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받으면, 맞춤 레시피를 처방합니다
『잘 먹고 싶어서, 요리 편지』하지희 작가 인터뷰
하지희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요리가 마냥 좋아서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요리사의 꿈을 이룬 ‘성덕’ 요리인이다. 모든 사람의 요리하는 시간이 편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레시피 상담을 시작했다. (2021.07.05)
먹방, 쿡방, 먹스타그램 등 온갖 요리 콘텐츠가 유행하는 시대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당장 어제하루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되돌아보자. 염분 가득한 배달 음식, 인스턴트 음식으로 온종일 배를 채우고, 텅 빈 냉장고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지는 않았는지. 건강한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지만, 일상에서 제대로 된 요리 생활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한 끼라도 제대로 해 먹고 싶은 ‘요알못’을 위한 특별한 상담이 있다. 프랑스에서 세컨드 셰프로 일한 경력이 있는 하지희 작가는 요리 고민을 편지로 받아 맞춤 레시피를 처방하는 1:1 우편 레시피 상담을 하고 있다. 『잘 먹고 싶어서, 요리 편지』는 상담을 신청한 요리 초보들의 다양한 사연과 실제 처방한 레시피를 모은 책이다. ‘아침에 바빠서 요리할 시간이 없어요’, ‘계량 단위가 너무 어려워요’, ‘상해서 버리는 식재료가 아까워요’……. 책은 요리 초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연들로 가득하다.
하지희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요리가 마냥 좋아서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요리사의 꿈을 이룬 ‘성덕’ 요리인이다. 모든 사람의 요리하는 시간이 편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레시피 상담을 시작했다.
배달 음식조차 잘 시키기 어려운 작은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꿈을 이룬 ‘성덕’ 요리사가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요리의 어떤 매력에 빠져서 프랑스까지 유학을 결심했나요?
우선 어머니께서 요리를 잘하셨어요. 심심할 때 어머니를 도와 마늘도 빻고 만두도 빚었던 경험들이 ‘요리는 재미있다’라는 인식을 천천히 심어준 것 같아요. 그러다가 프랑스 요리에 관련된 영화나 책들을 접했는데, ‘엄격하고 살벌한 주방 분위기’를 묘사한 부분들에 눈이 갔습니다. 큰소리로 ‘위, 셰프!’라고 외치면서 빠르고 절도 있게 아름다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의 모습에 한눈에 반했습니다. 요리 자체에 대한 탐구심도 분명 컸지만, 살벌한 프랑스 주방에 살아남은 목소리 큰 요리사가 된 제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도 같네요(웃음).
파리의 요리 학교와 현지 레스토랑에서 주로 어떤 요리를 하셨나요? 여러 화려한 유럽식 요리를 섭렵했을 것 같습니다.
요리 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는 전통 프랑스 요리부터 배웠어요. 그러다가 점차 전통적인 방식을 응용한 현대적인 요리를 하나둘 익혔습니다. 레스토랑에서는 생각보다는 프랑스 전통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아시안 스타일을 접목한 요리가 인기가 많아서 각국의 재료나 방식이 다양하게 섞인 실험적인 요리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생활이 길어질수록 이런저런 프랑스 가정식들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에서는 점차 푸근한 가정식을 더 많이 배우고 활용하게 되더라고요. 집집마다 다르게 전해져 내려오는 가정식만의 유연함(어느 풍채 좋은 할머니가 다 괜찮다며 도닥이는 듯한)이 무척 좋았어요.
우편 레시피 상담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메일이나 SNS, 메신저도 있는데,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요즘은 잘 쓰지 않는 ‘편지’라는 수단을 이용한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편지를 좋아해서요(웃음). 프랑스는 아직 메일보다 우편으로 서류나 편지, 카드 등을 자주 주고받는 편이에요. 매일 우편함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살아 있는 곳이죠.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우편 비용이 꽤 비싸서 좀 고민을 하긴 했는데, ‘나만을 위한 요리 편지’니까 꼭 편지라는 모양으로 받는 분의 손에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답장에는 레시피와 이런저런 요리 팁을 손글씨로 쓰고, 그림까지 곁들여 보냈습니다. 다행히 상담을 신청한분들도 이런 아날로그적인 형태를 반가워하더라고요.
먹방, 쿡방 등의 요리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궁금한 레시피도 인터넷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요리 정보들과 비교해 우편 레시피 상담만의 특징을 꼽아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원래 1:1 요리 클래스를 하고 싶었어요. 이왕이면 직접 신청자의 주방에 가서 말이죠. 평소에 요리할 때 언제 불편함을 느끼는지 직접 묻고, 함께 주방 환경을 점검하며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보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이런 1:1 요리 클래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비대면 형태의 요리 편지 상담이 되었어요. 그래서 편지엔 제가 마치 사연자의 주방에 있는 것처럼, 그분이 요리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꼼꼼하게 요리 과정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요리하다가 ‘아, 이 도구는 우리 집에 없는데’, ‘이 재료는 내가 싫어하는 건데’라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믿고 할 수 있는 나만을 위한 레시피’인거죠.
사연자에게 딱 맞는 레시피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요리 실력, 주방 환경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레시피를 처방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나요?
조리 도구와 주방 구조입니다. 맛도 중요하지만 일단 ‘요리하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만큼은 해결해드리고 싶어요. 요리는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이고 생각하니까요. 최대한 사연자가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 재료 손질이나 조리 과정이 까다롭지 않은 요리를 추천하기 위해선 주방 구조와 가진 도구 파악이 생각보다 무척 중요합니다. 전 요리하는 사람의 기분도 하나의 재료로 접시에 담긴다고 봐요. 요리하는 이도 대접받는 이도 즐거운 요리들을 좋아합니다.
상담을 하며 다양한 사연들을 접했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무엇인가요?
고민과 상황을 아주 자세하게 써서 보낸 사연자가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이었는데, 밤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편을 위한 따뜻한 요리를 찾는다고 했죠. 종일 육아하느라 고생했을 사연자를 위해 아주 빠르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오붓하게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요리를 골라드렸어요. 요리할 용기와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주는 ‘상담’을 제대로 했다는 보람을 느끼게 해준 분이어서 기억에 남네요.
요리가 어렵게 느껴져서, 귀찮아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대로 된 요리 습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요리 초보에게 가장 중요한 팁을 한 가지 추천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요리는 쉽고 재밌는 일입니다. 이것만 기억해주세요. 어떤 레시피가 너무 어렵고 자신 없다면, 다른 레시피를 찾아보세요. ‘너무 쉬운데, 하나도 안 멋있어’라는 생각이 드는 요리들을 계속해보세요. 그런 요리들이 모여 후에 나만의 ‘기술’이 됩니다. 자신을 믿어주세요. ‘삶은 감자는 만들 수 있지만 감자 그라탕은 절대 못 만드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삶은 감자도 만들고 감자 그라탕도 만드는’ 미래의 자신을 믿고, ‘하나도 안 멋있는’ 요리를 하나 더 만들어보는 거예요.
*하지희 대한민국 거제에서 프랑스 오베르뉴까지 11번이 넘는 이사를 거치고도 부족해 매일 이사하는 집에 살게 된 사람. 90년대 한국의 공교육을 받았음에도 왼손잡이를 고수한 고집으로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난 사람.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곳에서 며칠이고 지낼 수 있고, 대로변 주차장에서도 편히 잘 수 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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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하지희> 글그림12,6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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