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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익힐 때 1000단어만 외우면 충분하다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에란 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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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서울 대치동 행복한도서관에서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의 출간 기념으로 저자 에란 카츠의 강연회가 열렸다. ‘에란 카츠가 들려주는 두뇌 계발의 비결’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시작됐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가 말했다. “망각하는 자에겐 복이 있나니, 실수조차도 잊기 때문이다.” 영화 <이터널 션샤인>에도 언급된 니체의 이 말, 삶에 망각은 필요한 것이며,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도 해석 가능하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지 않던가. 그러나 살다 보면, 안다. 잊고 싶은 기억은 늘 나를 쫓아다니고, 잊기 싫은 기억도 가물가물해진다. 괴롭고 힘든 기억이 고개를 들고 똬리를 틀어 우리네 삶을 괴롭히기도 한다. 기억은 언제나 선별적이다. 뇌의 작용은 그렇게 우리 의사대로만 움직이진 않는다.

망각 연구의 권위자인 독일의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연구에 의하면, 뇌는 입력되는 정보가 많으면 모두 중요하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45~50분마다 5~10분씩 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망각은 뇌 스스로 의식의 문과 창을 일시적으로 닫는 행위라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자리를 내줄 준비를 한다고 부연한다. 그렇다면 ‘기억력의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은 어떨까.

에란 카츠(Eran Katz). 500자리의 숫자를 한 번 듣고 기억하여 기억력 부문에서 세계 기네스 기록을 갖고 있는 천재적인 기억술의 보유자다. 두뇌 능력 계발 및 향상에 대한 강의를 하는 한편 지능 계발과 학습법을 우화로 풀어낸 『천재가 된 제롬』, 유대인식 기억력 향상법을 담은 『슈퍼 기억력의 비밀』 등을 낸 그가 두뇌 계발의 기술을 알려주는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을 펴냈다. 그리고 한국을 찾았다.




뇌에게 멀티태스킹은 없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훈련 받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도 평범한 사람이다. 엄마는 나를 평균 이상으로 생각하고 아내는 나를 평균 이하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평균이다(웃음).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과업 밖에는 할 수 없다. 멀티태스킹은 없다. 여성들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가능한 것이 있다. 한 가지 과업에서 다른 과업으로 넘어갈 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집중할 수 있다. 남성은 한 과업에서 다른 과업으로 넘어갈 때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방에서 펜을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다른 것에 마음을 뺏기지 말고 그 목표에만 집중해야 한다.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는 것을 실험해봐라.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다른 사람과 얘기하면서 계산하려면 그것이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에란 카츠의 말의 핵심은 ‘집중하라’에 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한 가지 과업을 세워 마친 다음 과업을 세우고 마치는 것. 그렇다면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신경을 쓰게 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특별하게 기억에 남게 하려면 특이한 사항이나 알고 있는 정보와 연관을 짓거나 연상을 하면 된다.

에란 카츠는 예를 들었다. 태국이나 벨기에 지도를 그리라고 한다면 대부분 거의 모든 사람은 그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지도를 그리라고 한다면? 장화를 연상하면서 이탈리아 지도는 상대적으로 그릴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는 것. 이런 연상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파이나 케이크 냄새가 할머니 댁을 기억나게 할 수도 있다.

“오래 전 로마, 그리스, 고대 유대인들인 자신의 기억력에만 의존해야 했다. 그들은 무의식적 연상법을 통해 기억하려고 했다. 연상을 통해 기억을 남기려고 한 것이다. 결혼한 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있었다. 남편을 앞에 서게 하고, 아내가 뒤에 서게 한다. 남자에게 아내가 무엇을 입고 있는지 물어본다. 이런 실험을 하면 웃음이 많이 터진다. 남편은 아내가 무엇을 입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왜 남자들은 아내가 입고 있는 옷을 기억하지 못할까. 남자들에겐 그것이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기억력이 점점 떨어진다고 불평하면서도 5년 전 파티에서 다른 여성이 어떤 드레스를 입었는지 기억한다(웃음). 웃기게도 남자들은 파티에 갔을 때, 자신과 같은 셔츠를 입고 온 사람을 만나면, 두 사람은 평생 베스트프렌드가 된다.”

에란 카츠가 말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자신의 흥미를 돋우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보통 사람보다 이름이나 얼굴을 잘 외우는 사람은 남들을 더 사랑하고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숫자나 재무적인 정보를 잘 외우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수학공학적 지능이 높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수수께끼를 잘 맞추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아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에란 카츠의 조언은 이것이다. 외우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흥미를 가져야 한다.




기억을 잘하기 위한 방법, 열정을 가질 것

“내가 알기로 아시아에선 수동적으로 배운다고 알고 있다. 유대인들은 다르다. 지식을 받아들일 때 있는 그대로가 아닌, 문제에 대해 도전하고 질문하면서 배운다. 우리는 10년 전 일은 기억해도 어제 일은 기억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렸을 때는 모든 것이 신나고 새로웠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보고 알고 해봤다. 어렸을 때처럼 신나고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오늘 이 강연에서 드리고 싶은 최고의 팁은 열정을 가지라는 것이다. 사소한 일에도 열정과 흥미를 가지면 기억을 훨씬 잘하게 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열정을 가질 것인가? 에란 카츠는 유대인들의 경우를 예로 든다. 고등학생들에게 뭔가를 복습할 때 일어나서 하라고 하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일어나 걸으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게끔 하면, 뇌에 흐르는 혈류가 늘고 산소 공급이 잘 된다는 것. 이것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덧붙여 추가로 살까지 뺄 수 있다는 장점도 곁들인다. 이어 정리를 하는 법에 대해서도 말을 잇는다.

“장을 보러 갈 때, 목록을 만들어 외우는데, 글로 써서 외우는 것보다 고기류는 어떤 것, 유제품은 어떤 것을 사야하는지를 외우면 훨씬 더 잘 외울 수 있다. 또 다른 좋은 방법은 줄임말을 쓰는 것이다. LG가 무엇의 약자인지 아나? ‘럭키 골드스타’인데, 요즘은 ‘라이프 이즈 굿’의 줄임말로 쓰고 있다. IBM은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의 줄임말이고(웃음). 이 말씀을 드린 이유는 통장계좌 번호나 인터넷 상의 비밀번호를 쉽게 외우기 위해선 연상을 쉽게 하게끔 문장을 만들면 좋다. 언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프랑스어를 하는데, 예전에 프랑스에 가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표를 샀다. 표 2개만 달라고 프랑스어로 얘기했다. 다음날에는 내가 표를 사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넌 프랑스어를 못하잖아’라고 말했다. 그래도 시도해보겠다고 했다. 아내는 도움을 안 주겠다고 70미터밖에 있었다. 나는 웃으며 손가락 2개를 들고 ‘two’라고 말했다. 단어도 문법도 몰랐지만 아내와 같이 표 2장을 얻었다(웃음).”

그는 다른 언어를 익힐 때, 1000단어만 외우라고 권했다. 언어학에서 연구가 된 것이란다. 한 언어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 1000개만 알고 있으면 그 해당 언어로 쓰인 신문의 75%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가장 중요한 1000단어 다음으로 중요한 1000단어를 더 알아도, 해당 언어의 신문을 읽는 능력은 4%밖에 증가하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었다. 즉, 영어 단어 1000단어를 알면 뉴욕타임스를 읽을 수 있고, 프랑스어 1000단어를 알면 르몽드지를 읽을 수 있다는 얘기.

“책에 세종대왕에 대해 쓴 것이 있다. 세종대왕은 선비들만 알고 있던 한자 대신 한글을 도입함으로써 몇 달 만에 모두가 읽고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세종의 천재성이 발휘된 부분은 복잡한 한자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한글로 대체했다는 데 있다. 어떤 언어든 30개씩만 단어를 외우면 한 달 만에 그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얘기대로라면 어떤 언어를 배우는 것이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될 수 있다. 1000단어만 있으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한 가지는 말을 계속 해야 한다. 아이들은 실수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지속적으로 실수를 하면서 언어를 배운다. 어른도 그래야 한다.”

이날, 에란 카츠는 페이스북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며 자신의 페이스북 주소를 공유했다. 기억술 등에 대한 이야기를 원격으로 에란 카츠와 나누고 싶다면 그와 ‘페친(페이스북 친구)’를 맺어도 좋겠다. //www.facebook.com/eran.katz.39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고 했다. 고등학생 아이가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는 건 전혀 효과가 없는 건가?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는 건 두 가지 정신을 사용해야 하는 과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음악을 듣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집중을 위해 음악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움직이면서 복습을 하는 것은 정신을 쓰는 것(복습)과 정신을 쓰지 않는 것(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융합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당사자가 그렇게 하는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음악을 들어도 좋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쇠퇴한다. 아까 알려주신 방법이 나이 들어도 효과가 있을까?

여기 왔다는 사실,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사실이 기억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뇌를 키우는데 한계는 없다. 나이 구십이 되어도 지금보다 60~70% 기억력이 좋아질 수도 있다. 언제나 배우고 노력하고 가르치고 여행 다니는 등 정신적인 활동을 늘리면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 외 육체적인 활동도 정신적인 건강에 굉장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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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에란 카츠 저/김현정 역 | 민음인
히브리대와 하버드대에 출강하는 제롬 좀머 교수에게 익명의 발신자가 보낸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자신을 아시아계 여학생으로 소개한 익명의 여성은 제롬에게 첫 번째 편지에서 인간의 두뇌가 자발적으로 원치 않는 기억을 삭제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제롬은 미선이라는 한국계 학생과 함께 편지 작성자가 요구한 다섯 가지 임무를 수행하기로 결심한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국 인도 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을 돌며 뇌와 마음을 위한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이 여정은 30년 전 제롬에게 일어났던 엄청난 사건과 관계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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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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