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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보컬과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힙합 스타일 비트, 글래스 애니멀스
글래스 애니멀스(Glass Animals) 'Dreamland'
성찰과 재정비의 시기에 대중의 선택을 받았으니 남은 것은 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2022.12.30)
빌보드 싱글 연간 결산의 정상을 오랜만에 밴드가 차지했다. 2020년 여름 발매된 글래스 애니멀스의 'Heat waves'가 숏폼 플랫폼에서의 인기를 시작으로 2022년 초 Hot 100 차트 1위를 거쳐 최종 승자가 된 것이다. (비록 수상은 불발되었으나) 4인조 밴드는 그래미 어워드의 신인상 부문에도 오르며 아는 이들만 알던 팀에서 주목받는 이름으로 떠올랐다.
통산 세 번째 정규 음반 <Dreamland>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Heat waves'로 기대한 만큼을 들려준다. 얇은 보컬과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그리고 드레이크가 'Hotline bling'을 부르던 2010년대 중반 힙합 스타일의 비트. 앨범은 이 키워드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덴젤 커리의 랩으로 분위기를 뒤집는 'Tokyo drifting'이나 긴장감을 품은 리듬의 'Your love (Déjà vu)'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동어 반복에 가까워 러닝 타임 끝까지 집중하기 어렵다.
방점은 디스코그래피에서 처음으로 개인적인 내용을 다룬 가사에 찍혀 있다. 프론트맨 데이브 베일리는 유년기의 상징을 열거하는 'Dreamland'로 문을 열며 모두가 추억에 잠겼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정신을 담아낸다. 한편, 'Space ghost coast to coast'에서는 동명의 TV 애니메이션과 게임 목록에 학생 시절 겪은 총기난사 미수 사건을 병렬적으로 배치해 무조건적인 향수를 견제한다. 과거를 낭만적으로만 인식하는 복고 예찬 시대를 향한 날카로운 한방이다.
앨범은 점차 무거워져 어릴 적 친구 어머니의 가정 폭력 피해를 노래하는 'Domestic bliss'까지 도달한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하는 이별 노래 'Heat waves'는 얼핏 뜬금없어 보이나 가사 뒤편에 위치한, 세상을 떠난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벼랑 끝에 놓였던 감정을 지하까지 끌고 간다. 친구의 생일인 6월마다 그를 생각한다는 후렴은 지난날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결국 현실의 고통에 대한 반작용임을 시사한다.
가벼운 드라이브용 앨범처럼 들리지만 가사가 깊고, 텍스트에 몰입하기에는 음악이 단조로워 목적지가 불분명하다. 역동적이던 전작 <How To Be A Human Being>에 비하면 확실히 밋밋한 작품이다. 그래도 밴드의 미래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보너스 트랙으로 추가된 활기 넘치는 싱글 'I don't wanna talk (I just wanna dance)'처럼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탈피할 때 펼칠 잠재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성찰과 재정비의 시기에 대중의 선택을 받았으니 남은 것은 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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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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