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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사실에 입각해서 쓴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김상연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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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세대의 빈부격차도 문제지만 그 격차가 다음세대로 그대로 이어진다면 그것만큼 불공정하고 희망 없는 세상도 없을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적어도 '기회의 평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고 그 시작은 보육과 교육의 평등이 돼야 할 것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살아가는 것에서 꿈꾸는 것까지, 너무나 다르기만 한 대한민국의 금수저(상위 1%)와 흙수저(절대 빈곤층). 수치와 통계로 극심한 양극화의 단면이 표현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유산 국민과 무산 국민으로 일컬어지는 ‘한 나라 두 국민’의 구체적인 삶을 정확히 모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본 만큼 느끼고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서울신문 특별취재팀 김상연,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가 한국의 빈부 격차 실태와 세습자본주의화 경향을 ‘극사실주의’에 입각해 취재한 글들을 모아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출간하였다.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의 취재를 묶어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떻게 기획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시대적으로 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을 읽고 과연 우리나라의 양극화 실상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부자들의 삶이나 빈자들의 삶을 따로따로 다룬 언론 보도는 종종 봤지만 두 계층을 대비한 보도는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목표는 단지 양 계층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 있었습니다. 실상을 알아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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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송수연, 유대근, 김상연, 이두걸 기자

 

프롤로그는 유대근, 송수연 기자의 빈자/부자 체험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선한 시도로 느껴졌습니다.
 

첫 회부터 파격적인 기사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독자들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양 계층의 삶을 기자가 직접 체험하고 그것을 저널리즘의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기사로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자들을 대신해서 삶을 살아보고 그것을 전달해주는 것도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교육과 결혼에서 자산 및 건강관리까지 실제 생활에 밀착한 취재기입니다. 이 책의 가장 특이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기억에 남는 취재 내용을 소개해 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부유층 과외비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1년에 5억 원을 쏟아 붓는다는 것은 믿기지 않았고, 특히 그보다 더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을 때는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반대로 부모가 생업에 바쁘거나 지병을 가진 극빈층 자녀들의 경우 어릴 때부터 기본적인 한글 교육도 받지 못해 초등학교 3학년에 가서야 한글을 깨쳤다는 취재 내용을 전해 들었을 때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달동네 재래식 화장실에서 몇 년 전 밤에 발을 헛디뎌 빠져 사망한 사람이 있다는 취재 내용도 충격이었습니다. 21세기에 화장실에 사람이 빠져 죽은 사건입니다. 그 사건은 당시 보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상위 1%, 절대 빈곤층을 만나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접촉을 하셨나요?
 
사실 저희도 과연 취재가 될까 반신반의했습니다. 상위 1%(금융자산 최소 10억 원을 포함한 개인 순 자산 40억 원 이상 & 연 소득 1억 5000만원 이상)가 굳이 자신들의 생활상을 기자에게 털어놓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형제지간, 아니 부모 자식 간에도 자신의 재산 내역은 밝히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그래서 처음엔 취재에 고생을 했고 어쩔 수 없이 저희 기자들이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해 소개를 받아서 취재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다행히 개중에는 자신의 부를 조금은 과시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어서 도움이 좀 된 것도 있습니다. 하위 9.1%(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166만 8329원 미만)인 사람을 취재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빈민구호단체 등의 소개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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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을 알아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취재하시면서 특히 가장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분야가 있으셨는지요.
 
역시 보육과 교육 분야입니다. 부모세대의 빈부 격차도 문제지만 그 격차가 다음 세대로 그대로 이어진다면 그것만큼 불공정하고 희망 없는 세상도 없을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적어도 '기회의 평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고 그 시작은 보육과 교육의 평등이 돼야 할 것입니다.
 
‘수저계급론’과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일 정도로 심각한 한국의 최근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피케티는 결국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유층에 더 많은 과세를 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터뷰한 전문가 중에는 부유층이 이미 상당 부분 충분한 세금을 내는 만큼 중산층도 세금 증가에 동의해야 실질적인 북유럽 수준의 복지국가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세금 많이 내고 복지를 많이 받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탈세에 대한 경계심 등 불신이 많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의 신뢰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 대한 댓글 중에 세금이 투명하게 쓰인다면 얼마든지 더 많이 낼 의향이 있지만, 지금과 같이 세금이 줄줄 새고 나랏돈을 눈먼 돈처럼 쓰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증세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물론 빈부의 문제를 오롯이 정부에만 떠맡기는 것도 위험한 시각입니다. 개인들도 각자 많은 노력을 하고 희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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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빈부 리포트김상연,이두걸,유대근,송수연 공저 | 한울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는 4명의 기자들이 대한민국의 가장 낮고, 높은 곳에서 목격한 실상을 가감 없이 써낸 책이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노원구 백사마을과 서대문구 개미마을 등 절대 빈곤층의 보금자리부터 청담동 빌라촌, 한남동, 압구정동 등 상위 1%가 사는 부촌까지. 약 세 달 동안 빈자와 부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그들의 ‘인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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