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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보다 더한 염세주의자, 인류 멸망을 선언하다!

『해냈어요, 멸망』 윤태진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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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멸망을 기다리자는 것은 아니고요,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멸망을 늦추기 위해 노력해보자는, 그러는 동안 살 궁리를 다시 해보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2024.03.21)


언행불일치 현대인을 향한 어느 염세주의자의 뼈 때리는 일침! 입으로는 환경을 걱정하면서 그 정반대의 행동을 일삼는 지구인들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감 가득 일상 에세이. 

시종일관 삐딱한 태도를 유지하는 저자는 우리가 남들 몰래 꼭꼭 숨겨둔 부끄러운 속마음과 행동을 CCTV로 관찰한 듯 생생하게 포착하고, 콩트를 보는 것 같은 독특한 기법을 활용해 유쾌하게 그려낸다. 지구를 걱정하며 일회용품 대신 영영 썩지 않을 텀블러를 집에 쌓아둔 사람이라면 '마침내 멸망'이라는 은근한 해방감을 선사하는 이 도발적인 인류 멸망 선언기를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본인 소개와 함께, 채널예스 독자 분들께 『해냈어요, 멸망』은 어떤 책인지도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해냈어요, 멸망’이라는 다소 어두운 제목의 책을 출간하기는 했지만 전혀 어둡지 않은 윤태진이라고 합니다.

환경의 파괴로 망해가는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기존의 책들이 아직은 희망이 남았고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환경 파괴를 막아보자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제 책은 우리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멸망을 피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멸망을 기다리자는 것은 아니고요,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멸망을 늦추기 위해 노력해보자는, 그러는 동안 살 궁리를 다시 해보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책의 제목만 보면 어둡고 지루한 책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제 몸속 깊은 곳에 있는 ‘유머’를 끄집어내 쓴 글들이라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길 바라며, 동시에 ‘이러다 정말 멸망이 올지도 모르겠는데’ 라는 공포도 함께 느낀다면 대만족입니다.

해냈어요, 멸망 굉장히 모순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입니다. 많은 독자 분들의 눈길을 끌 것 같은데요, 이런 파격적인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책 제목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고민했습니다. 한때 출판계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책의 제목이 판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기에 본문을 쓰는 것 못지않게 제목을 고민했습니다. 덕분에 흡족한 제목이 나온 것 같습니다.

우선, 제목에 ‘멸망’이라는 단어를 꼭 넣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워낙 자극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웬만한 단어에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충격’, ‘발칵’, ‘경악’, ‘분노’, ‘헉!’ 등의 단어마저 친근하게 느낄 지경이니 ‘멸망’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더구나 정말 멸망할 것 같기도 하니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다 체념적인 뉘앙스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 ‘해냈어요, 멸망’이라는 제목을 지어보았습니다.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고요.

책의 뒷면에는 쇼펜하우어보다 더한 염세주의자라고 소개되셨는데, 최근 미소 짓는 염세주의자라는 별명도 생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멸망과 해냈어요의 아이러니한 만남처럼, 작가님도 비관론자인 동시에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시죠? 마냥 비관적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더욱 괴로우실 것 같기도 해요.

미소 짓는 염세주의자라, 멸망을 앞둔 감정의 단계에 비유하자면 ‘타협’ 혹은 ‘수용’의 단계가 아닐까요? 어차피 망할 거 지금이라도 즐기며 살자? 살아오면서 우리 인간의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며 일종의 체념을 하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저 바라는 바는 과학자들이 뭔가 방법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혹은 AI가 뜻밖의 해법을 찾아내거나요.(웃음)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류의 과학기술이 멸망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걱정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디스토피아가 찾아와 대혼돈의 시대가 되면 처자식을 살리기 위해 싸워야 할 테고, 싸우는 게 너무도 싫지만 그런 세상이 온다면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니라, 그런 암울한 미래에 살아남기 위한 발 빠른 계획을 세우지는 않고 그저 막연히 걱정은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에 대해서요.

그러니 과학자들은 더욱 분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간은 결코 소비를 멈추지 못할 것이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 또한 멈추지 못할 겁니다. 믿을 구석은 과학자들이 쓰레기를 단숨에 사라지게 할 마법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책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은 누구나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환경을 보호하자라고 외치곤 하잖아요. 그런 목소리들 사이에서 멸망을 선언하는 게 망설여지거나 무섭지는 않으셨나요?

우리가 흔히 하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과 행동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작은 노력이 모여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큰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좋은 취지와 의미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과 파괴적인 성향 때문에 그런 말을 믿지 못할 뿐입니다.

우리는 좋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적었던 것 같은데, 인간이 과연 ‘동물의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나아졌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인간의 악마성을 막기 위해 법과 규제, 질서 등이 수천 년에 걸쳐 촘촘히 만들어져 왔을 뿐, 강제적인 ‘억압’이 사라지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단숨에 물거품이 될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감히 멸망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제 예상이 틀리기를 저 역시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한 가지 기대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살아남는 것 또한 인간이란 종의 특징이니 죽음의 순간 기어이 버텨내지 않을까, 또 새로운 살 궁리를 찾아내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물론 그 미래가 지금처럼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일지는 모르겠지만요.

『해냈어요, 멸망』은 제가 읽어본 에세이 중 가장 독특한 상상력을 지닌 책이었어요.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다 인간까지 잡아먹기 시작한 뿌앙 괴물폐차된 후 강변북로 가로등이 되어 옛 주인을 그리워하는 중고차 노랑이 등 마치 한 편의 SF 단편을 읽는 듯한 신박한 소재들로 아이와 함께 읽기도 좋다는 평도 있었는데요. 이런 유쾌한 상상력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제멋대로의 상상이라 늘 자책하고, 이래서 등단하지 못한 걸까 하며 혼자 눈물 짓곤 하거든요.(웃음) 무명의 작가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단편과 웹소설 등을 써왔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일상의 한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쓴 웹소설의 시작은 재활용품 장에서 만났던 경비 아저씨였습니다. 매주 일요일 재활용품을 버리며 마주치는 경비아저씨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데 늘 아무런 답변이 없으신 거예요. 혹시 못 들으신 걸까? 아니면 바쁘셔서 너무 귀찮은 걸까? 어떤 사연이 있으신 걸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는 거죠. 그렇게 발전된 상상은, 츤데레 경비아저씨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어미 고양이와 그 곁에 남아있던 새끼 고양이를 초소 앞에서 발견하는 사연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다시 말해 쓸데없는 생각과 상상이 제 취미라는 소리입니다. 돈 안 드는 친환경 취미인 거죠.



책에 환경을 보호하자고 말하면서도 정작 실천하지는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읽으면서 누가 우리집에 cctv를 달았나 싶을 정도로 여러 번 뜨끔- 했는데요. 혹시 책에 담기지 않은 작가님의 인간적이고도 모순적인 모습이 있다면 하나만 알려주시겠어요?

한 가지 고백하자면,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굿즈’를 종종 사용했습니다. 한두 번 쓰고 버려질 것을 알면서도 성과를 위해 굿즈를 활용했던 거죠. 저 한 사람이 에코백을 닳아서 구멍이 뚫릴 때까지 사용해봤자, 굿즈로 활용되는 에코백이 수백 개가 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죠. 모순적이고 기만적인 행동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창피한 일이죠.

그밖에도 거의 모든 삶이 모순적입니다. 제게도 환경 보호는 귀찮은 일입니다. 참을 수 없는 욕망 또한 많고요. 여행도 다녀야 하고, 꾸며도 별로 달라질 건 없지만 멋진 옷도 사야 하고, 책도 게임 CD도 계속 사고 싶습니다. 언젠가 버려질 쓰레기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구매하고 또 아무렇지 않게 버립니다. 그뿐인가요, 텀블러나 머그컵을 들고 다니는 것도 귀찮고 페트병의 라벨을 뜯는 것도 귀찮습니다. 약을 버리기 위해 약국이나 특정 장소를 찾아갈 바에는 차라리 약을 안 먹고 버티는 게 나을 정도입니다.

저 스스로도 그런 삶을 살 자신이 없으면서,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는 이런 모습 때문에 멸망을 향해 가고 있다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왜 망했는지도 모른 채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원망할 것 같아서요. 또 살아남은 인류에게 왜 멸망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았고요.

미소 짓는 염세주의자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지금처럼 비관적인 시각을 꾸준히 고수하실 예정인신가요?(웃음) 다음에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비관적인 시각이라기보다 객관적인 시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구 환경을 위한 극적인 변화나 발전된 과학기술에 대한 소식이 들려온다면 당연히 멸망이 물러갔다고 얘기할 것이고, 저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를 통해 전해오는 기사들은 점점 더 암울합니다. 오늘 오전에 본 기사에서도 세계 바다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매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당분간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부디 무서운 제목의 기사들이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과장이기를 바랄 뿐이죠. 혹은 자연을 되살릴 ‘뿌앙 괴물’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멸망의 순간, 부디 무사히 살아남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윤태진

1980년 출생. 오래전 한 역술가가 역마살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런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았음. 언론사와 여러 기업에서 영상 콘텐츠 제작하는 일을 해왔고, 심지어 여행사에서 일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도 함.

정착하지 못하는 운명 탓인지 한때는 영화감독을, 또 언젠가는 소설가를 꿈꾸며 도전했으나 이루지 못했고 현재는 회사원으로 온갖 글을 쓰며 미련을 놓지 못하는 중. 등단은 포기하고 웹소설 작가가 되겠다며 스릴러를 연재했지만 다소 잔인하다는 주의와 경고로 좌절하고 방치. 컴퓨터 안에만 남은 소설들을 혼자 들춰보며 때로는 키득거리고, 또 때로는 눈물짓는 중.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더 즐겨 보고 그것도 모자라 게임까지 즐기는 자칭 '전문 콘텐츠 소비가'의 삶을 지향하는 중. 저서로는 《책상 엿보기》가 있음.


해냈어요, 멸망
해냈어요, 멸망
윤태진 저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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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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