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나는 타율이 높은 타자가 아니라 타석에 자주 선 타자”
소설,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지난 10월 6일 저녁, 논현동에 위치한 북카페 북티크에서 장강명 작가와 함께하는 소설학교가 열렸다. 소설학교 시리즈는 예스24와 문학동네가 함께 주최하는 프로젝트다. 이날로 일곱 번째를 맞은 소설학교는 문학 평론가 강지희의 사회로 진행됐다. 강연의 주제는 최근 출간된 장강명 작가의 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의 제목에서 따 온 ‘소설,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었다.
독자들의 힘찬 박수소리와 함께 등장한 장강명 작가는 “독한 감기약을 먹고 와서 누르면 ‘탁’ 하고 진담이 나오는 상태”라며 첫 마디를 뗐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장강명 작가는 일종의 폭탄 선언을 했다. 오늘 이후로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평소 이런 행사가 작가나 작가의 창작 행위를 자꾸만 신비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다는 그는, 그래서인지 더욱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들로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을 꽉 채웠다.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들은 소설가 장강명, 그리고 나아가서 인간 장강명에 대해서까지도 엿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강연이 끝나갈 때 즈음, 독자들은 행사를 시작하던 몇 시간 전보다 한층 더 깊어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제, 어떤 이유로 작가를 꿈꾸게 되었나?
장강명: 제가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SF를 좋아해서 대학교 1학년 때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고, SF 소설도 썼어요. 그때까지도 작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 후 단편을 여러 개 쓰고 나서 작가적 욕망이 생겼습니다. SF 말고 다른 이야기,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작가를 꿈꾸게 된 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신춘문예에도 다 떨어지고, 출판사에도 투고했는데 떨어지고, 그렇게 꿈을 접었다가 기자 생활한 지 4년차 될 때쯤 기사 말고 다른 걸 좀 써보고 싶었어요. 단순한 조각 글로 해소할 수 없는 욕망, 나에게 불쾌한 이야기일지라도 쓰고 싶다는 그런 욕망들이 쌓여서 결심할 때 작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장강명: 저희 아버지가 굉장한 독서가였어요. 어려운 책들을 많이 읽으셨는데 그 영향으로 저도 괜히 어려운 책을 찾아 읽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리고 어머니는 소설을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소설도 많이 읽었고요. 지금 실질적으로 영향을 많이 주고 있는 사람은 아내죠. 소설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향을 줘요. 다 쓰고 난 다음에도 마치 검수 받는 것처럼 아내가 가장 먼저 확인해요. 소설가 중에서 한 명을 꼽자면 제임스 엘로이라는 미국 소설가가 있습니다. 그 작가의 책을 독학으로 많이 연구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제임스 엘로이 스타일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그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소설가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장강명: 용기를 냈다기보다는 무모함으로 도전한 것 같아요. 전부터 회사를 만 10년 채우면, 언젠가 사표를 내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소설을 써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나오고 싶었죠. 회사 다니면서 쓴 게 두 권이었는데 그 책들의 판매량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세 번째 소설은 잘 써야지 하고 있었는데, 막상 진도는 안 나가고 어느 날 기사 때문에 데스크랑 싸우다가 그냥 울컥해서 사표를 내버렸죠. 그리고 아내에게 1년 3개월만 전업작가를 하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아내가 액수를 정해주면서 이 금액을 그 기간 안에 못 벌면 그건 전업작가가 아니라 취미생활이니 다른 직업을 얻어라, 대신 1년 3개월 동안은 허락을 해 주겠다고 조건을 걸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정말 미친 듯이 썼어요. 다행히 1년 정도 되던 때 수림문학상에 당선이 돼서 무사히 넘길 수 있었죠. 아직도 아내와의 그 약속은 유효합니다. 사실 지금도 전업작가로서 안정적인 궤도에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내년에 무언가를 냈을 때, 아내가 말한 그 액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없지만 계속 도전하려고 합니다. 제가 소설가가 된 것은 용기도, 도전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아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고, 지금 제가 어느 상황에 있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잘 해보겠습니다.
나와 다른 성별의 화자를 잘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면?
장강명: 『표백』을 출간한 후 독자 반응을 봤는데 여성 캐릭터가 별로라는 지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지적을 남성 작가들이 꽤 많이 받습니다. 왜 한국 남자들은 여성 캐릭터를 그릴 때 성녀 아니면 개방적인 여자 이렇게 오직 두 종류로 그리는지, 왜 자신의 판타지를 넣는지, 왜 살아있는 여성 캐릭터가 없는지. 저도 바꾸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국이 싫어서』를 쓸 때 제 자신에게 과제를 줬어요. 여성 캐릭터를 판타지가 아닌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어서 연구를 많이 했죠. 제일 참고를 많이 한 대상은 아내였고, 일부는 저의 성격도 들어가 있어요. 인물에 저의 욕망이 많이 투영돼 있죠. 막상 계나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보니 남녀 차이가 그렇게 큰 것 같지 않더라고요. 계나의 처지를 그 상황에 넣어 놓고 말버릇을 조금씩 조합해서 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결과에는 만족합니다. 그 사람의 처지와 소설에서의 캐릭터성이 관련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한 5~6명 정도 캐릭터를 만들어서 마치 만화가가 자신이 그려 놓은 캐릭터를 활용하듯이 쓰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편소설을 쓸 때 어려움은 없는가?
장강명: 처음에는 단편으로 시작했는데, 신춘문예에서 몇 번 떨어지고 나서 단편을 접었습니다.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SF 소설을 한 권 출간했거든요. 그래서 혹시 신춘문예 공모 요건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데 장편소설 공모전은 신인이든 등단했든 상관이 없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신춘문예 단편 당선작을 봤는데 수준이 너무 높아 보여서 저도 그렇게 잘 쓸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거꾸로 장편소설 당선작은 의외로 허술해 보이는 점이 많았어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이건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경쟁률도 장편이 훨씬 낮기 때문에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장편 쓸 때 제일 어려운 점은, 한참 쓰고 있는데 과연 내가 이걸 다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어요. 많이들 거기에서 무너진다고 들었어요. 3~40 퍼센트 정도 썼는데 이미 망쳤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가 힘들거든요. 제가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신력 때문이 아니라 저의 글쓰기 스타일과 관련 있는 것 같아요. 소설가들 중에 특별한 사건은 없는데 입담이 좋아서 그 힘으로 끝까지 가는 부류가 있고, 또 하나는 고전적으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이렇게 구조를 가지고 쓰는 부류가 있어요. 저는 입담형은 아니에요. 제가 만약 입담형이었으면 첫 소설을 쓰다가 접었을 것 같아요. 구조를 가지고 쓰게 되면 지금 내가 오르고 있는 산이 이 정도 높이의 산이고, 이런 능선이 있고, 이 봉우리를 넘기면 다음 봉우리가 나오고 이런 견적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큰 힘이 되어줬어요.
문학 공모전의 모든 것
장강명: 저 역시 당연히 떨어진 작품을 조금 더 수정해서 다시 낸 적도 있어요. 이 공모전에서 떨어진 게 다른 공모전에서는 당선된 것도 있고요. 이런 점이 공모전의 객관성, 공정성을 해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야구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의 타율이 3할대잖아요. 만약 4할대 타자나 5할대 타자가 나오면 오히려 의심스러운 상황이 되겠죠. 3할대가 나오는 것이 가장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공모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내 원고가 좋아야 하고 심사위원 운도 분명 있어야겠죠. 일단 자신이 훌륭한 타자가 되어야 하고, 타석에 나갈 확률을 높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저의 당선 비결이 있다면 빨리 쓴다는 것이었어요. 빨리 쓰니까 많이 썼고 이곳 저곳 보내서 남들보다 타석에 자주 나갔던 것이죠. 저는 타율이 높은 타자는 아니었지만 타석에 자주 선 타자라고 할 수 있어요. 문학 공모전들이 비판 받는 이유 중에서 각각의 개성이 없고 심사위원이 중복된다는 점이 있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개성이 없다는 것은 공정성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좋은 작품을 선택할 때 공통적으로 합의되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니까요. 여기에서는 되고 저기에서는 안 되는 그런 비일관성은 없는 장이라고 생각해요.
작품들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평소 여행을 자주 다니는가?
장강명: 여행을 싫어해서 자주 가지는 않습니다. 소설을 쓸 때는 구글 어스를 열심히 보면서 했어요. 제가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여행을 통해 이국적인 모습을 소설에 넣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에요. 제가 작년에 보라카이에 다녀 왔는데, 물론 가서 보면 다 이국적이죠. 하지만 동시에 전부 피상적이에요. 실제로 보라카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요만큼도 몰라요. 그런 상태에서 소설에 이국적인 모습을 넣으려고 해봤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곳에 대해 잘 아는 상태에서 묘사를 해야 읽는 사람도 납득을 하고 이국적이라고 느끼는 것이죠. 오히려 공간적으로는 겹쳐있지만 마치 모르는 세계 이야기 같은 것들이 더 이국적인 것 같아요.
소설을 쓸 때 작업 방식은 어떤가?
장강명: 아마추어 마라토너끼리 하는 안 웃긴 농담이 있어요. 뛸 때 힘든 게 아니라 연습하러 가는 게 힘들다고요. 저는 이것을 소설 쓸 때 똑같이 느낍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작업을 시작하기까지의 심적 스트레스가 제일 커요. 그래서 터득한 요령이 있는데 매일 하면 차라리 나아요. 월요병을 없애려면 일요일에 출근하라는 말과 비슷한 것이죠. 그냥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서 일단 쓰는 거예요. 그리고 체념한 상태로 써야 해요. 100점을 목표로 하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더라고요. 또 쓰는 중에는 앞으로 돌아가서 퇴고하지 말아야 해요. 처음에는 저도 그랬어요. 진도가 안 나가니까 괜히 앞으로 돌아가서 퇴고를 하는 거죠. 매일 첫 문장은 힘 빼고 습관처럼 쓰자, 그리고 쓰는 중에 퇴고하지 말자 이것이 저의 요령입니다.
작가라면 꼭 갖추어야 하는 덕목 세 가지를 꼽는다면?
장강명: 여기서 작가의 의미를 글이 아니라 책을 쓰는 사람으로, 그리고 시인이 아니라 소설가로 한정해서 말할게요. 책을 목표로 하는 소설가가 가져야 할 덕목은 집중력, 끈기, 그리고 정신적 강인함인 것 같습니다. 책을 만들 때는 순간적인 폭발력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계속 끌고 가는 끈기가 필요해요. 그리고 맥락을 이어가려면 집중력도 굉장히 요구돼요. 정신적 강인함은 두 번째 책, 세 번째 책을 계속해서 낼 때 필요한 것 같아요. 소설가는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평가 받아야 하는 일이잖아요. 일반적으로 집중력과 끈기가 있는 사람들은 다 자의식도 센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집중, 그리고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끈기가 바로 자의식 아닐까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한 모든 일들은 이 세 가지 덕목이 다 필요한 것 같아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을 어디에서 얻는가?
장강명: 아까 장편 쓰기의 어려움에 대해 말한 것과 겹치는데요. 저는 집중력과 끈기가 있는 편이에요. 입담형인 사람보다 정통적인 구조로 소설을 쓰는 사람이 긴 이야기를 쓸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자동차로 비유하면 사륜구동 같은 느낌이죠. 입담형 작가들은 좋은 도로를 만나면 빨리 가겠지만 중간에 진창이 있으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요? 그냥 이건 저의 상상일 뿐입니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마무리에 대한 불안이 다 있는 것 같아요. 과연 이걸 수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 불안이 오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마무리에 대한 불안이 없거든요. 소설적인 사건이란 것이 굉장히 큰 사건이잖아요. 그 뒷수습을 하려면 공권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예를 들어 사람이 죽으면 경찰이 어떻게 수사를 하는지 알아야겠죠. 저는 기자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굉장히 유리해요.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보고 들은 것이 있어서 뒷수습에 대한 부담이 덜 하죠.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는 모래주머니가 하나 덜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어쨌든 집중력과 끈기가 핵심이고, 중요한 것은 본인의 글 쓰는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입담형이라면 달리다가 진창을 만났을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해법을 구해야 하고, 구조형이라면 속도가 나지 않더라도 믿음을 잃지 않고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로서 직업병이 있다면 무엇인가?
장강명: 제가 심각한 직업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을 자꾸만 이야기로 보게 되는 관점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소설가로서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제 안에는 소설가가 아닌 장강명도 있으니까요. 어떤 면에서는 건강하지 않고 병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세상을 이야기로 파악한다는 것은 이런 거예요. 제가 문학에 몸을 담은 사람으로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문학에 한계가 있고, 특히 소설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꾸 이야기로 세상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 소설의 한계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은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이야기로 세상을 파악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인데, 그 본능에 굉장히 충실한 것이 바로 소설입니다. 사람에게는 잘못된 본성이 몇 가지 있죠. 예를 들어 실제 사람 얼굴이 아닌데도 눈, 코, 입만 그려놓으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것처럼요. 그것은 우리가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그 경우와 비슷하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 현상들에 아무 인과관계가 없어도 그것을 이야기로 보는 버릇이 생기는 것이죠. 만약 그것이 정말 세계의 실체라고 이해를 한다면 그것은 오해이고, 그것으로 세상에 다시 훈수를 두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모두 이야기꾼, 독자로서의 재능이 있는데 때로는 그것이 우리를 오도합니다. 뛰어난 소설가는 오도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저는 생각해요. 제가 전업작가가 된 후에 더욱 그런 식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고, 그에 대해 소설가가 아닌 제가 저항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그 중에서도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강명: 세상에는 소설을 읽어야 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고, 정서적 유대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고,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어요. 대부분 세 가지를 다 추구하겠지만 비중이 조금 다르죠.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이 그 의미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것 같아요. 아주 순수하게 의미로만 이루어진 것들은 세상에 몇 가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의미를 추구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장강명 작가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
장강명: 저에게 문학은 절대적인 의미입니다. 제가 의미를 맹렬히 추구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책이나 문학에 굉장히 몰두하고 있고, 지금도 제 삶의 가치를 높일 방향이 이 의미에 나의 의미를 보태는 것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는 제 인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작업이라고 생각이 돼요. 저에게 기쁨을 주고 가치를 주었던 건 전부 풍부한 의미들이었어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장강명 저 | 문학동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오로지 시간을 한 방향으로 단 한 번밖에 체험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작품이다. 일진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얼결에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 그 남자의 사랑을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되는 여자, 그리고 그 남자의 칼에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 세 인물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작가는 시간과 기억, 속죄라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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