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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전세 난민’ …대한민국은 집의 노예로 전락했다 - 『부동산은 끝났다』 김수현 강연회

‘부동산’ 스톡홀롬 신드롬, 인질범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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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수현 교수는 ‘우리 가계 재산의 80%는 부동산이다. 더구나 부동산 관련 산업은 우리 경제에서도 큰 몫을 차지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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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담배 두 갑씩 피우던 골초 P씨에게 선배가 걱정어린 말투로 이야기했다.
“담배값 모으면 집을 사겠다.”
선배의 충고에 감명받아 담배를 끊고 그 돈을 모으기 시작한 P씨는 결국 강남에 아파트를 샀다. 그의 나이 1428세 때의 일이다.(twitter@inoopark / 인우의 트윗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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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스톡홀롬 신드롬, 인질범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사람들
무장 강도가 은행에 들이닥쳐 인질로 잡혔다면? 무엇보다 당장 내 한 몸 빠져나가려고 갖은 궁리를 하며 몸부림칠 것이다. 그러나 인질로 잡힌 시간이 길어지고, 풀려날 기미도 잘 보이지 않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우선 무장 강도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또한 그 배경을 곰곰이 생각해보며 내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영화에서는 그러다 인질범을 옹호하기도 하고, 인질범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스톡홀롬 신드롬’이라 하여,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들을 볼모로 잡은 범인들에게 호감과 지지를 보내는 심리현상을 말한다.(『부동산은 끝났다』 p.13)

“이번 생에 부동산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부동산은 끝났다』 의 저자 김수현 교수는 ‘우리 가계 재산의 80%는 부동산이다. 더구나 부동산 관련 산업은 우리 경제에서도 큰 몫을 차지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부동산과 연관한 건설업, 금융, 보험, 가구, 중개업, 인테리어, 이사 등을 합해 보면 적어도 GDP의 20%를 웃돈다는 것이다. 더구나 도배와 장판, 중개업은 서민들의 일자리다. 부동산 관련 업종의 부침에 따라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달라지는 것은 다 그 때문이다.

자, 집값이 내린다고 상상해보자. 부동산 인질에서 풀려난다고 반겨야 마땅하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더 큰 두려움이 밀려든다. 마치 인질범과 너무 오래 지내다 보니 풀려나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는 ‘이상한 심리’와 같다. 갇혀 있으나 풀려나나 이래저래 인질인 상황.

우리는 이 아이러니를 벗어날 수 있을까. 부동산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이번 생에, 과연? 정말!

무책임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책임을 져라! 정부는 임대주택을 지어라!
김수현 교수는 『부동산은 끝났다』 를 통해 ‘정부에게 진짜 공공성을 요구하자’,‘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라고 할 뿐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시장규칙을 수립하라고 요구하자’,‘부동산 언론, 토건정치인, 호도만 할 뿐 책임은 지지 않는 소위 전문가들에게 책임을 묻자’고 말한다. 김수현 교수는 강연을 통해 ‘알수록 헷갈리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답변을 내놓았다. 부동산 지옥 탈출을 위한 준비작업이 될 수 있겠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몇 가지 불편한 진실들



궁금증 하나, ‘널뛰기 식 부동산 정책’은 왜 이루어지나?
집값은 올라도 문제, 내려도 문제다. 오를 때는 신문도 국민도 흥분한다. 언론에서는 실황 중계가 이뤄지고, 이를 들은 사람들은 조급해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집값 폭등은 절대 없다’고 주장하며 공급계획을 내놓고 세무조사와 금융규제 강화 등에 주력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정책이 나올수록 상황은 더 꼬여만 간다.

언론은 ‘정부대책은 아무 효과가 없다’고 선전한다. (이른바 ‘부동산 언론’이다) 또 시장주의자들은 정부에 ‘공급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이것이 바로, 집값 올리는 주술이다. 대중은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하고, 정치권은 이 말 저 말에 갈대처럼 흔들리게 된다.

그러다가 보면 정점을 찍은 주택 가격은 다시 하락의 길에 들어선다. 거래가 줄어든다는 것이 가장 큰 징후다. 판매자는 여전히 ‘더 높은 가격’을 기대하지만, 구매자는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구매를 미루는 까닭이다.

이때 정치권에서는 ‘거래를 살리자’는 주문이 꿈틀댄다. 종전에 강화했던 전매금지와 세제가 완화되기 시작하고, 미분양을 방지하려 정부가 나서서 집을 사 주기까지 한다. 건설업체는 한 술 더 뜬다.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도 다 없애라!”고 목청을 높인다. 시장주의자들은 이번엔 ‘정부가 개입하라’고 아우성친다. 정부도 부화뇌동하여 주택경기 부양에 나선다.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와 가계 부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의 ‘널뛰기식 부동산 정책’ 매커니즘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값이 GDP의 4-5배에 해당하며 민간 소유 주택이 96퍼센트에 이르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어떤 정책 하나로 누적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환상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주 자주, 제대로 된 정책조합이 아니라, ‘한방’을 겨냥하는 메시아적 구호에 미혹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원칙과 로드맵. 그리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추진력.
우리 부동산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 남성의 23퍼센트는
‘내집마련’이라 답했다. 한 통계에 의하면 도시근로자가 6년치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몽땅 털어 넣어야 서울에서 25평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고.


궁금증 둘, “시장에 맡겨라”는 만병통치약인가?
부동산 경기는 시장에 맡기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미국에서 모기지론으로 돈 빌려 집 산 사람들 중 6개월 이상 연체된 사람들이 작년 기준으로 10명 중 1명이다. 대개 흑인들, 젊은 사람들, 이민자들이 ‘경기 좋을 때 사라. 돈 한 푼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홀려 사인을 했다. 이것이 바로 “시장에 맡겨라”는 말이 얼마나 허무한지에 대한 증거다.

부동산은 경제학 원론 교재에도 ‘불완전 경쟁상품’이라고 쓰여 있다. 수요-공급 곡선이 자동조절되지 않는 상품이라는 것. 이것을 시장에 맡겨라? 거대한 사기극이다. 원가공급?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더더욱 안 될 말이다.

부동산 가격에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집값이 폭등하더라도 그것이 ‘거품’이라면 결국 붕괴되고 만다는 점에서 그냥 내버려 두자는 ‘극단론자’들도 있다. 시장원리주의자들이 간혹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논거에는 ‘투기’가 없다.

더군다가 정부가 개입해서 뾰족한 수가 나지 않았을 경우, 이 주장은 솔깃하게 들린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자원낭비가 생긴다. 특히 시장정보력에 취약한 일반 서민들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는 거품의 발생을 위해 노력해야 마땅한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미국 경제를 사실상 침체국면으로 떨어뜨렸다.


궁금증 셋, 전 세계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 속에서 우리 부동산도 파국을 맞을 것인가?
다행히 우리는 아직 괜찮다. 인구구조와 산업구조가 아직 본격적인 하강기도 아니고, 부동산 대출의 위험도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전 정부에서는 미국보다는 8개월 정도 앞서서 부동산 부문의 돈줄의 고삐를 강하게 죄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의 확실한 하락을 기대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세계적 추세에 비해 주택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부르지 않을까. 부동산 거품이 채 빠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에 대한 과잉집착이 지속되면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파국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현재의 안정은 일종의 ‘집행유예’라고 보는 게 맞다. 정부의 경기부양의 유혹, 4대강 사업이나 지방도시 SOC투자 등 토건세력의 정치적 지지를 좇아 부동산 거품에 손을 대는 것은 ‘가중처벌’의 위험을 불러온다.

아파트 분양광고. 매일 아침 신문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Q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를 ‘3포세대’ 라고들 합니다. 저는 제 집까지 포기하는 ‘4포’입니다. 집 한 칸 때문에 평생 대출빚의 노예가 돼서 누릴 것 못 누리고 살 것인지, 내 집이 없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더라도 자유로워질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직장인, 30대, 여)

A 공공임대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중요한 질문입니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이후 ‘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까’가 큰 고민이었어요. 노인들이 집을 죄다 팔아버려서 공급이 과다한 것인지, 아니면 신규수요자들이 구입을 꺼려서 수요가 줄어든 것인지가 중요한 연구과제였습니다 두 경우에 대해 처방이 달라져야 하니까요.

일본은 60대 이상 주택 자가 소유율이 70퍼센트가 훌쩍 넘습니다. 우리나라도 60대 이상 주택 자가 소유율이 70퍼센트에 가까워요. 이 얘기는 젊은 사람들, 즉 30대가 집을 안 산단 뜻이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 믿는 구석이 있는 거죠. 바로 부모님 돌아가시는 그날을 기다린다는 거죠. 저출산 시대니까 애가 하나 둘이고, 그 집은 내 집이 돼요. 결혼을 해서 처가 부모님까지 돌아가시면 임대사업자도 될 수 있다는 말씀. (좌중 웃음) 우스개 소리로 설명 드렸지만, 중요한 포인트에요. 집값이 너무 비싼 거죠. 그러니 젊은 세대들이 자기 힘으로 집을 안 사요.

게다가 집을 살래야 살 수가 없어요. 직장이 불안정하거든요. 역사상 젊은 세대의 주택 자가소유가 늘어난 때는 고용안정의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학자들이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오늘날 후기 산업사회의 고용불안정이 젊은 세대의 부동산 문제와 결합돼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집 구입을 권하기도 어려운 때죠. 다시 일본의 경우로 설명해 보자면, 일본 노인들은 집을 팔지도, 고치지도 않아요. 젊은 세대는 집을 안 사고 월세 등으로 버팁니다. 실질 임대료도 계속 떨어지고 있고요.

정책수립자들에게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첫째, ‘부모 죽기를 기다리는 사회를 만들지 말라’. 세계적 추세처럼 주택 시장이 파국에 이르지 않도록, 경기의 ‘긴장’을 잘 유지하기를 당부드리고 싶어요. 둘째, 서울시 전체 가구의 4-5퍼센트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사람 중 10명 중 1명은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고작 합판으로 벽을 친 한 평 남짓한 좁은 곳에 한달 이십만원 넘게 주고 살아가는 겁니다. 이게 건강한 사회입니까?

‘임대 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서울시 전체 가구의 4.4 퍼센트가 임대주택에서 삽니다. 현재 건설 중인 것까지 포함하면 우리 나라 전체 주택의 6퍼센트에 이릅니다. 많다고도 적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이게 일본 수준입니다. 자부심을 가질만한 말씀을 드리자면, 2차 대전 후 독립한 국가 중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1위입니다. 브라질의 경우, 임대주택이 아직 전무해요. 정부에서는 10퍼센트까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지만
긍정적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Q 임대주택 관련해서 추가 질문을 드릴게요. 자가주택에 사는 자녀들과 임대주택에 사는 자녀들이 차별받을 것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습니다. (직장인, 30대, 남)

A ‘영구임대주택’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라지고 중산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충분히 고민이 되는 문제죠. 우리나라에는 영구임대주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습니다. 최초의 공공임대주택이 1989년에 지어졌는데 그 이름이 영구임대주택이었어요. 이름도 좀 영구스럽죠.(웃음)

이 당시 이 곳에 사는 아이들을 ‘영구’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학교에서 물건만 없어지면 이 아이들을 벌을 주고 매를 때리는 일이 잦았고요. 이게 문제가 돼서 TV에서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었습니다. 이 때의 영구임대주택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생활보호 대상자가 75퍼센트, 생활보호에서 갓 벗어난 사람들이 25퍼센트였어요.

현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청계지구’같은 데 가보세요. 번듯합니다. 화장실이 두 개 들어간, 23평형 아파트가 대세입니다. 최소한 한 채에 2억 넘는 정도고, 전세로 따지면 4000만원 정도 되는 집도 많습니다. 입주 기간에 사실상 제한이 없고요. 젊은 분들에게 저는 임대주택을 권합니다. 물론 친척들이 ‘언제 집 살거냐’고 묻는 것은 감수해야겠지요. (웃음) 투자는 본인 의지라고 답하시고 ‘제 투자에 책임지실 겁니까’라고 물으세요.

Q 교수님께서 강연 중에 ‘정부의 정책을 믿으라’고 하셨습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여지는 정책을 따르면 되는 건가요?

A 주의! 선정적 언론, 무책임한 전문가에 속지 맙시다.
이 문제, 저도 참 미치겠습니다. 신문 통광고에 무엇이 실리는지 떠올려 보시죠. 『부동산은 끝났다』 같은 책, 광고할 수 있갰습니까? 신문에 실리는 광고는 상가분양, 골프장 회원권, 콘도 회원권이 다수입니다. 아마 통광고 70퍼센트 이상이 부동산 광고입니다. (물론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신문의 통광고에는 ‘바람 잘 통하는 구두’ 등이 뜬금없이 등장하기도 해요. 광고지면이 안 팔리니까.)

자, 이 말엔 무슨 속뜻이 있습니까? 광고주가 부동산 업체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언론은 부동산 정책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주체일 수가 없습니다. 미칠 노릇이죠. 대체 누굴 믿어야 합니까? 또 봅시다. 인터넷에 소위 부동산 경기 전문가들이 계십니다. 이들의 예측을 실제 결과와 5-6년치를 세세히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니 이건 그저 실수로 틀린 게 아니에요. 저의가 있습니다. 정부에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면 ‘폭락 위험’이라고 내보내는 식으로 끊임없이 업계 이익을 관철하는 것이죠.

“더 이상의 영업정지는 없다”는 말만 믿었다가 절망에 빠진 고객들.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나.

예를 들어 건설업체에서 돈을 대 만든 곳이 ‘건설협회’입니다. 그 분들이 TV토론에 나와 뭐라고 하겠습니까? 2013년까지는 주택가격이 하향안정세니까 집을 사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하겠습니까? 또, 개인컨설팅해주시는 분들 가격이 한 회에 50만원입니다. “이번에 고덕 어떻습니까?”하면 “여기, 호재야.”하시죠. 뭐, 책임 없으니까요. 건설업체와 매일경제가 손잡고 투자 설명회 합니다. 여기 스폰서를 누가 하느냐. 그 바로 근처에 오피스텔 업체에서 합니다.

어찌 보면 제 책은 업계비리 폭로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부동산 언론, 투자 전문가, 투자 설명회 믿지말고 속지 말라는 게 제 주장입니다. 현장에 가서 보시고요, 스스로 원자료를 보고 판단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www.globalpropertyguide.com)등 믿을 만한 사이트 여러 개를 『부동산은 끝났다』 에 제시했습니다.


(Epilogue) 집은 인권이요, 삶의 자리다. 부동산을 제자리에 돌려 놓자



“희망을 위해 욕 먹을 각오 했습니다.”
저자 약력을 보시고는 ‘이 사람, 몹쓸 사람인데. 지난 정부 부동산 경기의 원흉이구만’ 하고 분개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저도 욕먹을 것 다 압니다. 저는 노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고, 2003년 10.29대책과 2005년 8.31 정책에 대해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토론회 가면 반성을 요구받고, 비판도 받고 그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책을 쓴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모순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합리적인 정책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개인’으로는 그 정책이 작동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이와 유사한 사례가 ‘교육’입니다. 올바른 교육정책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시행되는 것은 두려워들 해요. 또 자기 아이 성적이 높을 경우, 낮을 경우에 따라 추구하는 교육정책이 다릅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견해도 이와 유사합니다. 내 집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집이 한 채인 사람, 두세 채인 사람 모두 다 의견이 다릅니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의 ‘보이스’는 누가 압도하고 있습니까? ‘부동산 부자’들이죠. 부동산으로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장 큽니다. 정치인들은 자연스레 시끄러운 쪽으로 귀를 열지요. 그래서 정치인이 부동산 정책을 잘 펴려고 해도, 여간 자기확신이 강해서는 어렵습니다.

모두가 부동산 전문가인 우리 나라, 흔들림 없는 정책을 펴기란 어려운 일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제가 안 좋은 일로 신문 1면에 보도된 일이 있었습니다. 보통 위축되는 게 아니에요. 사람 만나기가 싫어집니다. 한번은 한국은행 총재님을 만나러 간 일이 있었어요. 마침 VIP용이 아닌 일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누가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는 것이에요. 후에 알고 보니 기자였더군요. 마침 금리가 인상됐고, 신문에는 제가 ‘한은총재에게 금리 인상을 요구하러 갔다’고 보도가 됐어요. 아니, 제가 무슨 수로 그런 요구를 합니까. 그때 네이버 검색어 2위까지 해 봤지요. ‘너, 출세했다’고 문자가 오고 하는데, 아유, 뭐. 심정 모르고들 하는 소리였죠. (웃음)

그때의 위축감은 말도 못하죠. ‘공급과잉’이 문제라는 말을 100번 정도 들으면 ‘정말 그런가’라는 의심도 듭니다. 정책이란 게 그런 거에요. 정치인도 언론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시장의 힘, 그리고 메이저 언론이 정책을 끌고 갑니다.

부동산 정책, 희망은 시작되었다
이 책은 노무현 정부 당시의 아픈 기억을 토대로, 우리나라가 또 다시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혼란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차기 정부가 상당히 어려운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4부는 ‘희망’을 가지고 썼습니다. 바뀐 시장 환경 속에서 ‘우리식 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을 찾고, 그 정책 패키지를 정립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한방’에 해결될 리 없습니다. 2012 대선을 앞두고 갖가지 ‘모범계획’들이 난무할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서 ‘한방’이 아니라 부동산 인질로 갇힌 감옥에서 제대로 탈출하기 위한 사다리같은 것을 설계하고 싶었습니다. 현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차기 정부가 굉장히 어려운 길을 갈 것이라고 예상합?다. 제 책이 차기 정부 부동산 정책의 아젠다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센세이셔널한 제목과 달리, 이 책은 후련한 책이 아닐 것입니다. 마음 무거운 책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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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끝났다

<김수현> 저13,500원(10% + 5%)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부동산에 관한 모든 것! 하우스 푸어, 전세 난민......대한민국 사람들은 집의 노예로 전락해가고 있다. 전세값은 오르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아파트는 늘어나는데 내 집은 하나 없는 불편한 진실 속에서 이 책은 이제 '진정한 집'을 바라볼 것을 제않낟. 이제 집이 투기의 대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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