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에세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55회) 『면역에 관하여』, 『큰일 한 생쥐』,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2020.09.29)
면역에 대해 쓴 시 같은 에세이 『면역에 관하여』,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동화 『큰일 한 생쥐』, 과학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율라 비스 저/김명남 역 | 열린책들
몇 년 전에 제가 부산에서 며칠을 머물다가 서울역으로 오는 KTX 안에서 읽을 책을 고르러 부산역에 있는 서점에 갔더니, 그때 SNS에서 김명남 번역가님이 새 책을 번역하셨는데 그 책이 좋더라는 이야기를 보고 눈에 딱 들어오기에 산 책이에요. 그래서 읽었는데요.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저는 에세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때가 2017년이었는데 당시에 저의 올해의 책이 되었어요. 2017년이면, 당시에 신종플루도 있고 그 전에 메르스 사스도 있었지만, 코로나랑은 아직 거리가 있을 때였죠. 그때도 면역이라든가 이런 개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면역과 이런 질병을 대비하는 세계에 대해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구나, 생각을 잘 해보지 않았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이 책은 아주 포멀하면서 인포멀하기도 한, 너무나 매력적인 책이었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저는 ‘이런 새로운 글 세계를 내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읽으면서 호흡감도 참 좋고, 마지막에 보면 김명남 번역가님이 ‘옮긴이의 말’에 이런 말을 써놨어요. “『면역에 관하여』는 한편으로는 과학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이며, 무엇보다도 밀도 높은 사고이다. 이런 글을 쓴 비스의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가 시인이라는 사실은, 너무 공교로워서 오히려 재미없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아마도 이 아름다운 책에 좋은 영향을 미친 우연일 것이다.” 너무 공교로워서 오히려 재미없는 농담 같은 이 부분이 이 책을 참 잘 담아내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면역에 대해서 참 성실하게 공부를 했어요. 자기가 받아들이는 것, 자신한테 생겼던 사건들에 대해서도 아주 깊숙하고 찬찬히 시간을 갖고 오래 생각해온 게 글 한 편 한 편에서 느껴지고요. 면역에 대한 인문학적인 배경, 역사, 과학적인 측면에서 다 짚어볼뿐더러 그 면역에 대한 것들이 지금 이런 질병의 혼란의 시기와 엄마들 사이, 아이들 사이에서 어떤 맥락을 갖게 되었는가 그것의 윤리는 어떠한가에 대해서 차곡차곡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결국은 이게 면역에 그치지 않아요. 인간 존재와 환경이란 건 무엇이고 생명이란 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고요.
정범종 글/애슝 그림 | 창비
청취자 분께서 추천해주신 책이에요. ‘유부만두’님께서 네이버오디오클립의 댓글로 추천해주셨어요. “이 책 정말 재미있어요. 편견이나 뻔한 전개, 악당 혼낸다며 폭력 행사하기가 없어요. 특히 대사가 훌륭하고요. 오디오북으로 오디오클립에도 있어요”라고 남겨주셨어요.
책의 첫 문장이 “큰일 나지 않을까?”, “큰일 나지 않게 해야지” 인데요. 남매 생쥐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이에요. 그리고 ‘새앙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언니와 오빠가 ‘큰일 안 나게 하자’고 속닥속닥 하면서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새앙이도 같이 가려고 하지만 언니 오빠는 끼워주지 않습니다. 새앙이는 자는 척을 하다가 따라가는데요. 숲으로 들어갔더니 나무 옆에 큰 그릇이 있고 거기에서 아주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거예요. 새앙이는 막 달려가서 그릇 속으로 퐁당 들어가고, 언니와 오빠는 크게 놀랍니다. 이건 고양이 밥그릇이고 우리는 고양이가 먹다 남긴 사료를 먹으러 온 거라고 말해줘요. 새앙이는 ‘먹으러 왔으니 먹어야지’ 하면서 사료를 먹습니다. “배가 불러서 똥이 마려울 정도”로 배불리 먹어요. 그러고 나서 그릇에서 나오다가 그만, 꽁무니에서 뭔가 빠져나왔어요. 그것은 까맣고 작은 구슬 같았죠(웃음). 큰일을 보는 큰일을 저지른 거예요(웃음).
집에 돌아온 세 남매가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새앙이가 고백을 하게 됩니다. “배가 불러서 똥이 마려웠어. 밥그릇에다 그만 싸버렸어.” 언니와 오빠는 놀라면서 걱정을 하는데요. 새앙이는 집을 나와서 고민을 하다가 똥을 치우기 위해 고양이 밥그릇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밥그릇에 똥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말이 들려옵니다. “너냐?”
고양이가 “내 밥그릇에다 똥 싼 녀석이 너냐고?” 물으면서 새앙이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요. 새앙이가 “우리 생쥐가 너한테 잡히는 것도 큰일 가운데 하나야”라고 말하면서 “그러니까 나는 큰일 한 생쥐가 된 거지”라고 해요. 그러면서 고양이와 새앙이가 친구가 돼요. 이후에 새앙이는 다람쥐도 만나고 두더지도 만나고, 자신의 지혜를 발휘하면서 친구가 돼요. 끝에 가면 세 친구가 힘을 합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사물궁이 잡학지식 저 | arte(아르테)
제가 가지고 온 책은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고요. 세로로 읽게 되면 ‘사물궁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물궁이 잡학지식’이라는 유튜버입니다. 이 분이 원래는 유튜버로 시작했던 건 아니고요. 온갖 곳에서 과학 관련 이야기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콘텐츠로 글을 쓰던 작가였어요. 페이스북, 네이버 과학판, 카카오 1boon, 피키캐스트 등의 콘텐츠 플랫폼에서 ‘스피드웨건’이라는 필명으로 썼었어요. 그런데 글을 계속 쓰다 보니까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삶이 계속 불안정한 거예요. 아무리 많은 플랫폼에 글을 써도 돈벌이나 밥벌이로 크게 다가오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거죠. 그런데 이 작업을 계속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9년에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떠올렸던 게 유튜브였어요. 지금까지 자신이 쓴 과학 지식 관련 글이랑 다른 궁금증 해결 글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한 거죠. 지금은 구독자가 115만 명이에요.
내용은 ‘사물궁이’라는 제목 그대로예요. 사소해서 어디에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궁금했던 무언가를 영상에서 소개해주는 거죠. 최근에 나왔던 건 ‘가스라이터 용기 가운데에는 왜 칸막이가 있는 걸까?’, ‘왜 배고플 때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질까?’였어요. 과학과 상관없더라도 이런 내용도 있어요. ‘왕조 시대에 신하들은 어떻게 타이밍을 맞춰서 합창했을까?’ 궁금하실 테니까 답을 미리 알려드리자면, 가스라이터 용기 안에 들어있는 가스가 원래 원형이면 압력을 균일하게 받는대요. 그런데 사람들이 쉽게 가지고 다니게 하려고 납작한 사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잖아요. 그러면 서로 다른 압력을 받는 거예요. 그래서 압력을 맞추려고 중간에 보강재를 넣는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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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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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라 비스> 저/<김명남> 역13,600원(0% + 5%)
누구나 읽어야 할 면역에 관한 모든 것 『면역에 관하여』는 미국의 촉망받는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Eula Biss)의 세 번째 책이다. “한편으로는 과학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이며, 무엇보다도 밀도 높은 사고”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은 면역학이라는 난해한 과학을, 시적 은유를 동원해 아름답게, 동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