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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죽이면 한국 국가 경쟁력 떨어진다
1년간 한국 IT 업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하) 위기에 빠진 포털과 해결 방안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포털이 콘텐츠와 트래픽을 독점함으로써 오히려 인터넷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포털은 기록적인 수익을 달성하고 있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적자에 시달리는 수많은 중소 인터넷 사이트들이 있다. 포털들은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콘텐츠를 헐 값에 사들일 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외부 콘텐츠를 불법복제 해오도록 방조하고 있다.
IT 업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스마트폰, 카카오톡, 태블릿 PC, e북, 팟캐스트, LTE 등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기는가 하면 포털 '파란'과 같이 사라지는 것도 있다. 변화는 기회이자 위기다. 기회로써 변화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마련한 특집, ‘1년만으로도 강산은 변한다’는 최근 1년간 한국 IT 업계의 사건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조망해 본다.
'IT 특집 - 1년만으로도 강산은 변한다' 연재 순서 |
4. 위기에 빠진 포털과 해결 방안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포털이 콘텐츠와 트래픽을 독점함으로써 오히려 인터넷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포털은 기록적인 수익을 달성하고 있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적자에 시달리는 수많은 중소 인터넷 사이트들이 있다. 포털들은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콘텐츠를 헐 값에 사들일 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외부 콘텐츠를 불법복제 해오도록 방조하고 있다.
포털은 원래 관문이란 뜻이다. 인터넷 초기의 포털은 좋은 콘텐츠를 가진 웹 사이트 목록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원하는 사이트를 찾기 위해서 포털을 방문했다. 포털은 사람이 직접 사이트 목록을 관리하고 그 사이 사이에 배너 광고를 배치하여 수익을 얻었다. 이후 키워드 광고 기법이 만들어지면서 검색이 중요하게 되었다. 지금도 검색 포털의 수입은 대부분 키워드 광고에서 나오고 있다.
키워드 광고 단가는 철저하게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로 정해지기 때문에 일단 사용자들이 포털에 들어오면 포털 내부에 묶어 놓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 외부의 인기 콘텐츠를 아예 돈을 주고 사서 독점해버리고 내부 콘텐츠는 외부에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공유 정신으로 시작된 인터넷에서 콘텐츠 독점은 인터넷 발전을 가로막는 매우 위험한 행위였다. 포털은 또 검색에서 원본을 차별하고 있다. 검색 결과에 포털 내부의 불법 복제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고 원본이 있는 외부 사이트는 나중에 배치하거나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다. 원본 창작자는 불법복제와 검색 불공정으로 이중의 피해를 입고 있다.
인터넷 관문이어야 할 포털의 불공정성으로 인해 인터넷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포털이 방문자를 보내주지 않고 오히려 콘텐츠를 불법 복제하고 검색에서 차별하기 때문에 인터넷 사이트들이 생존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포털은 또 외부 사이트의 인기 있는 서비스까지 복제함으로써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 사이트들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제 한국인들의 인터넷 생활은 포털에서 시작해 포털에서 끝나게 된 것이다.
인기 있는 외국 서비스의 한국 공략이 심상치 않다. 이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활기가 넘쳤던 초기 인터넷 분위기를 되살려야 한다. 이것은 포털이 원본 콘텐츠를 우대하는 공정한 검색을 통해서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원본 우선 정책과 광고 제한 원칙도 필요하다.
먼저 검색은 원본을 우선 노출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법제화 시켜야 한다. 동일한 콘텐츠가 있을 때 포털의 검색 결과에서 원본을 우선 노출하게 함으로써 저작권이 지켜지고 콘텐츠 제작자가 우대 받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검색 결과에서 광고량을 제한해야 한다. 검색 광고 량을 제한하고 원본 우선 노출 정책이 확립되면 결국 원본 창작자와 중소 사이트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지난 1년 간 포털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결국 외국 서비스가 한국 사용자의 인기를 끌자 위기론이 포털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혼란 속에서 몰락할지 새롭게 거듭나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하자.
5. 카카오톡과 통신사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통신사들은 플랫폼을 애플과 구글 같은 플랫폼 업체에게 뺏기고 말았다. 콘텐츠 유통 수익도 앱스토어와 같은 플랫폼 업체의 차지가 되었다. 단말기 유통이 자유화되면서 약정할인을 통해 사용자를 묶어 두는 방식도 쓸 수 없게 되었다. 통신사에게 남은 것은 망뿐이지만 이마저도 망중립성이란 원칙으로 인해 마음대로 전횡을 부릴 수 없는 처지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사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차별하거나 차단할 수 없다는 원칙인데 카카오톡이 무료 음성 통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통신사 전화는 1분에 108원을 내야 하지만 카카오톡은 무료로 통화가 가능하다. 물론 정확히 계산해보면 카카오톡 무료 통화도 실제로는 1분당 10원 정도의 데이터 사용료가 든다. 통신사가 자신들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음성 통화 시장에서 가격 할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망 부하를 핑계로 카카오톡을 죽이려 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비용을 들여 깔아 놓은 망에 인터넷 업체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통신사들은 모든 부분에서 망 사용료를 다 받고 있기 때문에 무임승차란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는 경우 그 문자는 사용자에게서 카카오톡 회사 서버로 갔다가 다시 다른 사용자로 전달된다. 통신사는 문자를 보낸 사용자와 받은 사용자 양쪽에게서 데이터 요금을 받을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서버가 사용한 데이터 요금까지 받고 있다. 이렇게 통신사를 거쳐간 모든 데이터에 대해 요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무임"이란 말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통신사의 무임승차 논리는 새로운 서비스 때문에 기존에 한 통 당 20원을 받을 수 있었던 독점 구조가 깨져 "무료"화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불과하다.
카카오톡의 무료 음성 통화는 더 위협적이다. 물론 데이터 사용량을 계산해보면 카카오톡도 무료는 아니며 분당 10원 정도가 든다. 카카오톡의 음성 통화가 확산되면 산업 발전과 이용자 편익 그리고 국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통신사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분당 108원의 통화료 수익을 계속 유지하는 것일 뿐이다.
카카오톡 무료 통화 품질을 고의로 떨어뜨리는 등의 방법으로 서비스를 죽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이디어까지 없앨 수는 없다. 우리가 무시한 아이디어는 외국 어딘가에서 무시무시한 서비스로 되살아날 것이다. 카카오톡 서비스를 죽이는 것은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통신사들은 한국 인터넷의 발전을 막기보다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살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망 위주의 경쟁력 확보를 고집하는 통신사들은 결국 도태되어 카카오톡이 인수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다양한 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 복원이 시급한 과제
이밖에도 지난 한 해 IT 분야에는 많은 사건이 있었다. 농협 해킹 사고, 네이트 3500만 사용자 개인 정보 유출 사고,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각종 해킹 사고가 줄을 이었다. 페이스북은 한국 인터넷 점유율 4위까지 치고 올랐다. 이제 더 이상 국내 서비스에 콘텐츠가 쌓이지 않는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페이스북에 올리고 정보는 트위터로 유통하는 것이다. 방통위는 대기업과 통신사 그리고 포털 위주의 정책을 만들고 있으며 공정위는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한국의 구글을 압수 수색하러 나서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에만 열심을 내고 있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4500만을 넘어서고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이 일본에서 3000만명을 확보하는 등 단비 같은 소식이 들지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좀 더 많은 벤처들이 다양한 분야에서의 선전이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변화의 바람을 이끌어 내는 데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를 위한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기대해본다. 이제 IT는 한국의 경제를 견인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진보까지 이끌어가는 핵심 역량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중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재입학하여 졸업.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리눅스를 파고들어 국내 서버 시장에 리눅스가 퍼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각종 매체에 IT 관련 칼럼을 연재하는 그는 엔지니어로 일할 때보다 글을 쓸 때 더 즐거워하며 진보는 IT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한국 IT 산업을 향한 고언을 아끼지 않는다. 네이버에 대해 검색 공정성 비판을 문제 삼은 웹툰 <내리와 인성의 IT 이야기>를 “딴지일보”에 연재하였으며 저서로는 “한국 IT 산업의 멸망” 등이 있다.
<김인성> 저13,500원(10% + 5%)
‘IT 붐’이 일어났던 초창기부터 업계 최전선에서 엔지니어로 활약해온 저자는 ‘진보는 IT에 있다’라는 화두를 가지고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TV에 걸쳐서 새로운 흐름에 뒤처진 한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IT 강국’이라는 허울 뒤에 숨겨진 한국 IT산업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한국 인터넷 환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