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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분단국가를 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할 것

물뚝심송의 대한민국 모든 떡밥-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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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이 선택한 일곱 번째 떡밥은 바로 ‘국방’이었다. 그는 군사기술과 전쟁의 역사 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전쟁은 인간이 역사적으로 만든 것 중 가장 나쁜 것이라 못 박았다. 그렇게 이어진 세 시간에 가까운 열정적인 강연을 지면 위에 옮겨본다.

기술 발전이 전쟁에 미친 영향
 

강연을 시작하며 물뚝심송은 이 주제가 흔히 말하는 ‘밀리터리 덕후’들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소 낯선 주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국방문제는 사회공동체의 영속성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군사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필요하다고 오늘 던질 떡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군사력과 관련된 최초의 핵심기술은 타격도구다. 동물의 뼈로 만든 몽둥이가 아마 그 시작일 것이다. 이어 이런 타격기는 돌도끼, 돌칼, 청동기칼, 철제 검 등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유효반경을 늘리기 위해 창과 활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바퀴의 발명은 전차를 만들며 역시 전쟁 기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차는 기병의 발전에 밀려 사라진다. 재미있는 것은 기병이 발전하는 데,  등자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등자는 말 안장에 매달려 있는 발을 거는 도구인데, 등자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기수가 고삐를 잡아야해 전투에 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등자가 만들어지면서 기병전 기술의 개념 자체가 바뀐다. 기병의 무장을 강화하고, 전투력을 상승시킨 것이다.

 

전술과 전략의 시대

 

 물뚝심송은 이처럼 도구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무형의 기술도 중요하다며 전술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로마가 수백 년 넘게 유럽에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로마 보병의 전술인데, 이 전술을 통해 개인 평균 신체조건이 우수한 게르만이나 켈트를 손쉽게 제압했다. 대열을 맞추고 진격하며, 방패로 보호하고 글라디우스라는 짧은 칼로 찔러대는 로마 보병을 당할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중세 시절까지도 기병과 보병, 그리고 궁수가 융합된 전술이 이어진다. 그러다 화약의 발명과 함께 군사기술이 달라진다. 특히, 소총의 개발은 전통적인 돌격전을 참호전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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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로 보호하고 글라디우스라는 짧은 칼로 찔러대는 로마군(이미지 출처: 영화 글래디에이터 한 장면)

 

여기까지 설명한 그는 소총에 대한 밀덕들 사이의 전설적인 떡밥 하나를 꺼내왔다. 임진왜란 당시 조총과 국궁의 전투력은 어땠을까. 물론, 조총이 국궁보다 살상력이 강하지만, 당시에는 적중률이 떨어졌다. 이에 비해 국궁은 꽤 높은 정확도와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차이는 연사능력과 발사회수의 제한이었다. 화살은 수백 개를 들고 다닐 수 없지만, 총알 수백개와 화약 한 봉지 정도는 얼마든지 들고 다닐 수 있다. 물뚝심송은 결국 어느 한 쪽이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고, 각 무기에 맞는 전술이 중요하다는 말로 내용을 정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총포기술은 더욱 발전했고, 전쟁은 각자 참호를 파고 몸을 숨긴 채 총을 쏘는 참호전으로 바뀌었다. 그 뒤로도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청동검에서 철제검으로, 전차에서 기병으로, 궁수에서 소총수로, 투석기에서 대포로 발전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바다에 전함들이 가득 찼다가, 행항공모함이 생겨나고 무인 드론이 미사일을 싣고 날아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전술보다 큰 개념의 국제 군사 전략의 시대로 들어온 것이다.

 

핵이 만든 긴장들

 

 그 전략 중에 가장 복잡하고 인류의 생존이 걸려있는 전략이 바로 핵무기에 관한 것이다. 2차 대전 말미에 미국에서 최초로 개발한 핵무기는 일본에 두 번이나 쓰였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물리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충격을 받아 자살하기도 하고, 반핵운동에 평생을 바치기도 한다. 핵무기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고, 전 세계는 냉전시대에 돌입한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전략은 바로 MAD다.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한국어로는 상호확증파괴라 불리는 이 용어는 전쟁이 시작되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반대 개념은 UAD, Unilaterally Assured Destruction. 일방 확증파괴다. 미국과 소련은 점점 좋은 핵무기들을 보유하게 되었고, 핵잠수함을 가지게 되면서 MAD상태는 더욱 굳어갔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핵무기로 인한 MAD상태가 세계 평화를 지켜왔는지도 모른다.

 

 핵무기와 관련된 국제 정세를 간단히 설명한 물뚝심송은 바로 북한의 핵무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정설이다. 하지만 매우 구식 핵무기인데다 원하는 지역에 떨어트릴 수 있는 운반체도 마땅하지 않다. 대륙간 탄도탄은 불안정하고, 잠수함은 디젤엔진으로 잠항시간도 짧고, 시끄럽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핵무기는 있지만 원거리 투발수단이 없다. 북한이 미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남한이나 일본을 공격할 의지가 있느냐? 이건 답하기 힘들다. 북한은 미국과 엄청난 UAD상태다. 남한과 일본을 공격하는 순간, 미국의 공격을 감당해야하는데 이걸 감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핵무기는 자위의 수단?

 

 그렇다면 북한은 그들의 주장처럼 핵무기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걸까? 전 세계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공식적으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이 있다. 여기에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2차 대전 말기에 핵 경쟁에서 얼결에 만들었는데, 내부에서는 핵무기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폐지하자는 주장이 계속된다.중국의 경우는 세계의 패권을 생각하며 발전 중이라 핵무기, 인공위성 등을 만드는 걸로 보인다. 인도나 파키스탄은 서로를 위협하기 위한 정치적 관심이 더 크고, 이스라엘이나 이란 역시 비슷하다. 위협용이지 자위용이 아니다.

 

 물뚝심송은 우리나라도 자위용으로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저 핵무장을 하면 멋져 보인다는 생각 때문에 국제 사회의 비난과 경제적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역시 핵무기 보유가 자위용이 아니라 북한을 고립시키고, 경제적 타격만 입히는 걸로 보인다. 그런데 왜 자꾸 핵무기를 만들까?

 

 물뚝심송은 이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미국과의 외교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 핵 협상에서 중유제공이나 경제지원, 비료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약속 받았다. 또 하나는 내부적 이유인데, 북한 인민들에게 강성대국론을 이야기하면서 하나의 증거로 삼을 결과가 필요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내부국민 설득용이다. 그리고 제3의 이유는 핵무기 기술을 제3세계에 팔려는 것이다. 테러집단에 핵무기를 판다면 꽤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물뚝심송은 북한이 돈을 목적으로 하는 현상이 참 모순적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주한미군은 어떻게 만들어 졌나

 

 이어 물뚝심송은 이제 우리 문제를 이야기해보자고 말했다. 조선의 군사력이 초기 형태를 구성한 것을 추적해보면 한국광복군 계열과 동일항일연군 계열을 찾아볼 수 있다. 분단 이후 남한에는 국방경비대에서 출발한 국방군이 생기는데 일본군 출신과 학병출신, 그리고 상해에서 돌아온 광복군 출신 이렇게 셋이 주축이 된다. 이때, 북한에서는 팔로군의 조선 의용군이 귀환해 인민군을 창설한다. 전투력은 단연 인민군이 우세했다. 한국전쟁 발발 초기, 미군의 참전이 있기 전까지 남한은 연전연패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남한정권은 겁을 잔뜩 먹고 미국의 지원에 매달리게 된다. 당시로서는 미국의 지원 없이는 북한에 맞서 남한체제를 유지할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 휴전을 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게 되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한미연합사다. 한국군의 총지휘권은 미국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남한은 북한의 군사력을 한참 앞섰지만, 여전히 전시 작전통제권은 이양 받지 못했다.

 

민족주의를 넘어

 

 물뚝심송은 이 문제를 단순히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군의 현재 상태라는 것이다. 사실 전쟁 이후 대한민국 국군은 눈부신 성장을 했다. 작전 능력도 뛰어나고, 군대 규모 역시 크다. 자비보급도 훌륭한 상태다. 하지만 군사력 운용의 핵심인 정보기술이 형편없다. 개별장교의 능력은 세계적이지만, 그 정보 자체가 미군을 통해서 공급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스스로 군대를 이끌 능력이 많이 모자란 셈이다.

 

 참여정부가 작전권을 환수하려고 할 때와 똑같은 문제가 주한미군철수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미군은 해외 주둔 미군 전체를 재편하면서 주한미군이 철수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막대한 주둔 부담금을 내면서 철수를 연기한다. 인계철선의 개념이 무너진다는 생각과 함께 정보능력부재와 지휘 체계의 미비로 인해 구군에게 유사시 대응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물뚝심송은 비참한 일이라며 이걸 바꾸려면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보능력을 향상시키고, 지휘체계를 강화하는 등 자체 작전 능력을 키워 독립적 군대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총체적 난국 속에서 우리 국군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한다. 병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인구수가 줄어 입영대상자가 적어진 것. 물뚝심송은 어쩌면 모병제가 나름 괜찮은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기에도 수많은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그는 모병제가 실시되지 않는 이유로 장성이나 사단장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을 군 스스로가 잘 알고 있어, 조금 더 압력을 준다면 얼마든지 변할 것이라 말했다.

 

군대,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그는 군대가 절대 비난의 대상도, 불필요한 조재도 아니라며 인류 문화가 발전하더라도 국가간 외교의 내부에는 아주 처절한 약육강식의 정글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한다. 군대가 필요하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가장 적은 피해를 주면서 군대를 유지할까, 하는 점이다. 국가 예산을 적게 쓰면서도 유사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선의 조직을 만드는 것 말이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물뚝심송은 무조건 현재를 부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말했다. 지금의 현실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고, 그 이해에서 출발해 실현 가능한 개선안을 찾고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이다. 다른 분야에 훨씬 좋은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그를 보니, 시니컬함 아래 숨어있는 희망에 대한 믿음이 느껴졌다. 그가  다음 시간에 이야기 할 마지막까지 잃어서는 안 되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에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될 마지막 강의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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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어지러운 방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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