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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베더(Eddie Vedder), 근사한 복고, 근사한 복귀
에디 베더(Eddie Vedder), <Earthling>
여러 장르를 아우르되 록의 중심이 단단하다. 명확한 기타 리프와 하나의 인장이 된 허스키 목소리는 곡에 선명성을 부여했고 백화점식 구성에 설득력을 제시했다. (2022.03.08)
1990년대는 미국 헤비메탈의 화려했던 시절의 종말을 고했고 얼마 후 얼터너티브 록 열풍이 불었다. 너바나와 사운드가든 등의 활약으로 '록의 대안'이 된 그런지는 시애틀 사운드이라고도 불리며 1990년대를 상징하는 장르 키워드가 되었다. 데뷔작 <Ten>으로 그런지 록의 방점을 찍은 시애틀 출신 밴드 펄 잼은 30년 현역의 진행형 전설이며 그 중심에 보컬 겸 기타 에디 베더가 있다.
비교적 주기적으로 정규작을 발표한 펄 잼이기에 베더의 솔로 활동은 간헐적이었다. 작년에 나온 OST 앨범 <Flag Day> 사운드트랙을 제하면 2007년 작 <Into The Wild>와 2011년 작 <Ukulele Songs>에 이은 3번째 앨범이고 나무로 만든 양 어쿠스틱 했던 두 작품에 비해 신보는 다양한 음악색으로 그간의 경력을 망라했다. 카밀라 카베요, 포스트 말론과 작업했던 1990년생 프로듀서 앤드루 와트는 과거 지향적인 음악에 젊은 감각을 심었다.
여러 장르를 아우르되 록의 중심이 단단하다. 명확한 기타 리프와 하나의 인장이 된 허스키 목소리는 곡에 선명성을 부여했고 백화점식 구성에 설득력을 제시했다. 과거 여행하듯 육십여 년의 타임라인을 가로지르며 '록의 사가'를 써 내려갔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스타일의 하트랜드 록 'The dark'를 지나 탐 페티의 애상을 품은 'Long way'에 도달하는 식이다.
앨범 안에서 챕터를 나눠 부분적 일관성을 뒀다. 오지 오스본이 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 ARP-2600을 사용한 'Invincible'과 사이키델릭한 'On my way'로 1970년대 록의 작가주의를 함축했고 엘튼 존의 리드미컬한 피아노 연주를 담은 'Picture'가 초기 로큰롤의 향수를 소환했다. 'Good and evil'과 'Rose of Jericho'는 펄 잼 시절의 거침없는 하드록을 복기하며 자신들도 역사의 일부분임을 드러냈다.
조시 클링호퍼와 채드 스미스의 이름이 눈에 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 몸담았던, 담고 있는 두 사람이 기타와 드럼을 책임졌다. 클링호퍼는 재작년에 나온 펄 잼의 17번째 정규 앨범 <Gigaton>의 투어 활동에 참여한 인연이고 스미스는 베더의 오랜 친구다. 이들은 RHCP의 색채를 거두고 탄탄한 연주로 베더와 와트를 지원했다.
과거 두 장의 정규 앨범이 여유로웠다면 <Earthling>은 그간의 커리어를 결산하듯 진중하다.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베테랑 로커는 미국 록의 유산을 바탕 삼아 거대한 록 여행을 생성했다. 앨리스 인 체인스의 레인 스테일리와 커트 코베인이 요절하고, 사운드 가든의 크리스 코넬마저 세상을 떠난 지금 그런지 록의 마지막 영웅은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강력한 결과물로 건재함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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