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새해 계획 세우기 전에 이 책부터 읽으세요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70회) 『오늘의 인생2』, 『막두』, 『사막의 우리집』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1.01.14)
프랑소와 엄: 연말에 청취자 분들께서 카드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2020년, 2021년에 아직도 펜으로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있는 팟캐스트라는 생각에 참 기뻤어요.
불현듯(오은): 저는 부끄러운 게 그 감사한 마음에 답장을 SNS 메시지로 드린 거예요. 초라하더라고요.(웃음) 문구점에 가서, 카드를 사고, 몇 줄을 적어 보내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오늘 주제는 ‘새해 계획 세우기 전에 이 책부터!’예요.
캘리: 이 주제에 어떤 고민을 했는지 책 소개를 하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웃음)
마스다 미리 글, 그림 / 이소담 역 | 이봄
아주 예쁜 표지를 입고 있는 만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마스다 미리 작가를 굉장히 좋아하고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작가예요. 다작하는 것도 그렇고, 평정심을 갖고 있는 작가라는 점이 그래요. 심각하게 얘기하지 않지만 심각한 이슈나 삶에 관한 성찰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 작가라서 되게 좋아하고요. 마스다 미리 작가 정도로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 책의 부제가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예요. ‘오늘의 인생’은 일본의 한 출판사 웹진에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고요. 제가 가져온 『오늘의 인생2』는 2017년부터 연재한 만화를 담은 책이지만 첫 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긴급 사태 선언, 도쿄.’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묶을 때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시작으로 책이 시작돼요.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할 때 마스다 미리가 예전부터 얘기한 것이 소확행이지 않았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일찌감치 소확행을 실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만화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고, 누구를 만나서 벌어지는 일도 아니에요. 그냥 거리를 지나다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맛있는 디저트를 먹다가, 카페에서 옆 자리 사람들의 대화를 듣다가 떠오른 단상을 그리거든요. 별 거 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되돌아봤을 때 ‘이렇게 생각한 것도 의미가 있는 하루였어’라고 정리되는 것이 좋고요. 이 만화를 보면서 2021년에 특별한 이슈가 없고, 너무 힘들어도 작은 순간을 기억하면서 하루를 정리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새해를 열기에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힘든 사건도 있었고, 계속 힘들기도 하고, 주변에도 너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럼에도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고 느끼지 못하면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유쾌해지려고 일부러 노력합시다, 이런 의미가 아니고요. 작아도 좋았던 기억을 곱씹으면서 또 하루를 살아가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요. 저는 마스다 미리의 전작인 『걱정 마, 잘 될 거야』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 이야기를 연재하고, 취재할 때 마스다 미리는 모두들 즐겁게 살고 싶다 따위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인정 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만화를 보면서 새롭게 생각했던 부분이 많아서 『오늘의 인생』을 읽고 작가의 마인드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면 전작도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정희선 글, 그림 | 이야기꽃
표지가 너무 좋죠. 자신만만한 표정의 주인공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고요. 한 손에는 거의 몸집만한 도미 한 마리를 들고 있는데요. 이 모습을 보면 막두는 생선을 파는 생선가게 주인 같아요. 표지를 넘기는 나오는 면지도 진짜 좋아요. 그림책에는 면지에도 남다른 요소들이 있어서 그림책 볼 때 저는 면지도 주의 깊게 보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면지가 왜 좋은지 아실 거예요. 막두의 삶을 엄청나게 응원하는 느낌이거든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막두가 있고요. 손님이 왔어요. “할매요, 도미 얼맙니까?” 했더니 “싸게 줄게, 함 보소. 도미 싱싱하다”라고 막두가 답해요. 손님이 별로인 것 같다고, 아가미가 붉지도 않다면서 망설이니까 막두 할매는 “아이구, 당신보다 싱싱하요! 안 살라면 그냥 가이소, 마!”라면서 쫓아내요.(웃음) 식사 시간이 돼서 주변 상인들과 식사를 하며 그 손님 이야기를 했더니 한 사람이 걱정을 하죠. 속은 시원한데 그렇게 불뚝스러워서 어디 장사하겠느냐고요. 막두는 “시끄럽다. 내 장사만 잘한다.”면서 막걸리나 더 주라며 호탕하게 말해요. 장사가 끝날 때쯤 단골손님이 와서 치매 어머니에게 뭐가 좋을지 묻고요. 막두는 광어 크고 좋은 것 줄 테니 가서 미역 넣고 푹 고아 드리라고, 그리고 도미는 그냥 줄 테니까 이것도 구워 드리라고 말하죠. 그러니까 막두는 짜증나는 손님한테는 화끈하게도 얘기하지만 마음 쓰고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섬세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 거예요.
사실 40년 동안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한 막두 할매는 10살 때 전쟁을 피해 피난을 온 피난민이었어요. 엄마는 막두에게 혹시 헤어지더라도 영도다리로 와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결국 엄마를 잃어버렸어요. 어찌해서 혼자 부산에 왔고, 영도다리를 찾았죠. 하지만 그곳에는 막두처럼 가족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아무리 불러도 가족이 나타나진 않았어요. 막두는 언젠가 부모님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홀로 영도다리가 보이는 자갈치시장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며 살고요. 그렇게 나이가 드는 막두 이야기예요. 새해 계획 세우기 전에 그냥 매일 성실히 하루를 사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해서 이 책을 골랐어요. 참고로, 이 책 상세정보에 들어가시면 작가님이 직접 낭독한 책 소개 영상이 있거든요. 그걸 꼭 보세요. 작가님도 부산 출신이라 정말 자연스러운 대사를 들을 수 있어요.
미나코 알케트비 저 / 전화윤 역 | 난다
포토 에세이예요. 일본 작가의 책이고, 일본에서 먼저 나왔는데요. 일본판과 같은 판형으로 책을 만들었더라고요. 출판사가 정확히 원서를 반영한 책을 만들려는 욕심을 냈다는 생각을 했어요. 띠지 앞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가젤, 낙타, 개, 비둘기, 말, 고양이, 토끼, 소, 염소, 양, 닭, 남편… 모두 다, 우리 식구랍니다.’라고요. 그리고 뒤쪽 띠지에는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적혀 있어요. ‘동물은 키우지 않겠어.’ 나와 아랍 출신 남편은 그렇게 정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동물들이 자꾸 찾아온다. 이거 어쩌지, 둘이서만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하지만… 어쩐지 너무 행복하다.’
저자가 미국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아랍에미리트에 사는 남편을 만난 거예요. 둘이 결혼을 하게 됐고요. 어디서 살까 하다가 아랍에미리트에서 살기로 결정을 하고, 아부다비라는 지역에 있는 ‘알아인’이라는 사막에 터를 마련해요. 처음 그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정한 원칙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절대로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예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린 시절 오랫동안 함께 지낸 반려견을 떠나 보내야 했던 기억 때문이에요. 가슴이 너무 아프니까요. 동물과 함께 하면 계속 떠나 보내야 하는 일들이 반복될 텐데 그때마다 상처를 받을 것 같으니 이런 선언을 한 거죠. 그렇지만 동물들은 어떻게 또 이 부부가 사는 집을 알고 오기 시작합니다. 다쳐서 사막을 배회하다가 발견되기도 하고요. 나무에서 떨어진 새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처음의 원칙을 지킬 수 없게 돼요.
매일 사막으로 산책을 하는데요. 가젤이 갈 때도 있고, 낙타가 갈 때도 있고, 고양이가 갈 때도 있단 말이에요. 돌아오는 길에 보면 모래에 발자국이 찍혀 있잖아요. 그걸 보고 있으면 사막에 이렇게나 다양한 생물들이 사는구나, 생각이 든다고 해요. 아무것도 없는 듯 보여도 이 사막에는 많은 생물들이 숨 쉬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사막이라는 곳은 편의성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사막이라는 곳에서는 서로 의지해야 잘 살 수 있는 거예요. 인간이 동물을 키우고, 보호하는 것 같지만 동물들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편안해지는 부분이 있겠죠.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발견한 것도 이 책을 읽으면 잘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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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정희선> 글그림6,000원(0% + 5%)
왁자지껄, 시끌시끌한 자갈치시장에 막두 할매가 있습니다. “할매요, 도미 얼맙니까?” “싸게 줄게. 함 보소. 도미 싱싱하다.” “별론 것 같은데. 아가미가 덜 붉다. 살도 덜 탱탱하고.” “아이구, 당신보다 싱싱하요! 안 살라면 그냥 가이소, 마!” “내 육십년 가까이 장사한 사람이요.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