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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늙은 모습에 충격 받았어요” - 김용택 『김용택의 어머니』

“어머니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보통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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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용택이 어머니에 대해 말한다. 올 봄 출간한 에세이 『김용택의 어머니』를 통해서다. YES24와의 인터뷰를 통해 더 깊고 세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음은 물론이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의 끝자락, 시기도 시기이려니와 새 책의 주제도 ‘어머니’인 만큼 한 어머니의 아들로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자녀들의 아버지로서 김용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가 김용택이 어머니에 대해 말한다. 올 봄 출간한 에세이 『김용택의 어머니』를 통해서다. YES24와의 인터뷰를 통해 더 깊고 세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음은 물론이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의 끝자락, 시기도 시기이려니와 새 책의 주제도 ‘어머니’인 만큼 한 어머니의 아들로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자녀들의 아버지로서 김용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용택의 어머니』 책장을 덮으며 어머니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머릿속에, 가슴속에 어머니는 어려 있었다. 책을 통해 한 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작가는 질문을 던져준 셈이었다. 어머니는 누굴까?

남편이 생긴 후 새댁이란 호칭을 얻고 아이를 낳은 후 ‘누구엄마’라는 호칭으로 굳어진, 이러나 저러나 자신의 이름을 잃고 살아온 사람이었던가. 아이가 자랄수록 강인해지는 정신력과 체력이 처녀적의 수줍음과 연약함의 자리를 대신한 사람이었나. 내 아이를 단번에 제압하는 비장의 무기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매번 칼로 물 베기에 그치는 싸움을 남편보다도 자식과 더 많이 하는 사람일까. 너랑 똑같은 자식 하나 낳아서 키워봐, 이 한마디로 가끔씩 자식들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사람이었던 것도 같다.

작가 김용택의 어머니도 그러하시냐고 물으신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씀드려야 바른 소리일 것 같다. 봄꽃처럼 곱던 처녀가 시집 와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고 농부의 아내로, 줄줄이 딸린 자식들의 어머니로 살며 세상풍파를 다 받아냈다는 ‘인생 스토리’는 다를 바 없다. 그 시절의 어머니들이 대부분 그러했던 것처럼.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어머니라는 존재를 떠올리며 자동반사적으로 연상하는 이미지들, 이를테면 모녀를 소재로 한 텍스트들이 흔히 내세우는 자식 앞에 언제나 약해지는 모습은 없다. 무조건 덮어두고 성녀와 동일시하는 모습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작가의 어머니가 그러하다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신성한 사람으로 그려내지 않았다. 오히려 어머니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머니를 말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그러하듯이 ‘기어이 눈물샘을 자극하고야 마는’ 다분히 신파적인 얘기일 거라고 섣불리 판단했다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화려한 수식어구나 고도로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소박하고 담백한 언어로 문학을 노래했듯이,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기록 역시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앞서 살짝 귀띔해 드린다. 어머니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보통 사람일 뿐이라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머니에 대한 ‘환상에 가까운 기대’가 깨어질 법도 하다. 그러나 먼저 말해두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그런 경고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질 것이라는 예고를 하고 싶은 것이다.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요해서 미안해.’ ‘완전무결한 엄마가 되길 기대해서 미안해.’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드실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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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어머니의 생애에 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작가님의 지난 시절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갖고 있는 기록에 대한 욕구, 본능의 결과물일까요.

답변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지금 일흔이 되고 여든이 된 우리 어머니들은 삶이 파란만장했습니다. 일제 식민지를 겪었고 6ㆍ25 전쟁을 겪었고, 뼈에 사무치는 가난을 겪었고. 또 새마을 운동과 5ㆍ16도 겪었죠. 그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구비와 고비마다 다 힘든 일들이 있었죠. 그걸 다 겪어내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어머님들이 자기들의 삶을 이렇게 말하죠.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열권도 넘는다.’ 이런 이야기는 삶이 그만큼 파란만장했다는 거에요. 저는 사실 어머니의 옛날 이야기들을 채록해서 일대기를 책으로 쓰고 싶었죠. 지금 『김용택의 어머니』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1/3도 안 들어간 거에요. 더 많지요. 나중에는 좀 쓰게 되겠죠.

어머니의 삶을 기록하고 싶은 욕심은 없었고 그냥 이따금 여기저기 글을 쓰기도 하고 또 일기를 쓰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농사를 짓고 살았던 전형적인 농사꾼들의 이야기,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로는 되어 있고 물론 시로도 되어 있겠지만 에세이나 이런 걸로는 되어 있는 게 없죠. 그래서 한 번 글을 모아보자, 써보자 해서 책이 만들어 졌죠.

질문

기성회비를 못 내서 학교에서 쫓겨났을 때, 어머니께서 돈이 없다고 하시면서 ‘갈라면 가고 말라면 말아라.’ 말씀하시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웃음)

답변

(웃음)그건 제 얘기가 아니고 다른 친구 얘깁니다. 그 친구는 형제가 아홉이에요. 어느 날 친구들이 나하고 똑같이 학교회비가 없어서 집에 간 거죠. 그랬더니 그렇게 말을 하신 거에요.

질문

울면서 집에 들어갔다가 사내놈이 바깥일을 집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며 혼났던 적이 있으시던데요.

답변

그런 적은 너무 많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어떻게 바깥에서 너희들끼리 일어난 일을 집안에까지 갖고 들어오느냐고 하셨어요. 있을 수가 없는 얘기죠. 동생들이 다 한 번씩 혼나고 난 뒤로는 밖에서 일어난 일은 꼭 해결하고 들어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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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어렸을 때 어머니께 서운했던 적은 없으세요.

답변

그런 건 없고 이런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제가 동생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업어 키웠습니다. 어머니는 일하러 가시고 저는 집에서 동생들을 봤지요. 어느 날 비가 많이 와서 앞 강물이 불었어요. 그 날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놀게 됐어요. 놀다 보니까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안 들렸던 거죠. 어머니가 부르다 부르다 약이 올랐겠죠. 뻔히 보이는 곳에서 아무리 불러도 안 오니까. 오셔가지고 막 성질이 나셨는데, 걸레가 있었어요. 옛날 걸레가 지금 아이들 기저귀처럼 그렇게 안 생기고 헌 베를 기워서 걸레로 썼죠. 진짜 걸레지만 걸레도 아닌 거죠. 그런데 어머니가 그걸로 저를 때렸어요. 헌 걸레이기 때문에 안 아플 거라고 생각하시고 때렸겠죠. 그런데 그게 고무줄이 나와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놀랬죠. 때릴 때는 몰랐는데 저녁에 잘 때 보니까 줄기가 이렇게 쳐져 있으니까. 그런 기억이 납니다.

질문

작가님께서 아버지가 되신 후에, 예전에는 몰랐던 아버님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셨을 것 같아요.

답변

저희 아버님은 집안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를 안했습니다. 자식들에 대해서도 전혀 관여를 안 했고 간섭을 안 했구요. 그냥 어머니한테 다 맡기셨던 것 같아요. 근데 아버님이 나중에는 빚을 많이 졌습니다. 옛날에 농사짓고 사는 사람들은 다 빚을 많이 졌잖아요. 말년에는 빚 때문에 상당히 여러 가지로 힘드셨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라면을 주전자에 삶아서 저한테 주더라구요. 지금 아버님이 뒷산에서 나무하고 계시니까 빨리 가서 라면을 드리라고. 주전자에 가져가면 안 흘리잖아요. 라면을 들고 가봤더니 아버님께서 나무를 다 해놓고 지게를 받쳐 놓고 밑에 앉아 계셨습니다. 굉장히 심각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고 있었죠. 나무 지게를 받쳐 놓고 밑에 앉아서 담배를 피는 모습이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삶이. 그 때의 여러 가지 상황이.

한 번은 몸이 많이 아프셔서 병원을 갔다 오는데 옛날에는 택시가 잘 없었어요. 그래서 시골 정류소에 내려서 한 30분을 걸어가야 됩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이었어요. 아버님이 걸으시는데 미끄러워서 비척비척 할 때 그 때 그 가슴이… 지금 생각하면 ‘아, 그 때 어떻게 해서든 택시를 불러서 모시고 왔어야 하는데…’ 이런 죄책감이 들죠.

나는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요. 아버님이 그렇게 사셨던 건 아버님의 운명이었고 아버님의 삶이었죠. 그걸 내가 가슴 아파한다든가 이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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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어머님을 인터뷰하신 내용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드려보면 어떨까요. 자식들이 하나 둘 품을 떠날 때의 심정이 어떠셨나요.

답변

아직은 결혼 전이기 때문에 품을 떠났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아들이 빨리 독립하기를 바랍니다. 어머니 품에서 오래 있으면 안 되고 빨리 독립을 해서 스스로 삶을 꾸려가기를 바라는 사람이죠. 그래서 떠나보내거나 이런 것은 별로 걱정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떨어져 살았습니다. 내가 일부러 떨어트렸죠. 스스로 독립해서 네 삶을 네가 꾸려가라구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떨어져서 자기 인생을 꾸려가다 보면 그게 현실이 되기 때문에 힘들어 하죠. 어떨 때는 내가 너무 가혹하게 아이들한테 스스로의 삶을 맡기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너무 가혹했다. 좀 도와줘야 될 텐데.’ 이럴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나는 그들이 그 엄혹한 삶 속에서 자기를 견디고 이겨내서 자기 나름대로 삶을 꾸려가고 독립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죠. 그래서 자식을 떠나보낸다고 해서 가슴 아프다거나 이런 건 없어요. 어차피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어렸을 때부터 독립심이 필요하죠.

질문

어머니께서는 자식들이 하나둘 고향을 떠날 때 심정이 좋았다고 하셨는데, 크게 다르지 않은 대답인가요.

답변

전혀 다릅니다. 어머니하고 저하고는 좀 다르죠. 어머니는 저를 순창으로 떠나보냈을 때 굉장히 가슴 아파 했습니다. 굉장히 힘들어 하셨죠. 그런데 나는 어머니하고 같은 생각이지만 좀 냉정했죠.

질문

자식들이 마음에 가장 걸리셨을 때는 언제인가요.

답변

너무 많죠. 세월이 가면 묻혀 지고 잊혀 지겠지만. 우리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외국에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너무 힘들게 살았죠. 너무 외로웠잖아요. 너무 견디기 힘들고, 가혹하고 혹독하죠. 스스로 머나먼 타국에서 어려움을 견뎌야 되기 때문에. 그게 제일 힘들었는데 어느 해엔가 한 번은 아들이 왔다가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데 제가 속으로 ‘민세야, 가지 말고 그냥 나랑 살자.’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습니다. 너무 가슴 아팠죠. ‘비행기에서 내려라. 그냥 나하고 같이 살자.’ 그러고 싶더라구요. 그렇더라도 나는 그들의 삶에 그냥 떨어트리고 싶었죠. 그런 의미에서 냉혹합니다. 냉정하죠. 그 때가 아이들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어요. 그들이 견뎌야 할 삶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제가 이런 얘기를 해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너희들은 어머니의 끝이 달린 배다. 어머님이 멀리 가면 잡아당기고 넘어지려고 하면 바로 세워 놓는 거죠. 그렇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빠 엄마가 너희에게 이어져 있는 배의 끈을 놓아 버린다. 이제 너희들이 만경창파 저 험한 바다를 스스로 저어가야 된다. 그런 생각을 했죠. 고등학교 졸업하면 끈을 놓아버리는 거에요. 그 험한 파도 속에서 스스로 삶을 견뎌나갈 수밖에 없는 거지요. 저는 애들을 그렇게 키웠습니다. 우리 어머니하고는 좀 다른, 심정은 똑같겠지만 조금 다른 방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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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부모와 자식의 연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답변

진짜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거죠. 어떻게 설명이 안 되는, 논리적으로나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는 거에요. 세상에는 이성과 논리가 발을 내릴 수 없는 세계가 있는데, 그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이죠.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거죠. 이성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질문

어머님의 기억이 흐릿해지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실 것 같아요.

답변

어머니가 귀도 어둡고 생각이 흐려지시기 때문에 얘기가 이어지지를 않아요. 어머니한테 설명이 안 되는 거죠. 크게 말해야 되고, 그러다 보면 생각이 끊기고. 얘기가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죠. 옛날에는 너무 재밌게 어머니하고 둘이 얘기하고 놀고 그랬는데 얘기가 안 되는 거에요, 이제. 그런 상황이 오죠. 그건 충격입니다. 그 때 괴로웠죠. 어머니가 늙어버렸다는 거에 대해서 너무 괴로워했죠.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거에요. 우리 어머니가 늙다니, 이 생각을 하면 끔찍한 거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말이죠. 그렇게 총명하시고 그렇게 활달하시고, 화통하시고 거침새가 없이 삶을 살아오신 분이 얘기가 안 이어지는 거에요.

질문

작가님 곁에 여성 3대가 있습니다. 어머님과 아내 분, 따님이 있으시죠. 어머니의 삶이라는 것이 세월이 변하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따님에게는 어떤 어머니가 되라고 당부해 주고 싶으세요.

답변

나이가 들면 말을 줄여야 됩니다. 말 줄이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말을 많이 하면 안돼요. 나이가 들면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해요, 답답하니까. 나이 들면 말을 줄이는 엄마. 남을 간섭하지 않는 엄마. 사람들 말을 들어주는 엄마가 되라고 하고 싶어요.

우리 안사람은 우리 딸하고 정말 소통이 잘 되는 사이입니다. 안사람이 딸이 공부하는 걸 같이 공부해요. 책을 같이 봅니다. 얘기를 해야 되기 때문에. 방학이 4개월인데 한 순간을 떨어지지 않죠. 너무 딱 붙어서 살아요. 딸이 오면 내가 침대를 내줍니다. 안사람하고 둘이 사용하라구요. 둘이 너무 잘 통하죠. 이 세상의 모든 얘기를 다 하는 사이에요. 딸과 엄마의 가장 이상적인 사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서로 굉장히 어려워합니다. 딸하고 엄마 사이에도 안 해야 될 말이 너무 많습니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은 안 하고 공부해라, 이런 말은 절대 안 하고 살았습니다. 네가 무엇이 되라 얘기해 본 적이 한 번 있는데 우리 딸이 딱 거절을 하더라구요. 독립되어 있는 한 인격체를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절대 안하는, 이상적인 친구 사이입니다.

질문

어머님 세대에는 개인적인 삶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모든 것을 자식들과 가족을 위해 바치셨죠. 따님에게 그런 엄마가 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으실 것 같습니다.

답변

나는 절대 그러기 싫어요. 자식은 일찍 떼어놔야 되고 독립해서 살아야 되는 거죠. 그리고 깊이 간섭하지 말고 깊이 관여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자식이 자기 삶을 잘 꾸려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되는 거지, 엄마가 아이들의 삶을 결정하면 안 되는 거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주라고 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걸 찾으면 놔버리는 거죠.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죠. 매우 합리적인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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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작가님께서는 어머니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시겠습니까. ‘신이 모든 인간들을 다 돌보기엔 너무 바빠 대신 어머니를 보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답변

저는 그런 말은 믿지 않습니다. 어머니에 대해서 우리가 지나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너무 신격화 시켜서는 안돼요. 어머니는 신성한 사람이 아니에요. 똑같습니다. 대한민국에 나쁜 짓 하는 어머니도 집에 가면 다 똑같은 어머니에요. 곗돈 떼어먹고 도망가고, 사기치고, 말썽 부리는 사람도 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인 거죠. 어머니도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죠. 그렇게 생각을 해야 된다고 봐요. 우리는 너무 가부장적이고 윤리적이어서 어머니 아버지를 과도하게 신성시하는 거에요. 객관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그리고 그걸 효자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효자가 아니고, 효심이 아닙니다. 어머니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입니다. 객관적으로 바라봐야죠. 이제 그런 세상이 된 거에요. 옛날처럼 어머니는 신성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 거죠.

질문

작가님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답변

가족이라기보다 가정이라는 것이 중요하죠. 가족은 조직의 측면이고 가정은 애정과 사랑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삶의 공동체여야 합니다. 사랑과 애정이 가장 중요한 게 가정이죠. 요즘 우리들의 가정은 가정이 아니고 가족, 일종의 조직이죠. 조직이란 자기 역할만 충실하면 되는 겁니다. 가정은 절대 역할이 아니에요. 사랑과 애정으로 이루어진 것이잖아요. 우리의 지금 가족은 조직이이에요. 역할만 잘하면 되는 거죠. 아빠는 돈만 많이 벌어오면 되고 엄마는 그 돈을 가지고 재테크를 하거나 정보를 수집해서 자식을 좋은 대학을 보내면 되고, 자식은 공부만 잘하면 되는 거에요. 이건 가족이지, 가정이 아닌 거죠. 우리나라 가족이라는 게 사회 조직이 되었어요. 어떤 역할을 맡아서 해야 되는 그런 사회 조직은 가정이라고 볼 수가 없는 거죠.

요즘 제일 중요한 건 부부 간에 잘 사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부부 간에 정답고 다정하게, 늘 같이 소통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자라야 해요. 엄마 아빠가 행복한 것을 보고 자라야 합니다. 너무 중요합니다. 엄마 아빠가 행복한 것을 보고 자라야 이 아이들이 결혼을 하면 행복하게 살 줄 알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부부들은 그렇게 정답고 다정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애들한테 보여준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애들이 결혼을 해서 그렇게 살겠죠.

행복하게 잘 살고 정답게 잘 살고, 화목하고 화기애애하고, 애정과 사랑이 넘치는 부부 사이를 애들한테 보여줘야 돼요. 그래서 이 행복을 깨트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게 가정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형제 간에 행복을 깨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가정이에요. 그런데 요새는 그게 없어요. 역할만 잘 하면 되니까 가정이 없어도 되는 거에요. 돈만 많이 벌어주면 되고 애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고, 안사람은 재테크하고 정보 수집해서 애 서울대 보내면 되고. 무서운 일이죠.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건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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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어머니 김용택 저/황헌만 사진 | 문학동네

오는 10월 등단 30주년을 맞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자기 시의 원 주인이자 시원(始原)인 어머니에 대해서 쓴 수필이다. 김용택의 어머니 ‘양글이 양반’은 이미 문단 안팎에서 입심 좋고, 삶과 생명에 대한 혜안을 지닌 ‘문맹의 시인’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김용택은 지금까지 어머니에 관해 시로, 인터뷰로, 산문 속 일화로 간간이 풀어놓긴 했지만, 책 한 권을 온전히 어머니 이야기로 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팔순이 넘은 노모의 인생을 처음부터 고스란히 복원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으로 이 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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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김용택의 어머니

<김용택> 저/<황헌만> 사진14,400원(10% + 5%)

나는 어머니의 가슴을 뜯어먹고 세상에 나와, 비로소 시인이 되었다. 오는 10월 등단 30주년을 맞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자기 시의 원 주인이자 시원(始原)인 어머니에 대해서 쓴 수필이다. 김용택의 어머니 ‘양글이 양반’은 이미 문단 안팎에서 입심 좋고, 삶과 생명에 대한 혜안을 지닌 ‘문맹의 시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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