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허리를 잘라 상품 속에 감추다
2월 4주 신간
자본주의적 시간의 고찰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낡고 좁은 다세대주택의 리모델링 『생존 인테리어』, 류머티즘으로 발견한 삶의 방식 『아파서 살았다』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2018. 02. 21)
류동민 저 | 휴머니스트
사회는 진보했지만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와 감시는 여전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은 돈이며, 돈이 되지 못하는 시간에는 '잉여'라는 딱지가 붙는다. 마르크스 경제학의 눈으로 세상을 분석하는 저자가 이번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시간'에 관심을 돌렸다. 맨아워(Man-Hour) 시간관리 제도로 인해 맨아워 단위로 업무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맨아워를 들여 맨아워 보고서를 써야 하는 역설, 시간을 아껴서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했음을 시간의 형식에 맞추어 드러내고 인정받는 것, 기술이 발전해서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시간은 더욱 통제되리라는 예상 등 자본주의적 시간을 고찰한다.
생존 인테리어
이해리 저/김창균 감수 | 마티
스물다섯에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에 상경한 저자가 옥탑방, 지하방, 원룸을 전전하며 살다 적금과 보증금을 합친 1억 4천만 원으로 30년 된 다세대주택을 구입해 고쳐 살기로 마음먹는다. 낡고 좁은 다세대주택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책.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과 할 수 없는 일, 필요한 비용과 예산을 따져가며 인테리어 카페를 뒤져 정보를 찾았다. 업체 중 어떤 곳을 선택할지, 계약서 작성 방법, 공사비 책정과 지급 방법, 취향을 반영하는 제품은 어느 시점에 공수해 전달해야 하는지 등 견적서를 비롯해 업체와 주고받았던 메일 내용과 현장에서 나눈 대화, 각종 가구의 비용과 사이즈까지 꼼꼼히 정리했다.
아파서 살았다
오창희 저 | 북드라망
스물한 살 류머티즘이 찾아왔다. 몇 년간 일어서지도 못하고 누워 지내며 온 가족이 명약과 명의를 찾아다녔지만 효험이 없었다.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도 관절 통증은 여전하다. 하지만 수술을 계기로 류머티즘을 물리쳐야 할 '적'으로 삼았던 데서 벗어나 병과 함께 살 궁리에 나섰고, 그 궁리는 또 다른 삶을 펼쳐 보여 주었다. "산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어 자기 안의 생명력을 북돋워 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저자는 아파서 살았노라고 말한다. 병을 직시하면서 몸에 대해, 인간에 대해,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서 탐구하면서 우주 자연의 이치 안에서 이런 것들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에 이른다.
초솔로사회
아라카와 가즈히사 저/조승미 역 | 마일스톤
2035년이 되면 일본 사회는 독신자 48퍼센트, 1인 가구 40퍼센트 시대가 온다. 혼자 사는 것이 표준인 사회, 누구나 혼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 초솔로사회를 살려면 '솔로로 살아갈 힘'이 무엇인지 알고 새로운 소비, 새로운 가족, 새로운 경제사회의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 소유나 체험에 가치를 두던 소비는 승인욕구와 성취욕구와 같은 정신적 가치를 충족하기 위한 소비로 바뀌고, 피로 연결된 가족이 아닌 '사고방식으로 연결된 가족', 자신처럼 생각하는 사람을 새로운 가족으로 여기는 풍토를 분석한다.
콩고 광장의 자유
캐럴 보스턴 위더포드 글/R. 그레고리 크리스티 그림/김서정 역 | 밝은미래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실제로 존재하는 '콩고 광장'의 과거를 그렸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휴일 없는 노예들의 일주일을 따라간다. 건조할 정도로 담담한 이야기 속에 노예들이 날마다 느꼈던 고단함과 절망감, 여전히 감춰지지 않는 희망의 희끄무레한 한 자락이 펼쳐진다. 고된 노동에 구부려졌던 허리가 마침내 탁 트인 콩고 광장에서 뒤로 넘어갈 듯 유연하게 펼쳐지고, 노래하고 춤추고 음악을 연주하면 숨죽이며 따라가던 독자 또한 해방감을 느낀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노예들의 표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독자들은 변화하는 노예들의 감정을 저마다 상상하며 그려 볼 수 있다.
내 아이의 배낭여행
김현주 저 | 꿈의지도
3년 일하고 3년 쉬며 시간을 사서라도 여행을 떠나는 가족의 현실적인 배낭여행기. 아이가 여섯 살이 되는 해 부부는 아이와 함께 첫 배낭여행을 떠나고, 이후로 배낭여행은 가족의 일상이 됐다. 아이는 생각보다 잘 걷고, 잘 먹고, 잘 자고, 여행을 즐겼다.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여행을 통해 스스로 성장함을 확인한 부부는 본격적으로 6년간 21여 국가를 여행하면서 그들만의 여행기를 썼다. 매일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문화를 느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어려움과 고마움도 겪어본다. 저자는 내 부모의 부모가, 또 그 부모의 부모가 자식에게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었던 것처럼 아이에게 여행하는 방법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저/김미형 역 | 엘리
『퇴사하겠습니다』 의 후속편. 전작이 '진정한 회사 생활을 위해 치열한 퇴사 준비'가 필요하다며 퇴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 책은 '퇴사 이후의 삶'을 중심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이야기한다. 있어야 할 것 같은 회사도 없고, 잇어야 할 것 같은 냉장고도, 넓은 집도 없이 남은 것이라곤 '소소한 나'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이제껏 필요하다고 믿엇던 모든 것들에 의문을 품고 물건들을 차례로 처분하고 낡고 오래된 집으로 이사한다. 편리한 것들에 기대 묻어놓았던 자신의 잠재력을 '채굴하고' 겨울의 맛과 여름의 맛을 마음것 음미하며 자유롭게 충만하게 살아간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격렬했던 모든 '그만두기'의 과정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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