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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유쾌한 도전

『듣도 보도 못한 정치』 북토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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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혐오감 탓에 자리를 만들어줘도 참여를 안 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문제는 참여해도 달라질 게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현재의 시스템입니다.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자신의 의견이 어디까지 영향력을 갖고, 실제로 반영되는지를 알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가 있어야 해요.

지난 9월 26일 충정로 벙커1에서 듣도 보도 못한 정치 북토크가 열렸다. 행사에는 책의 저자이자 국내 최초의 정치 스타트업 와글의 대표인 이진순 씨가 참석했다. 또한, <한겨레21>의 편집장 안수찬 씨와 1인 미디어 쥐픽쳐스의 대표 국범근 씨가 각각 사회자와 패널로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70여 명의 청중이 참여한 가운데 영양가 넘치는 이야기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날 북토크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정치판의 새로운 흐름과 직접 민주주의의 방향성, 정치의 게임화 등 현대 정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논의를 다뤘다. 


한편, 이진순 저자가 대표로 있는 와글은 국내 최초의 정치 스타트업이자 소셜 벤처의 일종으로 지난해 8월 말 정치판을 바꿔보자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정치참여에 대한 창조적인 방법을 고안하는 차원의 리서치활동, 네트워킹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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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정치를 이야기하다

 

안수찬: 반갑습니다. 책 제목이 듣도 보도 못한 정치인데 그렇게 지은 이유가 있나요?

 

이진순: ‘정치를 이런 식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하면 정치권에 계신 분들은 늘 회의적인 시선을 보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 말고도 근본부터 다른, 새로운 정치가 많이 나타나고 있죠. 당신들이 듣도 보도 못한 것일 뿐 지금부터 설명할 정치형태는 새로운 세계 조류의 하나이고, 당신들만 정치를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어요. 2007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여러 나라에서 더욱 심화된 빈부 격차라든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정치적 사례들을 내용에 담았습니다.

 

안수찬: 말씀하셨다시피 책에는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하는지에 대한 많은 나라와 도시, 정치인, 시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작업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꼈던 사례가 있을까요?

 

이진순: 책의 첫 순서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례예요. 맨 처음에 소개한 이유는 아직 충분히 성과를 검증하기엔 이르지만, 바르셀로나의 사례는 분명 감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영감을 자극하는 사례였죠. 2015년에 바르셀로나 시장이 된 아다 콜라우는 42세의 젊은 여성입니다. 정치 경험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 사람이 양당체제를 깨뜨리고 시민연합의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어요.


이런 일이 1~2년 안에 어떻게 가능했을까 비결을 찾았죠. 그녀는 본인을 위해 투표해달라고 무작정 선전하지 않았어요. 얼굴이 많이 알려진 사람일 뿐 대표가 아니라며 ‘이 정당은 어떻게 정당을 구성할 것이고, 어떤 공약을 만들고 내세울 것이며 당직자와 후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등 정당의 핵심적 활동들을 아래로부터의 실천으로 가져갔죠. 그녀는 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천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했어요. 다른 사례들을 쭉 보면서 이것이 바르셀로나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요즘 새롭게 나온 정당들의 공통점이란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죠.

 

국범근: 책을 보면 바르셀로나 사례 외에도 스페인에 사례에서 많은 영감을 받으신 것 같은데 우리나라와 스페인이 유사한 경우가 많나요?

 

이진순: 어떤 분들은 잘 나가는 선진국 얘기는 안 하고 하필 스페인 얘길 하냐고 해요. 저는 영국, 미국이 정치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뭔가 진보적인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선진국이죠. 정치적인 역할에서는 적어도 2016년도 현시점에서는 스페인은 충분히 선진적인 국가입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스페인이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기반 직접 민주주의 사례로 뽑히고 있어요.


꼭 한국과의 유사성 때문에 순위를 앞에다 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봤을 때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생각해요.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프랑크 총독 아래에서 독재 시대를 보냈고, 정치적으로는 양당제의 시스템에서 A나 B만 두고 선택해왔죠. 스페인이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나라라고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다

 

안수찬: 직접민주주의는 실질적으로 가능성이 있을까요?

 

국범근: 어떻게 잘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제작하는 범근 뉴스만 하더라도 시사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이 와요. 때로는 제가 만들 때 파악하지 못했던 깊은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이진순: 우리나라 국민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혐오감 탓에 자리를 만들어줘도 참여를 안 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참여해도 달라질 게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현재의 시스템입니다. 시민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힘을 줘야 해요.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자신의 의견이 어디까지 영향력을 갖고, 실제로 반영되는지를 알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가 있어야 해요. 공개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안수찬: 시민들에게 권력을 줄 방법이 있을까요?

 

이진순: SNS나 온라인 기반의 여러 방법이 가능성을 가집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방안들은 다 써야 해요. 온,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요. 이런 차원에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면 한가지 도구만 쓰지 않았죠. 온라인 투표 시스템인 아고라 보팅이나 토론 데모크라시 OS 등 이미 이견을 조율할 때 쓰는 방법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툴을 이용하면 돼요. 중요한 것은 마인드입니다. 예를 들어 주거문제를 살펴보죠. 지도자가 주거대책에 대한 입장을 몇몇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토론 과정을 거쳐 해결방안을 내놓는 체계가 자리 잡아야 해요.

 

안수찬: 다수의 참여가 이뤄진다면 의견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논쟁도 벌어지고요. 또한, 일상에서 민주주의의 참여나 토론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다가 기회가 생기면 무분별하게 의견을 토해낼 텐데 어떤 형태가 바람직할까요?

 

이진순: ‘루미오’라는 플랫폼의 사례를 말씀드리고 싶네요. 루미오에서는 짜장과 짬뽕을 투표하게 해요. 원래 투표를 하면 바꿀 수 없는데 루미오는 사람들의 의견을 보고 변경할 수 있게 하죠. 한가지 질문이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을 토대로 형성됩니다. 앞서 짜장과 짬뽕 투표에 대한 이견을 조율해요. 그러고 나서 앞으로 중국집에서 주문할 때 짜장면 6번 짬뽕 4번은 어떤지 새롭게 조율된 주제를 세우죠. 단순 다수결과 수리 논술 주의적 투표 방식이 다른 점은 소수의 의견이 끊임없이 반영돼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이끈다는 거예요. 후자의 방식이 직접 민주주의에서 갖춰야 할 방식입니다.

 

안수찬: 한국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와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려 하나요?

 

이진순: 제가 생각하기에 정치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게 다가 아닙니다. 가정이나 학교 등 모든 사회적 집단에서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이 권력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정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여러 시민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가졌던 잘못된 문제 중의 하나가 진영논리에 의한 것이죠. 어떻게 우리 진영끼리는 똘똘 뭉칠 것인가는 바람직하지 않아요. 진짜로 제대로 된 정치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정당이라도 권력 배분과 소수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해요. 조금씩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조만간 와글에서는 시민들의 의견을 전해줄 ‘국회톡톡’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시민이 직접 나서 의견을 표명하고, 그것을 의원들에게 공지하는 시스템입니다. 의견에 동의하는 인원이 천 명이 넘으면 다음 순서로 국회의원들의 피드백이 기다리고 있죠. 물어봐서 대답하지 않으면 무응답 표시를 하고, 거부하면 그대로 거부 표시를 해둡니다. 의원 명단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됩니다. 이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압박수단이에요. 진지한 시민 의견들이 모이면 그 힘은 분명 강력할 겁니다. 큰 물줄기가 한 강에 흐르기 시작하면 이런저런 소수의 악성 댓글은 휩쓸려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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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들과의 Q&A

 

안수찬: 객석 질문입니다. 대중을 무지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직접 민주주의에선 올바른 의견 수렴이 가능할까요?

 

이진순: 저는 우매한 대중론, 개, 돼지론에 정말 분노를 느낍니다. 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역사에 있었죠. 그들은 엘리트 지도자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지금은 개인마다 직접 정보를 검색해 유통하고,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한계는 있지만, 과거보다 괄목할만한 발전이 있었죠. 뾰루지가 나면 의사를 찾기 전에 검색부터 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시민운동 지도자나 정치인의 입을 거치지 않더라도 토론할 수 있어요. 의견의 공유와 확산이 가능해졌고 발전된 의견들을 모아서 직접 전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답을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당대 사람들의 의견 총합에 오류가 있는 것을 얼마나 복구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과정입니다.

 

안수찬: 계속 이어서 질문하겠습니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 중에 하나로 정치의 게임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국범근: 정치의 게임화 정말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게임을 왜 그렇게 좋아할까 따져보면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란 것을 게임 하면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노력한 만큼 레벨이 높아지고 강해지거든요. 노력하면 보상이 따르고, 흥미를 느끼죠. 게임이라는 게 재미있어서 정치의 게임화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도 게임처럼 수고나 행동을 하면 거기에 따른 피드백이 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치의 게임화’인 것 같아요.

 

안수찬: 와글 정치 스타트업이 정치참여를 이끄는 방법이 굉장히 궁금하다. 시민단체나 언론 활동 정당 활동을 할 수도 있었는데 듣도 보도 못한 정치 스타트업을 들고나오신 이유는?

 

이진순: 좀 더 광범위하고, 제대로 된 유쾌한 시민들의 참여 판을 짜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방식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정파적 목적성을 가지고 모이는 시민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만큼 유연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저희는 그런 정파적 지향이나 목적을 가진 특정 정당 후보와 관계를 맺고 일하기보단 전반적인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과 활동하고 싶었어요. 시민들의 참여가 정치판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그것이 기폭제가 돼 새로운 모습들을 이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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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정치이진순 등저 | 문학동네
『듣도 보도 못한 정치』는 온라인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민주주의를 실현한 정당과 인물 들의 다채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정치는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때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밥먹듯이’ 하는 일상적 삶의 한 부분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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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상연(예스24 대학생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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