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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가 이래도 되나요?”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죽이는’ 기사만 쓰는 ‘철없는’ 기자의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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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면, 그는 사실 이상한 기자다. 단순히 그가 팬레터나 선물을 제일 많이 받는 기자라든가, 팬들에게 사인해준다거나, 가는 곳마다 플래시 세례를 받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요한 사건의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여느 기자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나타났다. 단순히 옆에서 취재하고 사건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거나, 수사를 진행하게 하거나, 사건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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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고요. 자제해주세요.”

누나들은 자제하지 않았다.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주기자』가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종합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더니, 출간한 지 1주 만에 10만부를 돌파했다. 뉴스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주진우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선거철을 맞아 주진우 기자가 유세 현장에 나타나면 엄청난 팬들에게 둘러싸인다. 그 광경을 찍은 사진은 ‘연예인 못지않은 주진우의 인기’ 식의 제목을 달고 포털 메인에 뜬다. 지난 4월 9일 시청 광장에서 진행된 우발적인 ‘나꼼수 삼두노출’ 퍼포먼스에서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는 기사가 인터넷을 달궜다.

정규 라디오 프로그램인 줄 알고, 우발적으로 혹은 반강제적으로 <나는 꼼수다>에 합류하게 된 주진우 기자는 강한 정보력과 취재력으로 청취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비범한 기억력과 더불어 현장이 눈앞에 떠오를 만큼 상황을 꼼꼼하고 세세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 ‘디테일이 강하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주진우 기자를 <나는 꼼수다>팀에 합류시킨 김어준 총수는 “주진우는 모든 기자가 가지고 있는 (금지된) 선이나 성역이 없는 기자다. 한국에도 이런 기자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는 꼼수다>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전에도, 정통시사주간지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업계’에서 유명했다. 시사IN 창간호로 실린 신정아 단독 인터뷰, 삼성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에리카 김 단독 인터뷰, 최근의 내곡동 폭로까지 한국 사회를 뒤흔들만한 특종 기사를 많이 썼다.

몇몇 기사들은 ‘주진우 기자만 만나는’ 취재원 덕분에 가능했다. “이 누나도 저만 만나요”라는 깔대기(!)는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취재원과 맺고 있는 돈독한 신뢰관계는 주진우 기자의 큰 무기다. 시사IN은 작은 매체이지만, “그럼에도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주위 분들이 나를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주었기 때문이다”(p.222) 거짓말을 하지 않고 돈에 휘둘리지 않는 기자라는, 주진우 기자가 걸어온 길이 보여주는 신뢰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들여다보면, 그는 사실 이상한 기자다. 단순히 그가 팬레터나 선물을 제일 많이 받는 기자라든가, 팬들에게 사인해준다거나, 가는 곳마다 플래시 세례를 받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 김용철 변호사 폭로 사건 때는, 기자회견의 밑그림을 그리고 김용철 옆자리에 앉아있었고(p.94) 노무현 대통령 형 노건평 씨 청문회 때는 문재인 수석, 이호철 민정수석과 같이 벌금을 물기도 했다.(p.229) 최진실 씨의 먼 친척이자 대변인이 되어 조성민과 싸우고 친권법을 바꾸는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p.333)

중요한 사건의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여느 기자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나타났다. 단순히 옆에서 취재하고 사건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거나, 수사를 진행하게 하거나, 사건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다. 심지어 주 탐정으로 변신해 범인을 검거하고, 경찰서에서 조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주진우 기자에게서 탐정이나 형사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삼성, 종교 등의 성역은 나의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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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사도 달랐다. 그가 “나만의 창”이라고 말하는 시각은 때때로 반대 진영에서 편파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모두 일괄된 보도자료, 공식 브리핑을 통해 사건을 읽을 때, 주진우 기자는 직접 발로 뛰고 만나고 취재한 정보들로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나 삼성이나 종교같이 사회에서 금기시된 영역에도 주진우 기자의 ‘창’에는 커튼이 드리워진 적이 없었다.

그는 남들이 금기라고 말하는 곳을 ‘블루오션’ ‘보물창고’ ‘전공’이라고 부르고, 모든 기자가 뒤로 물러나서 아무도 안 쓰는 기사, 주진우 기자만 쓸 수 있는 기사를 많이도 써냈다. 지금도 삼성이나 순복음 교회 문제를 볼 때, 주진우 기자의 기사는 빼놓을 수 없는 참고자료로 쓰인다.

덕분에 그는 국내 기자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다.
“제가 근 10년 간 기자 중에 소송 기준으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어요. 최고입니다. 자부심이 있어요.(웃음)” 꼼꼼하고 치열한 검증을 통해 내놓는 기사인 만큼 소송에서 지는 일은 거의 없다. 회사 앞에 수천 명이 몰려와 데모하는데도 이렇게 생각했단다. “‘아, 내가 기사를 쓰긴 잘 썼구나. 이번엔 밥값 했다’는 생각이 들어 즐거웠다. 당시 120억짜리 소송이었으니 내 몸값이 제대로 평가받는다고 농담 삼아 말하고 다녔다.(p.110)”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주기자』는 뜨거운 책이다. 반응도 뜨겁지만, 책 속에 담긴 팩트도 뜨겁다. 삼성, 종교, 언론, MB, 노무현 등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는 사건들을 주진우 기자는 자기만의 시선으로 읽어낸다. 생생하고 꼼꼼한 취재 뒷얘기가 팩트를 뒷받침한다.

“매일 시험 보는 것처럼 살고 있어요. 오늘은 또 얼마나 길까? 어제보다 오늘이 두 배씩 어려운 것 같아요.” 밤낮없이 뛰어다니며, 가장 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주진우 기자를 만났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윤동주 시인의 시 구절로 이날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이렇고, 맨 얼굴은 이렇다. 우리가 가치를 가지고, 신념을 지키고 살면 굳이 비겁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런 생각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기자잖아요. 더 터뜨릴 내용도 있고, 자극적인 이야기도 많지만 그보다는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살아가는 태도,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가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놓기 부끄러워.”


맞을 때 맞더라도, 잘못된 건 말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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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가 가지고 있는 남다른 창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나는 모범생은 아니었다”로 시작되는 『주기자』의 이야기처럼 주진우 기자는 어린 시절부터 삐딱했단다. 자기가 판단하기에 ‘아니다’ 싶은 걸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혼을 내면, 짝다리를 딛고 먼 데를 쳐다보다가 삐딱하게 인사를 하고 들어가요. 그러면 선생님이 꼭 부르죠. 너 불만 있느냐고. ‘불만 있다. 내가 뭘 잘못한 지는 알겠다. 세 대 때린 건 알겠는데, 네 대부터는 감정적이었다. 선생님이 화나서 때린 거 아니냐.’ 이렇게 대답했다가 더 많이 맞곤 했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봐도 선생님이 화나서 더 때린 것 같아. 이런 건 절대 그냥 못 지나가요. 그래서 형들한테도 많이 맞았어요. 부모님이 뭐라고 하면 꼭 대들다 혼나고. 맞을 땐 맞더라도, 잘못된 건 말을 하자. 이런 게 있었죠.”

건방지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컸다.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힘세고, 강한 사람들 앞에서만 건방지다. 힘 좀 쓰고 주먹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덤비고, 한때는 비행청소년으로 폭력 가까이에서 컸다는 그는 다종다양한 집단들이 닮아있고, 비슷한 힘의 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민간인 사찰 사건만 봐도 그래요. 대통령이나 그 주변을 비판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끝까지 쫓아가서 보복하겠다는 게 민간인 사찰의 핵심이잖아요. 작은 마을에서 힘센 사람이 힘없는 애들을 때려요. 맞은 애는 엄마한테 이르지도 못하고 계속 맞는 폭력의 악순환이 있잖습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어렸을 때 봤던 폭력적인 선배나, 우리 도시의 폭력 서클, 조폭 대장이 하는 일이나 지금 정권이 하는 일의 메커니즘이 비슷해요. 무슨 문제가 생기면 부하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입을 막고, 누구 죽이라고 돈을 주고, 변호사비를 대줘서 뒤를 봐주는 일들이요.”


이에 대응하는 방법 역시, 열일곱 살 때 모습 그대로다. “나는 그런 놈들한테 맞더라도, ‘너 잘못하고 있다. 그거 아니다. 너보다 더 힘센 사람이 오면 분명히 더 크게 당할 것이다.’ 그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그 사람을 어떻게 할 수도 없어요. ‘에라이, 나쁜 놈아’ 욕해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고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제 방식대로 하는 거예요. 잘한다고 생각은 안 해요. 그저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창에 맞춰서 제멋대로 사는 거예요.”


저는 죽이는 기사만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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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기자를 죽이자’,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의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가 나간 다음 날 시사IN 편집국에는 수천 명의 교회 신도들이 찾아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사탄기자, 악마기자도 그때 붙여진 별명이다.

“삼성에서 보면, 저는 진짜 사악한 기자죠. 순복음 교회 가면 저는 사탄기자죠. 이명박 정권은 치를 떠는 기자에요. 노무현 정권 때도 그랬어요. 청와대에서 진짜 나쁜 기자라고 했어요. 누군가는 편파적이라고 하겠죠. 하지만 제 기준에서 판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해요.”

‘이것이 나쁘다’, ‘잘못됐다’고 편파적인 결론을 내리는 과정은 정말 치열하다. “저는 좋은 기사는 안 쓰잖아요. 누가 잘해서 칭찬하는 기사는, 다른 사람들도 쓰니까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단 죽이는 기사만 써요. 그런데 사람을 하나 잡으려면 그 뒤에서 사흘 나흘씩 더 괴로워해요.

좋은 기사를 쓰면 우리 둘이 친해지고, 얼마나 좋은 사이가 돼요. 근데 내가 쓰면, 당신이 구속돼. 내가 쓰면 검찰이 조사하고 죽어.(웃음) 어떤 사람이 잘못을 했어요. 한번 기사가 나가면 평생 따라다닐 오점이 생기는데, 과연 저 사람이 그럴 만큼 잘못한 걸까.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을 텐데. 그런 고민을 많이 하죠.”


폭로기사는 폭발력이 있다. 사회의 파장도 있지만, 관련된 사람들이 그 파편을 피할 수 없다. 최근에 벌어진 박은정 검사 사건도 그랬다. 기소청탁이라는 폭탄을 던졌지만, 결국 휘청인 것은 박은정 검사의 신변이었고, 정작 기소청탁을 했던 김재호 판사는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주머니에 더 많은 사건이 있는데도 꺼내지 못하는 건 그런 고민들 때문이에요. 사회적으로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꺼내는 건데, 그보다도 제보자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피해를 먼저 따져봐야 해요. 나경원 기소청탁 건도,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거든요.

오랫동안 취재하고 경험해보면,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보이잖아요. 정말 고발하고 싶지 않았어요. 며칠째 고민하고 말렸어요. 몇몇 사건에 관해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는 사람들이 와요. 그게 옳다고 해도, 다칠까 봐. 권력이 얼마나 달려들어서 이 사람을 괴롭힐까 고민하고 고민하다 못 내고 그러죠.”



1할 타자의 의미 있는 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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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도 다니고, 잠입도 하고, 소개팅도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취재하고, 욕을 해주고, 폭탄을 던지지만, 사건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책에 실린 유영철 사건이나 여수 성매매 사건처럼 주진우 기자의 기사가 사건에 연루된 비리나 오류를 밝혀내기도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그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는 자신을 ‘1할 타자’라고 말했다.

“대부분 그래요. 3할 타자가 좋은 타자라고 하잖아요. 저는 큰 걸 노리긴 하는데, 열 번에 한 번? 아홉 번은 대부분 ‘헛빵’이에요. 한 번 가치 있는 기사를 쓰자, 생각하는데 대부분 좌절합니다. 그럴 수 있다고 봐야죠. 나보다 훨씬 더 힘세고 능력 있는 분들하고 싸우는데 내가 어떻게 이겨? 그냥 대드는 거예요. 어렸을 때도 나이 많은 형들이 돈 뺏으려고 하거나 욕하면, 맞더라도 싸웠어요. 허공에 주먹질하는 거죠. 한 대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어쩔 수 없고요.”

이렇다 보니 그에게는 특종이나 좋은 기사의 개념이 다르다. “기사를 누구보다 빨리 썼다, 이런 거 특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제가 어떤 기사를 썼는데, 아무도 그 소스나 취재원에게 접근하지 못해서, 제 기사를 받아 신문에서 한 면씩 쓰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단독 기사는 짜릿해요. 그 기분이 괜찮아요. 정말(웃음)

하지만 그보다는 작은 기사인데 기사 덕분에 제도가 바뀌거나, 좌절을 본 사람한테 기운을 줬다든가 하는 기사를 썼을 때, 아주 조금은 ‘기자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 게 기억에 더 남아요.”
그는 책에서 내곡동, 삼성, 에리카 김 등 단독보도보다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기사로 전주 중학교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행 취재 기사를 꼽았다. 죄를 짓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가해 학생들이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구속되었다.


어떤 선택이 덜 쪽팔린가? 어떤 게 더 멋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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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한텐 강하고, 약자한테는 약한 사람. 술로도 돈으로도 회유 되지 않는 기자. 성역도 없이 비리가 있는 곳이면 지옥에라도 마다치 않고 달리는, 이 무시무시한 기자에게 사람들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강할수록 꺾인다’고 조언을 하지만, 삐딱하기까지 한 주 기자는 그 말도 들을 생각이 없다.

“제가 철이 덜 든 거겠죠. SBS 사장의 비리를 취재했는데, 그 사람하고 손을 잡았다고 보세요. 해외 출장도 보내줄 거고, 자료도 줄 거고, 호텔에서 밥도 사주고, 좋은 친구라고 방송국에 자리를 줄 수도 있어요.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보다 ‘이게 옳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그게 더 중요한 거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늘 약자의 옆자리에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주진우 기자의 판단 잣대는 이렇다. ‘어떤 선택이 덜 쪽팔린가? 어떤 게 더 멋있는가?’ 그래서 쪽팔린 사람들한테 당당하게 욕을 해주는 게 그의 일이다. 공직자, 법조인이 자리를 출세의 도구, 돈 버는 도구로 사용하는 일이 그에게는 쪽팔린 일이다.

“승진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돈과 출세가 중요해져요. 영혼을 팔고 정권의 앞잡이가 되면 출세하고 돈을 벌죠.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는 법무법인 ‘바른’에 들어가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사람들은 돈 많이 번다고 ‘우와’하는데 그거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어디 가서 만나면 그 얘기해요. 쪽팔리다고. BBK 검사들이 다 승진했거든요. 제가 계속 ‘꼬장’부리는 거예요.”

언론이 태만한 역할을 할 때, 나름의 자리를 지켜 생겨난 <나는 꼼수다> 열풍이 빨리 사그라지는 게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주진우 기자는 말했다. <나는 꼼수다>가 생기기 이전에도, 주진우 기자는 꾸준히 같은 일을 해왔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나는 꼼수다> 덕분에 그는 영향력을 얻었고, 생활패턴이나 개인 생활을 버렸다고 말했다.

“제가 기사를 쓰면 주목도가 전보다 몇 배 높아졌어요. 시사IN의 주목도도 높아졌고요. 무거운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칼날 위에 서 있어요. 삐끗하면, 끌려 내려와서 더 비참해진다는 걸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봐왔거든요. 부담스러운데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다가 바로 사라지는 게 목표에요. 저는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쉽게 버릴 수 있어요. 원래 제가 가진 게 300원밖에 없으니까. 지금은 좀 많아졌지만(웃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과연 기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되묻게 된다. “전형적인 기자는 아니죠. 함세웅 신부님 쫓아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기사를 열심히 써서, 사회에 보탬이 돼야겠다. 내 월급은 기사 써서 받는 게 20퍼센트, 사회에 보탬 되는 일 해서 받는 게 30퍼센트, 약자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일이 50퍼센트라고요. 일주일 업무 배분도 그렇게 해요.”


연애소설 읽는 남자

매일 글로 죽이고 살리는 기사를 쓰고, 칼날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사는 삶이 피곤하지는 않을까. 그는 그저 내 일이다 생각하고, 웃으면서 일한다고. “새벽 1시에 귀가했는데, 1시 반에 전화가 와요. 중요한 얘기를 할 것 같다 싶으면 어디든지 갑니다. 지옥이든 어디든 달려갑니다. 즐거워서, 보람돼서라기보다는 내 일이다, 내 길이다. 생각하고 가는 거죠.”

강도 높은 업무 스트레스는 밤마다 연애소설을 읽는 걸로 푼다. 주진우 기자는 독서량이 많다. 취재를 위해서 해당 사건과 관련된 책은 다 찾아 읽는다. 취재와 관계없이 즐겨 읽는 책은 시집과 연애소설이다. 취재원의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태도라든지, 기사에서 보여주는 상세한 디테일과 묘사만 봐도, 수많은 독서가 그의 창을 빚어내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되었으리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남미, 아프리카, 일본 등등 카테고리를 지어서 한꺼번에 읽어요. 남아공 월드컵 때는 아프리카에 관련된 책을 수백 권 읽고 갔어요. 특히 소설에는 소설에 모든 철학이나 역사, 문화가 다 담겨 있는 거 같아요. 어느 나라를 공부하거나 이해하고 싶으면 거기의 대표적인 소설을 하나 읽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느 나라에 여행을 가면, 그 나라에서 가장 트렌디한 책과 대 문호의 책 두 권 정도만 들고 가요.”

그중에서도 손에 꼽는 소설은 남미 소설들이다.
“남미는 금도 많고, 먹을 것도 넘쳐나는 평화로운 곳이었는데 스페인이 쳐들어와서 금을 가져가고, 정복하죠. 미국이 또 와서 식민지하거나 미국에서 공부한 엘리트들이 정권을 잡고요. 그러다 쿠데타가 일어나고 정권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역사가 우리와 닮아있어요. 맥을 이루는 정서가 가슴에 와 닿아요. 마르케스, 체 게바라, 세풀베다의 글을 읽으면 우리나라 정서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놀랄 때가 많아요.”

주진우 기자가 제일 좋아하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역시 남미 작가다.
“언론가이자 저술가인데 모든 역사와 문화와 사회 현상을 자기만의 틀로 봐요. 그 사람이 쓴 책은 다 보고, 언급했던 책도 다 봤어요. 저도 그런 사람처럼 세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면서 나아가야겠다, 그런 생각 하죠. 『축구, 그 빛과 그림자』 『불의 기억』은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 여러 번 보고 선물도 많이 한 책이에요.”


그래도 우리는 그에게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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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총선이 코앞이다. 주진우 기자에게 선거를 앞두고 독자들에게 정치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했다.

“라이베리아에 테일러라는 독재자가 있어요. 그 사람의 선거 슬로건은 이래요. ‘나는 그의 엄마를 죽이고, 아빠를 죽였지만, 그는 나에게 투표한다’ 독재자가 쿠데타를 일으켜서,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죽여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두려움에 기대서 그 사람에게 투표하는 거예요. 우리도 비슷해요. 그 사람은 독재자예요. 친일파예요. 나쁜 사람이었어. 그래도 우리는 그에게 투표한다는 거예요. 그 선거 슬로건을 보고 너무 충격 받았어요. 아프리카에 군부독재자가 지배하는 그런 나라보다 나은 삶을 살고는 있지만, 우리도 비슷한 상황에 있지 않나 싶어요.

우리가 지나가다가 불량배한테 500원 5,000원 뺏기면, 정말 불쾌하고, 분해하잖아요. 정치는 합법적으로 돈을 걷고, 그 돈을 쓰는 일인데, 어떤 사람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수준 높은 삶을 살고, 1등 시민이 될 자격이 있지만, 지금껏 지도자를 잘못 만나서 이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올해는 우리 국민에게 좋은 지도자를 주세요. 정말 좋은 사람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생각밖에 없어요.”


지금은 모든 전투를 이겨야 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분명히 깨질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나도 그렇고 나꼼수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다.
나는 안다. 세상을 뜻대로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웃으면서 가겠다. 철들지 않고 살겠다. 소년으로 살다 소년으로 가겠다. 오늘도 비굴하지 않은 가슴을 달라고 기도한다.(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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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주기자 주진우 저 | 푸른숲

언론, 삼성, 검찰과 경찰, MB정부, 친일파, 사회적 약자들까지 주진우 기자는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맞서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를 대신해 진흙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주진우 기자는 신념이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쪽팔리니까’, 혹은 ‘우리라도 이래야지 안 그러면 어떡하겠어 뭐’ 이런 식이다. 주진우 기자가 살아온 인생은 나름 고단했고, 앞에도 진흙탕길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그는 신념이 아닌 태도로 움직이기에 비장하거나 결연하지 않다. 밝고 따뜻하게 웃으면서 계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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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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