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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 “조부모 육아, 엄마들이 꼭 알아야 할 것”

『엄마, 내 아이를 부탁해』 펴내 부모님께 부탁하신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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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어렵게 맡긴 과정을 잊어버리고, 부모한테 “엄마 아빠는 손주 없으면 어떡할 뻔했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건 착각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거거든요. 젊은 엄마들도 육아 너무 힘들다고 하잖아요. 이 분들은 더 힘들어요. 체력이 안 되니까요.

“자식 농사 끝, 자식의 자식 농사 시작.”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한 CF의 카피다. CF는 손녀의 머리를 질끈 묶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어, 모기장 안에서 손주의 이마에 부채질을 해주는 할머니, 후둘 거리는 팔과 다리로 손주와 비행기 놀이를 하는 할머니, 손주의 강력한 축구공을 골대에서 받아주는 할머니의 모습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이 CF를 본 할머니들은 대부분 씁쓸해 했고, 내 엄마에게 아이를 맡긴 직장맘들은 속이 쓰렸다. ‘이런 CF는 왜 만들어서 마음 아프게 하냐”며 죄책감을 느낀 직장맘들에게 『엄마, 내 아이를 부탁해』를 권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직장맘의 71%가 조부모의 손에 아이를 맡긴다. 그래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건, 내 ‘부모’라는 뜻이다. 『엄마, 내 아이를 부탁해』는 부모에게 자식을 맡긴 직장맘과 손주 육아로 힘겨워 하는 조부모를 위한 책이다. 두 사람 사이에 당연히 존재하는 갈등의 원인, 해결 방법에 대해 차분하게 꼼꼼히 조언한다. 저자 임영주는 부모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며, EBS <부모광장>, <부모> 등에 부모교육 전문가로 출연했고, 신구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 교수로 여러 유아교육기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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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하는 엄마의 겸손한 자세


“엄마도 할머니도 아이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같은데, 깊어만 가는 갈등이 안타까워” 책을 쓰셨다고 하셨어요.


조부모 육아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부모와 조부모 사이에 낀 아이들의 문제는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황혼 육아’라는 말이 유행을 했는데 지금도 다르지 않아요. ‘손주병’을 겪고 있는 조부모들이 많은데, 너무 고통, 애로사항 쪽으로만 가는 거예요. 엄마들 입장에서는 신식육아, 구식육아를 말하는데 정작 애들은 빠져 있어요. 누가 맡든, 아이를 잘 키우자는 게 근본 취지잖아요. 부모와 조부모가 갈등하면 그 사이에서 가장 힘든 건, 아이예요. 그래서 “내 아이를 부탁해요. 잘 키워주세요”도 있지만, 부탁하는 엄마의 겸손한 자세도 필요해요.

 

예전에는 조부모들이 으레 당연하게 손주들을 봐주셨는데, 지금은 선택입니다. 거절하는 분들도 많고요.


맞아요. 우리 부모 세대와는 정서부터가 달라졌어요. 보통 감사하는 마음 갖고는 안 될 일이에요. 부모가 선택하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다 키워놓고서 ‘그 때 그럴 걸’은 아니에요. 지금 행동해야죠.

 

책 첫 부분에 ‘육아서를 선물하는 부모 이야기’가 나오던데요. 정작 조부모들은 ‘노안’으로 책 읽기를 힘들어 하신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 엄마 입장에서는 선물일 수 있어요. “엄마, 이렇게 해”라고 말하면 충돌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이 쓴 책을 선물하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완곡하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의도는 순수하더라도 때때로 왜곡되기도 합니다. 평소에 잘 지내는 관계라면 부드럽게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지만, 자꾸만 부모를 가르치려고 하고 안 그래도 서운한데 육아서를 주면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면 조부모님들이 서운한 거예요. 요즘 할머니들은 젊잖아요. 대부분 50, 60대이신데 그런 게 안 반가운 거예요.

 

신식육아, 전통육아에 대한 갈등이 가장 크지 않나 싶은데요. 이를테면, 간식을 너무 많이 주는 할머니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책에도 썼지만 ‘움큼 문화’라는 게 있어요. 계량컵으로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눈대중, 손맛으로 음식을 한다는 건데요. 조부모님들은 육아서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이지만, 우리보다 많은 자손을 키웠기 때문에 경험이 무궁무진해요. 어떤 육아서를 뛰어넘는 거죠. 할머니, 할아버지들 입장에서는 손주가 너무 예뻐요. 해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걸 믿어야 해요.

 

그렇지만, 젊은 엄마들 입장에서는 할머니 앞에서 무장해제가 되는 아이를 보면 걱정이 됩니다. 겨우겨우 적당한 선을 만들었는데 기준이 흐트러지니 고민이 돼요.


정말로 할머니들이 너무 많이 주는 걸까요? 방송에서 다루는 모습은 대개 극단적인 게 많죠. 요즘, 틀니로 음식을 씹어 주는 할머니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오히려 젊은 부모들에게서 농익지 않은 육아가 나올 때가 많아요. 할머니의 육아가 정말 아닐 때는 대화의 기술을 잘 살리면 돼요. 남에게 하듯이 정중하게 요청한다면 절대로 고깝게 듣지 않으세요. 내용보다 형식을 너무 무시하는 건 아닐까도 생각해봐야 해요. 책에도 썼지만 따뜻한 한 마디가 중요해요. “엄마,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보다는 “엄마, 내가 책에서 보니까”가 나아요. 객관적인 데이터를 의지해 의견을 전달하면 어머니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요.

 

“부탁의 말을 할 때도 순서가 있다”는 이야기에 꽤 공감을 했습니다.


어머니의 장점부터 언급하는 게 좋아요. 그 다음에 부탁의 말을 하고 다시 어머니의 장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거예요. “어머니는 어쩜 그렇게 아이 맘을 잘 헤아려 주세요. 정말 최고예요”라고 장점을 말한 후에 “그런데 할머니가 다 들어주니까 아이가 스스로 하지 않고 할머니한테만 의지하는 것 같아요. 이제 혼자 해 보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물론 마지막 말도 어머니에 대한 감사로 끝나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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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지 마세요. 할머니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게 돼서 너무나 죄책감을 갖는 직장맘도 많습니다. 아이한테도 미안하지만, 이제 편하게 사셔야 할 부모에게 육아를 맡겼으니까요.


아이를 맡김으로써 좋아지는 관계도 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의 부부 관계도 좋아지고요. 할아버지들은 연세가 드시면 여성성이 많이 발휘되잖아요. 젊었을 때 드러나지 않았던 잠재력이 나타나요. 더 꼼꼼하게 세심하게 손주를 보세요. 내 자식을 키웠을 때 못해봤던 것들도 하시고요. 목소리도 부드러워지니까 할머니 입장에서는 자기 남편을 새롭게 보게 되죠. 아이를 보니까 냄새에도 신경을 쓰고 심지어 담배를 끊는 분도 계시고요. 50, 60대도 남녀 맞거든요. 그런 게 살아나는 거예요. 금슬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제법 들어요. 무기력에서 활력이 넘치는 거죠. 손주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장점을 보는 시각도 생기고요.

 

현장에서 조부모들도 많이 만나실 텐데요. 젊은 엄마들이 모르는 ‘조부모의 생각’들이 궁금합니다. 조심해야 할 것들을 포함해서요.


내가 아이를 맡겼다는 사실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어렵게 맡긴 과정을 잊어버리고, 부모한테 “엄마 아빠는 손주 없으면 어떡할 뻔했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건 착각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거거든요. 젊은 엄마들도 육아 너무 힘들다고 하잖아요. 이 분들은 더 힘들어요. 체력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젊은 엄마들은 어느 순간 당연하게 생각해요. 착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위험해요. 늘 감사하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일회성이 아니라 매사에 늘 진행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야 해요. “너는 입만 열면 빈말을 하니?”라는 말을 들어도, “엄마 진짜 고마워서 그래”라고 말해야 해요. “애 볼래, 밭 갈래?”라고 하면 모두 밭을 간다고 하잖아요. 그걸 대신 해주고 계신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해요.

 

직장맘들은 퇴근 길이 바쁩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문을 열고 아이를 찾는데, 정작 자신의 부모에게는 안부 인사를 잊는다는 이야기를 읽고 뜨끔할 직장맘들이 많을 것 같아요.


엄마들이 자기 부모 생각을 안 하진 않아요. 그런데 표현을 너무 안 하세요. 자기 엄마한테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굳이 말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래도 해야 해요. “엄마, 비타민 챙겨 먹었어요?”라고 물어야 해요. 항상 용건이 너무 앞서는 것도 문제예요. 회사에서 전화를 할 때도 자기 아이만 챙기잖아요. 뭔가 시키려고 전화를 하는 건데, 할머니 입장에서는 은근히 서운해요. 손주도 예쁘지만 자기 새끼가 나를 챙겨주는 게 좋은 거예요. 아이 안부는 살짝 미뤄놓으면 할머니가 더 챙겨줘요. 애는 어차피 엄마가 회사에 있으니 못 챙기잖아요. 엄마는 할머니가 챙기고, 할머니는 그 힘으로 손주를 챙기는 거예요. 우리 엄마들이 우선순위를 다시 매겼으면 좋겠어요.

 

아이와의 대화법에 대해서도 강조하셨습니다. 아이한테는 존댓말을 하고, 오히려 자기 부모에게는 반말을 하는 엄마들이 많은데요.

 

내가 하고 싶고 키우고 싶은 대로 부모한테 하면, 아이들이 그걸 보고 자라요. 교육적으로 시켜서가 아니라 옆에서 보고 배우는 거예요. 대화할 때 할머니를 먼저 존중하고 존댓말을 잘 쓰면, 아이에게는 롤 모델이 될 수 있어요. 특히 두 돌 전후는 어휘력이 폭발하는 시기예요. 이 시기부터 존댓말을 듣는다면 아이는 존댓말의 문법과 다양한 어휘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요.

 

양육비에 대한 꽤 예민한데요. 어떻게 주느냐, 얼만큼 주느냐도 생각의 차이가 있습니다.


손주를 돌봐 주는 조부모들이 모인 공개 토론 자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자발적으로 무대에 나와 마이크를 잡은 할머니들은 한결같이 ‘어떻게 양육비를 받냐”고 하셨어요. 다섯에 한 분 정도가 ‘왜 안 받냐, 떳떳이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못 받고, 안 받고’였어요. 그런데 지면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얼마나 받았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많을수록 좋다’가 가장 많았어요. 가정형편에 따라 액수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부모님들은 자녀로부터 무언가를 받으면 기뻐해요.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존중’으로 전해지기 때문이에요. 또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인 양육비가 아니라 ‘생계형 양육비’도 있어요. 반드시 챙겨 드려야 해요. ‘무임금 노동은 없다’고 생각해야죠. 때에 맞춰 액수에 마음도 담아 드리세요. 정기적인 날짜에 부모님이 편하게 생각하는 방법으로 드리고, 양육비를 드리는 날에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아요.

 

‘주말 시간을 어떻게 보내냐’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평일에는 기껏 손주를 열심히 봐줬더니 주말에 나들이나 외식을 할 때는 할머니를 안 불러서 서운해 하셔요.


두 번은 권해야 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염치가 있어서 자기네들끼리 간다고 할 때, 선뜻 따라나서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엄마, 옷 안 갈아입고 뭐 하세요?”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주말에는 무조건 부모님께 시간을 드리라는 말이 있는데, 때때마다 달라요. 부모님들도 바깥바람을 쐬고 싶을 때가 있어요.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으신 거죠.

 

배우자의 부모가 내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자칫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요. “장모님은 왜 그러셔? 자기 키울 때도 그랬어?” 같은 말을 사위들이 하는데, 늘 상대방의 집안과 어른을 존중하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못마땅한 게 있으면 정말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하셔야 해요. 젊었을 때는 표정 관리가 잘 안 되는데, 자기 자식들한테는 그래도 잘하거든요. 표정 관리가 필요해요. 아이들한테 자기 엄마가 예쁜 기준이 높은 코와 예쁜 눈이 아니에요. 상냥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이 있으면 우리 엄마 예쁜 거예요. “어머니, 제가 잘 몰라서 그래요. 어머님 많이 가르쳐주세요”라고 살갑게 말을 걸 줄 알아야 해요. 집에서는 내가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건 다 똑같이 며느리고 딸이고 엄마인 거예요. 겸손함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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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한테 하면 안 될 말은 부모한테도 하면 안 돼요


요즘 쌍둥이 자녀를 둔 부모가 많습니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번갈아 가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도 꽤 있는데요. 양육자가 여러 명일 경우, 아이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어릴 때, 양육자는 통일되는 게 가장 좋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을 때는 조율을 해야 하고 부모가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해요. 일단 두 어머님과 엄마가 다같이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드는 게 필요해요. 같이 티 타임도 갖고 육아 사례도 이야기하고, 교대하는 시간도 갖는 거예요. 우리도 업무 인계를 하잖아요. 사실 근본은 다 같아요. 사랑하고 잘 키우고 싶은 거예요. 소중한 내 핏줄이지 남의 아이 맡는 거 아니잖아요. 우리가 자꾸 의심을 갖고 보면 불안해서 아이를 볼 수가 없어요. 잘 키워주실 거라는 확신을 갖고, 부모를 잘 모실 생각을 해야 해요.

 

자식이 부모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면요?


비난이죠. 아이한테 하면 안 될 말은 부모한테도 하면 안 돼요. 정말 격려와 칭찬이 필요해요. 어른일수록 노여움이 커요. 왜냐면 신체적으로 이미 쇠약해져 있기 때문에 젊을 때만 못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발목이 잡힌 거예요. 이제 와서 안 봐준다고 할 수 없고, 봐주자니 너무 힘들고요. 아들 오면 이야기해야지 싶다가도 아들을 보면 불쌍한 거예요. ‘내가 못 봐준다고 말하면 내 아들의 입장이 얼마나 난처해질까’ 걱정을 하세요. 비난은 서로 절대로 하면 안 돼요.

 

‘할머니 앞에서는 아이를 훈육하면 안 된다’는 조언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문제예요. 아이가 할머니 앞에서 엄마한테 혼날 때, 할머니가 가만히 있으면 아이가 서운해 하거든요. 그렇다고 아이가 잘못을 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교육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엄마의 권위도 없어지고요. 그럴 땐 자리를 피해서 훈육하는 게 좋아요. 할머니가 안 보이는 곳에서 훈육을 해야 아이가 서운한 마음을 갖지 않아요. 할머니가 아이를 훈육할 때는 어머니가 자리를 비켜주는 게 좋아요.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할머니에게 반론을 피면, 아이는 눈치를 보게 됩니다. 갈등 요소만 보이게 돼서 훈육은커녕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어요. 동조하는 말은 삼가는 게 좋고요. 이건 교육의 일관성과는 다른 문제예요. 엄마에 대한 반감으로 할머니의 훈육 내용이 희석될 수 있어요.

 

현재 부모교육연구소를 운영하시면서 전국을 돌며 ‘밥상머리교육’ 특강을 하고 계신데요. 실제로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하는 교육이라고 들었습니다.


30분 강연하고 실제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식사를 해요. 조부모님들이 오시는 경우도 있고요. 많은 분들이 ‘밥상머리교육’이라고 하면 밥을 먹을 때 가져야 할 매너 같은 것을 생각하시는데, 저희가 하고 있는 건 인성교육의 일환이에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밥을 먹을 때, 음식을 남기지 않고 잘 먹는지,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면서 먹는지, 그런 걸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에요. 계란 프라이가 세 개 있을 때는 가족 한 명씩 먹는 거잖아요. 말하지 않아도 아는 배려, 정당한 나눔을 체험하는 시간이에요. 부모교육연구소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는 건, 결국 부모교육인데요. 자녀들 나이에 따라 부모님의 눈빛이 달라요. 관심 분야도 다르고요.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공부나 진학에만 관심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부모교육이 절실하다는 걸 더욱 절감하고 있어요.

 

한 셰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요. 자녀들에게 “잘 커줘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 아빠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아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고 대답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요. 부모가 잘 지내면 아이는 잘 커요. 좋은 부모는 곧 좋은 사람이에요. 좋은 부모가 뭐냐고 물으면, 좋은 사람이에요. 길가에 휴지 안 버리고 쓸데없이 경적 울리지 않고, 남 비난하지 않으면서 부부끼리 행복하게 살면 아이가 잘 자랄 수밖에 없어요.

 

아무대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은 ‘젊은 엄마’ 또는 ‘직장맘’들일 텐데요. 선배 엄마로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아, 뭉클하네요. 아이를 키우고 나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싶어요. 육아서 같은 걸 읽으면, ‘이게 뭐야? 시야?’ 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가 써있어서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예요. 아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아이와 더 많이 들판을 뛰어다니고 벼를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요. 피곤에 지치는 하루가 많겠지만, 오늘 같은 날 아이 손을 잡고 아파트라도 한 바퀴 돌았으면 좋겠고, 멀리 바다를 못 가는 걸 아쉬워하지 말고 하늘을 좀 보면서 아이에게 “어제 바람이랑 또 다른 것 같지?”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젊었을 때는 젊은 맛에 몰랐는데, 너무 소중한 거였던 거예요. 내 아이의 손이 내 손에 들어가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는 거 아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랑 눈을 많이 마주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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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아이를 부탁해임영주 저 | 물주는아이
일도 육아도 성공적으로 하고 싶어서 어머니에게 맡겼건만 육아 갈등으로 다투다 보니 둘 다 엉망이 되어 버린다. 갈등 속에서 우리 아이는 과연 제대로 클까? 어떻게 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실제 조부모 육아 갈등의 다양한 사연과 해결 방안을 담았다. 책 속의 생생한 사연들과 구체적 지침들은 앞으로 닥칠 육아 문제를 여유롭게 헤쳐 나갈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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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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