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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앨범으로 음악 들어? : WOODZ 'ONLY LOVERS LEFT'

21세기 앨범의 가치, WOODZ(조승연)의 세 번째 미니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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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Z (조승연)의 세 번째 미니 앨범 <ONLY LOVERS LEFT>는 그렇게 앨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케이팝 세계에서 나타난 또 한 장의 좋은 앨범이다. (2021.10.13)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음악을 듣는다’고 하면 앨범을 떠올리는 이가 (아직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앨범은 대중음악의 시작부터 함께한 개념은 아니다. 기술이 발달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물리적 저장매체의 숙명은, 한 면에 한 곡을 겨우 담을 수 있는 시대에서 평균 75분가량의 음악을 한 장의 광디스크에 담을 수 있게 되기까지 부단한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다. 애초에 노래 한 곡이 들어 있는 음반 여러 장을 사진첩 형태로 모았다고 해서 ‘앨범’이라 불리기 시작한 이 음악 저장 수단은, 이제 단순히 형태를 지칭하는 것만이 아닌 그렇게 모인 음악을 누가, 어떻게, 왜 모았는지를 청자에게 납득시키는 것까지를 목적으로 한다. 전 세계 각종 ‘명반’ 리스트에 오르는 앨범들은 수록곡 간의 화학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높은 ‘유기성’으로 호평을 받고, 아무 맥락 없이 싱글만 한 바구니에 모은 앨범은 ‘백화점식 구성’이라며 슬쩍 얕잡히기도 한다. 요컨대, 앨범은 오랜 시간 그 자체로 수준 높은 음악을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이자 기준이었다.

최근 몇 년은 그런 앨범의 가치가 점차 약해지는 것을 걱정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 시기였다. 음악 소비의 쟁점이 ‘무엇에’ 저장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듣게 하느냐로 바뀐 사이, 한때 많은 이들이 신처럼 떠받들던 앨범의 가치는 조각조각 쪼개지고 산산이 흩어졌다. 이제는 대세가 된 디지털 싱글과 각종 플레이리스트의 범람 속에서 앨범이란, 아직도 ‘소장’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일부 마니아들이 LP나 테이프, CD 등 자신의 입맛에 맞는 형태로 근근이 소비하는 매체 정도로 자신의 위치를 잡았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즈음에서 발생했다. 포인트는 21세기에 앨범을 굳이 ‘사는’ 사람은 ‘마니아’라는 점이었다. 앨범 앞에서 지갑을 여는 건 특정 콘텐츠에 대한 깊은 사랑과 높은 충성심을 가진 이들뿐이었다. 일반 가수들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울며 겨자 먹기로 하나의 앨범을 두세 개로 나누고, 나아가 매달 발매한 개별 곡들을 일 년 동안 모아 앨범 한 장으로 만드는 사이, 누구보다 탄탄한 마니아, 즉 팬덤을 가진 아이돌 그룹들은 자신의 ‘앨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요계 그 어떤 직군보다 음악적 인정 욕구에 목말라 있는 이들은, 이미 가수임에도 자신들이 진짜 가수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한 가장 쉬운 수단으로 ‘앨범’을 택했다. 지금의 아이돌이라면 타이틀 곡만이 아닌 좋은 수록곡이 많은 앨범에 붙는 ‘수록곡 맛집’이라는 별명은 더 없는 칭찬이며, 10곡 내외의 노래가 담긴 ‘정규 앨범’은 인지도, 음악 어느 면에서건 일정 위치에 오르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음악적으로 바라보는 이가 드물었던 아이돌이, 21세기 앨범이라는 개념을 누구보다 진지하고 또 의미 있게 생각하는 이들이 되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WOODZ (조승연)의 세 번째 미니 앨범 <ONLY LOVERS LEFT>는 그렇게 앨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케이팝 세계에서 나타난 또 한 장의 좋은 앨범이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투표 조작사건 이후 소속 그룹 활동이 불가능해진 그는, 지난해 6월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운 첫 앨범 <EQUAL>로 오랫동안 품어왔던 음악에 대한 고민과 그에 따른 재능을 시원시원하게 펼쳐 놓았다. 네이슨(NATHAN), 콜드(Colde), 펀치넬로(punchnello), 제이미(Jamie) 등 다양한 동료와의 교류 속에서 소울과 힙합, 팝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매력을 보여준 그의 세 번째 앨범이 바로 <ONLY LOVERS LEFT>다. 지난 두 장의 앨범이 짧지 않은 시간 묵혀왔던 WOODZ의 음악적 호기심과 재능을 소개했다면, 이번 앨범에서 돋보이는 건 하나의 주제로 근성 있게 끌어간 앨범의 긴 호흡이다.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ONLY LOVERS LEFT)>의 타이틀을 연상시키는 앨범은, 제목 그대로 사랑이 시작되는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에서 독이 퍼지듯 온몸을 조여오는 이별의 순간까지 사랑이 지나고 간 흔적을 시간순으로 천천히 더듬어간다. 타이틀곡은 이례적으로 앨범 마지막에 위치한 ‘WAITING’인데, 듣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앨범 한 장을 다 듣게 하는 쉽고 색다른 전략이다. 진지한 음악적 고민이나 긴 호흡과는 가장 먼 곳에 있다 여겨진 이들이 색다른 균열을 부지런히 만들어 내고 있다. 균열이 만들어낸 요철이, 울퉁불퉁 꽤 재미있다.



우즈 (WOODZ) - 미니앨범 3집 : ONLY LOVERS LEFT [2종 중 1종 랜덤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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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 등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KBS, TBS, EBS, 네이버 NOW 등의 미디어에서 음악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공감 기획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TBS FM 포크음악 전문방송 <함춘호의 포크송> 메인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한마디로 음악 좋아하고요, 시키는 일 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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