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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하고, '경영'에서 일의 품격을 깨닫다

『리더의 시, 리더의 격』 고두현, 황태인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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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시, 리더의 격』은 인생에서 꼭 한번쯤은 점검해봐야 하는 격려, 역경, 치유, 교감, 성찰, 해학 등을 비롯한 29가지 키워드를 모아, 시인 저널리스트와 현직 경영자인 두 저자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인문 경영 에세이이자 시를 통해 배우는 인생 수업이다. (2022.12.12)

(왼쪽부터) 고두현, 황태인 저자

『리더의 시, 리더의 격』은 인생에서 꼭 한번쯤은 점검해봐야 하는 격려, 역경, 치유, 교감, 성찰, 해학 등을 비롯한 29가지 키워드를 모아, 시인 저널리스트와 현직 경영자인 두 저자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인문 경영 에세이이자 시를 통해 배우는 인생 수업이다. 시에 자기 계발적 요소를 결합해, '비즈니스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경영자들과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왔던 고두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수만 명의 구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시를 엄선하여 그에 얽힌 스토리와 창의적인 단상들을 담아 이메일 편지로 풀어냈고, 수십 년 동안 여러 회사의 CEO를 역임하면서도 끊임없이 정진하는 경영자 모임을 이끌어온 황태인 '토브넷' 회장이 현업에서 배우고 느끼고 깨달은 인생 성찰과 경영 노하우를 모아 화답하듯 이 시대 수많은 리더들과 직장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가님 두 분,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두현 : 시인이며,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입니다.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죠. 시와 경영의 의미를 접목한 『시 읽는 CEO』로 기업에 인문학 열풍을 불러일으킨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중·고교 교과서에도 시와 산문이 실려 있습니다. 시집 『늦게 온 소포』『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달의 뒷면을 보다』『남해, 바다를 걷다』를 비롯해서 시산문집 『옛시 읽는 CEO』『마흔에 읽는 시』『마음필사』, 독서 경영서 『경영의 품격』『생각의 품격』『교양의 품격』『나무 심는 CEO』 등을 펴냈고,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황태인 : 저는 토브넷과 루츠템이라는 기업의 회장으로 벤처 경영인이며 동양시스템즈 대표를 지냈습니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석사 학위, 로드아일랜드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 AT&T 벨 연구소 책임 연구원으로 차세대 이동 통신을 연구 개발하던 중 귀국하여 쌍용정보통신 상무, 동원시스템즈 전무, 에어미디어 대표, 딜로이트컨설팅 고문을 역임했고요. 대한민국의 공군장교로 복무했으며, 공군사관학교 전자공학과 교관으로서 사관생도들의 애국심과 투철한 사명감을 보고 느꼈습니다. 공부하는 경영자 모임인 '21CEF'를 창립해 20여 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한경에세이 필자이자 국방전우신문 논설위원, 대한적십자사 시니어클럽(RCS)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인이신 고두현 작가님과 경영인이신 황태인 작가님께서 만나 책을 쓰신 것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어떤 계기로 이번 책을 함께 쓰셨나요?

고두현 : 2년 전부터 매주 금요일에 뉴스레터 '한경 시 읽는 CEO-고두현의 아침 시편'을 이메일로 발송했어요. 그 편지를 받고 답장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그중 특별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오랜 경륜을 지닌 기업가이자 회사를 몇 개나 설립한 창업가였지요. 지식과 경험의 폭은 넓고 생각은 아주 젊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미국 AT&T벨연구소 출신으로 동양시스템즈 대표를 지내고 벤처기업들을 창업한 토브넷 회장입니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회원이기도 하죠. 둘이 주고받은 편지가 책이 됐지요.

황태인 : 저는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고두현 시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께서 금요일마다 '아침 시편'을 보내주셨습니다. 시 한 편과 거기에 얽힌 사연을 담은 이메일 편지였지요. 그 편지를 받고 답장을 보내는 과정에서 좋은 인연이 되었지요. 처음에는 각자 자기 얘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치 각기 다른 밭에서 같은 색깔의 꽃망울을 피워 올리는 농부들처럼 말이지요. 둘의 교감은 공감과 감동으로 이어졌고, 그 결실이 바로 이 책입니다.

『리더의 시, 리더의 격』는 감성적인 시와 함께 인생 성찰과 경영 노하우를 찾을 수 있는 책인데요. 보다 탁월한 리더가 되기 위해 인문학을 가까이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고두현 : 시인과 경영자는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둘 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지요. 시인이 하늘의 별을 우러러보면 경영자는 발밑의 땅을 고르고 이랑을 돋웁니다. 이럴 때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수가 동시에 빛나지요. 

시인의 영감과 같이 경영자의 감각을 확장시키는 매개는 '정신의 촉(觸)'입니다. '마케팅의 신'으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가 『마켓 3.0』에서 "기업이 영성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경영자야말로 시인의 영감을 섬세하게 포착해서 영혼이 담긴 브랜드와 제품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는 도서관에 들어갈 때 구두를 벗어들 정도로 시를 숭배했습니다. '신용 카드의 아버지' 디 호크가 비자를 창업할 때 영감을 얻은 건 페르시아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 『루바이야트』였지요.

황태인 : 탁월한 리더는 CEO를 비롯해 늘 휴머니티를 탐구하고 그것을 소통하는 사람입니다. CEO는 시장과 고객 속에 내재되어 있는 상식적이고 보편화된 철학과 가치를 찾게 되지요. 그래서 CEO의 언어는 시어(詩語)처럼 간결해야 하며, 우리 사회의 격을 바로 세우고, 진정 어린 소통과 교감을 통해 삶의 정체성을 되짚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기업의 경제적 성과를 더 큰 사회적 가치로 키워낼 수 있는 사람이 탁월한 리더의 첫 출발이라 생각합니다.

시인의 눈과 경영인의 눈으로 통찰하신 29개의 키워드 중 가장 기억에 남으셨던 키워드나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을까요?

고두현 : 맨 처음에 나오는 함민복 시 '우표'와 그 속에 나오는 우편 배달부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을 꼽을 수 있습니다. '격려'가 라틴어로 '심장을 내어준다'는 뜻이라는 걸 새삼 일깨워준 얘기죠. 이 사연을 접한 황태인 회장께서 "저에게도 따뜻한 격려로 용기를 북돋워준 분들이 있습니다"라며 재수할 때 만났던 '세상의 은인'을 비롯해 세 분의 '귀인' 얘기를 찬찬히 들려주더군요. 또, 마취과 의사인 김기준 시인의 시 '비누 두 장'에 얽힌 사연도 가슴 뭉클합니다. 제왕절개 수술 때 진정제 없이 척추 마취만으로 고통을 견뎌야 하는 산모를 안심시키며 끝까지 손을 꼭 잡아 준 의사, 몇 달 뒤 모유로 만든 비누 두 장을 들고 찾아온 산모의 표정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목계(木鷄)의 지혜'와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등의 교훈도 잊지 못할 겁니다.

황태인 : 키워드 '격려'에서 언급한 함민복 시인의 <우표>를 통해 내 인생의 귀인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 인연을 잘 유지 발전시켜 내 인생이 성공적으로 순탄하게 올 수 있었던 것은 지금도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키워드 '뿌리'에서 언급한 정호승 시인의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를 보며 저는 근원적인 뿌리인 애국심을 떠올렸지요. 공군 사관 학교 교관 시절 사관생도들의 투철한 사명감을 몸소 느꼈듯이, 얼마 전 추락의 순간까지 민가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전투 조종사들의 애국심을 가슴으로 기리고 싶어 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작가님 두 분께서는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고민의 순간에 어떤 시를 떠올리시나요? 

고두현 : 문제가 복잡할수록 정공법을 택하는 게 좋겠지요? 저는 주변이 혼란스럽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마다 근본을 돌아봅니다. 문제 해결책도 거기에서 발견하곤 하지요. 가끔은 "적을 잡으려면 왕을 먼저 잡아라"고 강조한 두보의 시 '전장에 나아가며(前出塞·6)'를 떠올리곤 합니다. 이른바 '금적금왕(擒賊擒王,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아라)'은 병법 삼십육계의 공전계(攻戰計) 제18계에도 등장하지요. 애꿎은 병사와 백성의 목숨을 살리고 전쟁의 피해를 줄이자는 뜻이기도 한데, 이 일화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황태인 : 저는 만해 한용운 시인의 <춘주(春晝>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얻습니다. 좌우명인 '매사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낙관적으로 보자'라는 모토로 한 발짝 물러서서 성찰하며,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해결하는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돌아보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한 해를 의미 있게 정리하고 앞으로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고두현 :  작든 크든 조직과 단체를 이끄는 모든 리더에게 꼭 필요한 통찰의 문이 곧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일 텐데요, 이게 곧 사람의 격, 인격과 품격을 결정하기도 하잖아요? 품격을 뜻하는 '품(品)'에는 '입 구(口)'가 세 개나 있습니다. 평생 주고받는 말과 평판이 쌓여 그 사람의 인격을 이룬다는 뜻이죠. '격(格)'은 나무(木)가 각각(各) 똑바로 자라도록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서양의 격(dignity)도 '여러 사람을 위한 명예로운 가치'를 가리킵니다. 그러고 보니 시(詩)와 품(品)과 격(格)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입(口)이군요. 언어(言語)라는 단어에도 입(口)이 세 개 들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가 "품격과 지혜(시)는 세상의 모든 부를 뛰어넘는다"고 말한 것 역시 이런 원리에서 나왔지요. 시가 언어 지능과 감성 지능을 동시에 높여주니까 이 또한 우리를 풍요롭고 지혜롭게 만들어줍니다.

황태인 : 책에도 히말라야에 사는 '한고조'라는 새의 이야기를 했는데요. 밤이 되어 암컷 새가 춥다고 하자, 수컷 새는 날이 밝으면 집을 지어주겠다고 약속을 하죠. 그런데 아침이 되어 따뜻해지면 까맣게 잊은 채 지내다가 결국엔 끝내 집을 짓지 못했다는 일화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를 교훈 삼아 한 해를 마무리할 때 후회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또한,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인간이 불행한 것은 자기가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를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되새겨보면 어떨까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즐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살다 보면, 새해에는 밝은 기운이 밀려와 우리의 삶을 밝게 해줄 것이라 봅니다.

끝으로 '오늘이 두렵고 내일이 불안한' 많은 직장인 및 리더 분들께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고두현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불안'이라는 병은 우리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약이기도 하지요. 글을 쓸 때마다 늘 첫 문장이 두렵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 덕분에 더 오래 생각하고 깊이 고민한 끝에 절묘한 문장을 만나게 되지요. 소동파의 시구 '그대가 평생 한 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 황주이고 혜주이고 담주라고 하겠네'라는 구절을 떠올리며 힘을 냅니다. 이들 '3주(州)'의 공통점은 소동파가 온갖 고생을 다한 유배지라는 것입니다. 소동파의 인생에서 이 유배 시절이 없었다면 위대한 시와 글, 남다른 성찰과 결실이 나올 수 없었겠지요. 그 시절은 고통스러웠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그를 키우고 완성시킨 자양분이 되어준 곳이 바로 이들 '3주'였던 것입니다.

황태인 : 지나간 일에 미련이나 원망을 두기보다 남아 있는 삶에 집중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주위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며 정성을 기울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처한 상황이 어렵더라도 우리 마음이 그곳에 머물지 않도록 유머와 재치로 극복하면서 우리의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고두현

시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와 경영의 의미를 접목한 베스트셀러 『시 읽는 CEO』로 기업에 인문학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중·고교 교과서에 시와 산문이 수록돼 있다.


*황태인


토브넷/루츠템 회장. 전 동양시스템즈 대표.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석사 학위, 로드아일랜드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AT&T 벨 연구소 책임 연구원을 비롯해 쌍용정보통신 상무, 동원시스템즈 전무, 에어미디어 대표, 딜로이트컨설팅 고문, 공군 사관 학교 전자공학과 교관을 역임했다. 공부하는 경영자 모임인 '21CEF'를 창립해 20여 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한경에세이 필자이자 국방전우신문 논설위원, 대한적십자사 시니어클럽(RCS)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리더의 시, 리더의 격
리더의 시, 리더의 격
고두현,황태인 공저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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