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00억 청년 CEO의 창업 불패의 법칙
『CEO가 된 녀석들』 안오준, 정재엽, 탁의성 저자 인터뷰
힘들 땐 너무나도 힘든데, 작은 성취감이 그 모든 걸 싹 잊게 해주거든요. 약간의 고생스러움을 ‘즐기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창업은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평균 나이 25.5세에 겁도 없이 창업 전선에 뛰어 들어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100억 기업으로 성장한 가구 브랜드 '카레클린트' 3인방을 만났다. 신간 『CEO가 된 녀석』에 창업 과정과 7년째 깨지지 않는 동업 비결, 소자본 스타트업에게 최적화된 마케팅 노하우 등 창업 A-Z를 담았다고 하는데, 이번 인터뷰에 그들이 전하는 좌충우돌 창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
정재엽 저자님의 취업 실패 경험이 쓰여 있지만, 다른 분들도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취업할 생각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던 건가요?
탁의성 : 취업 준비는 따로 안 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기업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회사랑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학교에서 배운 것을 활용한다기보다는 (디자인 외적인)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키는 것만 하는 분위기였어요. 무엇보다 저는 전공을 살리고 싶었어요. 가구 회사를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디자인을 더 재미있게 하려면, 내 사업을 하는 게 제일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업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제가 가장 적극적이었죠.
안오준 : 저는 약간 휩쓸린 케이스예요. 창업 얘기가 나왔을 때 ‘친구들이랑 같이 하면 재미있겠다’, ‘용돈이나 벌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이렇게 오래 사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커피 내리기부터 배송까지, 모든 걸 창업자들이 경험하고 난 뒤에 직원을 들였는데요. 가구에 있어서는 전문가지만 실제 경영은 다들 처음이라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정재엽 : 저희는 거의 모든 것이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없었어요. 할 줄 아는 거라곤 가구 디자인 밖에 없었거든요. ‘일단 가구 디자인을 하자 → 디자인을 뽑고 나니 디자인대로 가구를 만들어 줄 곳이 필요하네? 공장을 찾자! → 가구를 만드니 이제 가구를 팔 곳이 필요하네?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자! → 어라, 주문이 들어오네? 배송하러 가자!’ 이런 식이었어요.
안오준 : 1년 동안 직접 배송 다닐 때 정말 말도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어요. 그중 최고봉이 일명 ‘젓갈클린트’인데요. 저희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만 배송을 가다가 처음으로 지방 배송이 잡힌 거예요. 한 다섯 지역을 묶어서 갔어야 했는데 용달차를 빌려서 가려니까 거의 하루에 80만원이 드는 거예요. 그 돈이면 저희 사무실 월세를 내고도 남는 돈이었거든요. 그래서 200만원 주고 오래된 트럭을 아예 샀어요. 초기 비용은 좀 들지만 지방 배송 때마다 계속 타고 다니면 되니까요. 신나서 트럭 문을 열었는데, 어마무시한 새우젓 냄새가... 알고 보니까 그 트럭이 젓갈을 운송하던 트럭이었나봐요. 이러다 가구에 젓갈 냄새라도 배면 ‘젓갈클린트’ 된다고 밤 새워서 세차장에서 열심히 세차하던 사건이었죠.
탁의성 : 이렇게 경험으로 습득해서 그런지 흡수도 빠른 편이었어요. 시행착오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직접 부딪쳐 배우는 길밖에 없죠.
친구에서 동업자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유의하거나 조심하자고 했던 일, 관계에서 카레클린트 창업자가 가진 마음가짐도 듣고 싶습니다.
정재엽 : 강연이나 어디서나 항상 듣는 질문인데, 동업하면서 싸운 적 없었냐고요, 가슴에 손을 얹고 저희는 사업을 하는 6년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안오준 : 저희가 좋아하는 여성상이 다 달라요. 그게 정말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탁의성 : 하하. 그것도 그렇지만.. 동업을 하려면 동업자를 잘 만나는 게 중요해요. 저희는 그게 운 좋게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기본적인 성향과 비즈니스 성향이 둘 다 맞아야 하거든요. 과에 남학생이 워낙 없어서 서로 친하게 지내다 보니 성향이 맞았던 건 이미 알고 있었고, ‘아트 퍼니처’보다는 실용적인 상품으로써의 가구 디자인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성향도 잘 맞았어요.
안오준 : 셋 다 감정 소비를 하지 않는 무던한 성격인 것도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저희는 회의를 하다가 목소리가 커지는 일이 있어도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꽁해있지 않아요. 그게 다 감정 소비거든요. 아무리 능력이 좋은 사람 둘이 만난다고 해도 감정 소비를 하게 되면 인간관계까지 틀어지게 되죠.
정재엽 : 동업은 결혼과도 같아요. 자신에게 꼭 맞는 동반자를 선택하고 그때부터는 운명 공동체처럼 싫어도 좋아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죠. 누군가는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하는 반면, 누군가는 ‘결혼은 평생 내 편이 생기는 것’이라고 하는 것처럼 동업자에 따라 동업은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되는 것 같아요.
청년 창업이 항상 카레클린트 사례처럼 잘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안오준 : 사업은 위기의 연속이에요. 저희도 크고 작은 위기의 순간이 많았는데요 그런 위기의 순간마다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저희 셋 특유의 낙천적인 기질 덕이었던 것 같아요. 안 된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어요. 탈출구는 어디엔가 꼭 있거든요. 사업이란 탈출구를 하나둘 찾아가는 과정이고, 그러다 보면 운은 반드시 따라오게 되어있어요.
정재엽 : 그게 바로 사업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힘들 땐 너무나도 힘든데, 작은 성취감이 그 모든 걸 싹 잊게 해주거든요. 약간의 고생스러움을 ‘즐기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창업은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이왕 사업을 시작한 분들이라면, 또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추진해서 꼭 그 짜릿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길 바랍니다.
이른 나이였기에 시작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 이른 나이에 성공해서 자만심이 들거나 위험한 상황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젊은 나이로 사업을 시작하는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정재엽 : 장점은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에요. 부양할 가족도, 융자도 없는 나이니, 실패한다고 해도 크게 잃을 게 없죠.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 평균나이 25.5세였으니 두려울 게 없었어요. 말 그대로 ‘나이가 깡패’, ‘젊음이 무기’였던 거죠. 그래서 창업을 고민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왕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고 권하는 편이에요. 반대로 안 좋은 점이라면, 거래처를 상대하면서 간혹 힘들 때가 있었어요. 가구업계가 다른 업계에 비해 나이대가 좀 높거든요. 어린 친구들이 한다고 하니까 신기하게 보시고 응원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가끔은 무시 아닌 무시를 당할 때도 있었죠.
탁의성 : 주위에서는 많이들 성공했다고 말해주시지만, 저희는 아직 성공을 이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만심이 들 겨를이 없어요.
카레클린트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탁의성 : 가구 디자인에는 ‘아트 퍼니처’라는 영역이 있어요. 가구 자체가 작품이 되는 예술적인 영역인데요, 저희는 상품으로서의 가구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기능을 최우선으로 두고 그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을 뽑아내자’는 것이 저희 디자인의 모토예요. 사용자가 앉았을 때나 누웠을 때의 편안함과 기능성이 최우선이고요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완벽한 비례를 뽑아낸다거나, 디테일에 포인트를 주는 방법들로 심미성을 높이고 있죠. 그래서 기능, 비례, 디테일 세 가지 요소가 저희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예요.
안오준 : 이건 조금 특이한 점인데, 저희가 원목을 취급하다보니 품질이 디자인으로 직결돼요. 나무 본연의 색과 나뭇결로 승부해야 하거든요. 나무마다 나뭇결과 색,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나무를 수입할 때 어떤 나무가 들어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소위 말하는 ‘복불복’인 셈이죠. 그래서 좋은 품질의 나무를 들여오기 위해서 나무가 들어오면 직접 검수를 나가기도 하고, 나뭇결이 안 좋은 나무들은 돌려보내기도 해요. 품질을 관리하는 것도 디자인의 한 영역인 셈이죠.
카레클린트의 현재 재정 상황, 경영 상황, 직원들 사이의 관계는 어떤가요? 규모가 달라지면서 관계나 상황이 달라지는 게 있나요?
정재엽 : 현재 지점은 11개, 본사 직원은 40명 정도로 늘어났어요. 직원들과 저희가 나이 차이가 많이 안 나서 관심사나 고민거리가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평소엔 대표와 직원의 딱딱한 관계가 아닌, 선배나 친구 같은 편한 분위기예요. 가끔 연애 상담을 할 때도 있고요. 그래서 회사 분위기가 늘 유쾌하죠.
탁의성 : 스타트업의 장점인 것 같아요. 초기에 회사를 키울 때부터 같이 한 직원들이라 그런지, 모두 으쌰으쌰해서 회사를 이끌어 보자는 의욕이 넘쳐요. 아직 커가는 회사라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지도 못하고, 직원 한 명 한 명이 일당백 역할을 해내야 하는 데도 이렇게 애사심을 보이는 게 신기할 정도예요. 퇴사도 거의 없는 편이고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안오준 : 단기 목표는 곧 설립될 자사 공장 가동을 안정화하는 거예요. 지금도 제품의 퀄리티가 이미 높은 수준이지만 원목을 사용하고 수제작이라는 특성상 형태가 완벽하게 일정할 수 없거든요. 퀄리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해외에 하청을 주는 OEM 방식이 아닌 자사 공장을 만들고 있어요. 공장 가동을 안정화해서 회사 이름만 유럽이 아닌, 장인 정신까지 유럽의 가구 브랜드들처럼 되고 싶어요.
정재엽 : 장기 목표는 홈 데코나 다이닝, 조명 같은 토탈 리빙(total living)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거예요. 요즘에서야 대중들이 조금씩 관심을 갖고 있지만, 세계적인 추세에 비하면 아직 국내의 리빙 문화는 꽃 피지 않은 단계거든요. 리빙 관련 제품들은 소비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죠. 가구에서 더 나아가, 토탈 리빙 문화를 바꾸고 선도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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