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장기하 “제가 책 써도 상관없죠?”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0월호 /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
책을 쓰는 일이 재밌더라고요. 정신을 필라테스 하는 느낌이랄까요? 내 마음의 체형을 가다듬는 느낌이 들면서 앞으로도 글을 계속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0.10.05)
술술 읽혔다. 걸려 넘어질만한 돌부리가 없었다. 리듬이 있었다. 경쾌하고 기분 좋은 운율. 적당히 가느다란 소면을 후루룩 넘기는 기분이랄까? 가수 장기하의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읽은 소감이다. 책을 좋아하지만 ‘잘’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잘’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장기하는 ‘책’을 쓰기로 했다. 무언가를 주장하거나 토로할 마음은 애당초 없었다. 무심코 지나치긴 아쉬운 어떤 마음, 감정, 생각을 기록했을 뿐이다. 장기하에게 “평소 어떤 사람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담백한 사람, 자격지심이 없고 군더더기가 없는 사람,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혹시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닌가? 되묻고 싶을 정도로 비슷하게 읽혔다.
기분이 좋아 보여요. (웃음)
생각했던 것보다 책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놀랍고 기쁜 나날이거든요. 마음 한켠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요. “들뜨지 마라, 나대지 마라.” 그럼 또 반대편에선 “뭐 한 며칠 들떠도 상관없는 거 아니냐? 뭘 그리 빡빡하게 구냐?” 이래요. (웃음) 앨범에 대해서도, “책 냈으니까 이제 얼른 노래 만들어야지 뭐하고 있냐” 하는 소리가 마음 속에서 들리다가도, “책 낸 김에 사람들도 좀 만나고 좀 쉬엄쉬엄 해도 되는 거 아니냐?” 해요.
출판사에 먼저 책을 제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작년 봄쯤인가 책을 써보고 싶더라고요. 전에도 제안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땐 책을 낼 생각이 전혀 없어서 다 거절했었죠. 어느 출판사에 연락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동네 친구인 가수 오지은 씨한테 조언을 구했어요. 다행히 출판사에서도 반겨주셨고요.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동기가 있었나요?
특정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일단 제가 10년 동안 밴드를 했고 작년 초부터 조금 쉬면서 여행을 다녔거든요. 그동안 듣지 않았던 장르의 음악도 듣고, 최대한 주위를 환기시키면서 딴청을 피우는 와중에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됐어요. 제가 말이 굉장히 느려서 그런지, 대화를 하다 보면 답답한 거예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은데 표현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단순히 이런 이유였던 것 같아요. 원래는 ‘나 따위가 무슨 책을 쓰냐?’, ‘내가 하는 잡생각이 책으로 출간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는데, 그러다가도 ‘꼭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책을 써도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죠. 대단하다는 의미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요.
저라는 사람이 40년 가까이 살면서 어떤 형태를 갖추게 됐는데, 그게 부족하든 아니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어요.
작년 봄에 결심하고 올해 여름에 책이 나온 거면, 원고를 꽤 빨리 쓰셨네요.
제대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계약을 한 다음이에요.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지만 막상 귀찮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계약한 뒤에 딱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일주일에 한 꼭지씩 글을 써서 편집자님께 드렸어요. 저는 글이 되게 안 써진다고 생각했는데, 편집자님은 이 정도면 잘 써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피드백도 많이 받았나요?
처음에는 글이 좋다는 말만 계속 하셔서 ‘괜찮은 걸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몇 가지 예리한 코멘트를 듣고 난 다음에는 ‘글이 좋다는 말씀이 빈말이 아니었구나’ 생각했어요. “어떤 글은 너무 갑자기 끝나는 것 같다”, “저자를 잘 아는 사람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셔서 작업하면서 큰 신뢰를 갖게 됐죠.
제목을 정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고요.
맨 처음에 프롤로그를 쓰면서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가제로 정했는데요. 원고가 완성된 후에 이런저런 다른 의견도 많이 나왔어요. ‘상관없다’는 말은 꼭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상관없는, 인생의 하루’가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죠. 하지만 결국 원래대로 『상관없는 거 아닌가?』로 결정했어요.
책을 읽는 내내 장기하와 얼굴들이 2018년에 발표한 곡 「그건 니 생각이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해도 상관 말고”라는 가사도 떠올랐고요.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노래가 사랑을 많이 받기도 했는데, 어디에도 다 갖다 붙일 수 있는 말이잖아요. 어떤 경우에 내가 곤란한 지, “그건 네 생각이야”라고 말하고 싶은지. 그런 생각을 한창 많이 했을 때, 지은 곡이에요.
한 독자가 장기하의 책을 읽고 “그건 니 생각이고”라고 말한다면,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고 답하실까요?
(웃음) 정확합니다.
프롤로그 제목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인데, 첫 문장이 “나는 책을 잘 못 읽는다”로 시작돼요. 책을 쓴 사람들이 보통 “책을 잘 못 읽는다”고 말하진 않잖아요. 되게 재밌었어요.
(웃음) 실제로 그러니까요. 저는 책 읽는 속도가 아주 느려요. 책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몇 줄 읽다가 딴생각에 빠지기 일쑤죠. 하지만 책 읽는 걸 좋아하긴 해요. 최근에 내린 결론이긴 한데, “책을 좋아하냐?”는 물음에는 긍정하기로 했어요. 이 결심까지 20년 정도 걸렸고요.
어떤 글을 쓰고 싶다, 하는 기준이 있었나요?
욕심부리지 말자, 거창한 이야기하지 말자, 내가 확실히 경험하고 느낀 내 일상에 가까이 있는 것들을 써보자고 생각했어요.
거창한 이야기를 조금 해도 될 텐데요.
관심이 없어요. 제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아요. 실제로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이 약해요. 뉴스를 업데이트도 잘 못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아는 편이 아니에요. 책을 쓰면서 많이 한 생각은 최대한 솔직하게 쓰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피하고 싶다는 점이었어요. 만약에 조금이라도 상처가 된 분이 있다면 미리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추측하건대 제 삶의 방식을 어느 정도 편안하게 읽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책을 쓰면서 만족스러웠거나 즐거웠던 주제는 무엇인가요?
노래 만들 때도 그러긴 했는데, 저는 보통 가장 최근에 쓴 게 제일 맘에 드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오늘의 나에 가장 가까운 내용이니까요. 이번 책에선 「아무래도 뾰족한 수는」이 가장 마지막에 쓴 꼭지인데, 참 마음에 들어요. 입 밖으로 꺼내기 부끄러웠던 말들을 글의 형태로 쓰는 과정에서 뭐랄까,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행복 앞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내용의 글이니 좀 역설적이기도 하죠?
요리, 음식에 관한 글도 많이 쓰셨는데 「인생 최고의 라면」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라면’을 주제로 이렇게 길게 글을 쓰실 줄이야!
출간을 위해 글을 쓰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쓰지 않았을 글인 것 같아요. 이번주엔 뭘 쓰지, 하면서 라면을 끓여먹던 중이었는데, 식사가 너무 만족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이런 걸 가지고도 쓸 수 있나, 하고 한번 써봤죠. 정말로 라면을 먹듯 후루룩 썼고, 읽어보니 은근히 나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다른 글들과는 좀 달리 마냥 즐겁기만 한 글쓰기였어요.
추천사를 배두나 배우와 이슬아 작가가 쓰셨어요. 큰 응원이 됐을 것 같아요.
뭉쿨했어요. 내가 이 멋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지지를 받고 있구나 싶어서요. 사실 배두나 씨와는 친분이 있었지만 감히 부탁할 생각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편집자님이 부탁을 해보자고 제안을 주셔서 이야기를 했더니 두말 않고 써주겠다는 거예요. 처음 버전은 책 뒷면에 실린 것보다 더 길었어요. 성심성의껏 써주셔서 정말 고마웠죠. 이슬아 씨의 경우는 제가 책을 다 쓰고 나서 『깨끗한 존경』을 읽었거든요. ‘인터뷰가 정말 좋다, 나도 이런 사람이 인터뷰를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편집자님이 이슬아 작가님께 추천사를 부탁해서 수락을 받았다는 거예요. 제 인터뷰도 요청하셨다고 하고요. 물론 저도 바로 수락했죠. 과연 추천사도 인터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최근에 김초엽 작가의 소설들을 흥미롭게 읽었다고요. 또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나요?
가장 근래에 읽은 건 『몽테뉴 수상록』이에요. 이번 책의 편집자님이 몽테뉴 평전 『위로하는 정신』을 주셨는데요. 제 책을 편집하다가 몽테뉴 생각이 났대요. 그래서 몽테뉴에게 갑자기 감정이입이 돼서 『몽테뉴 수상록』을 읽었어요.
오디오북 작업을 꽤 많이 하셨죠?
제 직업이 목소리로 뭔가를 표현하는 일이잖아요. 제 본업과 비슷한 결인 동시에 조금 다른 작업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배우는 것도 많아 재밌어요. 제가 오디오북 녹음을 꽤 잘해요.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저와 같이 작업하신 분들의 이야기인데요. 예상 시간을 두 시간으로 잡아 놓으면 한 시간 만에 끝난다고. 이런 칭찬을 매번 듣습니다. (웃음)
말소리에 관심이 많나 봐요.
음악이 되기 전의 말소리에 관심이 많아요. 이 말소리를 살려서 그 안에 있는 음악성을 발견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요. 오디오북의 경우, 저자가 쓴 글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감정이 조금 다를 수 있잖아요? 그게 재밌어요. 오디오북 작업이 지금 저의 작곡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아직 발표를 한 곡은 아니지만 드문드문 영향이 있다고 느껴요.
“한국말스러움을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는 데에 관심이 많아요. 예를 들어, 영어권 노래를 들으면 굉장히 영어답거든요? 노래마다 운율을 만드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왜 영어스럽지 않게 썼지? 그런 건 없어요. 영어라는 언어가 갖고 있는 권력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우리말은 세계적으로 그만큼의 권력을 가진 언어는 아니지만, 저는 그와는 별개로 그냥 우리말다운 가사를 만들고 싶어요. 영어권 뮤지션들이 그들의 언어를 가지고 하는 것처럼요.
책에 「싸구려 커피」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더라고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대표곡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곡이 있는데요.
저도 쓰고 나서 놀랐어요. 다 쓰고 나니 이 노래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5집까지 냈으니까 다른 노래로 예를 들 수도 있는데, 실제로 몇 개는 바꾸려는 시도를 했지만 「싸구려 커피」 아니면 안 되겠더라고요. 지금도 이 노래가 참 나다운 노래라고 생각해요. 음악이 직업이 되기 전에 만든 노래거든요. 뭔가를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노래가 아니라서요. 그렇기 때문에 「싸구려 커피」보다 더 좋은 노래를 만들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요.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 저에게는 북극성 같은? 가장 밝은 그런 노래가 아닌가 싶어요.
좋아하는 가사의 특징이 있나요? 어떤 가사를 쓰고 싶다거나.
쓸데없는 구절이 없는 곡이 좋아요. 괜히 멋 부리는 가사는 싫고요. 가사를 쓰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멋’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때로 감정이 과잉되기도 해요. 저는 과잉을 싫어해서 ‘할말만 하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가사를 씁니다.
“고기를 먹었을 때는 내 위가 음식물을 상대로 이종격투기 경기를 벌이는 듯하고, 채식을 했을 때는 위가 음식물과 커플 체조를 하는 느낌(76쪽)”이라고 하셨는데, 가사와 책을 쓸 때도 비유를 해주시다면요?
(웃음) 어려운데요. 가사를 쓸 때는 스노보드를 타는 느낌이라면, 책을 쓸 때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느낌? 그 정도로 서로 비슷하고 다르지 않나 싶어요. 둘 다 딱히 타보진 않았습니다.
‘서울대학교 출신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에 관한 이야기도 책에 나와요. 솔직한 입장을 밝히셨고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학벌을 중시한다는 걸 충분히 체감했던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 입시공부를 열심히 한 타입인데, 많은 사람들이 흔히들 “학벌이 뭐가 중요해”라고 말하지만, 저는 제가 서울대 출신이라서 원래 가진 가치보다 더 높이 평가 받은 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만난 멋진 사람들 중에서 저처럼 입시공부를 열심히 안 한 분들도 정말 많았어요. 대학 문턱에도 가지 않은 분들도 많고요. 간혹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요. 그냥 서로 다른 각자의 갈 길이 있는 것 같아요. 한 가지 모범답안만 있는 건 아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장기하와 얼굴들로 활동할 때는 마포에 사셨죠? 파주로 이사를 온 건,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평생 서울 안에서 살았는데 밴드를 마무리하면서 주위를 환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친숙한 동네, 친한 사람들과 물리적인 거리를 두면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어느 정도 편의성도 있고 거리감도 있는 파주로 가게 됐어요.
최근에 <요트원정대>에 출연 중이신데 잘 어울리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어요. 촬영은 어땠나요?
바다에 나가 있을 때는 꽤나 힘들었어요. 원체 방송 울렁증도 있는 성격인 데다 거센 파도 위에 며칠 동안 계속 떠있다는 게 육체적으로도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근데 지나고 보니 그 경험이 제 삶에 참 괜찮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녀와서 사람이 살짝 더 밝아지고, 살짝 더 부지런해졌어요. 확실히 삶엔 가끔씩 좀 빡센 자극이 필요한 거구나 싶어요.
평소 방송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프로그램이면 괜찮아요. 제가 방송 울렁증이 심해요. 무대에서는 괜찮고, 연기를 하는 것도 괜찮은데 리얼리티 예능은 힘들어요. 왜냐면 그건 가짜도 아니고 진짜도 아니니까요. 섭외가 왔을 때 승낙하는 기준은 ‘내가 몰입해서 경험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가’예요. 방송이라는 것을 잊고 몰입할 수 있어야 제작진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저도 괴롭지 않으니까요.
살면서 경계하는 일이 있나요?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죠. 거의 불가능한 목표이긴 하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줄이자, 그러면서 재밌게 살자. 그게 제 삶의 방향성이에요. 요즘 많이 생각하는 건, 싫어해야 마땅할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나랑 잘 안 맞아서 불편할 수는 있을지언정, 싫은 마음을 갖는 건 상대방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저도 가끔은 ‘아, 이 사람 정말 싫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이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싫어하냐? 난들 뭐 얼마나 완벽한 사람이냐?’, 이런 생각을 하곤 해요. 책에서도 드러났겠지만 저는 일신상의 편안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가수라는 직업을 갖고 살면서 제 의도와는 다르게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도 많이 경험했지만, 이제는 좀 컨트롤을 할 수 있어요.
책을 쓰면서 인간 장기하를 더 긍정하게 되었나요? 독자로서는 그렇게 느껴졌어요.
네,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확실히 마음이 좀 더 편해졌어요.
왠지 두 번째 책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 같아요.
글쎄요. 생각은 안 해봤지만 책을 쓰는 일이 재밌더라고요. 정신을 필라테스 하는 느낌이랄까요? 내 마음의 체형을 가다듬는 느낌이 들면서 앞으로도 글을 계속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이라는 게, 지금의 저를 포착한다고 생각해요.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 일과 비슷한데, 조금 더 자세하게 표현한다고 할까요? 그렇게 본다면, 이번 책은 작년 이맘때부터 최근까지 1년 동안의 저를 자세히 담은 셀카예요. 몇 년 후에 다시 책을 낸다면, 또 조금 달라진 모습이 담기겠죠. 그렇게 세월이 가져다 주는 변화를 포착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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