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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에 갇힌 자유를 풀어주기 위해 필요한 것

『검색되지 않을 자유』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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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에는 쓰레기 정보가 쌓여 간다. 그러나 서버 담당자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실토할 정도다. 그런데 이젠 그것을 빅데이터라는 말로 현혹한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없는 것이 아닐까. 아니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은 공공 데이터를 비롯해 데이터 네트워크를 잘 정리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히 언급되는 ‘빅데이터’를 살펴보라. 이른바 ‘돈이 되는’ 수단으로서, 심지어 ‘21세기 원유’라는 표현 등을 써가며 대단한 광맥을 발견한 것처럼 소비되기 일쑤다. 모든 정보와 패턴을 분석해 예측 가능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떠벌린다. 인간도 예측 가능한 존재로 못 박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리는 예측 가능한 존재로 살면 좋을까. 범죄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일상화된 세상을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의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그런 세상의 위험과 끔찍함을 담았다.

 

지난 1월 20일, 서울 대학로 이음책방에서는 빅데이터를 둘러싼 허위의 속살을 살짝 벗기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빅데이터 뿐만 아니라 건축, 의료, 음악, 패션, 사진, 기억과 죽음의 문제 등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변화상을 다룬 『검색되지 않을 자유』 출간기념으로 열린 임태훈 저자의 특강을 통해서였다. 저자는 지금 서버클라이언트 인터넷에 갇힌 우리를 가두리 양식장에 있는 물고기로 비유했다. 그렇다면 가두리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저자는 ‘종다양성’을 중요한 열쇠말로 내세웠다. 즉 삶의 선택지를 넓혀야한다는 것. 선택지가 넓어질수록 예측 불가능한 인간으로 살 수 있고, 질문을 통해 절망적인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 자본주의에 개입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검색되지 않을 자유』는 좋은 개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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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자는 한국에서 ‘빅데이터’를 둘러싼 담론의 층위부터 언급했다. 그는 층위를 ‘밀푀유’(주. ‘천 겹의 잎사귀’라는 뜻으로 파이의 켜가 여러 겹으로 이뤄진 페이스트리)같다고 표현했다. 그 층위를 구성하는 주체는 토건족, 구글, 삼성 등의 최첨단 기술기업,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정부관계자 등이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어떤 실체를 갖고 있을까. 몇 년 전부터 빅데이터 관련 포럼 등에 꼬박 다녀온 저자의 의하면, 지금 한국에서 사용되는 빅데이터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새로운 중세를 대변하는 언어다. 

 

“우리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온갖 종류의 비트에 뒤섞여 있지만 기술 환경이 어떤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과학을 모르고 종교적 맹신을 강요하던 중세를 암흑시대라 일컫는데, 지금 우리도 미디어에 대한 무지의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한국에서 얘기되는 빅데이터의 70%는 뻥이자 픽션이며 나머지도 해보겠다는 정도다.”

 

서버에는 쓰레기 정보가 쌓여 간다. 그러나 서버 담당자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실토할 정도다. 그런데 이젠 그것을 빅데이터라는 말로 현혹한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없는 것이 아닐까. 아니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은 공공 데이터를 비롯해 데이터 네트워크를 잘 정리했다. 데이터는 맥락이 중요한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빅데이터의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데이터 정리뿐 아니라 해석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정보 자본주의를 말하다

 

빅데이터는 ‘정보 자본주의’로 나아갔다. 마르크스는 화폐 거래를 ‘목숨을 건 도약’이라고 말했다. 요즘 돈의 흐름을 보면, 이 ‘도박’은 더욱 판이 커졌다. 디지털화된 거래를 통해 돈이 흐른다. 실체가 없는 돈이 오가는 셈이다. 홈쇼핑, 인터넷쇼핑몰에서 더 나아가 카카오페이와 같은 모바일결제도 가세했다. 1972년 이후 선물 거래가 본격화되면서 숫자 상태로만 존재하는 돈이 흘렀다. 돈은 PC보급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비트화 됐다.

 

“전 세계에 돌고 있는 돈의 90% 이상이 실체로는 존재하지 않는 돈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 우리는 돈을 쓰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신용카드가 등장하자 비트화된 돈과의 접속지점을 늘어나면서 정보자본주의가 확대됐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정보 자본주의가 완성됐다. 우리의 모든 동선과 시간의 모든 틈마다 소비가 가능해졌다. 비트화된 화폐의 연결망이 촘촘히 들어섰다. 이건 대단한 것이다. 이것에 손을 떼면 분리불안 증세가 생긴다. 스마트폰과 우리 몸의 관계를 생각해보라. 내 삶이 데이터화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저자는 ‘커플 각서’라는 앱을 예로 들었다. 이것은 연인 간에 각자의 동선과 행동반경뿐 아니라 패턴까지 분석하는 감시 체제나 다름없는 앱이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나와 너의 사랑’이 아니라 ‘나의 휴대폰과 너의 휴대폰의 사랑’이다. 사랑의 증명이자 인증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 앱이라는 것. 사랑에 있어서도 빅데이터 분석이 필요해졌는데, 문제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은 CCTV와 같다. 그럼에도 어떤 커플은 이것을 사랑이라고 믿고 통제 받는 것에 길들여지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통제 사회의 여러 상황에서 느끼는 평온함, 기쁨 등이 가장 사적인 관계에서도 나타나는 셈이다. 저자는 이런 통제의 눈이 가족에게도 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홈CCTV 광고도 독자들에게 보여줬다.

 

정보 자본주의에서는 특히 돈이 모든 인간관계에 침투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저자는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우버(주. 스마트폰을 이용해 개인 차량 소유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택시업계 등과 마찰이 빚고 있다)의 예를 들었다. 그는 멀지 않은 시간을 되돌렸다. 방향만 맞으면 다른 사람을 태우고 가는 카풀. 그것은 돈을 받지 않았다. 즉, 증여였다. 돈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는 시간으로 남겨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간마저도 돈으로 바꾸라는 속삭임이 커지고 있다. 그것도 ‘공유경제’라는 이름을 달고.

 

“공유경제에서 말하는 많은 것은 24시간을 돈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러면서 비트화된 돈이 우리 삶에 영향력을 더욱 미치게 됐다. ‘에어비앤비’도 보자. 내 방이나 집을 내가 없는 시간에 다른 이에게 사용하게 해주고 돈을 받는다면? 에어비앤비가 그런 사업인데, 내 사적인 공간을 그렇게 빌려주고 싶나? 사적인 공간을 ATM 기계처럼 활용한다? 우리의 노동이 프랙탈화(주. 작은 부분이 전체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될 때 그렇다. 내 시간의 조각을 돈과 바꾸는 것이다. 내 노동이나 인간적인 존엄이 갈갈이 찢겨 필요한 만큼 판매되고 유통된다면 지금처럼 벌 수 있을까? 옛날에는 이것이 증여의 형태였다. 아무 목적 없이 호의를 주고받는, 낙관할 수 있는 세계관이 있었기에 주고받을 수 있었던 증여가 지금은 깨졌다. 정보자본주의의 실체다.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그런 식의 정보 자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정보 자본주의는 물성으로부터 벗어나 사람의 시간 체제를 장악했다. 그리고 시간 체제에 최적화된 인간형을 만들고 있다. 빅데이터가 말하는 ‘예측 가능화된 인간’이 그것이다. 이것은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돈을 분석했다. 한 사람이 동선을 보면 돈이 함께 움직이는 셈이다. 우리의 동선, 즉 생존의 기록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빤한 삶이다. 먹은 것을 또 먹고 간 데를 또 간다. 그야말로 예측 가능한 삶. 비참한 삶이다. 빅브라더의 손아귀 안이다.

 

저자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것을 강조했다. 검색, 다운로드, 망각의 연쇄회로 안에서 우리의 디지털 라이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페이스북은 이런 현상을 가장 잘 보여준다. 사진으로 여행은 물론 요리까지 대신 한다. 우리 삶은 ‘좋아요’ 버튼 안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무서운 풍경 하나를 제시한다. 아이들이 재롱 잔치를 할 때 부모들의 모습이다. 하나 같이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을 시작한다. 자신의 감각과 감성이 아닌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그것을 또 페이스북에 올리고 ‘좋아요’를 강요한다.


“내 눈앞의 시간을 제로 타임의 유통망 안으로, 질적 체험의 강렬한 순간을 놓치고 디지털 안에서만 논다. 이런 삶은 좀 이상하지 않나? 언어를 듣고 상상하고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인지과정은 고도의 인지 과정인데, 우리는 서사를 최소화시키고 나의 신경에 직접적으로 신호를 가한다. 나의 신경에 바로 데이터가 꽂힌다. 고도의 인지 과정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대안을 찾아라

 

저자는 우리나라를 디스토피아의 최전선이자 최악의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정보 자본주의는 비트화 된 돈이 촘촘하게 흐르게 할뿐 아니라 한 소비자를 장기, 혈관 등 몸의 조각 하나하나로 나눈다. 몸 안에 제각각 독립적인 소비자가 있어서 그것을 소비하고,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합리화하는 형태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헬스 케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것을 삼성뿐 아니라 구글, 애플 등이 신수종 사업으로 노리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 위협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국민의 건강정보 등을 기업에게 판다. 한국은 공공의료시스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정말 잘 돼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스마트폰에 의료서비스를 넣을 수 없게 돼 있는데, 얼마 전 심박동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풀렸다. 이런 규제가 철폐되면 몸과 기계가 연결된다. 우리의 몸은 삼성을 비롯해 기업의 인클로저로 뒤바뀐다. 이쯤 되면 자본주의가 아니라 지대다. 내 몸 안에서 일정한 비용을 계속 가져간다. 돈이 내 몸 안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보 자본주의의 위협과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대안화폐’부터 얘기를 건넸다. 지금의 화폐 체제는 중앙으로만 향하게끔 돼 있다. 그러나 대안화폐는 다르다. 지역에서 발행된 돈은 바깥(중앙)으로 나가지 않는다. 춘천녹색화폐 등의 대안화폐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데, 강원도도 이를 모델로 지역화폐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화폐시스템과 지배적인 시간체제는 연동돼 있다. 그러나 대안화폐는 다르다.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돈의 목적은 교환에 있을 뿐 축적은 의미가 없다. 다 써버려야 한다. 대안화폐 발행량도 농산물과 연동된다면 교환이라는 화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질뿐 아니라 그 지역 농산물과도 연동된다. 

 

그는 또 ‘대안 시간체계’의 실험도 제안했다. 대안화폐가 지역 생산물과 연동되고 유통기한 역시 다음 생산에 연동돼 있는 것처럼 시간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 그는 근대 이전의 시간에 대해 꺼냈다. 근대화된 시간 체계 이전 서사 속에서 시간을 발생시켰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우리는 한 지역의 시간성, 삶의 리듬, 흐름과 예측불가능성 사이의 윤리의 편차를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을 잃어버렸다. 문학하는 사람들과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지역 안에서 시간을 생성시키고 새로운 돈의 흐름과 시간의 운동을 일으키는 작은 연결고리를 해주면 좋겠다.”

 

저자는 이어 종다양성 회복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로 ‘에테리움(ethereum)’을 들었다. 카톡 사찰 사태가 불거졌을 때 많은 사람이 텔레그램으로 ‘사이버망명’을 하는 것처럼 말했으나 실제로는 아주 미미했다. 저자는 사이버망명은 지금의 인터넷에선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그것은 초창기 인터넷에선 가능했다는 것. 우리의 삶이 데이터베이스화될수록 서버에는 우리가 누구인지 잘 알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이라는 미국 A급 정보요원이 이런 정보사찰의 실태를 폭로하면서 지금의 인터넷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군 암호를 해독하기 위한 장치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원형이다. 어떤 암호기술을 만들어도 이 기술을 깨고자 가는 것이 인터넷 기술이다. 중간에 서버가 있어서 패킷 감청을 하면 암호를 풀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에테리움은 다르다. 3월부터 서비스 되는 에테리움은 중앙 집중화 되지 않은 화폐 발행이 가능한 비트코인과 같이 움직인다.”

 

비트코인은 기축통화에 의존하지 않고도 경제활동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더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에 접속할수록 안정성이 높아진다. 기존 금융권이나 기축통화 방어자들은 보안 불안을 핑계로 비트코인을 공격하나, 비트코인은 점점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비트코인은 이를 뒤집었다. 저자는 에테리움의 발명과 확산도 비트코인의 궤와 같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최초의 사회주의 정권인 칠레 아옌데 대통령은 국가가 디지털 기술을 갖고 기존 구체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만들기 위한 ‘사이버신(CYBERSYN)’ 프로젝트를 구상했었다. 1973년 미국 사주를 받은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죽었지만, 아옌데가 죽지 않았다면 사회주의 인터넷이 만들어질 뻔했다. 아옌데는 서버를 경유하지 않는 인터넷을 만들어 중앙이 아닌 바깥으로 나가 농민들에게 이임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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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해방적 역량을 일깨우라!

 

빅데이터, 디지털, 그것들은 나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이상할 정도로 이들의 해방적 역량을 누르고 있다. 더 잘 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음에도 기업들이 돈을 버는 데만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

 

“자본주의는 한 번도 디지털의 해방적 역량을 가속화하지 않았다. 구멍 나지 않는 타이어는 30년 전에 개발됐지만 시판하지 않는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은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재발명?재발견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가 있다면 선동이 아닌 불을 인류에게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의 정치가 필요하다.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코딩 교육’이다. 이를 정규 교과에 넣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문맹의 상황에 처해 있다. 디지털이 가진 해방적 역량을 학습하고 디지털에 대한 새로운 앎과 경험을 통해 지금 우리 문명이 처한 한계점을 돌파하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2013년 당시 중3학생 2명이 개발한 ‘하루’라는 SNS를 예로 들었다. 하루의 놀라운 점은 대안 시간 체계를 실험했다는 점이었다. 하루에서는 어떤 정보를 오래 기억하고 빨리 지워도 좋은 것인지 데이터에게 죽음의 시간을 부여했다. 이것을 개발한 학생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신상이 쉽게 털리고 스스로 흑역사를 없앨 수 있을까 해서 하루를 개발했다. 저자는 새로운 세대들이 지금의 자본주의 안으로 회수당하거나 억눌리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초반에 경험한 양계장 아르바이트의 한 장면을 건넸다. 육계를 키우는 양계장이었는데, 태어나 8주 후면 실려 나갔다. 어느 날, 주인이 양계장 문을 열어놓고 가라고 말했다. 그러면 닭들이 밖으로 나갈 것을 우려한 아르바이트생은 이유를 물었다. 주인은 싱긋 웃으며 닭들이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문을 열었지만 닭들은 나가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십 수 년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 닭들이 너무 불쌍했다. 엄마닭이 아닌 빵 굽는 기계 같은 양계시스템에서 태어나 그 바깥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닭들이었다. 문을 열었다고 바깥세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계장이 그들 세계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것이다.

 

“세상이 나빠지고 있으니 다른 세계가 있다고 양계장의 닭들에게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루쉰의 『광인일기』를 다시 읽었다. 예전에 한심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마지막에 주인공인 광인이 이렇게 말하고 끝난다. “아직 사람의 고기를 먹지 않는 아이들이 있을지 몰라, 아이들을 구하자.” 세상은 더 나빠질 것이다. 지금 처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죄악이다. 다음 세대를 구해야 한다. 디지털 신자유주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아이들이 아직 있을 것이다. 나는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대신 지옥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질문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궁금하게 만드는 인문학자로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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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되지 않을 자유임태훈 저 | 알마
이 책은 정보통신 기술뿐만 아니라 건축, 의료, 음악, 패션, 사진, 기억과 죽음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변화상을 전방위로 분석한다. 기존의 미디어 담론은 기업의 마케팅 언어를 변주하는 수준에 그칠 뿐, 변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정보자본주의 사회의 문화 격변에 대응해 이 시대가 어떤 질문을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히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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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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