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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날을 꿈꾼다 - ‘촌철살인’ 꼬마비 작가

‘규정되어지고 싶지 않고 틀 안에 갇히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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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살인자o난감』과 『S라인』으로 ‘촌철살인’ 자신만의 필모그라피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작가 꼬마비(앙마비). 그는 자신을 매체에 잘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 작가가 YES24와 애니북스가 진행한 ‘독자와의 만남의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내건 조건은 단 하나, 독자 ‘한 명’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그의 열혈 팬 독자 브라이언(웹 상 필명)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꼬마비 작가가 DC인 사이드의 ‘카툰갤러리’에서 연재를 하던 시절, 독자 브라이언이 그를 ‘레진닷컴’운영자에게 소개해 정식으로 데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더욱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홍대의 작은 술집에서 이루어진 은밀한 인터뷰는 어디까지가 인터뷰고, 친목 모임인지 모를 정도로 거나하게 무르익었다. 이 자리에는 그의 팬임을 자청하는 애니북스 출판사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꼬마비, ‘꼬마비’를 말하다

독자 브라이언(이하 브) : 최근 작가의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다.

꼬마비(이하 꼬) : 청취자가 별로 없다. 4년간 해오던 웹툰 라디오라는 방송을 대중화하기 위해 권혁주 작가, 윤필 작가 셋이 의기투합해서 ‘코끼리뼈’라는 채널을 만들었다. 스토리텔링 위주로 진행해, 출간을 목표로 한다. 김혜리 기자를 초대해서 우리를 소개해달라고 방송도 했었다. 정식제휴를 맺었으니 잘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웹툰라디오 링크 //cafe.naver.com/boomerradio)

: 예전에 스토리를 생각하는 것보다 그림 그리는 게 더 힘들다는 얘기를 한 게 기억난다. 지금도 그런가?

: 그렇다. 네 컷의 만화라 단순하고 캐릭터도 오밀조밀하다. 대사랑 표정이 더 디테일해져야한다. 인물의 앞, 뒤, 옆 감정선이 다 다르다. 그걸 계산하다보니 작업시간이 오래 걸린다. 손도 느린 편이고.

: 얼굴 공개는 언제 할지 독자들이 궁금해 한다. 진짜 미남일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애니북스 출판사 담당 편집자(그는 S라인 中편에 나오는 출판사 에피소드에 실명으로 거론된 바 있다, 이하 애) : 오늘의 만화상과 콘텐츠 어워드 신인상도 내가 대리 수상했다.

: 진짜 미남이다. 사람들이 반할 정도로. 그래서 공개 안할 거다. (웃음)

: 지금 강의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 그들은 미래의 동료들이니까 상관없다. 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작가의 얼굴을 보고 특정 생각을 하는 것이 싫다. 내 이미지와 진실성이 어긋나는 게 싫다고 할까. 내 소신을 일종의 전략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얼굴공개 할 생각은 앞으로도 없다. 키가 190인데 키 작은 루저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내 얘기에 이입하겠는가? 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다가갈 때 사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 평소 건강관리 어떻게 하나. (몇 년간) 변함이 없다.

: 수영을 한다. 아래층 할머니가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무척 궁금해 한다. 심지어 경비 아저씨한테 물어볼 정도다. (일동 폭소)

: 그림은 언제 그리는지 궁금하다.

: 규칙적으로 한다. 오전에 일어나서 오후 몇 시까지 계획적으로 그린다.

: 어떤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 확실히 느껴진다.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의 트윗 맨션이 그들의 책 판매 부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런 지점에 대한 걱정은 없나?

: 겁은 하나도 안 난다. 다만 일본시장이 부럽긴 하다. 어디에나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일본 만화 시장은 전체 인구가 많아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으로도 창작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 스스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그래서인지?

: 그렇진 않다. 올곧게 작품으로만 다가가고 싶다. 그래서 『S라인』앞부분에 바로 가족, 종교 얘기를 꺼낸 거다. 우리나라에 기독교신자가 얼마나 많나. 그런 거 신경 썼으면 종교 얘기는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 박재범이라는 가수를 보면 문신을 많이 했다. 공중파에서는 가리고 나오지만, 두려움은 없어보여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꼬마비와 비슷한 것 같다. 나라면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썼을 것이다.

: (신경을) 안 쓰기도 하고 안 쓰고 싶다.




꼬마비, ‘만화’를 말하다

: 죽음 시리즈 1편 『살인자ㅇ난감』, 2편 『S라인』에 비해 3편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 1편은 연단에 서서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형식이었다면 2편 『S라인』경우는 원탁에 앉아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형태였다. 3부작 『미결』은 거울을 보고 얘기하는 느낌으로 갈 것 같다. 내 자신이 가장 많이 드러나 있으면서 픽션인 형식이다. 주인공인 만화가가 등장하는데, 천상천하 유하독존, 안하무인의 마인드다. 자기애가 강한 캐릭터다.

: 『미결』의 일부 원고를 봤다. 작가가 말한 대로 『S라인』을 보완할 수 있는 파워풀한 작품이다. 1,2편 작업을 같이 했지만 이번 것이 더 발랄하다.

현재 작가는 ‘더 딴지’에 「연극이 끝나고 난 WHO」를 연재하고 있다. 죽음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미결』도 진행 중이다.

: DC인사이드에서 연재할 때와 인지도가 생긴 지금,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 오래된 후배가 그러더라. 옛날이나 지금이나 건방지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지금의 모습을 보고 변했다고 할까 걱정된다고. 나는 정식연재안할 때도 지금과 똑같았다. 그 때도 사진을 안 찍었다. 사람들이 믿을지는 모르지만.

: 꼬마비의 만화를 보면, 대다수 독자들은 이 책의 작가는 상처나 응어리가 많이 있다거나, 꽁한 성격을 가졌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 심지어 『S라인』연재 할 때는 섹스 콤플렉스 있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작품 연재하면서 항의 메일이나 쪽지를 받아보면 다 남 걱정이다. 항의 메시지를 보내는 독자 자신은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를 걱정한다. 그렇게 따지만 슬램덩크 보고 자란 사람들은 지금 다 농구선수 되었을 거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성장해가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 비행기의 노선을 보며 S라인을 생각했다는 발상이 너무 놀라웠다.

: 결과적으론 하고 싶은 얘길 했다. ‘S라인이 있건 없건 세상은 흘러간다’는 결론인데 자화자찬이지만 잘한 것 같다. 『S라인』은 철저히 한국이야기다. 다른 문화권에서 어떻게 될지는 살아본 적이 없기에 내 상상력으론 풀 수 없다. 그래서 성에 대해 개방적인 북미권도 타격을 입고, 아랍권에서는 살육이 일어나는 정도로만 프롤로그에서 다뤘다. 만약 누군가가 북미권을 배경으로 한 『S라인』을 보고 싶다면 일 년 정도 그곳으로 나를 좀 보내줬으면 좋겠다.

: S라인을 빨간색으로 한 이유는?

: 홍등가를 상징적으로 의미한 것이다.

: 작품에 안마방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가 있다.

: 물론 취재를 갔다. 거기 종사하시는 분들은 얘기나 좀 하자고 하면, 대번에 안다. 작가냐 기자냐 묻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기에 그 사람들이 갖는 소비자와의 유대관계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이 봇물 터지듯 하더라. 네이버에서는 검열되어 연재되었다. S라인의 등장 후 사람들의 의식변화에 대한 질문에 ‘결국 뭐 다 똑같지 않나.’ 라는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취재를 할수록 더욱 확신이 들었다.




꼬마비, ‘꿈’을 말하다

: 『살인자ㅇ난감』이라는 작품이 영화화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사실 나는 만화는 만화로서 제대로 인정받는 지점이 최고라고 생각을 한다. 영화화 되는 것은 감사하다. 하지만 콘텐츠의 최고 끝판왕이 영화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아쉽다. 영화화가 되면 나에게 경제적 도움이 있긴 하지만 멀티 유즈로 만들어지는 부분은 내 손을 떠난 것으로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좀 더 세게 이야기하면 나는 만화로 노벨상 타기를 꿈꾼다. 내가 탄다는 게 아니라 만화 자체가 그렇게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스토리텔러로서 욕심은 있지만, 누군가가 만화로 노벨상을 받는다면 정말!(강조) 기쁠 것 같다. 「쥐」라는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사람들은 노벨상과 만화를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하지만 나는 만화가 콘텐츠 자체로서 인정받길 원한다.

만화 장르는 분명히 손쉽다. 보기도, 이해하기도 쉽다. 그것이 마치 그것의 무게로 생각되는 것은 굉장히 거북하다. 이집트 벽화도 사실 만화다. 인류의 정보전달 중에 최고의 콘텐츠가 만화다. 손쉬운 게 우스운 것도 아니고 경시되어서도 안 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경우, 영화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소설이 원작이다. 모비딕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살인자ㅇ난감』을 책 자체로 독자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길 바라는 욕심이 있다.

물론 만들어지는 영화도 응원한다. 한국에서 만화시장이 갖는 한계성이 있기에. 만화에 대한 인식과 시선이 달라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 작가에게 부러웠던 지점은 ‘행복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기에’ 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 역시 직장인지만 자기의 일을 좋아서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 그런 부분이 결국 3부작으로 가는 것 같다. 스토리는 기가 막히게 뻥을 치면서 독자들이 실제라고 착각하게끔 만드는 것이 내가 원하는 포인트다. 작품을 설명하며 ‘실명, 지명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 라고 써넣고 싶다.

: 『S라인』의 종교편을 보면 ‘이 이야기는 정말 픽션입니다’라고 적혀있다.

: 사람들은 희망을 원한다. 힘든 이야기를 주로 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딜레마는 없는지?

: 밝은 이야기 많이 하는데?(웃음) 이것이 내 색깔 같다. 나의 호기심은 희망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침잠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희망과 밝은 면이 대중들의 그것과 다르다는 자각은 있다. 팔리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하면 난 못하겠다. 내 주특기는 아니다.

인터뷰 말미, 작가는 오늘 인터뷰의 타이틀로 ‘주정’이 좋겠다며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의 언어는 ‘주정’보다는 ‘취중진담’에 가까웠다. 툭툭 내뱉는 언어에서 시종일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왔다. 8년이라는 긴 무명생활을 견디게 해준 동력이 만화에 대한 열정과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규정되어지고 싶지 않고 틀 안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작가의 고집을 다음 작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그러다보면 그의 바람대로 만화로 ‘노벨상’을 타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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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라인 한정판 세트 꼬마비ㆍ앙마비 글,그림 | 애니북스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 어느 날 붉은 선이 이어지게 된다. 사회는 패닉에 빠진다. 서로를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라고 (암묵적으로) 여겼던 부부의 사이에 금이 가고, 청순한 매력으로 어필하던 아이돌 스타는 온갖 악플에 시달리게 된다. 아무리 포토샵으로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S라인의 존재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초상화 산업이 발달하고, 극장 간판은 다시 손그림으로 대체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출세를 위해 S라인을 없애버리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나고, 이를 이용한 틈새 업종인 ‘지우개’(살인청부업자)까지 성업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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