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식, 김대식 교수 “공부논쟁, 학부모가 봐야 할 책”
『공부논쟁』 출간한 형제 교수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 엘리트주의에 칼을 대다
김두식, 김대식 형제 교수가 대담집 『공부논쟁』을 펴냈다. 스스로 ‘봉천 좌파’, ‘사당 우파’라고 말하는 두 교수는 엘리트주의에 돌직구를 날렸다. 두 형제는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며 『공부논쟁』을 소개했다.
지난 4월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공부논쟁』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대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집필한 『공부논쟁』은 한국의 공부 풍토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책이다. 대한민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부터 엘리트집단의 기득권 지키기, 15세에 인생을 결정 짓게 하는 교육 구조와 영재교육의 문제점, 과장된 이공계 위기 등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냉정하게 지적했다.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등 이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김두식 교수는 “『공부논쟁』이라는 제목을 붙이기 전에, ‘웃기는 형제의 하늘에 대고 침 뱉기’라는 제목을 생각했다. 비판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만들면서, 형이 하는 이야기를 뼈아프게 들었다”고 밝혔다.
김대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
“재작년에 카이스트에서 특강을 했는데, 과학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아서 형에게 이야기를 많이 듣고 갔습니다. 창의성을 죽이는 과학 교육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는데, 학생들 반응이 꽤 좋았어요. 어떤 한 학생이 강의실을 나가면서 ‘이건 우리 교수가 들어야 하는데’라고 말하더라고요. ‘자기 학교 교수도 못 시켜줄 거면서 왜 박사과정은 뽑나?’는 간단한 질문이었는데, 학생들이 많이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 한 이야기는 대체로 형에게 들은 이야기였어요.” (김두식)
“에필로그에도 썼지만, 김두식 교수가 진짜 터프가이고 저는 터프가이인 척을 하는 사람이에요. 김두식 교수는 아무리 맞아도 절대 숙이지 않아요. 상당히 반항적인 친구죠. 작년에 동생과 등산을 자주 가면서 ‘어디 딴 데로 튈 데가 없냐?’라는 말을 했어요. 그 틈을 노린 동생의 꾐에 넘어가 『공부논쟁』을 쓰게 됐습니다. 엘리트주의에 대한 평소의 생각과 서울대 폐지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싶었어요. ‘서울대 폐지론’으로 책 제목을 짓고 싶다는 생각도 했죠.” (김대식)
태어날 때부터 달랐던 두 형제. 김두식 교수는 사고뭉치였던 형과는 다른 삶을 살고자 노력해 모범생이 됐고, 김대식 교수는 악동 기질이 뚜렷한 소년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던 해, 뒤늦게 공부에 눈을 뜬 김대식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 입학, 미국 유학, 27세에 박사학위 취득, 31세에 모교 서울대에 부임해 연구자로 한 길을 걷고 있다. 김두식 교수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검사,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괴짜 과학자’ 김대식 교수와 ‘삐딱한 법학자’ 김두식 교수. 반골 기질이 다분한 두 사람은 전공분야가 다르듯 정치적 지향도 기질도 다르다. 김대식 교수는 논리적 이성을, 김두식 교수는 감성과 공감을 우선한다. 김대식 교수는 “동생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공격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면서 할 말은 다 한다(웃음).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진정한 배려를 한다”고 했고, 김두식 교수는 “때론 정의감에 불타서 바로 바로 이야기를 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형은 정확한 데이터에 의한 이야기냐고 늘 점검을 해준다”고 말했다.
영재교육, 성공 케이스 본 적 없다
김대식, 김두식 교수가 『공부논쟁』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15세에 인생을 결정짓는 대한민국 조기 교육의 문제점이다. 우수한 학생들을 모두 유학 보내 진정한 한국 연구자를 육성하지 못하는 문제, 연구 성과보다 사회적 지위를 우선하는 교수사회, 1등과 1등 들러리를 양산하는 교육 현실을 맹렬히 비판했다.
『공부논쟁』 4장에서는 해외유학파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 대학의 문제를 꼬집으며, 대한민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밝힌다. 김대식 교수는 “한국에서 공부해서 학위를 받은 사람이 박사가 되어야 게임이 시작된다. 인도 학생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 인프라로 노벨상을 타는 게 한국의 노벨상”이라고 말했다. 김대식 교수는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여러 명 배출한 건, 해외유학을 보내지 않고 일본의 DNA로 학문을 개척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두식 교수와 김대식 교수(오른쪽)
영재교육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반기를 들었다. 김두식 교수는 “영재교육의 성공 사례를 본 적이 없다. 100세까지 사는 지금 시대에서 15세에 인생이 결정되는 건, 국가적으로도 옳지 않다”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같은 단체에서도 늘 하는 이야기가 조기교육을 시키지 않고 아이들을 키워도 나중에 알아서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형도 비교적 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할 때, 얻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김대식 교수는 “독일 학생의 경우는 30대에 진짜 승부를 본다. 독일 대학생들은 입학 당시 미적분도 헤매지만 나중에 연구 업적을 보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대식 교수는 “우연성’에 기초하는 과학에서는 10억 원을 한 명에게 몰아주는 것보다, 10명에게 1억 원씩 나눠주는 게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찍부터 공부를 잘한 애들한테 앞으로도 잘할 거라면서, 좋은 학교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과학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늦게 정신을 차린, 머리가 굳은 스무 살 이후에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에게도 기회가 가야 합니다. 고등학교 성적에서 권위가 나오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결정 나는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김두식)
“좋은 여건에서 영재교육을 받은 사례를 다섯 사람 정도 알고 있는데, 모두 다 30대에 학계에서 사라졌어요. 물론 타고난 천재니 영재니 하는 애들은 집안의 뒷받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천재’들입니다. 만들어진 천재는 번아웃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90% 이상이 일반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입니다.” (김대식)
『공부논쟁』은 “장원급제 DNA와 장인 DNA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장원급제 DNA를 가진 사람들, 전교 1등만 한 사람들에게 과학의 미래를 걸던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는 것. 김두식 교수는 “전교 1등과 날라리, 깡패가 함께 어울리는 환경에서 창의성이 나온다”고 말했다. 특목고 폐지, 입시제도의 단순화, 서울대 개혁과 지방 국립대 살리기 등도 『공부논쟁』에서 말하는 대안이다.
한국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지만, 두 사람은 전형적인 엘리트다. 누군가 그들에게 “당신도 엘리트 아니냐”고 묻는다면, “하늘대고 침 뱉기라 욕을 먹겠다”고 했다. 엘리트가 엘리트주의를 비판한 책 『공부논쟁』은 어떤 독자가 읽으면 좋을까. 김두식 교수는 “부모들이 많이 읽고 애들 좀 그만 잡았으면 좋겠다. 너무 일찍 ‘번 아웃’되면 진짜 공부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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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불편해도 괜찮아』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종횡무진 파헤쳐온 김두식(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신작 『욕망해도 괜찮아』가 출간되었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번 책의 주제는 바로 ‘욕망’! 그가 기존에 펴냈던 사회과학서나 인문서가 아닌 에세이로, 그동안 법, 인권 같은 어려운 주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