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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함유량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월간 채널예스> 2월호 낮책밤책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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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커피, 그리고 하루키와 음악을 좋아해 홍대와 신촌 사이 기찻길 땡땡거리에서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와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듯 책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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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마흔일곱이 되면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다시 보겠다고 결심했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마흔일곱이란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알아버린 나이. 고매한 명분이든 여자든 더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나이니까. 자연은 사람을 배신하는 일이 거의 없으므로, 다만 아름다운 자연에서 위안을 구할 뿐. 조금 시적이고 조금 몽상적이지만...’ 정말 그렇게 되는 걸까?

 

젊은 시절을 스페인 내전과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그리고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에서 보낸 주인공 레니에가 쫓기듯 자리잡은 곳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쯤 떨어진 외딴 해변이었다. 그 곳은 일생을 먼 바다에서 보내고 마침내 생명이 다한 새들이 와서 죽는 새들의 무덤이기도 했다. 해변가 카페 주인이 된 그는 밤에 도착한 새들의 마지막 몸짓을 보며 매일 아침을 맞았다. 경찰에 쫓기고 사람에 지쳐 자기 자신과의 관계마저 끊으려는 사내에게 남겨진 건 고독뿐이었다.

 

사육제 다음 날 아침, 커피를 데우기 위해 불을 올려놓고 카페 테라스에 나온 그는 여자를 발견했다. 여자는 에메랄드빛 원피스에 초록색 스카프를 손에 들고 바다 깊은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20미터만 더 가면 파도에 휩쓸려버릴 터였다. “날 내버려뒀어야 했어요.” 그녀는 말했다. “이곳에 머물게 해주세요.” 그녀가 다시 말했다. 조금 전 고매한 명분이든 여자든 더이상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가장 아름다운 새 한 마리를 구한다는 고매한 명분과 아름다운 여자가 함께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불혹이라는 말은 틀렸다. 희망 앞에서 나이는 무의미하다.

 

로맹 가리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랐다. 몽골인과 유태인의 피를 동시에 물려받은 그의 작품은 그 때문인지 세상의 온갖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조소로 가득하다. 이 단편집에 담겨 있는 열여섯편 또한 마찬가지다. 각 단편마다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이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보는 사람의 폐부를 깊숙히 찌른다. 그건 자존심 상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이다. 그의 말대로 아직 제대로 된 인간은 나타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 세 잔의 커피가 있다. 인스턴트 커피와 에스프레소, 그리고 상온의 물로 장시간 추출한 콜드브루가 그것이다. 간단한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이 세잔의 커피중 카페인 함유량이 가장 많은 것은 무엇일까? 또 가장 적은 것은?

 

카페인은 쓴 맛이 나는 알칼로이드(alkaloid)의 일종으로 원래 용도는 커피등 몇 종류의 식물이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살충제 같은 것이다. 인간에게는 중추신경계와 신진대사를 자극하여 피로를 줄이고 정신을 각성시켜 일시적으로 졸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다량 섭취할 경우 짜증, 불안, 신경과민, 불면증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일일 최대섭취량을 400mg 이내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가 주로 카페인을 섭취하는 커피는 크게 향이 좋아 주로 에스프레소에 사용되는 아라비카와 향이 적고 쓴 맛이 강해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쓰이는 로부스타로 나눌 수 있다. 로부스타는 병충해에 강해 비교적 재배하기 쉬운데, 병충해에 강하다는 것은 살충제인 카페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부스타종은 아라비카종에 비해 카페인은 두 배쯤 되고 쓴 맛도 그만큼 강하다.

 

이제 정답을 알아보자. 셋 중 가장 카페인이 많은 커피는 뭘까? 바로 콜드브루다. 두 번째는 에스프레소, 가장 적은 것은 인스턴트 커피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에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한 잔의 커피에 사용되는 양이 적다. 흔히 마시는 맥심 모카골드 한 봉지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42.5mg에 불과하니 함께 포함된 설탕이나 기타 첨가물을 제외하고 카페인만 생각한다면 하루 8잔쯤 마셔도 괜찮은 양이다. 에스프레소 싱글 샷의 카페인 함량은 70mg 정도인데, 대부분 더블 샷으로 마시는 걸 감안하면 두 잔까지는 문제 없지만 세 잔째부터는 고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콜드브루의 경우 초창기 디카페인 커피라는 잘못된 소문까지 있던 터라 지금도 저카페인 커피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콜드브루 카페인 함량이 높은 이유는 에스프레소에 비해 오래 걸리는 추출 시간 때문이라고 한다. 커피전문점마다 추출하는 시간이 다양해 평균적인 카페인 함량을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에스프레소 처럼 하루 두세잔 이상은 마시지 않는게 좋다.

 

매일 몇 잔씩 마시며 가깝고 또 잘 안다고 생각해왔던 커피에도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진실이 담겨 있다. 특히 밤 늦은 시간 커피 생각이 간절할 때 카페인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자제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믹스커피 한 잔이나 혹은 에스프레소를 짧게 추출해 만드는 따뜻한 싱글 샷 아메리카노 리스트레토(ristretto)가 숙면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 것 같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맹 가리 저/김남주 역 | 문학동네
인간의 그 오랜 분석(糞石) 위에 앉아 아직 오지 않은 ""인간""을 기다리며 지금-이곳의 안타까운 인간의 얼굴을 발굴해내는 작가의 정교한 손길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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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피터(북카페 피터캣 대표)

책과 커피, 그리고 하루키와 음악을 좋아해 홍대와 신촌 사이 기찻길 땡땡거리에서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와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듯 책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인스타그램@petercat1212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저/<김남주> 역13,050원(10% + 5%)

1994년 프랑스 작가들 일곱 명의 단편을 모은 단편선이 출판되었다. 로맹 가리의 단편 역시 이 책에 실려있었다. 많은 독자들은 로맹 가리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얼마 후 절판되었기 때문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책은 새로 출판된 로맹 가리의 단편선으로 모두 열여섯 편의 단편을 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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