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교육 트렌드, 일기 예보 보는 것과 비슷해요”
2016 교육이 주목해야 할 13가지 트렌드 『트렌드 에듀 2016』
학부모들은 20세기를 살았어요. 그 기준의 인재상이 지금도 이미 큰 의미가 없어졌는데 앞으로 10년 후 자녀가 30대가 됐을 때도 지금 같을 것인지 의문이 들어요.
미리 아는 건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대응을 고민하고,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처럼 삶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복합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 했던가. 하지만 한국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한국뿐 아니다. 지금의 사회는 장소를 불문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스마트폰이 생활을 바꾼 게 얼마 안 된 이야기 같은데 사물인터넷이니, 빅데이터니 또 다른 거대한 바람이 불어온다. 중국의 등장도 가벼이 생각하면 안 될 중요한 요소다. 그러니 트렌드를 살피고,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당신은 알아야 한다. 이병훈교육연구소가 내놓은 『트렌드 에듀 2016』는 여기에 집중한다.
이병훈교육연구소 대표 이병훈 저자는 트렌드를 아는 것을 일기예보 보는 것에 비유했다. “트렌드를 알면 과거에 대한 이해도 가능하고, 미래 예측도 가능해요. 좀 더 전략적으로 대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거죠.”라고 말한다. 2016년, 주목할 트렌드 13가지 중 저자가 꼽는 것은 중국, 코딩 그리고 스마트 교육이다. 기억하자.
일기예보
시의성이 높은 책입니다. 지금도 교육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저술했는지 궁금합니다.
정보 제공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학부모님들이 알아두어야 할 테마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화두를 던진 측면이 많다는 거예요. 코딩 같은 건 강남, 목동, 분당 엄마들은 관심 많지만 다른 분들은 뭔지도 모르거든요. 전문가 분들의 경우도 그렇죠. 교육 전문가라고 해서 모든 분야를 다 아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이런 부분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다고 알리는 측면도 있고요. 또 비교육 분야에 있는 분들에게도 의미가 있죠. 요즘은 교육 분야와 콜라보 많이 하시잖아요. 강연도 하고, 직원 복지도 교육 분야로 많이 하니까요. 그런 타 분야 분들이 교육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짚어드리는, 편리한 도움을 주는 책이에요.
학부모뿐 아니라 일반에 충분히 읽힐 수 있는 책이네요.
그렇죠. 어떻게 보면 일반인 중에 교육과 관련한 일을 하거나 상관은 없지만 교육과 협업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책일 것 같아요.
화두를 던진다는 측면에서도 연결이 돼요. 코딩 같은 건 사실 잘 모르는 분들이 더 많으니까요.
많이 모르시죠. 그런 분들도 있어요. 수시를 보면 수능을 안 봐도 되냐고요. 그런 분들의 기본적 이해도도 높이고, 생각지 못한 분야에 대한 정보도 드리는 거죠. 요즘은 정보 홍수라 다른 사람들은 알고 공부하는데 나는 모르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적어도 기회의 균등이란 측면에서 그런 뒤처짐은 없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큽니다.
입시 정책이 다양해지고, 정보가 넘칠수록 ‘전략’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전략이고요. 나쁘게 말하면 꼼수죠.(웃음) 교과라는 명확한 결과를 비교과로 보완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노력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평가절하 되었던 것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보완이 돼서 인정받을 수 있는 거라고 볼 수도 있죠. 단점이라면 컨설턴트나 전략가의 비즈니스 모델이 강화된다는 거고요. 노력해서 찾아내면 참 좋은데 그렇지가 않아요. 그냥 돈 내고 전문가에게 맡기죠. 그러니 사다리가 부서졌다, 금수저다, 이런 말이 나오는 건데요. 보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저는 교육 당사자가 좀 더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해도 알아서 해주겠지 해버리면 패소할 확률이 높거든요. 자기 상황이 어떤지, 어떻게 할 건지 논의해야 승소 확률이 높은 것처럼 생각하길 바라요. 자문 서비스에 대해 좀 더 오픈 마인드로 다가갔으면 좋겠지만 다 맡겨버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교육 정책이나, 입시 정책, 더 나아가서는 탐색할 수 있는 직업들이 모두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트렌드를 안다는 것,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일기 예보 보는 것과 비슷해요. 현재가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될 건가에 대해 아는 거죠. 사실 몰라도 되죠. 추우면 그냥 감기 걸리고, 비 오면 맞고요. 하지만 미리 알면 대응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준비할 수 있어요. 트렌드라는 건 현재의 추이니까요. 트렌드에 뒤처지면 오늘은 살아요. 근데 내일은 고달파지겠죠. 트렌드를 알면 과거에 대한 이해도 가능하고, 미래 예측도 가능해요. 좀 더 전략적으로 대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거죠.
90년대 수능 도입 당시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공교육이 잘 대응하지 못했어요. 우왕좌왕했죠. 그 사이에 사교육이 수능에 맞게 적응력을 높이면서 공교육이 무너진 거거든요. 2000년대에는 하나만 잘하면 대학 간다, 교과 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이런 트렌드가 왔는데 또 공교육은 대응하지 못했죠. 공교육이 계속 트렌드에 지면서 지금의 현실을 가져온 거예요. 결국 트렌드란 거대한 흐름인데 추후 10년, 20년을 준비하려면 흐름을 알아야 대비할 수 있죠.
특별히 학부모 입장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요?
학부모들은 20세기를 살았어요. 그 기준의 인재상이 지금도 이미 큰 의미가 없어졌는데 앞으로 10년 후 자녀가 30대가 됐을 때도 지금 같을 것인지 의문이 들어요. 지금도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주도성, 대인 관계, 네트워킹, 문제 구성 능력 등이 있어야 인정받는 사람이 되잖아요. 앞으로는 또 어떤 역량이 요구될 것인지 이해하면 자녀를 미래시점에서, 정말 인정받아야 할 때 각광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는 거죠. 지금 코딩 안 해도 먹고 살아요. 그렇지만 지금 사람들이 영어 하듯이 자녀가 30대가 됐을 때 다들 코딩을 해야 인정받는다고 한다면 지금 해놓아야 그때 우왕좌왕 안 하겠죠.
코딩, 사물인터넷 등 책에서 다루는 교육 트렌드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이 있을 거예요.
예전부터 아는 사람들은 미리 대비해서 알아서 잘 했어요. 일상에 파묻혀서 귀찮음과 두려움이 있는 분들은 외면하다 나중에 후회하고요. 늘 그래왔죠.(웃음)
책을 보며 느낀 점은, 이미 교육(그 중에서도 특히 공교육)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학부모들도 사교육비 쓰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에요. 문제는 공교육만 시킨 우리 아이와 사교육 시킨 옆집 아이 중에 옆집 아이가 더 잘하는 것 같으니 안 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런 경쟁의식이 팽배해졌고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건 모든 변화에 대해 항상 사교육이 앞서 대응했기 때문이죠. 저는 공교육이 좀 더 신속해지면 좋겠어요. 몸집을 줄이고, 대응하는 스피드는 높이고요. 방향은 두 가지죠. 사교육을 아예 못하게 하든지 공교육이 빨리 움직이든지 말이에요. 이 결정을 못하면 지금의 불합리는 계속 유지될 거라 생각해요.
학부모로서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일단 부모가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을 많이 해야 해요. 많이 관찰해서 부정하지 말고 그 좋은 역량을 잘 조합할 수 있는 진로, 적성 탐색을 부모와 함께 해야죠. 아이에게 의도적으로 만나거나 읽거나 볼 기회를 많이 줘야 해요. 직접, 간접 경험과 대인 경험을 많이 해봐야 아이의 진로 의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봐요.
입시로 말하자면 요즘은 교과를 비교과가 뛰어 넘을 수도 있거든요. 수능 6~8등급이면 갈 수 있는 대학이 별로 없는데요. 그 학생을 인서울 시킬 수 있는 힘이 비교과에 있어요. 봉사, 독서, 진로, 창의성, 체험활동, 리더십, 수상경력, 성적의 일관성, 리더십 경험, 각종 활동 등이 비교과인데요. 이것들을 고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일관되게 관리를 해야 해요. 그러면 설사 성적이 낮아도 인서울 할 수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 부모님들의 인식이 낮아요. 생각까지 한다 해도 실천을 못해요. 반장만 리더십이 아니라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해도 리더십이에요. 이걸 알려면 교육청에서 나온 수시 사례집을 읽어보면 돼요. 읽으면 힌트가 많이 보여요.
저자가 보는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요?
우선 예산이 없어요. 그런데 이상한 곳에 예산을 써요. 연구 개발 용역을 맡길 때도 이미 결론이 난 걸 맡겨요. 두 번째, 선생님들이 좀 더 보상을 받고, 학교가 노력하면 충분히 더 많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이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선생이라는 게 안정적인 직장으로써의 가치가 더 높잖아요.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보고요. 정말 능력 있는 선생님들이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죠. 반드시 수업 잘해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선생님만 말하는 건 아니에요. 행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학교 마케팅일 수도, 프로그램 기획일 수도 있는 거죠. 가진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인프라를 공교육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도 학교 가보면 예전과 똑같아요. 학교가 바뀌면 막차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예요. 출판사나 문화 센터가 트렌드에 가장 빠르고요, 사기업이 그 다음으로 빠르죠. 다 하고 마지막에 가야 학교가 움직여요.
중국과 코딩, 스마트 교육
13가지 교육의 트렌드를 짚었어요. 이 중 가장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 항목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중국과 코딩 부분을 잘 보셨으면 좋겠어요. 가장 가까운 미래에 갖춰야 할 소양으로 이 두 가지는 정말 중요하거든요. 전문가들끼리 이런 얘기를 해요. 정부가 아이들이 똑똑해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요. 만약 그걸 원했다면 중국어와 코딩 교육은 지금보다 훨씬 빨리, 훨씬 더 의무적으로 가르쳤을 거라고 이렇게 과격하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만큼 이 두 가지가 중요한 거죠. 스마트 교육도 중요한데요. 앞으로 이걸 거스르기는 어려울 거예요. 스마트 디바이스를 어떤 식으로든 학교 교실에 도입할 겁니다. 그건 정책이나 사업을 떠나 지금 학생들이 터치 세대기 때문인데요. 이 세대에게는 스마트 교육이 훨씬 받아들이기 편할 거예요. 만지고, 확대하는 것들이 말이죠. 이 세 가지에 대해서는 관심 있게 봐야 하지 않을까 해요. 또 이 책뿐 아니라 관련 내용과 흐름을 많이 검색도 하시고 공부 하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마트 교육은 책에서 말한 플립 러닝과도 닿아있어요.
플립 러닝이란 기본적인 학습 내용에 대해 학생이 스스로 학습하고 교사와 다른 학생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생각하고, 표현하는 거죠. 입력을 스스로 하고 출력을 북돋아주는 방식인데요. 출력을 해봐야 입력이 잘 됐는지 알 수 있으니 좋은 방식이죠. 실제로 학교와 워크샵을 할 때 이런 ‘거꾸로 방식’으로 하면 아이들의 성적대와 상관없이 굉장히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어요. 미리 공부하는 영역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활용이 가능하겠죠. 출력하는 과정 역시 이런 디바이스를 통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재미와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요.
이런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미래로의 전환을 막는 장애물도 많이 있습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장애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리가 아직 20세기라는 게 제일 커요. 20세기 패러다임의 낡은 사고방식이라는 거죠. 학교, 정치, 경제가 모두 20세기에 갇혀 있어서 그 이상 생각을 못해요. 우리는 말로만 2015년이지 사실은 1995년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봐요. 입시 위주, 경쟁 위주의 교육도 문제죠. 자원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집중 투자를 해야 하니까 솎아 내는 게 중요했어요. 지금은 자원 과잉 공급의 시대인데도 예전과 똑같이 해요. 솎아 내기 위해서 말이에요. 청소년기 학업 성취도만으로 낙인을 찍는 건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해요.
성급한 제도화도 문제예요. 내 임기 안에 해야 한다는 욕심이요. 정부나 정치인, 경제인도 마찬가지죠. 뭘 할 때 학생이나 학부모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는 고민 안 하고 만드는 사람은 만들기만 해요. 게다가 열심히 가르치는 것보다 평가하는 데만 목을 매죠. ‘안 할 거야? 시험 본다!’이러면 다 하거든요.(웃음) 편의주의죠.
트렌드에 입체적으로 접근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명암을 모두 짚고 있거든요. 그만큼 고민이 커지는 책입니다. 특히 어떤 대책이 결과적으로 사교육의 양을 증가시키는 결과만 낳는 경우를 많이 봐왔는데요. 이것은 장기적인 비전의 부재라는 측면도 있겠죠.
맞습니다. 근데 원래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는 정부나 기업은 흔치 않죠. 말로는 다 장기적이라고 말은 하지만 대부분 단기적이에요. 또한 지금은 이해 관계자가 너무 많거든요. 정책 입안자, 대학, 사교육 관계자 등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요. 도로 사정과 똑같아요. 그때그때 덕지덕지 보수해놓고 장기적인 비전이 전혀 없죠.
결국 현재 상황은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 수행할 수 있는 특출 난 누군가가 등장해 해결해주리라 기대를 해요. 역사는 항상 그런 사람 한 명 때문에 발전하거든요.(웃음) 계속 이 상태가 유지되진 않을 거예요. 늘 변화하고 발전해왔으니까요. 누군가 해답을 찾아줄 거예요. 그게 지금 당장이 아니라고 해서 포기할 순 없는 거죠.
변화는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마이스터고 진학에 대한 관심처럼 다양한 방향으로 실용적인, 현실에 맞는 선택들을 한다고 하거든요.
드물게 그런 현상들이 생기고 있죠. 불량맘, 자연주의 교육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마이너리티라는 거죠. 우리나라가 마이너리티에 대해 잔인하잖아요. 선진국이란 건 소수도 살기 용이하고, 사람에게 큰 가치를 두는 건데 우리는 아직 거기에 못 미치고 있죠. 말씀하신 그런 친구들이 다수가 될 수 있을까 묻는다면 저는 가능하다고 봐요. 그리고 생각보다 급격하게 그렇게 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영어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정말 생활로써 배우거든요. 그렇게 배운 아이들이 선생님이 될 때쯤에는 확실히 바뀌겠죠.
굳이 한 주제를 꼽아 묻는다면, 인성 교육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인성교육을 평가한다는 것, 가능한 일일까요? 앞서 이야기했듯 부작용도 우려가 되고요.
일단 인성 교육은 충분히 평가 가능해요. 학생부 역시 충분히 주관적이거든요. 평가하고 있죠. 문제없어요. 정성 평가를 자세히 뜯어보면 정량 평가로 한다는 겁니다. 주관식 서술형 답안지 채점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돼요. 인성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지극히 정성 평가지만 정량 평가화 할 거예요. 마치 김연아 피겨 스케이팅 평가하듯이 말이에요. 평가는 충분히 가능하고요.
인성을 정성이든 정량이든 평가하는 게 올바르냐고 한다면 저는 올바르진 않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성 평가는 평가라기보다 메시지예요. 설사 그것 때문에 사교육이 생기는 한이 있더라도 해야 한다고 봐요. 중요한 건 사교육까지 가지 않게 키우는 것이 중요한 거죠. 평가 한다는 게 탐탁하진 않지만 인성이라는 건 중요해, 그렇다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많이 생각해야 해요. 착한 아이처럼 보이도록 말하는 걸 배울 게 아니라요.
교육이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니까요. 인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죠.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유산은 독서와 타인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남에게 보이는 애티튜드, 결국 그것이 인성 교육이에요. 경비원, 청소부, 상담사, 국회의원 앞에서 똑같이 배려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인성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물론 가정과 학교, 사회가 다 같이 잘하는 건 중요하지만 인성 교육은 가정을 학교나 사회가 이길 수 없어요. 특히 인성 교육은 입시 차원에서 생각하지 말고, 이 기회에 우리 세대가 구성원들끼리 대하는 태도에 있어 좋은 롤모델을 보여준다는 문제의식의 계기였으면 좋겠어요. 그런 차원에서는 부모 교육 같은 것을 확산해서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려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좋겠죠. 아이는 부모의 뒤를 보고 자란다고 하잖아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교육 분야는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죠. 정책적인 제안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정책 제안을 해본 적은 없는데요. 제일 제안하고자 하는 건 이거예요. 지금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잖아요.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면 돼요. 어떻게 하느냐?(웃음) 특목고, 자사고 다 없애고, 수시 다 폐지하고, 수능과 논술 다 폐지하고, 학력고사를 원상 복구 시키면 간단해요. 그러면 울릉도에서도 교과서만 파서 서울대 과 수석 하는 것이 가능해요. 제 제안은 간단합니다. 당연히 저도 알아요.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이 분석적 사고력, 논리력 등이니 평가가 다양해졌다는 것 잘 알죠. 그런데 대한민국이라는 곳의 입시정책이라는 건 인재를 뽑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어요. 기초한 환경과 상관없이 나도 인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현재 시스템은 아주 최악의 시스템이죠. 희망을 잃게 되는 시스템이잖아요. 그래서 학력고사 원상 복구를 원하는 거죠.
굉장히 현실적인 이유지만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기도 하네요.
전문가들과 이렇게 얘기하면 핏대를 세워요. 자기들이 수시로 돈 벌고, 진로로 돈 벌기 때문에요. 입시로 돈 벌고, 컨설팅으로 돈 버는 사람들인데 절대 싫어하죠. 저는 스스로의 기득권을 놓는 한이 있어도 대의를 위해 일반 대중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진짜 필요한 인재 육성은 대학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대학은 편의주의죠. 성적 좋은 학생을 뽑아서 내버려두고 알아서 인재가 되길 바라잖아요. 고등학교에서 대학은 희망을 균등하게 주고, 대학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것들을 정말 열심히 가르쳐야 해요.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제안을 하고 싶어요.
이병훈 교육연구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신지 함께 답변 부탁드립니다.
창업한 사교육 회사를 마무리하고 학교와 기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진로, 입시, 학습 멘토가 되어주고자 시작한 연구소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에요. 적어도 몰라서 못했다는 아쉬움은 안 생기게 하고 싶어요. 학생들에게 꿈을 향해 도전하기 위한 용기를 주고, 정확한 진학입시 정보를 통해 공부의 이유와 방향을 찾아, 제대로 된 학습법으로 자립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비전입니다.
같이의 가치를 짓다이병훈교육연구소 저 | 다산에듀
2016년 교육 트렌드를 4가지로 나눠 전망한다. 첫 번째, ‘미래 교육’에서는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과 ‘거꾸로 교실, 플립 러닝’이라는 테마로 접근한다. 두 번째, ‘인성?감성 교육’에서는 인성교육법 시행과 관련한 ‘인성 교육’과 강남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교육’에 대해서 알아본다. 세 번째, ‘학교 안 교육’에서는 ‘진화한 학교의 진로교육, 자유학기제’와 달라진 수학 및 영어절대평가, 그리고 영수의 자리를 노리는 국어에 대해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입시 제도’에서는 변화된 고입과 대입 생태계 및 새로운 사교육의 등장, 글로벌 인재 육성의 보고, 국제학교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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