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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현실을 보여주는 ‘좀비’ 이야기”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정명섭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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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이야기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이 어디쯤에 있는지 고민해 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2021.01.14)


청소년소설을 비롯해 인문, SF, 역사, 추리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해 온 작가 정명섭이 신작 소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를 펴냈다. 국내 시장에 좀비물이 생소했을 때부터 작가는 꾸준히 관찰하고 성실하게 자료 수집을 하면서 『좀비 제너레이션』 『그것들』 『좀비 썰록』 『달이 부서진 밤』 등을 출간해 왔다. 이번에 야심 차게 선보이는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열아홉 살 생일이 지나면 좀비가 된다는 설정으로 좀비가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청소년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담았다. 특히 청소년들을 화자로 설정하고 ‘생존’에 키워드를 맞춰 좀비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 내는 과정을 스릴 있고 박진감 넘치게 작가만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또한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살아 내려는 사람들의 감정 변화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 보자. 



청소년소설을 비롯해 인문, SF, 역사, 추리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그중에 어떤 분야를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으신지요? 

아직 제가 진짜 잘 쓸 수 있는 분야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방황하는지도 모르겠어요. 호기심이 많고 찾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새로운 게 보일 때마다 못 참고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게 하나씩 나의 것이 될 때마다 행복을 느끼죠.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열아홉 살 생일이 지나면 좀비가 되는 설정으로, 좀비들로부터 살아남은 청소년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담았습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이 이야기를 구상하시게 되었나요? 

스티븐 킹의 『셀』이라는 작품을 보면 휴대폰을 사용하면 좀비로 변하게 된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좀비물에서는 특정 질병이나 바이러스가 숙주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아예 나이가 들어 좀비가 되어 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망상 같지 않은 망상에 이런저런 설정과 이야기를 붙이니까 그럴듯해졌고, 그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게 바로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입니다. 

국내에서 좀비물이 생소할 때부터 선생님은 좀비에 관해 연구를 해 오시고, 지금까지 다양한 소설들을 펴냈는데요. 좀비가 가진 어떤 점이 선생님을 매료시킨 걸까요? 

익명의 대중성과 공격성이 저를 매료시킵니다. 좀비는 흔히 살아 있는 시체라고 부릅니다. 그런 역설 속에서 드러나는 것이 바로 공격성과 익명성입니다. 저는 좀비의 공격성을 살아 있는 자에 대한 질투라고 종종 해석합니다. 다른 감정은 사라지고 오직 공격성만 남았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투영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좀비가 되면 인간이었던 때의 모든 것들이 사라집니다. 신분이나 성별, 재산 등이 다 소용없고, 오직 좀비가 되어 버리는 것이죠. 많은 연구자들은 이것을 현대 소비 사회의 특징인 익명의 대중성으로 바라보고 있고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속 배경들을 보면 실제 상황을 보듯 생생하게 느껴지는데요. 그 배경들을 구상했을 때 실제 참고했던 곳들이 있나요?

학교입니다. 강연 때문에 자주 가는데 좀 안타깝지만 감옥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거든요. 실제로 담장이 높거나 철조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죠. 그래서 주 무대이자 좀비로 변하는 장소를 학교로 설정했고, 은신처이자 집은 예전에 들렀던 곳이 문득 떠올라 천문대로 설정했습니다. 그 외에 위치와 구도는 상상해서 구성했어요. 나머지 지역들은 제가 취재하거나 직접 다니면서 봤던 곳들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좀비가 창궐하는 과정을 그린 규빈과 시아 세대 그리고 십여 년 후 천문대에서 살아가는 주혁과 민지 세대가 나옵니다. 이렇게 세대를 나눠 구성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지역 갈등이 심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세대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지요. 실제로 10년쯤 지나면 지역 갈등보다는 세대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세대 갈등이 극대화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번 작품의 밑바닥에 깔려 있고, 그걸 구체적으로 만든 것이 바로 열아홉 살이 되면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인 거죠. 인간과 좀비의 구분점일 뿐만 아니라 세대간의 구분점일 수도 있으니까요.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아이들을 학교에 가두는 사람들, 자기들만 살려는 사람들, 이익만 좇으며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 없는 사람들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 줍니다. 인물들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그리고 이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요?

현실 속에서요.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헌신적이고 희생적이며 도덕적이거나 한없이 악하기만 한 등장인물들과 만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그런 인물들을 찾기 어렵고, 특히 내 주변에는 없다는 점을 말이죠. 누구나 문제에 부딪히면 쉽게, 혹은 타인의 희생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 속에서도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그런 판단을 하죠. 그것은 제가 현실 속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모습입니다. 저는 이들을 통해 세상에는 무조건적인 정의나 악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문학은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있어야 하니까요.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를 볼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좀비물이자 학원물, 생존물입니다.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설정을 토대로 인간의 본성이 어디까지 어두워질 수 있고, 우리가 학교와 학생들을 얼마나 억압했는지 돌아보게끔 만드는 작품입니다.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이야기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이 어디쯤에 있는지 고민해 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대중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글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얘기할 때 빛이 난다고 믿는다.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한국 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경계 작가단에서 활동 중이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정명섭 저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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