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멋있다. 그런데 이 남자, 괜찮을까.’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을 읽은 후의 감탄과 우려가 뒤섞인 이 아이러니한 감상은, 저자 강연회를 듣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강연회를 듣는 동안 몇 번이라도 손을 번쩍 들어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요청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가 더 이상 논란에 휘말리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집보다 경찰서와 검찰청을 더 자주 드나들 그에게 소송을 추가로 얹어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가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에
‘난 누군가를 죽이는 기사만 쓴다’고 이야기하며
‘어쨌든 한 사람을 죽이는 기사를 쓸 때는 잠을 제대로 못 잔다.’(p. 255)고 했는데 그 고민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그만큼 그는 거침이 없다. ‘소신발언’이라고 하면 보통 수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어렵게 입을 떼는 모습이 연상되는데, 그의 스타일은 다르다. ‘이게 사실인 걸 어떡해. 모르는 척 할 수는 없잖아. 쪽팔리게.’ 이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그런 까닭으로 취재대상은 거침없는데 외려 기사를 쓰는 사람이 조심스럽다. 그렇게 강연회 내용을 추려 보았다.
재외국민 투표 방식에 깔려있는 꼼꼼한 보수파들의 계산
지난 달 5월 하순에 있었던 ‘나꼼수’ 3인방의 유럽 방문에 대한 후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주진우 기자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번에 미국에 갔었고 최근에는 유럽에 갔습니다. 앞으로 일본과 미국에 다시 가게 될 텐데, 유권자의 등록과 투표 참여 운동을 벌이러 가고 있습니다. 2~3년 전에 재외국민들에게 투표권을 줬습니다. 국적을 바꾸지 않은 영주권자들과 유학생들도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단히 어렵게 만들어 놨습니다.”
그가 전하는 ‘대단히 어렵게 만들어 놓은’ 투표 방식은 이러하다. 미국에는 26~27개의 투표소가 마련됐다. 영국과 프랑스에는 각각 하나씩이다. 재외국민들은 유권자 등록을 위해 한 번, 투표를 위해 또 한 번 대사관을 찾아야 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하는 일이다. 주진우 기자는 이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시스템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검은 의도가 있다고 말한다. ‘꼼꼼한 보수파들의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재외국민들, 특히 정치 개혁의 의지가 있는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하길 원치 않습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주진우 기자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이 재외국민의 정치 참여를 간접적으로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투표를 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와야 한다면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하물며 우리나라보다 더 넓은 면적의 나라라면 어떻겠는가. ‘달랑’ 한 군데의 투표소에, 그것도 두 번씩이나 다녀가야 한다면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척하며 사는 것 하고 따라가서 사는 것 하고는 다릅니다.
권력과 비리가 출입처라고 말하는 그는 자타공인 삼성 전문기자다. 그렇게 된 연유에 대해 그는 짧고 명료하게 밝혔다. 아무도 기사를 쓰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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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으로는 기삿거리가 넘치는데 기자들이 외면하는 지점이 보였다. 매우 중요한데도 말이다. 종교, 청와대, 권력기관. 무엇보다 삼성. 전문 분야로 삼기로 마음먹었다.(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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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김빠지는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날 삼성 전문기자가 들려주는 삼성의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간간이 ‘삼성은 버는 만큼 세금을 내고 있는가’, ‘국민들의 세금 부담률이 증가한 것에 비례하는 것인가’와 같은 이야기가 있었을 뿐이다. 삼성에 대해 말할 부분들은 책에서 대부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아직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을 읽지 않은 예비 독자들을 위해 살짝 예고편을 들려드리자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사건이 생각보다 파장이 약하지 않았나요? 국가가 나서서 삼성을 비호해 주어야 할 만큼 이건희 회장의 경영 능력은 천재적일까요? 천재 경영자라는 이미지는 오히려 국가가 만들어 준 것 아닐까요?’ 정도의 말씀을 드릴 수 있겠다.
강연회가 대학교(건국대학교)에서 열린 만큼 그는 청춘들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 이야기는 우리가 그에 대해 궁금해 하는 한 가지, 왜 주진우는 그렇게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내가 행복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거기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삶을 자기가 개척하며 사는 것 하고 따라가서 사는 것 하고는 다릅니다. 자기 모습을 비춰봐서 내가 생각하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걸어오고 있는 건지 아니면 따라가고 있는 건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앞서 이야기했던 유럽을 다녀온 경험을 예로 들며 그는 우리의 삶도 여행과 비슷하다고 했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이야기들을 음미하는 것이다. 여행이 끝난 후에 집에 돌아갈 앞일을 걱정하다보면 그 순간들을 놓치게 된다. 지금의 내 삶을 잘 즐기고 있나, 생각대로 잘 가고 있나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꿈꾸나요’. 짧지만 뜨겁게 하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금 좀 참으면 나중이 보장되겠지, 지금 좀 참고 해내면 나중에 잘 되겠지 생각하지만 ‘지금 불행한데 어떻게 나중에 잘 될 수 있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중을 위해 지금을 투자하거나 저당 잡힌, 대한민국의 청춘들에게 그는 말했다. 공부나 그를 통해 획득하는 어떤 이름이 자신의 삶과 철학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면 잘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저는 사인을 할 때 항상 ‘꿈꾸나요’라고 써요. 자신이 바라는 일을 계속 꿈꾸고 있으면 우주만물이 도와요.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흔히 사람들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고등학생 때나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에 꿈꾼 대로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주진우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의 눈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꿈을 잊어버리고 사는 시간과 공간처럼 보인다. ‘세상 모르고 하는 소리지, 어디 사는 게 그런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주기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지 않다고.
“어느 정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을, 한 시기를 떼어주고 대신 얼마만큼 벌고. 거기에서 머무르는 게 가장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 다 그런거지, 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정장을 입고 출근해서 잿빛 얼굴로 살아가는 거,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자기 낯빛으로 스스로가 주도하는 삶을 살면서 잘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러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밥벌이에 너무 의지하는 것 같아요.”
그가 제안하는 해법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지금, 꿈꾸고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그는 자신의 책상 옆에 문장 하나를 써 붙이라고 조언한다. 내가 어떤 것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는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써서 붙여놓고 보면 정말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의 말을 믿고 따라해 보아도 손해 볼 건 없을 것 같다. 그 문장 하나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나침반 역할을 해 줄 것은 분명해 보이니까.
주진우 기자 역시 꿈을 꾸기에 행복한 사람이었다. 꿈이 있기에 당당했다.
“‘나꼼수’ 유명세를 치르면서 여러 가지 얻은 게 있겠지만,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 중 하나겠죠. 그런데 기자로서는, 어떻게 보면 잃은 것도 있다고 할 수 있죠. 조중동이나 방송국에서 너무 편향적인 사람으로 이야기해서. 저는 그렇게 편향적이지 않거든요.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 주변에서도 저 원망 많이 했어요. 그 때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비판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지금 이명박 정부나 보수한테 날이 선 사람처럼 보여져서 아마 기자생활의 수명이 많이 짧아졌을 거에요. 그래도 행복한 제 꿈을 꾸고 있어서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기자생활은 짧아지겠지만, 짧지만 뜨겁게 하겠습니다.”
솔깃하고 흥미롭고, 아슬아슬하기도 했던 그의 이야기가 끝난 후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강연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독자들이 적은 질문들 가운데에서 주진우 기자가 직접 고르고 답했다. 그 후에도 즉석에서 질문이 이어졌다. 그 내용들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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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선이 끝나면 ‘나꼼수’도 끝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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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납니다. 그런데 해피엔딩으로 끝날 거니까 너무 슬퍼할 건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일방통행이 없으면 이런 방송은 없어져야 되는 게 맞습니다. 언론이 조금만 자기 자리로 오면 바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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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의 장래희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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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거나 성당이나 절에 가서 기도를 하게 되면 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살만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데요. 저는 기자니까 좋은 기사를 써서 보탬이 되게 도와주시길 기도합니다. 장래희망은 기자를 그만둔 이후에 직업란에 낚시, 여행이라고 쓰고 싶어요. 그러려면 돈이 많아야 할 텐데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해봤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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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나는 사회가 나아지는 데 벽돌 두 장만 놓아야지 이 생각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얼만큼 진행됐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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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어떤 분이 진짜로 벽돌 두 장을 보내 주셔가지고(웃음). 아무리 해도 부족하죠. 제가 아무리 방망이를 휘두르고 다녀도 부족하죠. 그런데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제 여러분들이 ‘나는 먹고 살기 괜찮다, 나는 잘 산다.’ 생각하면서 조금 더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나보다 주위를 생각하고 돈보다 ‘가치’에 대해서 생각했으면 해요. 우리가 나만 말고 주변을 생각하는 게 더 잘 사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못 먹고 못 사는 사람도 생각해야죠. 나 말고 주변을 생각하고, 여러분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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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이 생각하는 사회정의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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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델(마이클 샌델)한테 물어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저는 정의 그런 건 잘 모르겠구요. 세상이 공정하지 않고 울퉁불퉁한데 이제 우리가 옆을 돌아볼 때가 된 것 같아요.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법원이나 검찰에서 지고 와요, 하소연 할 때가 없어서. 그런데 대기업이나 힘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서 보듬고 갈 수 있거든요. 우리가 그런 기초 체력이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을 외면하려고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뺏어가려고만 한다는 생각이에요. 이제는 우리가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약자들이나 없는 사람들과 같이 가도 된다, 손잡고 가도 된다 그 편에서 서주고 그 사람들 얘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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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0대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치에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르는 20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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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70년대, 80년대에는 대학교 가는 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 때는 대학교를 나오기만 해도 취직을 할 수 있었는데 ‘우리 사회가 이러면 안 된다’면서 데모를 해서 감옥에 갔던 분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대학만 졸업하면 앞날이 순탄하다는) 그 사실을 몰랐을까요. 감옥 가는 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고, 가서 맞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 사람들의 노력 하나 하나가 이 사회를 이만큼 이끌었다고 봐요. 김근태 선배를 보면 항상 미안했어요. 손끝이 항상 경직되어 있고 말이 흐리고. 그리고 손끝이 항상 찹니다, 고문 때문에 그런 건데요. 그 사람들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이들이 꿈을 안 꾸고, 연애를 안 하고, 너무 취직하고 스펙만 쫓아요. 그렇게 해서 취직해가지고 안락하게 산다고 하는데, 너무 사회에 대해서 꿈이 없고 인식이 없어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거는 기존 언론이나 기성세대들이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취직하기 어렵다, 빨리 취직해야 한다, 삼성이 가장 좋은 기업이다, 가장 존경 받는 경영인 이건희. 이게 말이 되냐구요.
젊은이들이 그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젊은이들이 사회의식이 있고 투표율이 80%만 넘어가도 사회가 바뀝니다. 등록금이 반값이 아니라 반의 반값이 될 거에요. 국회의원들이 대학교 앞에 와서 살 거에요. 표 때문이죠. 50대 60대는 인구수가 얼마 안 되지만 20대는 제일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젊은이들이 눈앞에 보이는 취직, 토익 점수 몇 점 때문에 이 사회가 삐뚤어지고 망가지는 것을 망각하고 있어요. 옛날에 최루탄 맞으면서 돌을 던진 학생들은 독재와 반민주와 반인권, 반신자유주의적인 것에 대해서 던진 거에요. 지금은 돈과 자기 자신과 취직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너무 거기에 노예가 되어서 청춘이 더 퍽퍽해지고 낭만이 없어지고, 자유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청춘이면 꿈을 꾸고 연애를 해야죠.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을 읽으면, 그리고 저자의 강연회를 들으면 ‘그래, 나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시대적 사명감을 가져야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래도 어디 사는 게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처자식도 있고, 부모님도 계시고. 나 혼자 좋자고 살 수 있는 것인가, 싶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달리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우리의 범주’를 어디까지 확장시키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주진우 기자가 이야기했던 70년대, 80년대 당시의 학생운동 현장에는 사수대라는 것이 있었다. 여학생들을 비롯한 다른 학생들을 엄호하기 위해 스스로 앞에 나서는 (대부분)남학생들이다. 경찰들에게 둘러싸이면 학생들은 서로 팔짱을 껴서 한 몸이 되었다. 그야말로 하나의 운명이었다. 서로가 보호하고 보호받았다. 나와 남이 아니라 우리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듯 ‘우리’의 범주 안에는 나와 내 가족만 들어있을 수도, 친구와 동료, 나아가 사회와 국가가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사회에서 우리의 범주가 확장된다면 ‘우리 사회’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주진우 기자의 말처럼, 꿈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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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자 주진우 저 | 푸른숲
이 책은 기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주진우 기자의 좌충우돌 취재에 대한 기록이다. 모두가 달콤한 밥상 앞에서 입을 닫을 때 추악한 권력에 맞서 온몸으로 싸운 한 기자의 이야기다. 권력을 쥔 자들의 횡포에 맞서는 타협 없고 저돌적이며 뚝심 있는. 동시에 세상 그늘 진 곳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군분투해온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마치 미국 코믹스 [워치맨]이나 [배트맨]의 주인공들처럼 나쁜 놈이 눈에 띠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짱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