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표현에 서툰 엄마들에게
『엄마 마음, 아프지 않게』 함규정 교수 인터뷰 감정은 육아의 숙제를 풀어줄 정직한 해답
대부분의 엄마들이 지배적으로 많이 느끼는 감정이 죄책감이에요. 예를 들어 학교 행사에 못 가서 미안해하고, 혼을 내고서도 미안해 하죠. 그런데 반복적으로 느끼는 죄책감은 아이에게도 전염이 많이 됩니다. 이미 한국의 엄마들은 지나치게 희생적이고 좋은 엄마들이에요. 죄책감을 갖지 말고, 내 아이에겐 내가 최고의 엄마라는 자신감을 가지세요.
감정코칭전문가 함규정 교수의 엄마를 위한 마음처방전
육아의 터널을 올바르게 지나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엄마들의 궁금증이자 가장 어려운 숙제와도 같다. 최근 『엄마 마음, 아프지 않게』 를 펴낸 함규정 교수는 엄마가 되는 진정한 준비는 ‘감정 공부’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엄마의 건강한 감정을 통해 몸과 마음이 튼튼한 아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 그녀가 전하는 감정에 관한 따뜻한 위로와 명쾌한 해결책. 나도 모르는 내 감정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자.
함규정 교수는 현재 한국감성스킬센터의 센터장이자,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겸임 교수로서 조직 내 리더와 조직원의 감성지능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BS, KBS, MBC, SBS 등에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 『함규정 선생님의 아주 친절한 감정수업』이 있다.
『엄마 마음, 아프지 않게』를 쓰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새로운 감정들을 겪게 되는 시기가 찾아와요.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는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지요.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엄마가 되는 것도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난다고 할 수 있어요. 자신의 입장 보다는 아이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우선시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아이를 위해서는 무엇 하나 사는 것이 아깝지 않은데,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책 한 권도 살 여유가 없는 엄마들이 많아요.
그런데 진정으로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이 책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으며, 무엇보다도 엄마 자신이 행복하고, 스스로를 챙겨야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 중에서도 육아를 하게 되면서 겪는, 알게 되는 새로운 감정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요. 육아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다양한 감정들로 채워진 육아의 터널을 지나가게 되는 것이에요. 그 터널을 지나갈 때, 무엇보다 엄마의 감정이 튼튼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엄마의 감정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말씀이네요. 사실 많은 엄마들이 알고는 있지만, 자신의 감정이나 힘든 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아이를 키우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감정의 중요성을 설명해주신다면요?
감정에 대해 공부와 연구를 거듭하면서 느끼는 점은 감정이란 것이 매우 무궁무진하며,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만을 골라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들도 상황에 맞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감정 코칭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긍정성만을 강요하며 부정적인 감정들은 나쁜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하지만 힘들 때는 ‘힘든’ 감정을 느끼는 것이 감정적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이며, 긍정과 부정이란 두 가지 감정을 골고루 느껴야 비로소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엄마가 되면서 좋은 감정도 많이 느끼게 되지만, 우울함, 혼란스러움, 슬픔 등 다양한 감정들을 골고루 느끼게 돼요. 이런 감정들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며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들이지요. 혼란스러운 감정들은 내 마음이 주변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니 육아를 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에 당혹스러워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육아를 하면서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감정들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네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평소 부정적인 감정은 무시하려고 하고, 마치 처음부터 그런 감정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내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감정들이 사라질까요. 아마도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는 폭발하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나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들과 가족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 전에 스스로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며, 소통해 나가야 해요. 그것이 건강한 감정관리법이 되는 것이지요.
올바른 육아를 위해 무엇보다 엄마의 감정 준비가 중요한데요. 현재 엄마들과 예비엄마들이 이런 부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여성들이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결혼을 꿈꾸고,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물질적인 것에만 신경을 쓰고, 치중을 하게 돼요. 그것이 과연 진정한 결혼 준비일까요. 엄마가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기 옷에서부터 용품, 태교 등을 준비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죠. 결국 육아를 하면서 힘든 마음이 찾아올 때, 그것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의 강한 멘탈과 튼튼한 마음일 것입니다. 모든 엄마들이 외형적인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교수님께서 이토록 사람들의 감정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와 그 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간단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경영학을 공부하고 연구원에서 일했는데 그때 ‘감정’이라는 것에 많은 관심을 쏟게 됐어요. 기업이란 것은 거대한 조직인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감정을 터부시하고, 리더는 항상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죠. 그것을 보면서 비즈니스에 있어서 사람들의 감정은 과연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를 마치고 난 후부터는 한국감성스킬센터 센터장이자 C&A Expert 대표로서 기업의 감정 코칭을 하고 있으며,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감정 코칭이란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리더에게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조사에서 임원들의 감정 코칭이 첫 번째로 꼽혔습니다. 그 만큼 경영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이 감정이라는 뜻인데요. 이유는 리더의 감정에 따라 그 회사의 분위기가 좌지우지 되고, 직원들의 감정까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것은 회사의 성과와 연결이 되겠죠. 만약 리더가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화를 내거나 힘들어 하면 그런 감정들이 직원들에게도 전부 퍼질 수 있어요. 그리고 폭포수처럼 번지는 감정들은 쉽게 회복되기 힘들죠. 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엄마의 감정이 나쁘면 아이들도 좋지 않고, 집안 분위기가 망가지는 것처럼 말이죠.
새삼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습니다. 자신의 감정 때문에 힘들어 하는 엄마들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신가요.
착한(?) 엄마들을 주로 만나보았어요. 예를 들어 엘리트 남편을 만나 자신이 꿈꾸던 가정을 이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딘가에 소통할 곳이 없어 힘들어 하는 경우였어요. 남편은 돈을 벌어오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진 채 열심히 사는데 막상 주변에 힘들다고 해도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요. ‘니가 힘들긴 뭐가 힘들어’라며 이해를 못하거나 받아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힘든 마음은 자꾸 쌓여만 가죠. 만약에 우리가 어디에도 하소연 할 곳이 없다면 어떨까요.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힘든 감정들은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일 거예요. 이런 엄마 밑에 있는 아이들도 결국엔 감정의 혼란을 겪게 되고, 엄마는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긴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되죠.
이런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 간에 벽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표현의 중요성,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드렸어요. 표현하지 않는 감정은 무척 위험해요. 우리가 여행갈 때 창문을 꽉 닫고 다녀오잖아요. 여행 후에 집에 들어갈 때는 공기가 무척이나 텁텁하죠. 심지어 집도 이런데 사람의 마음을 꽉 닫아놓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냥 넘어가자고 해도 소통이 안되면 화병이나 우울증으로 번지게 되는 것입니다.
감정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엄마들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 해주세요.
‘이제부터 표현해야지’라고 마음을 먹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절대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에요. 물병에 물이 목까지 차오르면 이미 통제가 불가능하고, 물은 넘치기 마련이이에요. 감정이 가득 차오르기 전에 순간순간 표현하는 것이 훨씬 좋아요. 예를 들어,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 했을 때 상대방이 ‘네가 뭐가 힘들어’라고 말한다면, ‘나도 힘들어’라고 표현을 하는 거예요. 두 번째는 심호흡을 하며 한 템포 늦추기에요. 욱하는 마음에 소리를 지른다거나 ‘당신이 내 마음을 알기나 해’라고 말한다면 이미 대화는 물 건너 가버립니다.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목소리를 낮추고 한 템포 쉬어가며 말하세요. 많은 분들이 힘든 상황에서 목소리를 키우거나 흥분을 하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상대방이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나를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낼 때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에 힘을 실어서 해야 합니다.
이 책은 엄마의 마음처방전이지만 아빠가 읽으면 아내의 힘든 점과 마음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를 경험해보지 않은 남자들은 그것이 생활에 어느 정도로 치명타를 입히는지 모릅니다. 남편들 역시 회사에 나가 힘든 점이 있겠지만, 육아라는 것은 부부가 함께 해야 할 공통의 일이잖아요. 한쪽에게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되며, 결국엔 함께 나누고 소통해야 아이를 더욱 잘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영국의 그림책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을 보면 아주 중요한 회사에 다니는 피곳씨와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나와요. 아빠와 아들은 아주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집안일은 모두 엄마의 몫이지요. 오로지 엄마에게 모든 걸 맡긴 채 시키기만 하는 가족들. 어느 날 지쳐버린 엄마는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사라져 버립니다. 집 안은 그야말로 돼지우리가 되고, 피곳씨와 두 아들은 돼지처럼 살아가요. 나중에는 아빠와 두 아들이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던 집안일들을 직접 해보며 피곳 부인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집안이 평화로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빠와 아이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만큼 가족 모두를 보살피는 엄마의 일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있을 엄마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지배적으로 많이 느끼는 감정이 죄책감이에요. 예를 들어 학교 행사에 못 가서 미안해하고, 혼을 내고서도 미안해 하죠. 그런데 반복적으로 느끼는 죄책감은 아이에게도 전염이 많이 됩니다. 이미 한국의 엄마들은 지나치게 희생적이고 좋은 엄마들이에요. 죄책감을 갖지 말고, 내 아이에겐 내가 최고의 엄마라는 자신감을 가지세요.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엄마가 없듯이 내 아이와 똑같은 아이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내 아이에겐 내가 최적의 엄마라는 뜻이지요. 그 사실을 잊지 마세요.
엄마마음, 아프지 않게함규정 저 | 글담
저자가 들려주는 10년 동안 상담을 통해 만난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과 위로를 주는 한편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상담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완벽한 육아란 불가능해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세요, 여행을 떠나 보세요’ 등 빤한 위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도무지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던 감정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줍니다. 일상 속에서 엄마의 감정을 다독이고 챙기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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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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