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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가 아닌, 오래 하는 공부의 비결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심혜경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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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음 먹었을 때 ‘가볍게’ 시작합니다. 그래야 내가 그만두더라도 덜 스트레스 받고, 또 의외의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기쁨이 두 배가 되더라고요. (2022.01.13)


김혼비, 하정, 최예선 등 젊은 작가들의 ‘왕언니’이자 ‘삶의 롤모델’로 꼽히는 작가, 심혜경.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 육아 퇴근이 가능해지면서 그녀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53세에. 그녀의 목표는 ‘열심히’가 아니라 ‘오래오래’하는 공부. 하기 싫으면 ‘엉덩이 힘’으로 버티기가 아니라 ‘잘 그만두는 법’을 선택해버린다. 그녀의 이 가벼운 공부 태도를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에 담았다. 그런데 웬걸. 어쩌면 실패한 공부의 집대성에 가까울 수도 있는 이 책을 사람들이 좋아한다. 게다가 동기부여가 된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사람들은 작가의 어떤 점에 이끌렸을까?



퇴근 후 생긴 자유시간, 다시 학교 가기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공자가 논어에서 “하늘의 뜻을 알았다(지천명/知天命)”라고 했던 나이인 50세가 되던 해, 10년 후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정년퇴직까지 딱 10년이 남아 있었거든요. 그 이후의 삶을 건강하고 건전하게 맞이하려면 일단 뭔가를 해야 ‘뭐라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서관에서 독서치료 업무를 진행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한 심리학 공부를 위해 우선 대학원에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는 아직 둘째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어서 퇴근 후의 시간을 온전히 공부에 할애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리고 공부를 놓은 지 오래되었으니 워밍업이 필요할 것 같아 대학원 진학의 전초전을 치르는 기분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을 했습니다.

다시 시작한 캠퍼스 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2년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엄마인 내가 저녁 시간을 밖에서 보내도 가정생활과 아이의 교육에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음 해에 바로 대학원에 입학해서 상담교육을 전공했어요.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로부터 30여 년이 지나 다시 찾은 모교의 캠퍼스에서 강의를 듣는 일은 너무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20대를 보낸 학교의 강의실에 50대가 되어 돌아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들뜨기도 했고, 새로운 일을 한다는 느낌이 좋아서 강의를 신나게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학교생활을 무척 즐기다 보니 ‘학구파’가 아니라 ‘학교파’로 거듭나게 되었네요. 이때부터 무엇을 공부한다고 마음먹으면 방송대에 해당 교육과정은 없는지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결국 방송대 학위만 4개 생겼네요. 하하.

학위가 4개나 있으시다고요?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에서 가볍게 하는 공부의 매력을 말씀하셨는데, 약간 배신감이 드는데요.

사실 누가 보면 가성비 없는 공부라고 할 수 있어요. 언어 하나 공부하겠다고 학교를 2년씩이나 다니니……. 그렇다고 시간과 돈을 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제가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이런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는지 새삼 깨달을 때가 많은데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은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절대적인 공부 성공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없으니까요.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라는 제목이 인상적이었다는 사람이 많아요. 작가님에게 카페는 어떤 공간인가요?

40여 년 전 대학생일 때부터 카페는 즐겨 찾는 공간이었어요. 아, 그때는 카페가 아니라 다방이었네요. 시험 전날 벼락치기할 때 다방에서 공부를 하면 어찌나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지……(웃음). 무라카미 하루키는 삶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 자기 관리의 기본이라고 했는데,  작업의 속도를 내고 싶을 때 카페를 찾는 것이 제 삶의 규칙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카페에서의 ‘내 모습’을 보면 자기관리가 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카페 말고도 또 다른 공부 비결은 없을까요?   

이걸 비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재미있어 보이면 일단 시작합니다. 가볍게요! 중국에 정성을 들여 나무를 심어도 꽃이 피지 않을 수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버린 버드나무 가지에서 울창한 숲이 피어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중국 어린이들의 필독서 『증광현문 (增廣賢文)』에 수록된 이야기).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예측한 대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 저는 마음 먹었을 때 ‘가볍게’ 시작합니다. 그래야 내가 그만두더라도 덜 스트레스 받고, 또 의외의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기쁨이 두 배가 되더라고요.

그렇다면 가볍게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공부는 무엇일까요?

학교를 다녔을 때 가장 좋아했던 과목도 좋지만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던 과목이 어떨까요? 너무도 어려워서 또는 하기 싫어서 중간에 포기했던 과목도 좋고요. 저의 경우에는 점수가 잘 안 나와서 중·고등학교 때 수학과의 ‘관계 맺기’에 실패를 했습니다. 그래서 수학을 떠올릴 때면 ‘좀 더 관심을 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요즘 다시 『수학의 정석』을 풀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를 읽고, 대안연구공동체의 최근 프로그램을 살펴보던 지인이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강의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제보를 해줬거든요. 강의가 이미 진행 중이어서 앞부분은 놓쳤지만 지난 주부터 ‘수식의 연산’ 부분을 배우고 있어요. 전체 강의를 완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2022년에 들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새로운 물결이 밀려드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을 대신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에 나오는 이야기를 가져와 마무리하겠습니다. 

“많이 배울수록 새로운 정보를 쉽게 흡수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 배운다는 건 이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배움은 최고의 특권이 아닐까.”




*심혜경

매일매일 공부하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꾸는 공부 생활자. 지루한 시간을 덜어내려고 인생에 끌어들였던 공부가 어느새 취미가 되어버렸다. 목표도, 결과도 중요하지 않다. 느긋하게 지속하는 공부의 과정을 좋아할 뿐. 27년 동안 정독도서관과 남산도서관 등 서울시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도서관과 책에서 얻은 독서 지식으로 인생의 경험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책과 영화를 대할 때는 대범하지만,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할 때는 소심해지는 번역가이기도 하다. 우리말 책이 나오지 않은 원서들을 읽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직업으로서의 번역가 생활이 어느덧 12년을 넘겼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심혜경 저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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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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