서 아랫사람이 통신망으로 뭘 검토해 달라는 글을 보내왔는데 ‘검토 바랍니다’처럼 썼다는 거죠. 그런데 왠지 기분이 언짢다면서 왜 그런지 묻는 경우가 있어요. 어찌 제가 그 사정을 정확히 알겠습니까마는 예상컨대,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처럼 썼다면 아무런 문제 없이 소통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단어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늘 들어 와서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그냥 갖다 쓰지 말고, 특히 한자어나 외래어 개념어들은 사전에서 뜻도 확인해 보시고, 용례로 문맥도 파악해 보세요. 사실상 글을 잘 쓰려면요, 사전을 끼고 살아야 해요. 그걸 실감하게 해 주는 사건이 있었지요. 얼마 전에 있었던 ‘심심하다’ 사건 아시지요? 순우리말인 ‘심심’도 있고, 한자어인 ‘심심甚深’도 있어요. 대상이나 상황에 맞게 단어를 선택하거나, 쓰여 있는 단어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에는 사전만 한 게 없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결론이나 주장만 쓰지 말고, 고개 끄덕일 만한 이유나 근거를 보여 주세요. 길게 쓰라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둘 다 나와야 한다는 뜻이에요. 만약 제가 “‘몇일’이 아닌 ‘며칠’로 써야 합니다.”라고만 얘기하면 어떻겠어요? 이렇게 결론만 말하는 글은 힘이 없습니다. 힘이 있는 글을 쓰길 원하시지요? 그럼 내 생각이 무엇을 바탕으로 나오게 됐는지까지 보여 주세요.
이 책을 어떤 분께 더욱 추천하고 싶으신지요? 주변 분들은 어떤 말씀들을 해주시는지요? (하하)
책을 내고 나서 점점 제 책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 책이 ‘1인 1책’까지는 아니어도 ‘한 집 한 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정도로 누구에게나 읽어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누구나 읽어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이 읽게 되면 학교에서 글쓰기 활동을 하면서부터, 즉 본격적인 글쓰기 첫 단계라고 하는 시기부터 문장을 잘 써 보자!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어릴 때 익힌 내용은 어른이 되어서도 잊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적용되잖아요. 미리미리 문장 쓰기 훈련을 잘해 두면 가성비(?) 측면에서도 아주 좋겠지요!
그리고 교육계에 계시는 분들, 지금이나 앞으로 공적으로 읽히는 글을 쓰시는 분들도 읽어보신다면 도움되지 않을까 합니다. 책을 내고 서점에 등록된 독자 후기를 보니까 “내 언어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글 쓰는 사람은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요모조모로 도움이 되는 유용한 책이다”라고 말씀해주셔서 더욱 많은 분께 조심스럽게 추천해 봅니다.
온라인가나다 외에도 또 다른 활동을 하시는 게 있는지요? 또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 후속 집필 계획도 있으신가요?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공문서, 보도자료 같은 글쓰기나, 논문이나 문항 작성에 필요한 논리 구조, 문법, 어문 규범 등을 주제로 하여 강의하지요. 또 국가고시 교정 위원(윤문 위원), 교과서 감수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가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내가 국어를 좋아해서 따라다녔는데 이제는 국어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냐! 할 정도로 국어에 둘러싸여서 삽니다. 그래서 이다음으로는 ‘좀 더 깊이 있는 문장 쓰기’를 주제로 해서 집필하자고 출판사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첫 책은 첫걸음인 만큼 조심스러운 감정이 컸지만, 이제는 좀 더 힘차게 그동안 경험했고 갈고닦은, 내 안에 들어 있는 국어를 펼쳐 보이자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국어와 언어생활에 대해서 한 말씀을 해 주신다면요?
머리말에도 썼지만, 언어는 살아 있는 유기체입니다. 방치하면 죽어요. 저는 우리나라, 우리 말글이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점에서 다른 나라나 다른 언어를 부러워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자국어 보호에 관한 한 프랑스가 부럽습니다. 프랑스인들은 편협하다고 할 정도로 다른 나라말에 대하여 자국어를 지키는 일에 힘을 쏟는다고 해요. 영어 과잉뿐만 아니라 영어 중시 태도 때문에 우리 말글이 방치된다면, 이런 우리 모습을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우리 말글 보호에 대단히 큰일을 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등불이라도 되겠다는 심정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요. 그게 일제강점기에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선배 국어학자님들에 대한 작은 보답이 아닐까 합니다. 그토록 어렵게 지켜 낸 우리 말글, 이제는 어렵지 않게 지켜 나갈 수 있잖아요. 우리 함께 해 봐요! 제가 여러분에게 “‘국어’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실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말, 우리글을 늘 생각해 주기로 해요. 사랑하는 대상을 우리가 늘 생각하듯 말이에요.
“우리 함께 해봐요!”
이 말이 유난히 귀에 생생한 인터뷰 마지막, 선생님은 국민들이 국립국어원을 더욱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와 그 방안도 잊지 않으셨다.
“국립국어원을 잘 활용하려면, 제일 먼저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피시(PC) 즐겨찾기에 넣어 두셔야 해요. 조금만 궁금해도 찾아보는 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글을 쓸 때나 대화할 때나 실제 국어 생활을 하면서 때마다 즐겨 찾아본다면 더 나은 국어 생활을 할 수 있어요.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있는 사전-우리말샘이 도움이 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고요, 어문 규정 보기, 다듬은 말(순화어) 정보나 ‘자료-연구·조사 자료’에 실려 있는 정보들도 상상, 기대 이상의 도움을 줄 거라고 믿어요. 제가 강의하러 가서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이런 정보들이 있다고 안내하면, 정말 다들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알게 됐느냐며 안타까워하세요. 일단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들어오셔서 두루두루 살펴보시고 꼭꼭 잘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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