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 번은 직접 요리해서 먹어요” - 『전하고 싶은 일본의 맛』구리하라 하루미
일본의 마사 스튜어트, 살림과 요리의 여왕 구어만드 세계 요리책 경연대회 수상자 한국 음식의 세계화 가능성 물어보니……
음식은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이자 전통이 깃들어 있는 고집이기도 하다. 각 나라의 음식이 그 나라 국민들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유다. 한국과 일본, 지리적으로 가깝고 생김새도 큰 차이가 없지만 역시 음식만은 전혀 다른 맛과 멋으로 다가온다. 또 다른 차이점은 일본 음식이 세계화에 먼저 성공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저명한 요리연구가 구리하라 하루미에게 그 비결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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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요리연구가로서 한국에 첫 요리책을 낸 소감은 어떠세요.
한국을 몇 번 방문하면서 한국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어릴 때부터 김치와 갈비 같은 음식을 즐겨 먹었거든요. 그런 한국에 제 책이 출판된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네요. 책 때문에 오긴 했지만 이번에 온 김에 한국 나물요리와 육개장을 확실히 배워가고 싶어요(웃음).
한국음식은 매운맛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음식의 특징을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한국처럼 일본도 사계절이 뚜렷하잖아요. 계절마다 나오는 재철 채소를 이용한 음식이 많은 편이죠. 일본 음식의 경우 특히 채소를 많이 사용하는데, 일본 채소들은 향 뿐 아니라 쓴맛, 단맛, 모양까지 짜임새가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만들어지죠. 한국 음식 역시 채소를 많이 사용하잖아요. 제 요리에도 한국 토종 채소를 사용해 보고 싶어요.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일본 요리인 스시나 초밥, 우동 등은 유명합니다. 일본 음식이 세계화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계화 된 일본 음식의 공통점은 역시 건강이 아닐까 생각해요. 모두가 조리 과정에서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든요. 그런 점이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의 추세에 맞춰 세계인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어요.
같은 동북아 지역에 위치한 한국 역시도 음식의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한국 음식의 세계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한국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채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음식 역시 세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건강 음식이거든요. 일본 음식과 마찬가지로 채소 하나하나에도 다 의미가 있고요. 건강과 관련된 음식들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음식도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2004년 구어만드 세계 요리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Harumi's Japanese Cooking』은 외국인에게 일본 음식의 맛을 알리기 위한 요리책이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보통의 요리책과는 좀 달랐을 듯 합니다.
제가 처음부터 만든 음식은 가족을 위한 것이었어요. 『Harumi's Japanese Cooking』역시도 일본식이 기본이 된 가정요리라는 것에 중심을 뒀죠. 다만 다른 점은 그동안 제가 해 온 가정요리에서 예를 들어 한국이라면 고추장, 이탈리아의 경우는 특유의 향신료 등을 가미했다는 점이에요. 세계적으로 다가가고자 고민한 책이었죠. 각국의 양념을 활용했지만, 절대 가정음식, 가족을 위한 음식이라는 콘셉트는 벗어나지 않았어요.
선생님 덕분에 남편께서도 굉장히 미식가일 것 같은데요.
굉장히 엄격한 사람이에요. 제게는 세상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직접적으로 엄격한 평가를 내리죠(웃음).
각 나라마다 전통음식의 소중함을 강조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패스트푸드와 같은 간편음식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는데요. 바른 라이프스타일과 음식문화를 강조하시는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 번은 꼭 제 손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자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 중에는 파스타라든지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정도는 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일본 음식이 그리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패스트푸드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다행히도 요즘 일본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 도시락 붐이 일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고쳐야 할 것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노력이 엿보여 다행스럽기도 해요. 너무 바쁠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건강에 신경쓰면서 만드는 음식의 중요성 만큼은 꼭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한국 사람 중에는 간혹 ‘일본 음식은 담백하기만 하고 특징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요. 일본 음식에도 다양한 맛이 있지 않나요.
한국처럼 딱 정해진 ‘매운 맛’은 아니에요. 일단 음식의 기본이라고 하면 맛있는 국과 밥을 만드는 것이죠. 그것이 화식에만 한정된게 아니라 베트남 요리나 이탈리아 요리를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만든다는게 일본 음식의 특징이에요. 아마 일본 주부처럼 자주 요리를 하는 경우는 없을 거에요. 각국의 음식들을 일본 사람의 입맛에 맞게 만들며 새로움을 찾아나가는 것이 일본의 맛이 아닐까 생각해요. 딱 정해진 맛이 아니라 각국의 음식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 일본의 맛을 찾아가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전라도식, 경상도식 등으로 각 지역마다 음식의 특징이 있는데요. 고향인 시즈오카 음식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제 고향은 시즈오카에 시모다라는 마을이에요. 바닷가 마을이어서 해산물이 풍부하죠. 바다에서 나는 모든 것들이 재료가 되죠. 또 산으로도 둘러싸여있어 산나물을 구하기도 쉬워요. 식재료가 풍부한 곳이죠.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 음식이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아요. 밸런스가 맞는 음식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죠.
계절별로 선호하는 식재료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재철음식이 좋다고 했지만, 사실 일본 역시도 식재료가 때를 가리지 않고 나와 계절감이 없긴해요. 그래도 저는 그 계절에 나오는 재료로 음식을 해야지만 식감이 훨씬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굳이 꼽아보자면 봄에는 죽순이 좋죠. 여름에는 특히 토마토를 선호해요. 토마토는 사계절 다 구할 수 있게 됐지만, 여름 토마토는 특히 제가 고집을 부리는 식재료에요. 그 외에 가을에는 버섯과 가지, 겨울에는 대추나 무를 선호하죠.
표지 사진이 인상적인데요.
사실 결혼 25주년 되던 해에 남편과 함께 마련한 젓가락 세트에요. 그전에 것은 남편이 잘못해서 잃어버렸거든요. 이 젓가락처럼 일본에서는 부부 전용 밥그릇을 사용해요. 남편 것이 조금 크다면 아내 것은 그보다 작다거나, 남편 것이 남색이면 아내는 붉은 색 그릇으로 나눠지죠. 그중에서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젓가락이에요. 일본에서는 ‘메오토바시’라고 하죠. 젓가락에는 살아온 인생이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밥 먹고 잠을 자고 살아온 인생의 시간이 담겨 있는 거죠. 가족들과 39년 동안 요리를 하며 함께 해 온 많은 시간들을 우리 부부의 사진 대신 젓가락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남편 사랑이 남다르신 듯 한데요. 남편께서 직접 요리를 해서 선생님께 대접하는 경우도 있나요?
남편도 요리를 잘해요. 허브가 들어간 토마토소스를 잘 만들죠. 매년 크리스마스 때는 꼭 칠면조 요리를 해요. 사실 제가 바쁘기 때문에 결혼 37년 째 부터는 남편이 아침식사를 맡아서 만들어주고 있어요(웃음). 시댁의 의식주가 양식풍이어서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서양식을 좋아했어요. 처음 결혼하고 시댁에 갔을 때는 내가 외국인의 집에 왔나 싶을 정도였죠. 그와 반대로 저희 집은 완전히 일본풍이었고요. 양식은 거의 접하지 못했죠. 그래서 결혼한 뒤로 남편에게 배운 것도 많아요.
처음 접한 한국 음식은 무엇이었나요.
야끼니꾸라고 한국의 갈비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먹었어요. 김치도 그때부터 먹어 지금도 정말 좋아해요. 한국 전통의 매운 김치도 문제 없어요(웃음). 또 오래 전에 집 근처에 스시집 주인이 한국 분이었는데 덕분에 쌈장하고 초고추장을 알게 됐죠. 지금도 그때 기억을 가지고 만들어 먹어요. 하지만 제가 만드는 초고추장이나 한국 나물 요리의 레시피가 올바른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마늘을 얼마나 더 넣어야하는지, 어느정도 익히는 것이 적당한 지는 정확히 몰라요. 아마도 제가 모르는 한국적인 맛이 더 있으리라 생각되고 그래서 꼭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
배우 김호진 씨는 선생님의 집에 초대 받은 소감을 ‘잊지 못할 즐거움을 선물 받았다’고 했는데요.
김호진 씨는 얼마 전 한국 여성잡지의 취재 때문에 만나게 됐어요. 이번에도 보기로 했죠(웃음). 일본에서는 배우가 요리하는게 어색한 모습이 아니에요. 많이들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김호진 씨는 굉장히 좋은 분이에요.
한국과 일본은 애증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수많은 교류도 있었고 그러면서 서로 영향을 준 부분도 많았는데요. 두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한국이나 일본처럼 가족과 혈연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진 나라는 없다고 생각해요. 세대가 바뀌면서 요즘은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도 늘었죠. 저도 그렇고요. 그만큼 가깝게 생각이 되요. 대신 안좋았던 역사 인식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요리책이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됐으면 해요. 공통점도 많지만, 한국에서는 아버지가 먼저 식사를 하기 전에 자녀가 수저를 들면 안되는 식탁예절이 존재하는게 부러워요. 그것은 참 배울 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한국의 맛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제 책에 있는 음식을 만든다면 또 다른 맛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가족들과 함께 즐겨보셨으면 합니다.
이 책은 일본의 마사 스튜어트라고 불리는 하루미에게서 진짜 일본의 맛, 일본 가정식의 정수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하루미가 가족에게, 지인에게 인정받은 152가지 엄선된 레시피만을 뽑아 구성한 이 책은 봄/여름/가을/겨울/설날 등 계절에 맞는 재료들을 이용해 만드는 건강한 제철 요리와 흰 쌀밥에 어울리는 계절별 미소시루, 일식/양식/중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요리, 반찬 걱정이 필요 없는 조림요리, 아내의 마음, 엄마의 마음으로 하루미가 직접 개발한 요리와 만능 소스, 간편하게 먹으면서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덮밥과 영양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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