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자, 취하자, 내일이 없는 것처럼
12월 4주 신간
개그우먼 박나래의 삶과 요리 이야기 『웰컴 나래바』,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 세 편의 희곡 『여학생』, 구석기 시대의 허상 『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2017. 12. 27.)
웰컴 나래바 Welcome Narae Bar!
박나래 저 | 싱긋
박나래의 팬이 아니라도 TV에서 나래바를 봤다면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 이 책은 방송보다 실물이 더 예쁜 반전 개그우먼 박나래의 아지트인 나래바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래바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단골은 누구인지, 또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고 어떤 술을 마시며 어떻게 노는지 안주 레시피와 소맥 제조법, 게임 방법, 셀프 인테리어 등의 실용적인 정보와 함께 개그우먼 박나래의 인생사 에세이가 펼쳐진다. 이사를 다니며 종류별로 술과 술잔을 두고, 무명 시절 큰 시세를 진 개그맨 선배들과 친구들에게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려는 마음에 집으로 초대한다. 사람, 술,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하나, '지금을 즐기기 위해서'다.
여학생
배소현, 황나영, 박춘근 저 | 제철소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 「고등어」 「좋아하고있어」 「말들의 집」 등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장막 희곡 세 편을 묶었다. 살아 있는 고등어를 보기 위해 무작정 통영으로 여행을 떠나는 열다섯 살 지호와 경주(「고등어」), 서로에게 낯설고 설레는 감정을 느끼는 혜주와 소희(「좋아하고있어」),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길 꿈꾸는 여고생 진주와 서진(「말들의 집」) 등 여학생이라는 '특수한 존재'를 깊이 있게 다루고 기존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우리 연극계와 청소년문학의 의미 있는 발견이자 변화의 징후라 할 수 있다.
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
마를린 주크 저/김홍표 역 | 위즈덤하우스
한때 '구석기 다이어트'가 큰 화제였다. 유제품과 가공식품이 건강에 반하는 음식이고, 구석기인들처럼 육류와 채소, 과일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이어트였다. 구석기 시대에 관한 추종은 점차 운동, 섹스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까지 퍼져나갔다. 농업 혁명 이후 인간의 삶이 180도 달라졌는데, 인간의 진화 과정은 여전히 구석기 상황에 적응한 채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석기 생활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진화론에 입각해 단호하고 논리적으로 구석기 시대를 둘러싼 논쟁을 정리한다. 구석기 시대를 추종하는 건 과거를 미화하는 실수에 지나지 않고, 우리의 유전자는 현재의 삶게 맞게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반퇴의 정석
김동호 저 | 중앙북스(books)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5%를 넘어서고 100세 시기가 오면서 퇴직 후에도 자신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해 일해야 하는 '반퇴시기'가 도래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인 저자가 만들어 낸 신조어로, 중앙일보 디지털에 연재한 칼럼을 엮었다. 퇴직을 앞둔 1차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자)를 포함해 취업이 늦고 저성장, 저금리가 일상화된 2,3차 베이비부머 세대(30~40대)를 포함한 세대는 남은 인생을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노인 빈곤에 빠지기 십상이다. 재산, 연금, 주식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부터 상속과 증여에 이르기까지 노후 재테크 방법을 모았다.
백래시
수전 팔루디 저/손희정 해제/황성원 역 | arte(아르테)
1991년 작이지만 지금껏 번역되지 않았던 책. 여성의 권리 신장을 저지하려는 반동의 메커니즘에 '백래시(backlash, 반격)'라는 이름을 붙여 정치, 사회, 문화적 역풍을 해석하고 분석의 도구를 제공했다. 1980년대 레이건 시대의 신보수주의 물결 아래 미국 여성이 맞닥뜨린 '반페미니즘' 선전전을 파고 들어가 한국 상황에 변함없는 시사점을 던진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은 특수한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자 동시에 보편적 현상이라는 통찰을 제시한다.
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저 | 문학과지성사
1968년 데뷔해 '소설 쓰기의 전범' '작가들의 작가' '단편 미학의 정점' 등의 명명과 함께한 작가 오정희의 주요 소설을 정비했다. 강렬한 이미지와 시적인 문체, 치밀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삶의 근원적인 불안에 사로잡힌 존재를 탐색하고 성찰해온 소설은 한국 현대문학의 '살아 있는 신화'이기도 하다. 특히 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며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린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여성의 몸, 여성의 삶이 겪는 감정을 형상화하는데 성취를 거둔 작품들이다.
원one
사라 크로산 저/정현선 역 | 북폴리오
머리가 둘, 심장도 둘인 그레이스와 티피는 상반신은 둘이지만 허리 아래로는 하나인 좌골부 결합형 쌍둥이다. 16살에 첫 학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결합 쌍둥이가 그렇듯 건강상의 문제를 맞닥뜨린다. 보통 사람보다 불운한 환경에 놓인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들은 삶의 무게에 눌려 비관에 빠지지 않고 소소하게 좋은 인연에 충실히 임한다. 자유시 형식으로 쓰인 본문은 디지털 세대의 글쓰기를 연상케 하며 독해에 속도를 더한다. 덕분에 소설은 줄곧 따뜻하고 종종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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