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철학은 우리의 삶을 위로할 수 있을까?”
『철학의 위로』 윤재은 저자 인터뷰
미래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적인 감성은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철학입니다. (2020.10.05)
철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어렵다는 선입감이 먼저 든다. 왜일까? 철학은 물질적 실체를 넘어 ‘정신적 실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학은 세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이다. 철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기보다 자신의 반성을 내면으로부터 끌어내야 한다. 『철학의 위로』는 당 시대의 철학적 사상을 통해 본질적 문제를 들여다보고,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윤재은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시와 소설을 쓰며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을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와 테크노전문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공간철학이라는 학문을 최초로 개척하였다. 작가의 저서로는 두 권의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의 공간시집이 있으며, 『비트의 안개나라』라는 장편소설이 있다. 작가는 예술, 건축, 철학, 시, 소설을 통해 폭넓은 사유의 세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다음은 작가와의 7문 7답이다.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철학’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예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직업입니다. 건축과 디자인 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저는 작품을 하면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적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자신의 사상을 작품으로 표현하는데 그러한 작품이 모두 아름다운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본질로 들어가 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아름다움’과 ‘아름다워 보이는 것’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술가의 작품에는 분명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의지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지가 있다고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언제나 변치 않는 본질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예술에 대한 본질 탐구가 철학을 하게 된 동기입니다.
『철학의 위로』에 대한 집필도 본질적 의구심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철학은 피상적 지식을 쫓지 않고 본질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철학은 자기반성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이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현대사회는 풍요의 사회입니다. 과거의 생활과 달리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풍요로움을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과거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는 먹고 살기 위해 삶의 모든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삶은 매우 달라졌습니다. 적당한 노동과 적당한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자본을 획득하고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갑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높은 곳만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신의 섭리입니다. 이것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 이상을 욕망하며 삶의 시간을 허비해 버립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면 그들의 생각은 바뀝니다. 죽음 앞에 서면 세상 모든 물질은 다 허무하고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는 동안은 그러한 물질적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듭니다.
『철학의 위로』는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안정시켜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세상에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물질을 탐하지 않으면 행복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하늘, 나무, 새, 물, 바위와 같은 자연을 바라보면 우리의 마음이 ‘위로’ 받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처럼 자연의 속성 하나하나가 철학이고 위안입니다. 『철학의 위로』는 나무 소리, 구름 소리, 물소리, 바위 소리를 듣게 해주는 깊이 있는 사유의 책입니다.
‘공간철학’이란 분야가 생소한데 무엇인가요?
공간철학은 본인이 박사 논문을 쓰면서 정립한 새로운 학문입니다. 건축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학문인데 표현의 방식은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모더니즘의 건축에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건축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모더니스트 건축가는 이러한 시대적 사고를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1960년을 기점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가 도래하게 됩니다. 이 시기부터 기존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해체’철학은 이러한 의구심에 기름을 부어주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해체철학을 공부한 이후부터는 저의 사고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진리로 믿어 왔던 모든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반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나의 자아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한 결과로 저만의 철학을 정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공간철학’이라는 학문의 탄생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철학의 위로』는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통해 본질에 도달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건축가로서 시집을 두 권 내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시집을 내던 시절 유럽의 건축 여행을 계획하였습니다. 유럽대륙에 있는 근현대 건축을 통해 현대건축이 추구하는 방향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국에서 3개월 동안 각국에 건축되어있는 세계적 건축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답사를 준비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네비게이션이 잘 발달하지 않아 구글 지도를 검색해 국가와 국가 그리고 도시와 도시의 이동 거리를 계산하여 44일간의 건축답사 일정을 기획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 어려웠던 점은 유럽에 도착하여 각 도시를 옮겨 다니며 건축물을 보고, 호텔도 예약하여야 하는데 초행길이라 혹시나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만약 여행 도중 한 번이라도 시간과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모든 일정이 어긋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건축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답사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물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감동과 함께 밀려오는 느낌을 그냥 지나쳐간다는 것은 너무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건축물을 답사하는 순간순간마다 건축물에서 느끼는 감정을 시로 남겼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태어난 것이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라는 시집입니다.
장편소설을 쓰는 것은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도 쓰기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집필하게 되었는지요?
『비트의 안개나라』는 제가 미국 UC버클리 대학에 연구교수로 갔을 때 집필한 장편소설입니다. 한국에 귀국하여 출간하였을 때 청소년 권장소설로 선정되어 MBC뉴스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과거-현재-미래로 구분하며 비트라는 어린아이를 통해 시간 여행을 하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서 동방 나라는 우리의 과거를 말하고, 이상한 나라는 우리의 현재를 말합니다. 그리고 안개나라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비상식이 상식화되는 사회에 대한 자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명문 대학진학이라는 부모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희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물질적 욕망으로 가득 찬 도시는 아파트에 모든 가치를 부여하며 자신의 삶 전부를 투자해버립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미래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나라’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현대사회 속에서 물질적 욕망으로 상실되어 가는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하고 본질적 삶을 찾기 위해 저술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가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나요?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과거에는 물질이 ‘생산가치’의 목적이었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정보가 ‘소유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로 변화해 갈 것입니다. 이제 컴퓨터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 보다 많은 정보를 통해 자가학습하는 AI 사회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AI와 빅데이터는 벌써부터 우리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계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해 갈 것입니다.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며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에 철학은 인간의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철학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에 위로를 주기 때문입니다. 미래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적인 감성은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철학입니다.『철학의 위로』는 한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는 행복을 멀리서 찾거나 물질로부터 찾으려 합니다. 행복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내가 있어야 세계가 있고 행복이 있습니다. 행복은 이처럼 나를 중심으로 생겨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나를 찾는 것’입니다.
행복에 대한 두 번째 조건은 ‘나와 함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입니다. 나를 중심으로 존재하는 모든 자연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속성입니다. 우리는 자연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에 조그마한 변화만 와도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만약 미세먼지가 푸른 하늘을 가려버리거나, 가뭄이 심해 물이 부족하면 인간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해합니다. 따라서 행복은 우리로부터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고, 우리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 안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두 손으로 필요한 것을 잡을 수 있으며,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행복입니다. 『철학의 위로』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책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철학의 위로를 통해 삶의 안식을 찾고 힘든 세상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길 기원해봅니다.
* 윤재은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라는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와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가 있으며, 건축 전문서적으로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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