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옹기종기>의 다정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아이』, 『방긋 아기씨』, 『엄마. 나야.』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9. 04. 11)
캘리 : 오늘 방송이 <옹기종기>와 <어떤,책임>이 생일을 맞는 날이에요. 오면서 계속 두근두근 했어요. 특별한 기분이 들어서요.
프랑소와 엄 : 여러분! 저희 생일이에요!
불현듯 : 벌써 1년이 됐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지난 1년을 떠올리면 내가 다시 또 그런 시기를 지나올 수 있을까, 자신이 없기도 해요. 힘든 시기이기도 했는데요.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할 수 있으니까 틈틈이 운동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어요. 오늘 주제는 ‘옹기종기의 다정함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R. J. 팔라시오 저/천미나 역 | 책과콩나무
영화 <원더>의 원작 소설이에요. 10살의, 안면 기형을 갖고 태어난 아이 ‘어기’가 홈스쿨링을 하다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영화를 본 후에 찾아 읽게 됐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소설이 훨씬 더 좋았어요. 안면 기형을 가진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설정부터가 영화보다 소설이 더 좋을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영상은 어쩔 수 없이 외모를 이미지로 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소설은 조금 달라요. 물론 외모 묘사도 있지만 주인공 어기의 다양한 면모가 더 잘 읽히고요. 외모 이면의 세계를 느끼기에 소설이라는 도구가 참 좋았어요.
주인공 어기는 ‘잭’이라는 아이와 결국 친구가 되는데요. 한편 같은 반에 있는 ‘줄리안’이라는 아이는 어기가 처음 학교에 온 날부터 괴물이라고 놀리던 아이거든요. 어느 날 줄리안이 잭한테 어기와 억지로 친하게 지낼 필요 없다고, 그냥 우리랑 놀자고 말을 합니다. 그 말에 잭이 화가 나서 줄리안을 때려요. 결국 잭은 정학을 당하고 말죠. 그 사건 때문에 줄리안의 엄마가 교장 선생님한테 편지를 보내는데요. 선생님이 줄리안과 잭한테 어기와 억지로 친구가 되라고 한 말이 짐이 되었던 것 같다고 쓴 거예요. 이 폭력 사건의 원인을 다름 아닌 어기라고 말한 거죠. 낯설지 않은 장면이죠? 마침 제가 지금 읽고 있는 『그건 혐오예요』 라는 책에 예전에 소개하기도 했던 『반짝이는 박수소리』 의 이길보라 감독님의 인터뷰가 있는데요. 그 내용이 이 장면과 잘 맞아서 함께 소개를 해드리고 싶어요. 이길보라 감독님은 우리 주위에 어기 같은, 그러니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편견과 차별이 생긴다고 말을 하거든요.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라고 말을 하고요. 이 점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려고 노력하라. 친절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친절을 베풀어야만 합니다. 특별히 이 말, 이 개념을 좋아하는 까닭은, 인간으로서 우리가 지니고 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기 때문입니다. 여유가 있어서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라, 친절을 선택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무슨 뜻일까요? 무엇으로 측정할까요? 자로는 안 됩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방긋 아기씨』
윤지회 글그림 | 사계절
사실 저는 다정함이라는 표현을 막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너무 다정한 것이 상대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는 편이고요. 나만 다정하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하는 스타일인데요. 까칠한 사람을 수없이 대하다 보면 나한테 다정한 사람, 친절한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를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고 귀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특히 많이 실감하고 있어요. 소개할 책은 2014년 1월에 출간된 책인데요. 지금 봐도 너무 세련된 책이죠. 사실 처음 봤을 때는 외국 작가의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어요. 윤지회 작가님이 최근에 『우주로 간 김땅콩』 이라는 작품을 내셨는데요. 신간이 나온 것을 보고 제가 작가님의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는 작품, 『방긋 아기씨』 를 소개하려고 가지고 왔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옛날에 아름다운 왕비님이 살았어요. 왕비가 살던 궁궐은 아주 크고 화려했지만 왕비는 마음 둘 곳 없이 늘 혼자였고, 늘 외로웠어요. 몇 해 뒤 예쁜 아기씨가 태어나 아기씨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가 매일 같이 열렸죠. 그러던 어느 날 생각해보니 아기씨가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던 거예요. 이 사실이 소문이 났고, 소문을 들은 한 의사가 왕비를 찾아옵니다. 깃털을 하나 가져와서 아기씨의 얼굴을 살살 건드렸는데 웃을 줄 알았던 아기씨가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렸어요. 화가 난 왕비가 의사를 감옥에 가두려고 하자 다급했던 의사가 그 깃털을 왕비 코에 갖다 댑니다. 곧 왕비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나중에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났는데요. 그러자 왕비를 보던 아기씨가 난생 처음으로 웃는 거예요. 이건 정말 그림을 보셔야 해요. 앞부분에서 왕비의 얼굴색이 푸른 색인데요. 뒷부분에 가면 주홍빛으로 바뀌어요.
책을 열면 ‘엄마가 웃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딸이 엄마에게 드립니다’라는 문장이 나타나는데요. 전에 작가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 책을 하면서 엄마와 화해한 부분도 있고 많이 이해도 됐던 것 같아요. 엄마가 안 웃었어도 제가 먼저 웃어줄 수도 있었으니까요. 제 상처만 보느라 미쳐 엄마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못한 거죠. 이런 마음이 들어, 적은 글이기도 해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모습도 많이 생각하게 됐고요. 말하지 않아도 안에 있는 다정함을 발견하는 눈을 가진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엄마. 나야.』
곽수인 등저 | 난다
얼마 전에 ‘대안연구공동체’의 김종락 대표님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인터뷰 중에 제가 울어버렸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운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공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게 세월호 5주기에 연결이 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터뜨린 거예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누군가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 공감을 위해서 하는 일이잖아요. 그것이야말로 다정함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한 거죠. 다정함이 시작되려면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져온 책입니다.
이 책에는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이라고 적혀 있어요. 그리고 그 옆에 ‘그리운 목소리로 아이들이 말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시인들이 받아 적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가 2014년 4월 16일 이후 거의 1년 가까이 시를 못 썼어요. 이유는 하나였어요. 지금 내가 쓰는 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너무나 비참한 마음이 컸거든요. 고민도 컸고요. 그러다 생일시 청탁을 받았는데 거절할 수 없더라고요. 청탁서에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쓰는 ‘육성시’의 형식입니다. 아이들 부모님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잘 있다는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으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인들 꿈에라도 자기 아이가 나왔다고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생일시’에서 그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부모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치유적 관점에서 볼 때 부모님을 비롯해 남아 있는 이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통증이 아니라 그리움으로 기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런 메시지인 것 같아서요.
제가 생일시를 쓴 친구는 2학년 3반에 재학 중인 이지민 학생이었어요. 지민 양은 6월 6일에 태어났고요. 세 자매 중 둘째였어요. 꿈이 참 많았고, 만화도 좋아하고, 분위기 메이커였대요. 제가 지민 양이 되어서 시를 쓰는 데 보름 정도가 걸린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도 지민이 생각이 나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인데 이 시를 쓰면서 이지민이라는 친구와 나이, 성별을 뛰어 넘는 우정을 쌓은 것 같거든요. 제가 시인이 되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이 생일시를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처음으로 시인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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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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