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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코끼리 만날 때, 이렇게 해주세요 - 최종욱

라오스 코끼리가 9년 동안 남긴 우정과 교감의 발자국 『달려라 코끼리』 집필한 야생동물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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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주치의’ 최종욱이 라오스 코끼리와의 9년간 추억이 담긴 『달려라 코끼리』를 출간했다. 코끼리가 좋아 야생동물수의사가 된 그는 어린이책 작가로도 활동하며 『동화 속 동물들의 진실 게임』 『우리 동물원에 놀러 오세요』 등을 썼다.

“코끼리를 만나기 전과 후의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최종욱 수의사. 『달려라 코끼리』는 동물원에서 코끼리들을 일본으로 보내며 아쉬운 마음에 쓰기 시작한 책이다. 코끼리를 보내기 싫었던 마음이 책에도 묻어 있어서 일까. 초고는 부리나케 썼지만, 책을 완성하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최종욱 수의사는 “코끼리들이 우리에게 왔었다는 걸 많은 이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달려라 코끼리』를 썼다”고 말했다.

 

“코끼리는 늘 제가 동경해오던 동물이었어요. 동물원에서 돌보게 된 뒤부터는 저의 친구이자 동료이기도 했지요. 저는 코끼리와 함께 있는 동안은 언제나 행복했어요.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그런 일이 지루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요. 코끼리들의 그렁그렁한 눈초리와 커다란 몸집을 대하는 것이 곧 하루의 즐거운 시작이자 마무리였지요.”

 

최종욱 수의사는 광주 우치동물원의 다양한 동물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SBS <TV 동물농장>에 단골로 출연했고, 다양한 매체에 동물 관련 칼럼을 써서 대중들에게도 친숙하다. 2012년에는 우치동물원에서 돌본 다종다양한 동물 이야기를 모아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를 출간했다. 어린이책 작가로도 활약하여 『동화 속 동물들의 진실 게임』, 『우리 동물원에 놀러 오세요』 등 여러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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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보낸 즐거운 한때. 매일 아침 회진을 돌며 낯을 익힌 덕분에,

코끼리들은 내가 다가가면 알아보고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코끼리,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존재


큰 동물이 좋아서 야생 동물 수의사가 되셨다고요. 


어렸을 적부터 크고 묵직한 것을 좋아했어요(웃음). 개구리보단 두꺼비를 좋아하는 식이었지요. 친구들도 대체로 저보다 덩치가 큰 친구들을 사귀었던 것 같아요. 제게 형이 없어서인지 형처럼 의지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동물 역시 하마나 코끼리처럼 크고 무게감 있는 동물들이 더욱 마음에 들어옵니다.

 

코끼리와 함께한 시간 중에 가장 뜻 깊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수의사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코끼리 두 마리가 무사히 출산을 하던 순간입니다. 사육 환경에서 낮은 확률을 뚫고 새끼 코끼리가 탄생하고, 또 그 광경을 제 눈으로 관찰하면서 제 손으로 직접 새끼를 받았던 경험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 코끼리들은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저 좋은 존재였어요. 아침에 동물원으로 출근해서 코끼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늘 마음이 충만해졌어요. 코끼리가 거기 있고, 내가 일상으로 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언제나 좋았지요. 

 

코끼리와 생활하면서 많은 소통을 하셨는데요. 사람과 닮은 점이 있을까요?


코끼리와 사람은 사회성이나 감정, 모성애가 풍부하다는 점이 많이 닮았어요. 코끼리는 덩치는 크지만 초식동물 특유의 예민함이 있고 감정이 아주 섬세해요. 또 암컷 중심의 무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모성애도 강하고 사회성도 높지요. 하지만 저는 코끼리와 사람의 닮지 않은 면이 더 좋아요. 코끼리는 늘 한결같고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자기를 좋아해주는 만큼 다가오지요. 사람은 늘 변화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는데, 동물들은 대체로 마음이 한결같지요. 아마 그런 점들이 제가 동물들과 함께하고 있는 이유일 겁니다. 

 

우리가 코끼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은 대부분 동물원일 텐데요. 어떻게 코끼리와 인사하는 것이 좋은가요?


동물원에 오는 사람들은 늘 액션을 원해요. 오랜만에 오는 동물원이니, 동물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동물원의 코끼리는 크게 움직이는 것이 하루에 몇 번밖에 되지 않아요. 대부분의 시간은 조용히 명상을 하지요. 그러니 동물원에 오시면 코끼리처럼 차분히 앉아서 한참 동안 그저 바라봐만 주세요. 그러고 돌아간다면 마음속에 잔상으로 남을 거에요.

 

동물 복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 그리고 알아야 할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한 동물을 보호하고 위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이 동물 복지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은 범지구적인 동물 학대와 동물 멸종을 부추기는 일들을 나의 중요한 일로 인식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범세계적인 차원의 협력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호랑이나 곰이 멸종해서 우린 편리하게 산에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이건 오직 인간만을 위한 일이니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지요. 한 번 동물과 인간의 공생이 무너진 자연에 다시 공생이 들어서기는 정말 힘들어요. 어떻게 다시 더 많은 동물들과 공생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해야 해요. 그러자면 각 동물들의 생태에 대한 공부도 좀 더 많이 해야겠지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예쁜 동물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동물들과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지 더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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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야생동물학 강의를 해오셨는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제가 느끼는 만큼 청중들에게 잘 전달하지 못해서인지, 강의를 나가도 청중들이 질문을 많이 던지지는 않더군요(웃음).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때라면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각장애 학생들과 ‘장님코끼리 만지기’ 프로그램을 할 때만큼은 달랐거든요. 코끼리를 만져본 아이들은 한 시간 동안 정말 수많은 질문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더군요. 코끼리는 왜 코에서 바람이 나와요?, 코끼리 피부엔 왜 털이 없어요?, 코끼리는 왜 주위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등등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지요. 특히 동물도 장애가 있나요? 라고 물었던 학생은 정말 잊히지 않아요. 코끼리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은 그 자체로 제게 커다란 감동이었습니다.

 

시각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장님코끼리 만지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나요? 코끼리와 함께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장님코끼리 만지기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는 사실 큰 의미를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코끼리를 만져볼 수 있었으면 한다기에, 우리 코끼리들은 잘 조련된 코끼리들이니 내가 조금만 거들어주면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 없이 초대했지요. 장애가 있다고 해서 동물원에 못 올 이유도 없고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큰 이벤트가 된 것이지요. 그래서 정말 기뻤습니다. 제 작은 배려가 여러 사람의 인생에 보탬이 되었다는 것이 정말 뿌듯했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만든 코끼리 작품을 보면서 정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내가 눈으로도 보지 못한 코끼리를 더 정확히 보았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지요.

 

딱히 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지는 않고 이 프로그램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나중에 코끼리 말고 다른 동물들과도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동물과 교감하고 동물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치동물원에 남은 코끼리와 떠난 코끼리들의 근황을 전해주셨는데요. 앞으로는 어떤 소식들을 들려오기를 바라시나요?


사실 코끼리들이 우치동물원을 떠난 이후로, 안팎에서 우울한 소식들이 계속 들려와서 저도 많이 슬픕니다. 우치동물원에 남은 두 마리 코끼리도 그다지 즐겁게 지내고 있지 못하고, 일본으로 간 코끼리들도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으로 함께 간 조련사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럴수록 사람들이 더 정성스레 돌보아주어야 하는데,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지요. 어디에서든 코끼리들이 제 수명대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제 소망이지만, 우치동물원에 남은 코끼리들을 위해 현지인 출신의 전문 사육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어릴 때부터 코끼리와 함께 자란 전문 사육사, 조련사 들은 코끼리들의 복지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 전문가들이 올 수 있다면, 그들을 후원해주고 싶어요.

 

수의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보통 수의사라고 하면 흰 가운을 입고 동물병원이나 동물원에서 일하는 수의사를 떠올리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에요. 수의사는 살처분, 도축장 같은 용어들이 쓰이는 곳에서도 많이 근무합니다. 동물을 만날 기회가 없거나 죽은 동물만 만나야 하는 연구소에서 근무하기도 하지요. 저는 동물원에 오기 전에 대관령 목장에서 일한 적도 있는데, 그때 제 모습을 보고 저희 어머니가 울면서 돌아가시기도 했어요. 온통 오물을 뒤집어쓴 채 일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그런 생활도 좋았지만 남이 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요. 그러니 막연히 동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수의학과에 진학하면 실망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실 저 역시 그런 이유로 수의학과에 진학한 뒤로, 많이 헤매기도 했지요(웃음). 수의사가 되고 싶다면, 수의사가 되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동물원을 떠난 지금의 삶이 나그네 인생처럼 여겨진다고 하셨는데요.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동물원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일하는 동안 동물원이 제게 꼭 맞는 옷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동물원으로 환영 받으며 돌아가고 싶어요. 동물원 수의사도 공무원 신분이라 발령을 제 마음대로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좀 더 재미있고 깨끗한, 그리고 동물도, 사람도 즐거운 동물원을 만들고 싶어요.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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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코끼리 최종욱,김서윤 공저 | 반비
이 책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코끼리에 대한 수의사의 무한한 애정이다. ‘코끼리를 만나기 전과 만난 이후의 나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고 고백하는 수의사는 코끼리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 쏟아낸다. 그 애정은 저자가 직접 코끼리를 돌보기 이전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조선 시대의 코끼리 관련 기록과 비극적 최후를 맞은 창경원 코끼리의 사연 등 역사 속 코끼리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코끼리 탈출 사건 때의 언론 보도를 찾아 분석해 코끼리에 대한 일반의 오해를 푸는 등 코끼리를 올바로 설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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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달려라 코끼리

<최종욱>,<김서윤> 공저14,400원(10% + 5%)

이 책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코끼리에 대한 수의사의 무한한 애정이다. ‘코끼리를 만나기 전과 만난 이후의 나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고 고백하는 수의사는 코끼리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 쏟아낸다. 그 애정은 저자가 직접 코끼리를 돌보기 이전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조선 시대의 코끼리 관련 기록과 비극적 최후를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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