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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비건 특집] 비인간 존재에 마음이 쓰이는 사람들에게

<월간 채널예스> 202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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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들이 살아남아 지구를 꾸려나간다면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하는 당신, 기후 위기와 비인간 존재에 마음이 쓰이는 당신 덕분일 것이다. (2021.06.08)


2020년 퇴사라는 개인적인 계기와 팬데믹이라는 사회적인 계기가 맞물리면서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상의 변화가 펼쳐졌다. 전 세계를 하루 생활권으로 묶어주던 비행이 멈추고, 학교가 멈추고, 많은 업장이 문을 닫았다. 공연과 전시가 취소되고, 온라인 화상회의가 일반화됐으며 5인 이상의 사적인 모임이 금지됐다. 마스크로 반쯤 가린 얼굴이 디폴트가 됐다. 내 일상 역시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집에서 삼시 세끼 밥을 하는 날들이 시작된 것이다. 이 변화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살펴보는 일은 뒤로 미루고, 이 변화에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을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이런 것이다. “인간의 모든 대단하고 중요한 활동을 멈출 수 있다.” 이런 상상은 이전에는 어떤 SF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다. 나는 그 이후로 어떤 ‘거대한 전환’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2020년 말부터 준비해온 잡지를 이제 곧 발간하게 된다. 아마 여러분이 『월간 채널예스』 6월호를 받아보실 무렵, 환경 잡지 『바람과 물』도 서점에 깔리게 될 것이다. 퇴사할 때만 해도 내가 이런 식의 협업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1) 2020년을 코로나와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이 잡지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시민들이 COVID-19 감염병 사태로 인해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실감하게 되었다는 조사가 여러 번 기사화되었다. 나 역시 오래전부터 관심만 갖고 있던 이런 문제에 실제로 개입하게 된 것은 팬데믹 이후의 ‘현타’ 덕분이다. 과학적인 자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충분히 쌓여 있고,2) 이제 그 데이터들을 그래프에서 꺼내 우리의 삶으로, 사회로 들고 나와 실천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잡지의 출발점이 어디여야 할까 하는 것은 최소한 나에게는 분명했다. 최근 몇 년간 비거니즘과 동물권에 대해 뜨겁게 반응하는 청년, 여성들을 수도 없이 만나왔기 때문이다. ‘무해하고자 하는’ 그 마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었다. 공감과 연대, 분노와 슬픔, 부채감과 책임감, 실망과 기대의 마음이 뒤섞인 이 복잡하지만 강렬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돌봄’에 대해 생각해온 나에게는 이 마음이 결국 ‘돌보는 마음’과 같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기후 위기가 미래 세대의 문제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새로운 인간의 감수성, 새로운 생태적 가치관은 이런 ‘마음’에서 시작되리라고 믿는다. 

1800년대 1억 명 정도에 불과했던 인구가 불과 200년 만에 80억 인구가 되어버린 지금, 그리고 그 80억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240억 마리의 가축이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지금, 우리 삶의 방식, 생각하는 방식(계산하는 방식), 느끼는 방식은 유지될 수 없다. 80억 인구뿐 아니라 수백억 동물과 그만큼 많은 식물과 지구상의 모든 존재가 공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회의론자의 사고방식에 현혹될 이유는 없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개인들이기 때문이다. 냉소에 빠져 무기력해지는 것보다는 확실치 않은 희망이라도 붙들고 뭐라도 하는 편이 낫다. 그것이 생명의 작동 원리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또 모든 존재는 또 다른 차원의 진화를 이루어낼지도 모르겠다. 생명들이 살아남아 지구를 꾸려나간다면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하는 당신, 기후 위기와 비인간 존재에 마음이 쓰이는 당신 덕분일 것이다.


1) 잡지의 발행처인 ‘재단법인 여해와함께’(구 크리스챤아카데미)는 오랫동안 환경 이슈를 고민해온 민간단체이다. 2006년부터 5년 동안 이곳에서 500여 명의 시민이 토론에 참여해 만든 ‘민간 주도 헌법안’에는 세계 최초로 ‘생태적 공동체’의 추구가 강령으로 제시되어 있다. 기후 위기 문제라는 시급한 문제 해결을 촉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생태적 감수성으로 소통하며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분들이 모인 곳이다.

2) 극소수의 환경 회의론자라 하더라도 기후 위기 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팩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단체들의 대응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식의 부인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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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희진(환경 잡지 『바람과 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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