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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독자] 미나토 가나에를 소개합니다

[맨 처음 독자] 미나토 가나에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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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세계 각국의 저자와 출판사들이 각자의 언어로 책을 만들고 있다. 그들의 서점에 놓인 책들은 아직 한국 독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읽는 사람은 번역자일 것이다. 그리고, 번역자야말로 한 줄 한 줄 가장 꼼꼼하게 읽는 독자이기도 하다. 맨 처음 독자, 번역자가 먼저 만난 낯선 책과 저자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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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미나토 가나에를 빼놓고 일본 미스터리 문학을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일본에서 『고백』이 출간되어 빠르게 입소문을 타던 당시 한국에서 그녀는 아직 ‘이름 모를 신인 작가’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막 번역의 길에 접어든 내가 『고백』이라는 충격적인 작품을 만나 우리나라에 소개한 번역가로 인연을 맺고, 그 후로도 여러 미나토 가나에 작품을 번역할 기회를 얻은 것은 ‘행운’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당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비채로부터 검토를 의뢰받은 나는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느지막이 책을 집어 들었다. 보통 검토 기간으로 일주일 정도의 말미를 받는 터라 여유롭게 읽겠노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설마 그렇게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백』을 만난 수많은 독자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었고, 이튿날 아침 당장 편집자에게 연락해 이 책은 꼭 잡아야 한다며 잔뜩 흥분해서 두서없이 주절거렸던 것이다.

 

 

무심코 잡았다가 밤을 샜다

 

미나토 가나에는 『고백』의 성공에 힘입어 그 후로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다. 앤솔러지 발표작을 제외하면 일본에서 총 20권, 그중 한국에는 12권이 소개되었다. 그런데 작가로서는 다소 속상하기도, 초조하기도 할 『고백』이라는 데뷔작의 꼬리표가 늘 그녀를 따라다녔다. 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독자들도, 언론도 『고백』을 떠올리며 비교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을 찾은 미나토 가나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고백』은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가 뛰어넘어야 할 벽이라기보다 그녀가 만들어가는 산맥에 있는 하나의 높은 봉우리처럼, ‘미나토 가나에 월드’ 속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중에서도 『고백』이 절경이라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허세가 아니라 작가는 『고백』의 큰 성공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독자들이 자신의 다른 작품을 읽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고마운 작품으로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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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짢은 뒷맛, 이야미스의 여왕

 

미나토 가나에를 가리켜 ‘이야미스의 여왕’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나토 가나에 소설 가운데 악인이 웃으며 끝나는 작품이 없다. 처벌하는 쪽이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부조리한 케이스의 가해자에게 그야말로 가차 없는 철퇴를 내린다. 『고백』을 두고 너무 선정적이다, 자극적이다, 라는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처음 읽었을 때 모리구치 선생에게 감정이입하여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대다수의 독자가 그러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왜 미나토 가나에에게 ‘이야미스(뒷맛이 언짢은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대립구도의 인간관계는 늘 낯선 사람이 아닌,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물들이다. 선악의 구분, 가해자와 피해자, 그 경계란 몹시도 모호하고, 당사자조차도 잣대를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년범죄나 존속살해는 모두가 심각한 사회 문제, 범죄로 인지하고는 있지만 은연중에 ‘용서’가 미덕이니까, ‘가족’은 하나니까, 라는 인식의 틀에 지배당하고 있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들은 그런 우리의 의식적 제어를 뛰어넘어, 의도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명쾌하고도 날카로운 주장을 보여주기 때문에 불편한 ‘이야미스’로 다가오는 건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나라에 소개된 『리버스』는 작가가 간절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집필했다고 하는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중요한 소재는 바로 커피이다. 우리는 갈색 액체를 보고 “보아하니 블랙 커피겠구나” “커피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실제로 맛을 보면 상상한 것보다 더 쓸 때도 있고, 달콤한 시럽이 가미되어 있을 수도 있고, 눈으로 볼 때와는 다른 온도차를 느낄 때도 있다. 『리버스』에서는 그런 다양한 감각을 베이스로 진한 독 같은 마지막 한 방울을 맛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거야말로 ‘이야미스’가 아닐까 싶은, 읽고 나서 작가의 심술궂은 ‘악의’가 어른거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진한 독 같은 마지막 한 방울

 

이런 작품을 쓰는 사람은 성격도 굉장히 독하지 않을까, 이 사람 가정은 과연 괜찮은 걸까, 미나토 가나에의 독자라면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작가의 프로필을 조금 더 깊이 조사해본 독자라면 어머니, 자녀와의 관계까지도 의심해볼 것 같다. 그러나 작가 본인은 작품 속에서 실제 경험을 소재로 다룬 적도 없고, 가정도 무척 화목하며, 심지어 남편은 하얀 피부의 미남이라고 한다! (일본 G출판사의 담당 편집자가 보증해주었다.)

 

미나토 가나에는 굉장히 성실하고 성취욕이 강한 타입으로, 파트타이머, 기간제 교사 등의 일을 하다가 결혼 후 “형태로 남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 작가에 도전해 신인각본상 가작을 수상했다. 그런데 도심이 아니라 지방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주최 측으로부터 프로 활동은 어려울 거라는 말을 듣고 외딴 곳에서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오기로 작가에 도전, 단편 「성직」으로 제29회 소설추리 신인상을 수상했고 「성직자」로 시작되는 연작 단편 성격의 장편소설  『고백』을 통해 데뷔작으로 서점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고백』 단행본 발간년도 기준으로 2017년에 작가 데뷔 십 주년을 맞이하는 미나토 가나에는 평소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집필을 하고, 아침에 가족을 직장과 학교에 보내고 잠깐 쉬다가, 오후에 십 년째 단골이자 『리버스』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 인근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밤새 쓴 원고를 확인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생활을 오 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독한 작가’가 분명하다. 하지만 사흘의 방한 일정에서는 한국 독자들의 뜨거운 환대에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한, 여린 감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독하면서도 따뜻한 멋진 작가! 앞으로도 미나토 가나에와 뜨거운 만남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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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미나토 가나에 저/김선영 역 | 비채
“내 딸을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던지고 범인인 학생들에게 가혹한 복수를 실행하는 담임 선생님. 충격적인 내용에 독자들의 열띤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고, 강렬한 흡인력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격찬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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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미나토 가나에 저 | 비채
《리버스》는 커피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 후카세가 어느 날 날아든 한 줄의 편지를 계기로 꽁꽁 싸매어둔 과거의 아린 상처를 풀어헤치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남자 친구들 간의 우정을 비롯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과거와 현재와의 관계, 그리고 데뷔 이래 천착해온 테마인 복수와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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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선영(번역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오리하라 이치, 미나토 가나에, 아리스가와 아리스, 사사키 조, 야마구치 마사야 등 다양한 장르의 일본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번역 소개했다.

  • 리버스 <미나토 가나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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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백 <미나토 가나에> 저/<김선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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