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학 진흥이 앞으로의 할 일”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개정판 펴내 교육가이자 시인으로 살아온 삶
6ㆍ25 전쟁의 폐허 위에서,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끝났는지도 몰라요. 아니면 결혼하고 2년여 만에 아내가 어린 남매를 남겨 두고 세상을 떴을 때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러나 한 번도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다시 문학세계로 들어가고 문학과 함께 일어났어요.
『접시꽃 당신』,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베스트셀러의 시인으로, 수필가로 도종환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에 비해 그가 의원으로 국회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낯설다.
2004년에 출간됐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가 12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왔다. 그동안 도종환은 꾸준히 책을 내고, 19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가 현재는 청주시 흥덕구 지역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원실에서 만난 도종환 시인은 여전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이때, 시인이자 국회의원으로 사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정반대일 것으로 생각한 정치와 시가 그에게는 모두 연결된 일로 보였다.
계속 읽히는 책이었으면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가 다시 나왔습니다.
에세이집을 내면 잠깐 반짝하다가 이내 죽잖아요. 그러기보다는 오래오래 읽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낸다고 했을 때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했죠. 읽으면서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이 소중하다, 그래서 사람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소중한 존재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쓴 글을 다시 보면 기분이 어떤가요?
‘내가 옛날에 이렇게 생각했구나’, ‘예전에 생각한 게 지금 생각보다 더 깊었네’ 이런 생각을 해요. 예전에 쓴 글, 예전에 낸 책 중에서도 더 애정이 가는 책이 있어요. 이번에 다시 나온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는 구구산방이라는 영혼의 집에서 쓴 글들이라 그런지 애정이 가는 글이에요.
책에서도 구구산방에서의 의미가 각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구구산방은 아파서 요양 차 들어간, 흙으로 지은 집이에요. 동네에서도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첩첩산중 집이었어요. 처음에는 고독하고 외롭고 적막하고 답답했는데, 지내면서 점차 제 생애에서 가장 좋은 집을 만났다고 생각되는 시간이었어요.
건축가들에게 어떤 집이 가장 좋은 집인가 물어보면 여러 가지 대답을 하죠. 하지만 가장 좋은 집은 사는 동안 영혼이 성숙하는 집이에요. 사람에 따라서 가격으로, 위치로, 디자인으로 가치를 따지기도 하는데 모양이 어떻든 가장 좋은 건 영혼이 성숙하는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끼를 키우는 이야기, 자녀분들이 어렸을 때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미 자식은 장성했고 토끼에게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요. 처음 책을 냈을 때부터 개정판을 낸 지금까지의 간격이 많이 느껴지시나요?
당시 키우던 토끼는 이미 다 숲으로 헤어지고, 지금쯤 새끼를 낳고 잘살고 있겠죠. 그사이 은거하면서 안으로만 침잠하는 시간을 5, 6년 보냈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는 고요의 한복판에서 남들이 이야기하는 소요의 한복판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매우 큰 변화였어요.
의원으로서의 삶
외국에 나갔다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미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 대통령재단에서 지은 도서관을 보고 왔어요. 국가에서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센터를 만들려고 하는데, 외국은 어떻게 하는지 참고차 방문했습니다.
의원이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정치하겠다거나 의원을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제19대 국회를 꾸릴 때, 그것도 비례대표 의원심사를 다 끝낸 직후에 문화 예술계 비례대표로 들어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여야 다 합해서 300명 중에 문화예술계 직능대표가 없었단 말이에요. 장애, 여성, 의료, 체육, 탈북자 등 한 분야를 대표하는 게 비례대표거든요. 발표만 남겨두고 문화예술계 대표가 없다는 문제 제기가 나와자 급하게 대표하는 사람을 찾아서 연락했던 게 저였던 거죠.
진작에 정치계에서 문화예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면 미리 대처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들어왔을 텐데, 급하게 결정되느라 첫 해는 많이 헤맸어요. 대변한다는 당위성은 동의했지만 제가 준비가 안 되었던 거예요.
문학진흥법을 대표로 발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문학진흥법은 무슨 내용인가요?
예술 중에 가장 기초가 되는 게 문학이에요. 드라마 대본을 쓰는 사람, 영화 시나리오, 연극 희곡을 쓰는 사람, 방송 대본을 쓰는 사람 모두 작가예요. 문학을 제대로 공부해내는 작가를 배출해내면 다른 예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요지였습니다. 국가나 기업이 문학을 지원하고 진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류 드라마 때문에 화장품, 자동차, 핸드폰이 엄청 팔렸어요. 외국에 나가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 교민들 만나면서 드라마 덕분에 많이 팔았으니 문학을 위해서 지원하고 투자해달라는 말을 하면 뜨악하게 쳐다봐요. 기업이 못 한다면 국가에서 행정적으로 문학 진흥을 뒷받침해주자는 거죠.
한국 영화가 외국에 나가면 세계적인 상도 많이 받고 인정도 많이 받아요. 이십 년 동안 영화를 끌고 온 건 영화진흥법이에요. 우리나라 만화도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이 또한 만화진흥위원회가 있었잖아요. 앞에 있던 사례들처럼 문학진흥법으로 문학을 지원해주자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출판 진흥과 도서관 진흥을 병행하고 번역원 예산도 확충하고, 다양한 경로로 지원이 필요해요.
문학진흥법은 통과되었지만 많은 일이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5년 단위로 문학진흥을 위한 기본 계획을 세울 때도 문인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어요. 5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5년 단위로 10년, 20년 계속해나가는 거죠. 그 중심에 국립한국문학관이 있어요. 전국의 흩어져 있는 문학관을 네트워크화하고, 특히 근대문학 자료를 다 수집하고 보존해서 국립한국문학관에 오면 자료를 다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시설 건립은 이미 공모 절차에 들어갔어요. 이번에 한강이 맨부커상도 받고, 동시에 일이 잘 됐어요.
진행하시는 다른 업무가 있나요?
교육문화진흥위원회의 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 쪽에서는 한국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있고, 누리과정 축소, 대학 구조개혁 등 해나가야 할 일이 많죠.
다시 시작하는 마음
사람들은 국회와 정치인을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인으로 알고 있었던 독자들이 의원이 되었다는 소식에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는데요.
글 쓰던 사람이 왜 정치판에 들어오느냐, 문학가로서 도종환은 이제 끝났다면서 근조(謹弔)가 붙은 화분이 온 적도 있어요. 살면서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요. 『접시꽃 당신』 내고 감옥 갔을 때 끝났다는 소리 들었고요. 나중에 다시 결혼했을 때도, 왕성하게 활동하다 건강이 나빠져서 직장이고 뭐고 다 내려놓았을 때도 이제 끝났다는 말을 들었어요. 사실 6?25 전쟁의 폐허 위에서,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끝났는지도 몰라요. 결혼하고 2년여 만에 아내가 어린 남매를 남겨 두고 세상을 떴을 때도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러나 한 번도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다시 문학세계로 들어가고 문학과 함께 일어났어요.
국회 들어와서도 여전히 글을 썼어요. 그 사이 몇 번 책을 냈고 공초문학상과 신석정 문학상도 받았어요. 비례대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요. 그리고 9월 초쯤에 그동안 쓴 시를 모아서 시집을 또 낼 거예요. 참 끈질기다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은데, 남들이 끝났다고 했을 때 끝났다고 받아들인 적은 없어요. 근조 화분을 받고 나서도 매일 화분을 보면서 다시 시작했어요.
의원직 이후 쓴 글이 그 전에 썼던 글과 달라졌는지도 궁금하거든요.
책이 나오면 읽어보고 판단해주셨으면 해요(웃음).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 중에 유리되는 게 있는지, 변화되고 폭이 넓어지거나 깊어진 게 있는지 작품을 보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주시면 참 좋겠다 싶어요.
지금은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하십니다. 지역에서 특히 하고 싶은 일이 있으셨나요?
교사로, 또 시인으로 살아왔어요. 국회에서는 우연히 이 두 개 영역이 합해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어요. 청주를 말로는 교육문화 도시라고 해요. 내실 있는 교육 도시를 위해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경험을 지역 변화에 접맥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교육과 정치의 접점
『도종환의 교육 이야기』를 쓰기도 하셨죠. 핀란드 교육사례를 모범으로 꼽으셨는데요.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istant)라는 세계 학생 학력 프로그램에서 2000년대부터 1위를 놓치지 않은 게 핀란드에요. 핀란드는 태어날 때부터 정서적, 지적, 신체적 발달에서 국가가 뭘 해줘야 하는지 관심을 가지면서 상향 평준화 시키는 방식이에요. 뒤처지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와 맞춤형 교육을 시키면서 한 사람도 낙오시키지 않고 아이들의 특성과 학습 속도를 존중해 주는 거예요.
우리는 잘하는 애들을 어떻게 특별한 학교에 보낼 것인가가 학부모의 주요 관심사에요. 공부 못하는 애들이 우리 애랑 같은 반에 있어서 성적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이슈죠. 과학고나 외고 말고도 자사고, 영재고, 자율형 사립고 이런 것들을 계속 만들어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특화해줄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일반고가 슬럼화되거나 실업 교육이 파탄 난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투자를 해도 교육적 효과가 나오지 않아요.
핀란드는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체제를 이십 년간 안 바꿨어요. 사교육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위원회 같은 걸 통해 합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서 일관된 교육체제를 가져가야 해요. 교육체제를 단단히 하는 게 선진국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를 특히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중국의 사상가 이지는 ‘동심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다’라고 해요. 다른 말로 천심이라고도 하고 진심이라고도 하죠. 동시는 이러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데, 이때 마음이 문학 하는 사람으로서는 제일 예쁜 마음이에요. 나이 들어서까지 동심을 유지하는 사람은 다시 말해 철이 안 든 사람인데, 이런 사람들은 철들지 말고 계속 자기가 하늘로부터 받은 마음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봐요.
아이들에게 동시를 읽히면 좋을까요?
물론이죠. 지금까지도 술 한 잔 먹으면 동요를 흥얼거려요. 동요를 부르는 마음, 동시를 좋아하는 마음을 아이들이 잃지 않게 해주는 것, 교육은 이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훌륭한 교육자들도 자기 자식의 교육에서는 죄의식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의원님은 어떤가요?
모든 부모는 내 아이가 특별해야 한다는 기대를 해요.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 엄마가 세상을 뜨고 늘 보통의 아이들로 자라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아이들의 상처가 튀어나와서 잘못되면 어떡하나 걱정해서 큰 욕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대학교 갈 나이가 되니까 간사해지더라고요. 반에서 4, 5등 하면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요. 대신 아이들을 채근하고 질책하지는 않았어요. 보충수업도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하고. 스스로 판단해서 하고 싶지 않은 건 안 해도 된다고 했죠. 부모로서 욕심을 많이 부리지 않을 것이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해요. 의도적으로 끌고 가서 더 잘하게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진 않았어요.
가족 분들은 잘 지내시나요?
아이들은 다 잘 컸어요. 아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딸은 디자인하면서 같이 업무를 진행하기도 해요. 집사람은 여성운동단체에서 정년으로 퇴임하고 지금은 가끔 강의 나가고 있어요.
가장 잘한 일은 시를 쓴 것
교사, 시인, 의원. 이제까지의 발자취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하시기에 이제까지 가장 잘한 건 무엇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잘한 건 별로 없고요(웃음). 그나마 꼽아보자면 시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은 해요. 학창 시절부터 가고 싶은 학교 못 가고, 하고 싶은 거 못 하는 좌절이 많았어요. 가난, 절망, 가정적인 어려움, 해직이라던가 투옥, 질병으로 쓰러진 상황이라던가……. 그 많은 고비를 시를 쓰지 않았으면 못 넘어왔을 것 같아요.
왜 하필 시였을까요.
왜 시였는지 모르겠어요. 운명처럼 왔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안도현(시인)처럼 학교 다닐 때부터 시를 잘 쓰고, 선생님이 칭찬해주니까 어렸을 때부터 시인 되겠다고 결심하는 문인들이 있거든요? 저는 그런 것도 아니었고, 어렸을 때는 오히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어요. 집안 사정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좌절 때문에 헤매다가 우연한 기회로 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어요. 문학으로 가라고 지독하게 실패와 좌절이 많게 설계해 놓으셨다 보다, 이렇게는 생각해요.
광주 민주항쟁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80년대는 격변의 시대예요. 민주화운동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달라진 시대였어요. 판화가 주류 미술의 주도적인 장르로 진입한 게 우리나라 문화사 자체에서 드문 일이었고, 운동권 노래가 광범위하게 새로운 형식으로 불리는 시대, 문학이 시대적 역할을 하기 위해 최전선에 서는 시대였어요. 저도 초기에는 이른바 민중 시를 썼어요.
문단에서는 이후의 시에 대해 ‘나이브해졌다’, ‘김소월식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에 꽃이 핀다』 이후에 한겨레에서 나왔던 평가였어요. 『접시꽃 당신』을 출간했을 때에도 비판이 많았었죠. 격렬하게 싸워야 하는 시기에 무슨 개인과 슬픔을 가지고 시집을 내느냐고요. 이건 대중시고 본격적으로 문학이라고 분류할 수 없다는 말도 있었고요.
평가가 서운하진 않으셨어요?
서운한 게 있어도 칭찬이든 비난이든 있는 그대로 받는다는 생각을 해요. 작가는 칭찬에도 비아냥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해요. 맞는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문학사의 평가가 증명하게 돼요. 비난하는 평론을 썼던 사람 중에는 나중에 잘못 썼다고 다시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30년간 한 번도 원고 청탁을 안 하는 분도 있어요.
나무와 꽃, 자연을 이야기하는 서정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서정시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듣고 싶습니다.
꽃과 자연은 이른바 문학에서 이야기하는 객관적 상관물이에요. 퇴계 선생은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설명하면서 아들에게 매화나무를 만져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나무 한 그루를 만지는 것이 사물의 본질에 이르는 이치를 깨닫는 데 중요했던 거예요. 제가 꽃과 나무를 이야기하는 건 그것을 통해 사물의 이치에 이르고자 하는 거죠.
한시나 시조를 보면 항상 강물 이야기, 새 날아가는 이야기를 해요. 선경후정이라고 가르쳤잖아요.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지 말고 정경을 이야기하라. 그다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우리의 전통적인 문예 창작의 방법이자 서정의 방법이었어요. 꽃과 나무를 이야기하면 젊은 사람들은 물론 재미없어하죠. 문학 자체도 재미없어해요.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SNS와 소통은 해도 문학작품과 소통하는 방식은 점점 밀리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사유가 깊어졌는지, 삶이 더 충만해졌는지 묻고 싶어요.
문학이 삶을 충만하게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책이 사유를 깊게 만들어요. 많은 걸 아는 것보다 많은 걸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해요. 많이 알면 굉장히 잘 살 것 같지만, 많이 사랑하는 것의 백 분의 일도 못 미쳐요. 이런 태도는 책을 통해서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사회가 되어도,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진보해도 책을 읽고 사유하고 성찰하는 삶이 결여되어 있으면 그 삶은 붕 떠 있는 삶이 되고 사막을 걸어가는 삶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해요.
다시 여쭤보면, 교사, 시인, 의원 중 앞으로 가장 잘하고 싶은 건요?
욕심을 내서 큰 역할을 더 맡겠다는 마음은 없어요. 큰 잘못을 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지금 역할도 너무 크고 버거워요. 글 쓰는 사람으로 해야 할 일과 동시에 예술인들을 대변해서 그들의 복지, 창작, 작품에 대한 유통과 향유의 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출판 진흥과 도서관 건립에 더 힘써야 할 거예요. 최소한 공공도서관이 1,500개는 지어져서 초판은 너끈히 도서관에 비치될 수 있도록 하면 출판사가 책임지고 양질의 도서를 만들게 될 거예요. 책을 읽는 삶, 책을 읽는 인문 정신이 많이 확산하는 사회를 만들자, 제가 있는 동안 그 역할이라도 하고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이상은 분에 넘치는 욕심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도종환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자신의 시처럼 ‘흔들리며 피는’ 삶을 살아온 도종환 시인이 잠시 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속리산 황토집에 1년여 간 머무르던 시기 발견한 행복의 모습을 담았다. 그는 ‘내 영혼이 성숙하는 집’이라 말하는 황토집에서 나무와 숲이 하는 말에 귀 기울였으며, 별들의 깜빡이는 눈빛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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