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호 특집] 화제의 출판 유튜브 <민음사 TV>를 만드는 사람들
<월간 채널예스> 2020년 9월호
기획 과정은 캐주얼하다. 대부분 둘 중 한 명의 “해볼까?”로 시작한다. 회사에서는 맡기는 분위기다. 결과물에 대한 수정 요구도 거의 없다. 그래서 마음껏 했다. (2020.09.09)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열린 ‘민음사 한여름 LIVE 문학 대축제’는 ‘대유잼’이었다. A4 용지로 만든 현수막 아래서 작가들은 신나게 놀았다. “시작 지점이 다른 것 같아요. ‘신간이 나왔으니까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재미있는 걸 만들 건데 신간을 어떻게 녹일까?’ 이런 고민을 하죠.” 기획자는 86년생 조아란과 91년생 성연주, 2인 체제로 운영 중인 민음사 마케팅부 소속 콘텐츠 기획팀이다. 2020년 8월을 기준으로 민음사TV의 구독자 수는 3만5000명 내외다. 200만이 넘었다는 축하 방송이 드물지 않건만, 출판계에서는 소중한 숫자다. 인스타그램 오피셜 계정(@minumsa_books) 팔로어는 11만 명을 찍었다. 구독자와 팔로어의 70%가 18~34세,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다.
민음사TV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노잼’이 아닐까 생각했다. “백일섭 할아버지세요?”로 시작하는 출판사 영상이라니.
기획 과정은 캐주얼하다. 대부분 둘 중 한 명의 “해볼까?”로 시작한다. 회사에서는 맡기는 분위기다. 결과물에 대한 수정 요구도 거의 없다. 그래서 마음껏 했다. 외부 영상팀과 함께 일하는데, 대부분 밀레니얼들이고 우리도 그들의 제안을 거르지 않는다. 민음사 콘텐츠를 녹일 수 있다면 형식이나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으려 한다.
작가들이 등장하는 편이 가장 조회수가 높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예상 밖이다. 출판계 우주 대스타 장강명이 1인 2역으로 분해 열연한 영상보다 <민음사 천재 디자이너와 함께 북 디자인 A to Z> 편이 더 인기 있을 줄이야.
우리도 놀랐다, 하하. 천재 디자이너 편은 떡밥 수거 효과를 봤다. <말줄임표> 코너에서 “천재 디자이너가 했으니까요” 식으로 농담처럼 던진 말에 구독자들이 반응하면서 ‘민음사 천재 디자이너’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한(!) 상황이었다. 물론 내용의 공이 가장 크고. 조회수 9만을 넘겼는데 10만까지 기대하고 있다.
‘민음사 한여름 LIVE 문학 대축제’는 어쩌다 시작된 건가?
코로나로 발이 묶인 상태가 장기화되자 편집자들의 요청이 그야말로 빗발쳤다. 어느 팀도 서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소설, 시, 비소설을 총망라했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차려봤어’ 느낌으로!
온라인 문학 축제는 처음이고, LIVE 방송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맞다. 그래서 다른 영상을 만들 때보다는 긴장감이 높았다. 방송 시간에 제일 신경을 많이 썼다. 당초 계획했던 7시 30분에서 8시 30분으로 시작 시간을 옮겼다. 7시 30분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저녁을 먹거나 요가를 하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두 명의 젊은 편집자가 진행하는 <말줄임표>, 해외문학팀의 <민음사가 알려드림>, 한국문학팀의 <한국문학 깊이 읽기> 등 코너가 여럿인데 각각 색깔이 다르다.
결국 콘텐츠는 사람에서 나오지 않나? 재미있는 아이템이 있어도 진행자가 잘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 ‘민음사 사람들이 즐겁게 참여했으면 좋겠다’가 바람이기도 하고.
<말줄임표>의 인기를 예상했나? 한국문학팀 서효인 편집장이나 해외문학팀 박혜진 편집자에 비해 진행자들의 인지도가 낮았다.
천재 디자이너 편 조회수에서 확인했듯이 유튜브 세계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이 나와서 하는 좋은 말보다 친근함이 중요한 것 같다. <말줄임표> 댓글에는 유독 ‘언니’라는 호칭이 많이 달린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상대적으로 ‘재미보다 실리’ 느낌이다. 마케팅 관련 피드가 주를 이루는 와중에 『오늘의 엄마』 낭독회가 눈길을 끌었다. 무려 이주영 배우라니!
저자인 강진아 작가가 영화감독이다. 홍보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배우의 바람을 받아 IGTV 낭독회로 꾸렸다. 유튜브에서는 평범한 구성이지만 IGTV는 새로운 매체니까 해볼 만하겠다 싶었다.
계속 이어갈 예정인가?
시리즈를 꾸려볼까 고민 중이다. IGTV는 독서를 즐기지 않는 잠재적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체라는 점을 이번에 확인했다.
쏜살, 워터프루프 북 그리고 쏜살 동네 서점 에디션도 조아란 팀장의 기획이라고 들었다.
쏜살문고를 출시하자마자 내부에서는 성공을 예감했다. 그런데 매출은 기대와 달랐다. 그나마 입소문이 도는 곳을 찾아봤더니 독립 서점들이었다. 동네 서점 에디션을 만들고 해시태그에 쏜살을 붙인 피드가 확산되면서 쏜살문고도 궤도에 올랐던 것 같다.
한국 단행본 최초로 IF 디자인상을 받은 워터프루프 북도 마케팅부의 작품이다.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인 오이뮤가 디자인했던데. 최근에는 비누 브랜드 한아조와 진행한 젊은 작가 시리즈 프로모션이 눈에 띄었다.
오이뮤는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팀이다. 북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안 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이미 일상에서 오이뮤의 감각을 맛본 독자들이 많은 덕이다. 한아조와 협업한 이유도 비슷하다. 디자인은 전적으로 디자이너에게 맡긴다. 우리의 역할은 완성된 결과물에 박수를 치는 것이다. 민음사가 우리에게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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