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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둘째 주 이주의 싱글 – 수지, 바다, 게일

이주의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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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떨한 충격이다. 복귀까지 걸린 시간만큼이나 보컬의 톤도, 감정의 깊이도, 그리고 음악의 방향과 색 모두 확연히 바뀌었다. (2022.03.08)


수지(Suzy) ‘Satellite’

얼떨떨한 충격이다. 복귀까지 걸린 시간만큼이나 보컬의 톤도, 감정의 깊이도, 그리고 음악의 방향과 색 모두 확연히 바뀌었다. 일기예보와 러브홀릭의 리더로 잘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강현민과 최근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큰 화제를 얻은 댄서 모니카와의 삼각 협업을 이룬 곡은 단순 마니아층의 수요나 스타일 변화에 의한 장르적 측면에서의 시도를 넘어, 고정된 틀을 깨려고 하는 예술가의 진지한 욕망에 의의를 두고 있다.

록의 멜로디컬한 접근법에 있어 권위자인 강현민이 사무치듯 울려 퍼지는 슈게이징 사운드와 비좁은 틈새를 신경질적으로 콕콕 파고드는 노이즈를 가져오고, 이에 수지가 음울하면서도 덤덤한 보컬을 조심스럽게 포갠다. 시아의 'Chandelier'를 접했을 때의 충격을 연상케 하며 해방과 갈구를 오가는 모니카의 역동적인 춤 선은 몰입을 배가하고 탁월한 영상미를 낳는다.

비록 청취에 이질감이 없도록 단편적인 표현 수준에 그친 영어 위주의 가사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던 곡의 고점을 쉽게 매듭지은 듯하지만, 복합적인 프로젝트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변신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Faces Of Love> 때부터 탐미와 격상에 학구열을 내비친 수지. 그의 '거듭나기'는 겸손하고 흥미롭게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바다, 엠씨 메타(BAADA, MC Meta) ‘Black velvet feel (Feat. DJ Tiz)’

대중에겐 시나위의 보컬로서 잘 알려진 김바다의 디스코그래피는 단 하나의 범주로 규정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형태의 음악적 갈래로 뻗어있다. 그가 주축이 된 밴드 바다(BAADA) 역시 역마(驛馬)를 타고난 운명이었고, 사이키델릭, 슈게이징의 양분을 섭취해 성장한 그들에게 뉴 메탈이란 새로운 목적지를 제시했다. 동반자는 오랜 시간을 거쳐 국내힙합의 뿌리를 세운 가리온의 엠씨 메타, 현시대를 거스르는 여행을 함께 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세련이란 겉치장을 거둔 자리엔 날 것의 에너지가 남는다. 거칠게 반복되는 기타 리프를 덮는 몽환적 목소리가 곧 터질 서사를 암시하고, 이내 등장하는 엠씨 메타의 쉬지 않는 랩 파트와 디제이티즈의 스크래치가 흐름을 빠르게 촉진한다. 모든 조건을 갖추고 쾌속 질주하는 후반부 하이라이트엔 청각적 쾌감이 가득하다. 분명 진부한 진행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곧은 길을 택한 베테랑들이 만들어낸 묵직한 결과물엔 빈틈이 없다.




게일(Gayle), ‘Abcdefu’

새해의 라이징 스타가 나타났다. 알파벳 순서를 활용한 'Abcdefu'란 발칙한 가사로 전 애인의 모든 것에 '퍽 유'를 날리고(단, 강아지는 제외했다) 쉬운 선율과 직선적인 기타 리프로 2000년대 말 '팝 펑크'를 전면에 내세운 게일. 2004년 출생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생애 첫 메이저 싱글인 이 곡으로 현재 빌보드 싱글 차트 4위에 올랐다.

2021년 발매한 곡이 뒤늦게 역주행한 데는 역시나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의 뜨거운 반응이 한몫했다. 특히 10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무엇보다 '쎄'고,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놓는다. 눈물 닦고 바지춤을 붙잡는 거 없이 '쿨'하게 'Abcdefu' 욕지거리를 퍼붓는 노래인 것. '나와 내 친구들이 전 애인의 집에 방문했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빈티지한 질감의 뮤직비디오 또한 곡의 힙한 매력을 더했다. 시원시원하게 털어놓고 걸리는 것 없이 귀에 감긴다. 어쩌면 이것이 요즘 감성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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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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