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정연연 “오늘, 당신 안의 그녀를 웃게 해주세요”
에세이 펴낸 화가의 여자 이야기
10년 넘게 여자의 얼굴만을 그려온 화가 정연연이 이번에는 자신의 그림을 삽입한 에세이를 펴냈다. 그녀의 글은 여자도 몰랐던, 아니 외면했던 여자 스스로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그림을 통해 여성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해온 화가 정연연. 그녀가 에세이 『오늘 그녀가 웃는다』에서 여자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외면하고 있었던 여자의 맨얼굴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가 표현하려고 한 것은 억지로 꾸며내지 않아도 아름다운 얼굴, 누군가의 찬사가 없어도 소중한 여자 자신의 얼굴이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 60여 점과 함께 첫 맛은 쓰지만 결국엔 위로와 위안을 주는 쌉싸래한 초콜릿 같은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에 녹여냈다.
작가님은 화가이신데 어떻게 책을 내게 되셨어요?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작품을 좋게 봐주셨더라고요. 제 작품과 함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풀어내보자고 제안을 주셨죠. 제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었어요. 이때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 그림으로 했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것이 무척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기도 했거든요. 근데 뭐, 어쨌든 저의 무식한 도전 정신 때문에 일을 벌인 거죠. (웃음)
글을 쓰시는 전문작가가 아니라 화가이시기 때문에 독자들이 작가님에 대해 많이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일단 어쩌다가 화가가 되신 건지 궁금해요. 젊은 나이이신데 순수미술을 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좋아하니까 그림을 꾸준히 그렸고, 칭찬도 많이 받았지요. “나중에 커서 화가가 돼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서 전 ‘난 나중에 커서 화가가 되겠구나’라고 당연히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더구나 저의 성격이 앞만 보고 내달리는 편이라 다른 길은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성격 덕분인지 금전적으로 힘들었을 부분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고요.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작품을 보면 등장인물이 모두 여자잖아요. 작가님 프로필에도 10년 넘게 여자만 그려왔다고 되어 있고요. 여자만 그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또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도 얘기해주세요.
여자로서, 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정의해보고 싶었어요. 여자라는 존재는 너무나 미스터리하고 또 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오락가락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여자에 대해 깊이 연구했고, 그것을 시각화했지요. 아마 언젠가 여자에 대해 확실한 정의가 내려지는 날이 온다면, 더는 여자를 그리지 않을지도 몰라요.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성사회의 부조리, 여성의 사회적 관계와 위치, 여성 심리 등등이에요. 그 밖에 여성에 대한 알고리즘을 사회 전체가 제대로 인식하고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담으려고 해요.
작품에 이야기가 담겨 있잖아요. 소재는 모두 작가님의 경험에서 얻으시는 건가요?
제 경험을 녹여낸 그림도 있고, 지인들 이야기와 사회 이슈 등을 통해 느낀 점을 반영해서 그리고 있어요. 조금 독특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모른 척 외면해버리는 이슈들이나 여자들의 잘못된 문화 같은 것들도 꼬집으려고 해요. 책에도 여성사회의 뒷담화나 잘못된 동안 열풍, 미성년자의 성매매 등의 얘기를 담았어요. 자칫 무거운 내용이 될 수도 있지만 제 그림에 담긴 이야기이기도 하고, 한 번쯤은 짚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썼어요.
그렇군요. 책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더 얘기를 해볼게요. 책에는 여성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여자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요. 인상 깊은 구절이 참 많더라고요. 몇 가지 구절 좀 소개해주세요.
‘셀카 속 예쁜 얼굴은 당신의 얼굴이 아니다. 박제된 미소는 당신의 감정이 아니다. 조금 부족해 보이고 조금 뚱뚱해 보이고 조금 날선 것처럼 보여도 그게 바로 살아 있는 너의 얼굴, 너의 감정이다.’
여자들이 인위적인 모습 대신 자기가 갖고 있는 진짜 모습을 사랑해줬으면 해요. 물론 꾸미지 말라는 얘긴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먼저 사랑해주어야 하는 거니까요.
‘전쟁터에서도 사랑은 있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평화 속에서도 이별은 있다. 이별은 언제나 온다. 어디서든 찾아올 사랑이기에 언제든 들이닥칠 이별이기에 내가 붙잡아야 할 건 오직 나, 나라는 사람이다.’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또 흔들리는 게 여자잖아요. 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상처 때문에 자기 자신을 파괴하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을 꽉 붙들어놓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책은 계속해서 여자의 맨얼굴이 가장 예쁘다고 얘기하는데요. 여자의 맨얼굴이 상징하는 걸 풀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맨얼굴이야말로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덧대지 않은 본래의 모습이니까요. 하지만 요즘엔 맨얼굴이 부끄럽게 여겨지고, 그걸 두고 ‘뻔뻔하다’고까지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죠. 화장으로 맨얼굴을 감추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이에요.
그래서 여자들은 화장을 하고, 본래의 자기 얼굴을 숨기고 있어요. 일종의 가면이라고도 생각되는데요. 여자들은 그렇게 사회가 요구한 가면을 쓰게 되고, 또 그 모습이 자기 진짜 모습이라고 착각해요. 본래의 자기를 점점 잃어가는 것이죠. 그래서 책을 통해 여자의 수백 가지 얼굴(가면) 아래 감춰진 진짜 얼굴(맨얼굴)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어요. 가면을 쓰지 않아도 예쁘다,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화장한 게 더 예쁘다고 생각되긴 하는데요.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미美’의 의미는 외면에 대한 게 아니겠죠?
외적으로는 꾸민 게 더 예쁘긴 하죠. (웃음) 제가 얘기하는 건 내면이에요.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또 자기 자신을 많이 예뻐해주었으면 하는 거죠. 그렇게 함으로써 여자들이 내면에 갖고 있던 상처가 치유되고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외적으로도 세상이 정해놓은 미의 기준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해지길 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남의 눈을 신경 쓰느라고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여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스스로를 사랑할 때 진정으로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책이거든요. 글과 함께 그림도 감상하시면서 상처 입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오늘 그녀가 웃는다정연연 저 | 시공사
그림을 통해 여성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해온 화가 정연연이 여자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외면하고 있었던 여자의 맨얼굴에 대해 이야기한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아도 아름다운 얼굴, 누군가의 찬사가 없어도 소중한 여자 자신의 얼굴에 대해서 말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의 그림 60여 점과 함께, 쌉싸래한 초콜릿 같은 이야기를 처음으로 풀어놓았다. 즉 첫 맛은 쓰지만 결국엔 위로와 위안을 주는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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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연> 저10,800원(10% + 5%)
여자의 내면을 그리는 화가 정연연의 그림과 에세이 화장을 지운 여자의 맨얼굴,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 여자의 얼굴은 수백 수만 가지다. 정갈하게 화장을 하고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 앞에 나서는 얼굴, 짙은 화장 아래 속마음을 숨긴 채 활짝 웃어 보이는 얼굴, 옅은 화장을 하고 천진하게 주변을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