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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하, 늘 발전하는 보컬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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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형 보컬'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연구하고 발전하려고 해요. 제 가창을 완성형으로 간주하고 연구를 멈추면 시간이 쇠퇴하게 됩니다. (2022.01.14)

새해 벽두에 만난 정동하는 그가 경연 프로그램에서 펼친 다채로운 퍼포먼스만큼이나 유연했다.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서 승승장구하며 자신을 각인했지만 솔로 명의로 발표한 곡들의 존재감이 옅었던 게 사실. 그러던 그가 경사를 맞았다. 작년 1월께 발표한 싱글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가 서서히 인기를 높이더니 어느덧 노래방 애창곡이 된 것이다. '이 곡을 통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채웠다.'라고 말하는 그는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진행형 보컬'이라고 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대응해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꾸어가고 있다는 설명. 팬데믹의 기간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음악적 성숙을 이뤄냈다는 그는 록커의 정체성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솔로 경력 10년 차에 접어든 정동하는 '부활의 보컬' 다섯 글자가 주는 무게감 혹은 책무감에서 자유로워 보였다.



만나서 반갑다. 근황은 어떠한가?

코로나로 인해 평년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수 소향과 공연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원래는 KBS2의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 에 자주 출연했지만, 경연 가수의 이미지가 강해지는 것 같아 요즘엔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2012년 말부터 2013년도까지 고정 출연하다가 그 이후로는 특집 때에만 나갔습니다. (정동하는 우승 트로피 15개를 보유, 2021년 현재까지 <불후의 명곡> 최다 우승자다) 2016년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리 음악 쇼 복면가왕>에 출연해 36대 가왕이 되었죠.

경연 프로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경연 프로그램은 마치 F1 레이스 같았습니다. 500명 소규모 대중에게 노래의 매력을 전달하는 게 목표였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실험을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전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때에는 기량을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그 후로는 이야기, 메시지, 감정선의 전달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노래하게 되더라고요.

부활 활동을 하면서도 점차 가창에 힘을 빼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선생님께서 하셨던 '목소리에 이끼가 낀 가수'라는 표현을 기억합니다. 예전 가요들을 들으며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하듯이 노래하는 것, 힘을 빼고 자기 안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메시지의 훌륭한 전달자로 성숙해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이제 나의 대표곡을 얻었다!”

2021년에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꾸준히 불리는 곡이 탄생했다.

개인적으론 '나름'을 넘어선 '최고'의 성과였습니다. 2005년 7월 데뷔하여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생각이나', '사랑이란 건' 등 부활 곡으로는 종종 언급되었으나 솔로 경력을 대표하는 곡은 없었어요. 그래서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가 더욱 소중합니다.

감동적인 가사와 애절한 음색이 잘 어울린다. 소위 말해 '부르는 맛이 있는' 곡이기도 한데, 가수 입장에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곡자 문성욱이 부활 시절의 '생각이나'를 듣고 음악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훗날 작곡가로 데뷔해 저와 꼭 작업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해요. 그 친구는 꿈을 이룬 셈이죠. 이번 곡에서 '생각이나'의 장점과 감성을 재현하려고 했는데 유튜브 댓글을 보면 대중도 그 의도를 파악하셨더라고요. 히트곡을 향한 갈망, 좋은 음악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픈 열망이 결합해 좋은 시너지를 낳았습니다. 일종의 노래방 도전 곡처럼 된 것도 성공 요인입니다. 부르기에 너무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쉬운 곡도 아니라 많은 분께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정동하에겐 여전히 록커의 이미지가 강하다.

저는 록커의 정체성, 록 음악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은 크게 없어요. 제 음악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이 상태가 그냥 좋을 뿐입니다. 틀에 갇히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 흘러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떠한 길이 생기더라고요.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가수들이 특히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따지고 보면 가수는 백수와 한 끗 차입니다. 시간이 생긴 김에 대학교 학사 졸업을 하고 대학원 한 학기를 마쳤습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는 생각에서요. 그간 바빠서 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둘 채워가는 중입니다. 레이싱도 작년에 단 두 번 나갔지만,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발전이 있었나?

그간 무대 위에서 노래하기에 바빴지 제 음악을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여태까지 발표한 앨범들과 직접 무대 연출을 맡았던 <불후의 명곡>을 점검하며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에는 흉성의 구사 빈도가 높았다면, 지금은 비강을 많이 사용하는구나.'라는 식으로 변화 과정이 짚어가며 가창의 이해도를 높인 것 같습니다.



“힘을 빼고 말하듯 노래하며 시대에 맞춰가고 있다!”

정동하 보컬의 핵심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다른 가수들과의 차별점은?

'진행형 보컬'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연구하고 발전하려고 해요. 제 가창을 완성형으로 간주하고 연구를 멈추면 시간이 쇠퇴하게 됩니다. 시대마다 음악이 변하잖아요. 옛날 노래를 주로 트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과거 음악이 시대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음향 장비와 연주, 편곡 스타일, 악기 상태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당대의 숨결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 속 연기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처럼 노래에서도 과한 기교의 사용이 어색해진 느낌이에요. 힘을 빼고 말하듯 노래하는 표현법으로 시대에 부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부족한 면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려야겠죠.

보컬 녹음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가?

오늘 녹음을 만약에 두 개 한다고 가정하면 곡의 색깔에 따라 다른 분위기의 가창이 나옵니다. 녹음 전에 엄밀하게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순간의 감성이 곡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지 자문하거나 보컬 디렉터들에게 질문합니다. 벌스 구간에서 분위기가 잡히고 어느 정도 의견 합치가 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거죠.

'진행형'이라는 얘기는 결국 그 시대의 감성과 호흡이 다르기 때문에, 현시대를 더 잘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가 이런 측면에서 호응을 끌어낸 것인가?

가급적 담백하게 부르려고 노력했습니다. 감정의 과잉이 아닌 담담함은 부활 시절 김태원 형님이 추구했던 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진한 보컬을 선호하게 된다면 그 흐름을 따르려고 합니다. 저는 아직도 노래에 제 자신을 맞추는 편이고 그래서 곡마다 스타일이 다릅니다. (수줍게 웃으며) 아무래도 저는 <히든 싱어>에 나가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동하의 대표적인 강점은 라이브 실력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에 가슴이 뛰는지에 대해서요. 그런데 저는 싱글과 앨범 녹음을 지속해서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무대 자체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평소 다른 뮤지션 콘서트에 초청받아 가면 객석에서 손뼉 치는 것도 어색한 사람인데 제 무대가 되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그 순간에 빠져들게 됩니다.


“무조건 많은 무대에 서고자 한다!”

최근 꽂힌 곡은 무엇이 있는가?

사실 요즘 음악을 많이 듣지는 못했습니다. 학구파처럼 음악을 찾아 듣지는 않지만,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 한번 들으면 잘 잊지 않고, 그렇게 기억해 둔 음악을 편곡에 활용하곤 합니다. <불후의 명곡>에서 부른 '거위의 꿈'에서 'Over the rainbow'를 삽입한 게 그 예입니다.

최근에는 위켄드의 'Blinding lights'를 좋게 들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커버했습니다. 예전에는 1980년대 드럼 머신 사운드의 인위성을 싫어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감성이 된 것 같아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위켄드의 강점은 역시나 좋은 송 라이팅일 것이다.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도 곡 자체가 좋다. 성공 가도를 위한 키포인트는 역시나 '좋은 곡과 만남'이 아닐까 한다.

그 의견에 공감합니다. 작년 10월에 나온 '너의 모습'이 소소하게 사랑받고 있고 바로 지난주에 네이버 웹툰 <금혼령>의 OST인 '사랑과 이별 사이'를 발표했습니다. 전주가 긴 것을 비롯해서 여러모로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와 비슷한 결을 가진 곡이에요.



새해 첫 인터뷰인데 올해 계획을 묻고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유가 생긴다면 그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만 한 해 계획은 8년째 동일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무대에 서서 관객 여러분들을 만나는 거예요. 무대가 되었든 유튜브던 팬들과 만날 수 있다면 가리지 않고 찾아가는 게 목표입니다.

오늘날 정동하를 만든 정동하를 만든 곡, 앨범 혹은 가수를 알려달라.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어릴 때부터 소리에 예민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종종 음정이 불안한 보컬 곡보다는 연주곡을 선호했습니다. 그러나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듣고 그런 생각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악기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음악을 시작하게 만들었던 앨범은 퀸의 <Greatest Hits>입니다. 'Bohemian rhapsody', 'Bicycle race'의 하모니에 감탄했습니다. 학창 시절 하모니 혹은 팀워크를 이룰 무언가를 찾고 있었고 그러다 발견한 게 밴드부였습니다. 처음에는 키보디스트로 들어갔지만 남자 학교에 건반 주자가 워낙 희귀해서 주목도가 높아지더라고요. 그걸 피하려고 오디션을 봤는데 어쩌다 보니 붙어서 보컬을 하게 되었습니다. 밴드부 보컬을 하면서 음악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게 퀸의 앨범입니다.

닮고 싶은 보컬리스트로서는 임재범 선배를 꼽고 싶습니다. 진성과 가성의 경계에 있는 '반가성'을 그분처럼 유연하게 쓰는 분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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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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