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이원재가 알려주는 기본소득의 핵심
『안녕하세요, 기본소득입니다』 이원재 저자 인터뷰
물고기가 사라져가는 강에서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도 써먹을 수 없겠지요. 그런 강에서는 그냥 물고기를 주는 게 답입니다. 그 물고기를 가지고 확보한 여유시간에,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힐 수 있겠지요. (2022.02.16)
인간의 노동은 자동화에 대체되고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된다. 월급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하던 시대는 저물고 플랫폼 등 새로운 노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기본소득입니다』는 일과 소득의 질서가 바뀌는 전환기, 사회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보편적 기본소득제의 모든 것을 가장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LAB2050 대표이자 기본소득 전문가 이원재는 『안녕하세요, 기본소득입니다』에서 기본소득의 핵심 지식부터 궁금했지만 미처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들까지 명쾌하게 알려준다.
보편적 기본소득제는 최근 ‘핫한’ 토론의 대상이자 오해도 비판도 궁금증도 많은 개념이라 접근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쉽고 친절한’ 기본소득 이야기를 쓰게 되셨나요?
정책은 전문가와 기업 및 이해집단 사이에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보편적 기본소득제는 갓 태어난 아기까지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는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모두에게 관련된 정책이니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따지고 보면 모두가 이해관계자인 정책이지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모두가 지지하고 성원해야만 도입될 수 있는 정책이 기본소득제입니다. 기본소득제를 강력하게 지지할 만한 특정한 이해집단은 없습니다. 상식적으로는 관철되기 어려운 정책이지요. 놀랍게도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특별한 이익’이 되지 않는 정책은 추진하기가 참 어렵답니다. 협회도 만들어지고, 조합도 만들어지고, 시위도 일어나고, 국회의원과 정부 부처에 항의 방문도 하고 해야 정책이 도입되기 쉬운데, 모두에게 조금씩 이익이 되는 정책은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지요. 이 벽을 넘어야 기본소득제는 도입 논의가 가능합니다.
모두가 나설 수 있으려면, 모두가 이해하고 토론해야 하겠지요. 이 책의 의미를 거기에도 두고 싶네요.
“물고기 잡는 법을 알아도 잡지 못하는 시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물고기’다”라는 표지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물고기가 사라져가는 강에서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도 써먹을 수 없겠지요. 그런 강에서는 그냥 물고기를 주는 게 답입니다. 그 물고기를 가지고 확보한 여유시간에,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힐 수 있겠지요. 지금 우리는 그런 강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강연과 언론 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하셨는데, 기본소득과 관련하여 특별히 기억에 남는 질문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KBS명견만리>에 출연해 강연했을 때, 교복을 입은 한 고등학생이 질문했어요.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막노동처럼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아무도 안 하려고 할 텐데 괜찮을까요?” 제가 기본소득이 있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 보람 있는 일을 찾아 나설 수 있다고 이야기한 데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으려 하는 궂은일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더 많은 보상을 해드리도록 하면 됩니다. 그리고 정말 위험해서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은 어떻게든 자동화해 없애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생계가 어려운 분들에게 돈 때문에 하도록 떠밀면 안 됩니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이나 농민기본소득처럼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책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도 기본소득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보편적 기본소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기본소득의 특성을 일부 갖춘 부분 기본소득이나 범주형 기본소득에 해당됩니다. 이런 제도는 그 자체로 보편적 기본소득제는 아니지만, 일종의 정책 실험 역할을 합니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기본소득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오해가 많습니다. 가장 흔히 하는 질문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본소득이 미래세대에 빚을 지우지 않느냐는 질문이 가장 많습니다. 국채발행을 해서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미래세대가 갚아야 한다는 취지인데요. 기본소득은 주로 조세를 통해 지급하도록 제안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아니라 어떤 정부 사업을 하더라도, 조세를 활용한다면 빚이 늘지는 않겠지요. 이런 메커니즘을 정확히 생각하지 않으면 국가 재정이 커질수록 무조건 빚이 늘어난다는 오해를 하게 됩니다.
작가님은 기본소득이 생긴다면 어떻게 쓰고 싶으신가요?
저는 기본소득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지요. 제게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넓고 깊은 글을 읽고 쓰는 데 그 시간을 할애하고 싶습니다. 요즘 코딩을 배워 데이터 분석을 시작했는데요.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여 더 정확한 자료를 만들어 글의 근거로 쓰고 싶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의사결정을 할 때도, 좀 더 친절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을 진행시켜 보고 싶어요. 문제는 정말 시간이네요.
일과 소득의 질서가 바뀌는 전환기,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정책 변화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단체나 정책싱크탱크, 또는 정당이 하는 활동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죠. 생각보다 제도와 정책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이 큽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사람이 정책에 끼칠 수 있는 영향도 큽니다.
*이원재 LAB2050의 대표이자 경제평론가다. 연구, 칼럼, 방송, 강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비전을 설파하고 있다. 〈한겨레〉 경제부 기자로 일하던 중 유학을 떠나 미국 MIT 슬론스쿨 MBA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에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세우겠다는 꿈을 안고 귀국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했고, 한겨레경제연구소를 설립해 5년 반 동안 소장을 지냈다. 이후 희망제작소 소장, 여시재 기획이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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