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뉴스 > 특집 기획 > 1년만으로도 강산은 변한다
예전에 영업할 때는 휴대폰 3개가 필요했다
플랫폼을 말하다 1부 1년 뒤 우리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플랫폼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다른 제품을 만들기 위한 부품, 표준이라는 의미다. 윈도우나 CPU가 그 예다. 이 때는 기술적 플랫품을 뜻한다. 둘째, 고객을 모으는 두 집단이 만난다는 네트워크라는 의미다. 가장 좋은 상황은 첫째, 둘째 요소를 동시에 가지는 것이다. 구글과 애플이 그러하다.
IT 업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스마트폰, 카카오톡, 태블릿 PC, e북, 팟캐스트, LTE 등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기는가 하면 포털 '파란'과 같이 사라지는 것도 있다. 변화는 기회이자 위기다. 기회로써 변화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마련한 특집, ‘1년만으로도 강산은 변한다’는 최근 1년간 한국 IT 업계의 사건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조망해 본다.
'IT 특집 - 1년만으로도 강산은 변한다' 연재 순서 |
채널예스 기획특집 ‘1년만으로도 강산은 변한다’, 마지막 차례다. 자고 나면 유명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진다는 한 가수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변화무쌍한 시대에 살고 있다. 변혁기는 혼란스러운 시기다.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가운데, 미래를 예측하는 다양한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채널예스는 IT 전문가 두 사람을 초청해 향후 IT의 전망을 들어 보았다. 황병선 교수(청강문화산업대학교 모바일 스쿨, 이하 황)와 김석기 이사(로아컨설팅 이사, 이하 김)가 대담자로 나섰고 채널예스 김정희 편집장이 사회를 맡았다.
황병선 교수(좌), 김석기 이사(우)
사회자 : 한국 IT 생태계가 어떤지 진단해 보자. 2007년, 웹 2.0이라는 이름으로 분위기가 굉장히 활발했다. 담론도 조성되었고 작은 벤처 회사, 기획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 역동적인 느낌이었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는 없다. 최근 인기 있는 서비스도 모두 외국 서비스다. 이를 반영하듯, 코스닥도 안 좋다.
김 : 글로벌이라는 단어에서 봤을 때, 한국도 매우 글로벌화되었다. 예전처럼 한국 서비스, 외국 서비스 등 개념이 사라졌다. 그냥 좋은 서비스면 좋은 서비스다. 국내 서비스, 외국 서비스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한 듯하다.
황 : 웹 2.0을 마케팅 용어로 볼 수 있지만, 당시 미국 서비스가 많이 붐업 된 건 사실이다. 꼭 침체되었다고 볼 수 없고 트렌드로 보자면, 작년부터는 스타트힌 것 같다. 아직까지 활발하진 않지만 생태계를 다시 활성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지금까지는 생태계가 죽었지만, 다시 활성화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도 그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긍정적으로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 웹 2.0이 트렌드라면, 요즘은 bit-데이터, 클라우드가 트렌드다. 이런 식으로 트렌드는 항상 존재했다. 트렌드가 5년, 10년 계속되면 메가트렌드라고 한다. 지금도 이런 트랜드 속에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면 지금이 나쁜 상황은 아니다. 변혁기다. 당장 꽃을 피우진 않았으나 자라나는 단계다.
황 : 한 마디 더 하자면, 생태계 정체되었다는 소리를 할 때는 PC 기반이 정체되었다고 해야 한다. 모바일 기반은 새로 시작하고 있다. 희망이 있다.
사회자 : 플랫폼 얘기를 해 보자. 구글이나 애플, 회사의 성공담을 보고 국내 이통사도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이통사 등을 포함해서 왜 많은 회사가 플랫폼이 되려고 하나?
황 : 플랫폼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다른 제품을 만들기 위한 부품, 표준이라는 의미다. 윈도우나 CPU가 그 예다. 이 때는 기술적 플랫품을 뜻한다. 둘째, 고객을 모으는 두 집단이 만나는 네트워크라는 의미다. 가장 좋은 상황은 첫째, 둘째 요소를 동시에 가지는 것이다. 구글과 애플이 그러하다. 그래서 이들은 경쟁력을 가진다. 국내 통신사도 이런 관점에서 두 가지 플랫폼을 모두 갖고 싶지만, 잘 안 된다.
김 : 투사이디드 마켓(two sided marcket)이라고 경제학에서 많이 말한다. 공급자, 소비자로 이루어진 양면 시장을 플랫폼이라 한다. 플랫폼을 갖고 있음으로써 파워가 생긴다. 이통사, 제조사가 플랫폼 사업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이유다.
사회자 : 기존에 이통사가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데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나?
황 : 플랫폼 사업자가 되기엔 이통사 힘이 너무 컸다. 서브파티 힘이 약했다. 이상적인 생태계는 플랫폼 사업자와 서브파티, 제조사가 공존해야 한다. 이들의 힘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한다. 기존 이통사는, 이통사가 좋아서 나빠서가 아니라. 그들의 힘이 너무 컸다. 수평적인 관계가 안 됐다. 그렇게 되면 생태계가 크지 못한다.
김 : 애플이 주장했던 게 오픈, 개방성이다. 생태계를 극대화시켰다. 이전까지 이통사는 생태계가 아니라 먹이사슬이었다. 커미션을 줘야 앱을 올릴 수 있었다.
황 : 플랫폼인가 아닌가는 결론적으로, 갑과 을의 관계인가 수평적인가로 요약된다. 과거의 모델은 갑을이었고 지금의 애플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갑을 관계는 아니다. T스토어에 올리고, 애플 앱스토어에 올리고 싶으면 올리면 된다. 과거에는 통신사 앱에 올릴 때, 가장 큰 경쟁력이 담당자 전화 번호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김 : 심지어 이런 얘기가 있었다. SK 갈 때는, 011. KT 갈 때는 016. 이런 식으로 전화기를 3개씩 들고 다녔다. 5개 있을 땐, 5개 들고 다녔다. 웃기지만, 현실이었다.
황 : 이제 그 파워는 줄어 들었다. 지금 관계는 갑을에서 수평적 관계로 달라졌다.
김 : 실제로 앱 담당자 이야기 들어 봤더니, 이통사가 불러도 안 간다더라. 예전에는 부르면 달려 갔는데, 요즘은 아니다. 그 정도로 달라졌다.
사회자 : 현재 플랫폼 역할하는 서비스는 뭐가 있나?
김 :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정도가 있겠다. SK 티스토어도 일종의 생태계며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그 시스템을 이용해 콘텐츠 구입, 그 시스템을 통해 결제를 한다. 공급자 입장에선 애플이나 구글이 제공한는 API,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앱을 만들어 앱 마켓에 올리고 그 시스템에서 정산하는, 이런 구조가 플랫폼이다.
사회자 : 그렇게 해서 제조사가 돈을 더 많이 벌게 되었나?
황 : 기회의 균등을 얻었다. 예전에는 누구나 못했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알아야 하지 않았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조사가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마치 영화 찍기가 쉬워졌다고 누구나 돈을 벌 수 없는 것과 같다. 앱을 만든다고 다 돈을 버는가? 하지만 과거보다는 앱을 만들어 돈 벌 수 있는 기회는 균등해졌다.
사회자 : 민주주의와 같아졌다고 볼 수 있나?
황 : 그렇다.
사회자 : 공유, 개방이 인터넷이 표방하는 가치다. 역으로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보는 건 공짜여야 한다는 의식도 있다. 인터넷에서 새롭게 사업, 특히 콘텐츠로 사업하려는 사람에게 장벽이다. 많은 시도를 해도 잘 안 된다. 왜 이렇게 어려운가?
황 : PC기반의 인터넷에서 공유와 개방이 무료여야 한다는 건 오해다. 음악, 뉴스 등 콘텐츠가 제한된 공급자가 공급하던 시절엔 콘텐츠의 가치가 매우 높았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쉽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블로그 등을 통해 누구나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무료로 만든 콘텐츠와 유료 콘텐츠 수준의 질과 비슷하다면 콘텐츠를 살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돈 받으려면 고품질로 가든지 광고 모델로 가든지 이럴 수밖에 없다.
김 : 다른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정보통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콘탠츠와 컨테이너가 동일했다. 예전에는 CD라는 매체, 그 전에는 LP. 지금은 그런 콘테이너 없이 음원만으로 가능. 신문도 마찬가지다. 구독할 때는 유료, 인터넷으로 볼 때는 공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신문을 봤을 때 구독료는 무엇인가? 콘텐츠가 아니라 컨테이너인 종이와 배달료에 돈을 냈다는 결론이다. 마찬가지로 CD, DVD도 다운로드 받을 때 매체가 없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통신이 발달하기 전에는 콘텐츠와 컨테이너를 동일하기 인식했는데 통신이 발달한 뒤, 컨테이너가 필요 없어졌다. 돈 벌기 어려워졌다.
황 : 세상이 변했다. 누군가는 이 사태에 대해 No를 외치기도 한다.
김 :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콘텐츠에 상품을 넣고, 피규어를 넣는 팩키지를 꾸리는 식으로 컨테이너 가치를 높이는 식이다.
황 : 현실적으로 콘텐츠는 생산 양이 많아졌다. 생산하는 제작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양이 많아지면 가치는 준다. 소유의 필요성이 적어지고 있다. 볼 게 없을 때야 DVD 사서 여러 번 보고 그랬다. 다른 방법으로 볼 수 없을 때 DVD를 산다. 지금은 콘텐츠에 접근하기가 너무 쉽다. 콘텐츠는 점점 소모품이 되어 가고 있다. 10년 전에, CD를 샀을 땐 1년 간 들었다. 지금은 음원 나오면 1주일 간다. 게임도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게임 한 장 사면 6개월은 즐겼다. 지금은 3개월이 안 간다. 가치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급이 많아지니까.
(2부에서 계속)
티끌 모아 태산.
13,500원(10% + 5%)
10,800원(10%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