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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딛고 행복을 찾아 나가는 어린이들의 겨울 이야기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 지안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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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어린이, 특히 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이 작품을 통해 용기를 내기를, 우리의 마음과 시선이 확장되고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어린이가 나 여기 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 귀 기울여 보시기를 바랍니다. (2024.01.25)


『오늘부터 배프! 베프!』 지안 작가의 신작 동화집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은 불편함을 딛고 행복을 찾아 나가는 어린이들의 사랑스러운 겨울 이야기다. 어린이는 큰 꽃 사이에 피어 있는 작지만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말하는 지안 작가는 동화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오늘부터 배프! 베프!』 이후로 나온 첫 창작 동화집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이 출간되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오늘부터 배프! 베프!』 출간 이후 개인 사정으로 작가 강연은 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몇 편의 동화를 썼어요. 그리고 매체를 통해 사회 문제를 열심히 살펴보았어요. 특히 이 사회 문제가 어린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눈여겨보고, 동화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결과물의 하나가 이번에 출간 된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입니다.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어디서 출발한 제목인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요즘은 치킨의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또 원하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든 어린이가 치킨을 좋아하고 원한다고 아무 때나 먹을 수는 없다는 걸, 우린 알고 있죠. 가끔 가장 저렴한 프라이드치킨을 특별식으로 먹는 어린이가 있었어요. 프라이드치킨은 언제 먹어도 맛있고, 늘 먹고 싶은 음식이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다른 날보다 특별한 치킨을 먹고 싶잖아요. 비싼 음식을 먹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특별한 치킨을 먹는다면 이 어린이에겐 정말 기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창문을 열었는데, 마침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거예요. 와, 눈이 올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눈이 오다니! 프라이드치킨 위에 눈처럼 하얀 코코넛 가루와 치즈 가루가 펑펑 뿌려진 치킨이라면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충분하고, 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감에서 지어진 제목입니다.

동화집에 실려 있는 두 작품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과 『나는 백만 번이나 썰매를 탔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꼭 어딘가 살아 있을 것처럼 사랑스럽고 생동감이 넘쳐요. 이 인물들의 탄생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 두 작품의 어린이에게서 생동감을 느끼셨다면, 아마도 이 어린이들의 바람이 아주 분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작품의 어린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찾고, 애쓰니까요. 그 애씀이 우리가 경험한 노력들과 비슷하거나 닮아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에는 반지하 빌라에 사는 어린이와, 그 빌라의 주인인 먹방 크리에이터 몽땅 씨가 등장해요. 2022년 홍수로 반지하에 사는 분들이 침수 피해를 입은 일이 있었어요. 저는 당연히 반지하에 살고 있는 어린이를 생각하게 됐고요. 또 어디서나 자주 접할 수 있는 먹는 방송(먹방)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염려가 되기도 했어요. 먼저 폭식을 하는 크리에이터의 건강과 이 방송을 보는 대중, 특히 어린이의 시선과 내면이요. 저는 삶의 모든 현상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공존하고, 이 극명한 차이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반지하에 사는 어린이는 슬프고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공간 안에서 어린이가 느끼는 삶의 기쁨과 즐거움이 있거든요. 또 먹방으로 돈도 많이 벌고, 맛있는 것을 배부르게 먹는 크리에이터는 누군가 부러워하겠지만, 그가 대중을 즐겁게 하기 위해 때로는 건강을 희생하죠. 그 또한 다른 형태의 허기를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반지하라는 공간이 주는 한계와 크리에이터에게 갖는 다양한 시선 속에서 어린이는 어떻게 삶의 기쁨을 찾아갈 수 있는지, 부러워하는 대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이런 질문들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나는 백만 번이나 썰매를 탔어』 이 이야기는 권리와 욕망에 관해 스스로 말하고, 찾고 싶어 하는 어린이가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이 어린이는 안타깝게도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실제 만났던 어린이를 불러와 작품을 쓴다는 부채감, 어른으로서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어린이에 대한 축복과 응원이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저는 실제로 장애를 가진 어린이를 통해 용기와 간절함을 배웠어요. 그리고 제 삶의 방향에 아주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현재의 어린이, 특히 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이 작품을 통해 용기를 내기를, 우리의 마음과 시선이 확장되고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어린이가 나 여기 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 귀 기울여 보시기를 바랍니다.

두 작품의 공통적인 배경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의 겨울이에요.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크리스마스는 매년 누구에게나 돌아오는 날입니다. 대부분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평범한 기대와 바람이 어떤 사람에게는 부러움 또는 이루어지지 않는 꿈일 수 있고요. 우리 주변에는 적어도 크리스마스만이라도 기쁘고 즐겁고 싶은 어린이가 있지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크리스마스 때만이라도 행복하고 원하는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어린이, 크리스마스 때만이라도 기적이 일어나야 하는 힘겹고 외로운 어린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또 하나는 다른 날은 아무 기대 없이 산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크리스마스에는 희망을 갖고 무언가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은 나 스스로 또 누군가 함께 이루어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물질이 풍요로운 지금의 이 사회에 누군가는 더 큰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그 사람에게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날만큼은 논리와 합리에서 조금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요? 

『나는 백만 번이나 썰매를 탔어』에는 시각장애인인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을 작업하시면서 당사자성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신 걸로 알아요. 이처럼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소수자가 존재합니다. 우리 자신도 굳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나눈다면, 소수자인 한 사람이죠. 저는 소수자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 또한 경계를 짓는 것 같아 매우 조심스럽고요. 제가 작가로서 하고 싶은 것은 소수자, 소외 계층이라 명칭하는 누군가가 사실은 그냥 나와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은 실현되어야 하죠. 제약으로 인해 욕망을 꿈꾸기 어려운 이가 꿈을 꾼다면, 그 용기를 응원하고 함께 걸어가 주는 것. 이것이 소수자 옆에 있는 또 다른 소수자가 할 일 같아요. 당사자성에 대해서는 늘 고민하고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무언가를 해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거나, 상처를 받는다면 정말 미안한 일이니까요. 이 작품은 특히 제1 독자를 시각 장애를 가진 어린이로 생각하고 썼습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시각 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어떻게 읽을지, 두렵습니다. 다만 괜찮다고, 아주 썩은 아니지만 조금 비슷하게 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더 잘 써 보겠다는 약속도 해 봅니다.

작품을 통해 꾸준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 주셨는데요. 작가로서 동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문학 작품이 어떤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쓰이고, 읽힌다는 것이 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선을 넓혀 가고, 즐거움을 느끼잖아요. 그렇다면 내 작품은 다양한 작품 중 어느 위치에 서서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해요. ‘어린이 독자를 생각하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야 하는 거 아냐?’, ‘네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어린이 독자를 존중하고 있는 거 맞아?’ 이번에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을 통해 약간의 답을 얻었어요. 하루 24시간 중 어떤 시간도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 없잖아요. 그러면 제 작품의 시간은 아마도 한창 뛰어놀 수도 있고, 공부할 수도 있는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사이가 아닐 수도 있어요. 어쩌면 가끔 혼자 잠들어야 하는 밤 10시나, 자다 깼는데 일어나기 싫은 아침 7시일 수도요. 굳이 제 작품의 결이나 색깔을 말하자면, 대낮보다는 가끔 혼자 있어야 하는 밤 시간, 큰 꽃의 그늘 아래 활짝 피어 있는 풀꽃의 모습을 확대해서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어린이는, 특히 소수자인 어린이는 큰 꽃 사이에 피어 있는 작지만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나 또한 그 소수자일 수 있고, 내 옆의 누군가가 그 소수자일 수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면서 안심하고, 위로받고, 응원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세상이요. 저는 그런 세상이 적어도 동화 안에서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설령 그것이 동화니까 그렇지, 라고 말할지라도요. 앞으로 나올 작품은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결이 다른 작품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크리스마스 소원은 작지만 명확해요. 눈꽃펑펑치킨을 먹고 싶고, 썰매장에 가고 싶은 것처럼요. 작가님의 이번 크리스마스 소원은 무엇이었나요? 작지만 명확한 바람 같은 것이 있다면 살짝만 알려 주세요.

당연한 것 같지만, 책이 크리스마스 전에 선물처럼 출간되어 기뻤습니다. 저는 이번 출간이 제가 저를 극복하는 일이었거든요. 제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일 년 동안 독자들에게 받은 편지에 답장을 하지 못했어요. 수술을 해서 건강도 좋지 않았고, 작품을 쓰느라 바쁘기도 했고요. 마음속으로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작품이 나오면 책도 선물하고, 짧게나마 카드도 써야지 했는데 저 혼자 다짐한 약속을 지켰어요. 독자들께 책과 카드를 보냈거든요. 제가 선물을 받은 것 보다 훨씬 기뻤고, 받은 독자들도 기뻐하셨어요. 한 해의 마무리를 잘 한 것 같아 저를 스스로 칭찬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을 통해 즐거우셨으면 좋겠고, 작품 속의 어린이들을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지안

어린 시절 읽었던 책 속의 어린이와 지금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2014년 「돌악사 우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쓴 책으로는 『아무도 모르는 김신상 분실 사건』 등이 있으며, 『오늘부터 배프! 베프!』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
지안 글 | 도아마 그림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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