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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인생의 시행착오를 몇 시간 만에 얻으려면”

교육인 박신영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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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생의 숱한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2-3시간 만에 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거 같아요. (2021.03.30)


박신영 저자는 대학시절 ‘공모전 상금으로 혼수준비를 다 마친 공모전의 여왕’이라 불리며 상을 휩쓸고 다녔다. 제일기획 입사 후 AP전략그룹에 소속되어 맨땅에 구르며 거칠게 실무 기획 내공을 쌓았다. 그때 기획은 정답 없는 영역이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막막해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끼고 10년 삽질 후 얻은 엑기스를 탈탈 털어 ‘기획의 정석’ 시리즈를 출판했다. 그녀의 책은 삼성, LG, 포스코, CJ, 롯데, 월드비전 등 유수 기업에 기획 교과서로 선정되었고 대학교 교재로도 쓰이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출강 의뢰를 받고 있는 그녀는 현재 기획이 막막한 기막힌 사람들의 학교, ‘기획스쿨’에 소속되어 기획, 제안, 보고, 발표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구와 출강에 집중하고 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20대 초, 문득 ‘내 안이 너무 비어있다’ 생각이 들었어요. 무작정 휴학 후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근처 도서관이 너무 좋아서 옆 고시원에 살며 책만 읽은 적이 있었어요. 그땐 재미보다 뭐라도 채워야할 것 같은 갈증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기획서를 잘 쓰고픈 마음에 무작정 경영 전략 도서를 내리 읽다가, 전략도 중요하지만 심리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심리학 책을 읽다가, 결국 상대방 뇌리에 꽂혀야 하는거니 뇌 신경언어학 책을 읽다가, 궁극은 표현인가 싶어서 문장력이 멋진 분들의 책을 읽다가, 문장이 어떤 디자인에 담겨야하나 싶어서 잡지나 디자인 서적을 읽는 식으로 넓혀가며 읽었어요. 

물론 꾸벅꾸벅 졸며 속 터지며 읽었던 책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책 속에 인용된 책으로 세계가 확장되고, 제 뇌 안에서 수많은 이론들이 모순되거나 연결되면서 새롭게 합체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책을 쓰면서 책의 가치를 더 느꼈는데요, 수년간 고군분투한 걸 한 권에 정갈하게 담아내는 과정을 겪으며, 한 인생의 숱한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2~3시간 만에 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거 같아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강렬했던 기억이 많아요. 딱 하나만 꼽자면...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반년간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채 산 적이 있었어요.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그의 탓’이라는 합리화에 갇혔는데, 탓할 그가 없으니 몸도 맘도 만신창이였죠. 휴가 때 부모님 집에 갔는데, 책 3권을 가져갔거든요. 지긋지긋한 삶을 떠나고자 가져간 『오래된 나를 떠나라』에서 '나는 내가 선택한 결과의 총화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아니, 그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보도새퍼의 돈』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책에서도 '당신의 생각하는 방식이 현재의 당신을 만들었다.' 같은 맥락의 문장이 나왔어요. ‘아니, 뭘 몰라서 그러네. 이건 그의 탓이라니까.’ 

짜증이 난 채로 위로를 얻고자 어느 신부님이 쓰신 『단순한 기쁨』이란 책을 읽는데 '삶에 대해 몽상하지 말자. 삶을 만들어가자'란 문장이 나왔어요. 새벽이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리읽은 책 3권이 한 문장으로 아프게 다가왔고, 모든 걸 그의 탓으로 돌리는 안락한 삶을 그만두기로 했어요. 모든 게 내 선택이었음을 인정하고, 그의 탓으로 돌리는 걸 그만하기로 선택한 거죠. 

저는 슬픔의 늪에 빠져 오래 허우적거리는 성향이 깊었는데, 책을 읽으며 사고 구조가 많이 바뀌었어요.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배운 거죠.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생각하던 제게 책은 다른 관점(focus)을 선물해줬어요. 그 외에도 정리, 표현, 힌트. 모순. 4가지 이유로 소중한 것 같아요.

1. 정리: 내 안에 복잡하게 뒤엉켜진 정보가 하나의 문장으로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는 걸 만났을 때, 속이 다 시원해요.  

2. 표현: 내 마음속 구석에 느끼고 있지만 차마 언어화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적확한 단어로 표현되어 있는걸 만나면 그게 또 그리 위로가 되고요. 

3. 힌트: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에 실마리가 되는 힌트를 책에서 만났을 때, 그 고민을 미리 치열하게 해준 선배님을 만나 안도를 느낍니다. 

4. 모순: 동일한 명제에 완벽히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2권의 책을 내리 만나면, 정답 없는 모순 가득한 세상에서 ‘정답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구나’ 안심하기도 하고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워킹맘으로서 육아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건 매우 영광입니다. 동시에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 vs. 잘못된 것, 질서를 알려주기 상충하는 2가지를 지혜롭게 하는 건 영원한 숙제가 되었어요. 저 또한 불완전한 인간이니까. 임신하고, 이재철 목사님 책을 내리 다 읽었던 적이 있는데요, 4명의 아이를 키우신 분이라 밑줄 쫙쫙 그으며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며칠 전에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 개정판이 나왔길래 다시 읽으면서 우리 아이랑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고 싶어요. 임신 전에는 상상하며 읽었는데, 이제 좀 더 와닿겠죠.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머릿속에 뭔가 있는데 정리가 안 돼서 억울하신 분들을 위해 신작 『산으로 가지 않는 정리법』을 썼어요. 9가지 정리 방법론을 30개의 실제 사례로 끙끙거리며 엮었는데요. 실컷 말하고 나니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뭔데?”라는 질문에 힘이 쫙 빠졌다면, 그치만 뾰족한 수가 없다면 우리 한번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녀에게 말하다: 김혜리가 만난 사람』

김혜리 저


‘어른이 되면 나도 이런 대화를 하고싶다’ 심정으로 밑줄 치며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나요. 섬세한 문장력을 키우고픈 분들께(비즈니스 문장력은 제외) 늘 공유하는 책. 



『세계의 엘리트는 왜 이슈를 말하는가』

아타카 가즈로 저



뇌 과학 입장에서 경영 전략을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무작정 이렇게 해라! 가 아니라 ‘뇌가 이러이러하니 이렇게’를 설명해 주는데 심각하게 좋아서 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었더니 집에 있는 책은 무슨 조선 시대 책처럼 닳고 닳았어요. 그런데, 이 책이 개정판을 내면서 제게 추천사를 써줄 수 있냐는 연락을 주셔서, 정말 영광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저



이 책을 읽고 나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눌리고 접힌 마음을 다시 펴주는 책. 



『단순한 뇌 복잡한 나』



뇌에 대해 알고 나서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뇌 관련 책은 비전공자인 제게 너무 어려운게 많은데 이 책은 매우 쉽게 뇌에 대해 알려줘요. 뇌랑 친해질수록 스스로랑 좀 더 유쾌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고흐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저 

 


고흐의 고뇌 ‘계속 그림을 그려야 할 지 말 지’가 담긴 책이에요. 고흐가 빨리 결론을 내는 사람이었다면 ‘고흐=그림 못 그리는 사람’이 되었을 텐데 너무 다행히 그는 정답 없는 세상에서 함부로 결론을 내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묵묵히 그림을 그릴 수 있었죠. 끝이 안 보이는데 뭔가를 해야 할 때 큰 위로가 되어준 책



『위로의 디자인』

유인경, 박선주 저



기획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고 위로가 되는 기획을 하고픈 이들에게 힌트가 되어줄 책



『그릿』

앤절라 더크워스 저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키워주고 격려해야 할지’ 배웠어요. 나까지 나를 힘 쭉 빠지게 대하지 말자고 다짐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나와의 관계뿐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많이 배워서 참 감사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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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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