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지구적 관점에서 좋은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02회) 『절멸』,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1.08.26)
불현듯(오은): 지난주에 무거운 소식을 접했죠. 아마 시간이 흘러도 <책읽아웃> 하면 ‘김하나’가 떠오를 것 같고요. 김하나 작가님 덕분에 <책읽아웃>이 지금까지 진행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감사의 마음도 들고, 빨리 뵙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주제는 ‘지구적 관점에서 좋은 책’이에요.
정혜윤, 김한민, 김산하, 이슬아, 정세랑 외 30명 | workroom(워크룸프레스)
‘절멸’이라는 단어는 ‘완전히 소멸함’이라는 뜻이에요. 어떤 가능성이 없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이 책을 쓴 ‘이동시’라는 기획 집단은 기후나 동물, 그리고 생태계 이슈를 다루는 창작 집단인데요. 책에 참여한 35명의 저자 중에는 소설가, 시인, 예술가는 물론 학자도, 활동가도 있습니다. 책을 통해 이들이 바라보는 동물과 지구, 식물에 관한 관점들을 살펴볼 수 있어요. 그 가운데 시라는 장르를 택한 것은 문학 장르에서 시 역시 사라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절멸』은 모든 소멸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주목하는 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가 동물들의 시국 선언이고요. 책을 집필한 작가들이 하나의 동물이 되어, 그 동물의 입을 빌려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컨셉이에요. 2부는 2019년에 저 역시 참여했던 ‘쓰레기와 동물과 시’ 프로그램에 소개된 시들을 실었고요. 3부는 ‘동물당’이라고 해서 동물당의 강령 등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글이 정말 좋았는데요. 정세랑 작가님이 오리가 되어서 글을 쓴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당신들은 더 이상 우리의 깃털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의 겨울이 사라져 가는데도 우리의 털이 뽑히는 게 이상합니다. 겨울을 잃고도 잔인함을 잃지 못하는 당신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라영 작가님은 소의 입장에서, 영화 <기생충>을 보고도 사람들이 찾는 것은 소의 채끝살이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고요.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천산갑과 박쥐가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잖아요. 이 책에는 천산갑의 입장으로 쓴 글도 있고, 박쥐의 입장으로 쓴 글도 있어요. 이 작업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너무나 인간 중심 사회에서 살아왔구나, 생각하게 돼요. 편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희생되어 왔던 우수한 존재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기도 했고요.
사회 전반적으로 동물을 소비하는 게 자연스럽게 행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냥 이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와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저 / 이민아 역 / 박한선 감수 | 디플롯
책의 번역을 이민아 선생님이 하셨는데요. 이민아 선생님은 올리버 색스의 많은 책을 번역 하신 분이에요. 책의 원제는 ‘가장 다정한 자의 생존’으로 번역될 수 있을 텐데요. 한국판 제목이 너무 잘 지어진 것 같아요. 저는 정말로 이 제목 때문에 책을 읽게 됐거든요. 책의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마음을 읽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흔히 적자생존을 당연하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이 책의 두 저자는 진화의 승자는 다정한 자였다는 명제를 밝히고 있어요. 실제로 다윈의 이론에서 적자생존은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이야기라고 하거든요. 다윈은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적었다고 합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3장인데요. 보노보와 침팬지를 비교한 이야기가 나와요. 보노보와 침팬지는 100만 년 전 무렵 공통의 조상에서 나왔는데요. 고릴라보다 사람과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고 합니다. 저자가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던 중 수컷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 네 마리에게 붙잡혀 있는 광경을 목격했대요. 싸움이 너무 심각해서 유혈이 낭자했고요. 그래서 물을 가장 세게 틀어서 싸움을 겨우 막았죠. 그 연구센터가 당시에는 침팬지 우리가 좀 허술했다고 하는데요. 결국 침팬지들을 분리시켜 놓게 되었고요. 공격성이 어떤 대가를 치를 수 있는지 저자가 깨닫게 돼요. 이어 연구를 위해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외곽에 위치한 밀림에 간 저자는 그곳에서 보노보를 만나게 됩니다.
보노보 이야기가 너무 감동스러워요. 보노보 집단에는 수컷 우두머리가 없다고 하고요. 많은 과학자들이 지금까지는 암컷이 보노보 무리의 대장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은 아기 보노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저자가 발견합니다. 아기 보노보가 근처에 있을 때 보노보 성체 수컷들이 먹이를 외면하고 달아나는 모습을 여러 번 본 거죠. 그리고 서열이 높은 수컷 성체도 아기 보노보가 주위에 있을 때는 항상 행동을 조심했대요.
보노보라는 생명체가 자기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데 반성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저자는 친절한 관용을 베풀어야 오래 살아남는다고 이야기하면서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거든요.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는데 보노보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조금 더 낙관의 마음을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네테 크롭베네슈 저/이지윤 역 | 시공사
이 책은 빛공해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책 앞부분에 정의된 내용을 보면 빛공해는 ‘인공적인 빛에 의해서 밤이 밝아지는 현상’을 말해요. 살펴보면 우리는 매력적인 디자인 외관을 위해서, 그러니까 미학적인 이유로 밤에 곳곳에 조명을 밝히잖아요. 그게 예쁘기도 해요. 밤에 궁궐에 비친 조명을 보면 너무 예쁘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 빛 때문에 매년 10억 마리 이상의 새들이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매년 10억 마리의 새가 죽는다는 내용이 20쪽 정도에 나오는데요. 이 부분을 읽고 잠깐 숨이 안 쉬어졌어요.
인간이 주행성이라 주행성 동물이 되게 많을 줄 알았는데 포유류의 3분의 2는 야행성이래요. 밤에도 달이 너무 밝을 때는 안 움직이고, 어두울 때 움직여서 식량을 구하거나 번식 활동을 하도록 진화했는데 인간이 인공적인 빛을 만들었잖아요. 여기 서아시아들쥐로 실험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이 들쥐들은 원래 어두울 때 번식을 하는데 연구팀에서 밤에 이들에게 빛을 비춘 거예요. 그랬더니 인공 조명 때문에 계절을 인식 못하고 더 이상 번식도 못 했어요. 그리고 신진대사 시스템이 겨울에 맞게 바뀌어야 되는데 그 작업이 안 돼서 어느 시점에 결국에는 다 얼어 죽었다고 해요.
그래도 인간의 삶에 야간 조명은 너무 중요하다, 생각할 수 있는데요. 2부에는 빛공해가 인간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 나와요. 핵심은 이거예요. 어두워지면 우리 몸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몸을 휴식 상태로 전환시키거든요. 그런데 블루라이트라고 하죠. 컴퓨터 모니터나 TV, 휴대전화 화면에서 나오는 그 청색광을 보면 멜라토닌 분비가 안 된대요. 잠의 중요성은 <삼천포 책방>에서 단호박 님이 얘기해 주신 적도 있죠.(웃음) 잠은 치료약이에요. 자는 동안 신체가 면역 체계도 정리를 하고요. 몸에서 불필요했던 것들은 배출하는 활동을 하는데 잠이 부족하면 그걸 못하니까 독이 몸에 쌓이고, 염증도 해소가 안 되는 거거든요. 잠을 잘 주무셔야 되고요. 인공 조명을 최소한 잠자기 1시간 전에는 다 꺼야 해요.
지구온난화나 미세플라스틱처럼 당장 어떻게 하기 힘든 것과는 달리 빛 통제는 당장 할 수 있잖아요. 그냥 스위치만 꺼버리면 돼요. 우리가 합의만 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빛공해를 줄일 수 있어요. 지구적 관점에서, 이 책을 같이 읽고 공감대를 넓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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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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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테 크롭베네슈> 저/<이지윤> 역11,200원(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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